2016년 5월 17일 강남역 10번 출구. 한 여성이 화장실에서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습니다. '여성이라서 죽었다'는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광장에 꽃이 쌓이고, 온라인에서 '#나는_우연히_살아남았다'는 말들이 퍼져나갔습니다. 기존 여성운동 단체의 울타리 밖에 있던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처음으로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이 시점이 바로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사업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온라인 공간에서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였습니다.
이 새로운 세대의 운동은 기존 여성운동과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느슨한 형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조직화와 연대, 스포츠와 모터사이클과 웹툰이라는 낯선 문화적 양식들까지. 기존 공모사업의 틀로는 이들을 지원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2017년 한국여성재단은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사업을 별도 트랙으로 신설하여 느슨한 연대와 비조직화된 모임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다발적이고 역동적인 활동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강남역10번출구'는 영-영 페미니스트 그룹들의 연대체 '꼴펨유니온(가)' 결성을 추진하며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DSO(Digital Sexualcrime Out)는 '디지털 성범죄 아웃-새단어 프로젝트'를 통해 '몰카'를 '성폭행'으로, '리벤지 포르노'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는 언어 전환 작업을 진행하며 가해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지역에서의 움직임도 뜨거웠습니다. 대구의 '나쁜페미니스트feat.대구'는 강남역 사건 1년 기록 자료집을 발간했고, 진주의 '페미씨네'는 야외 상영회 '달빛극장'을, 울산의 'FACE'는 성평등 아카데미를 운영했습니다. '불꽃페미액션'은 대학 캠퍼스에서 기존 성교육 문법을 뒤집는 '언니들의 성교육'을 펼쳤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 진주, 울산 등 전국 각지의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단은 자원을 아낌없이 공급했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자 차세대 단체들은 가장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대전의 'BOSHU'는 여성주의 축구팀 'FC우먼스플레잉'을 만들며 지역 청년 페미니스트들을 결속시켰고, 부산의 'BRIDGE'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의 대학 여성운동 타임라인을 완성하고 활동가 30명을 인터뷰하여 끊어진 운동의 계보를 젊은 세대의 손으로 직접 이었습니다.
2019년 '치맛바람라이더스'는 모터사이클 영역에서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들었으며, 같은 해 '청소년페미니즘모임'은 스쿨미투를 '학내 성평등 운동'으로 전환시키며 시민 의견을 수렴해 UN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UN이 대한민국 정부에 포괄적 성교육 마련을 권고하는 등 청소년들이 주도한 운동이 국제기구를 움직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2020~2021년 '유니브페미'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n번방 관련 2차 가해와 혐오 표현 문제를 공론화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규제 강화 권고라는 실질적인 행정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전국 조직으로 성장해 청소년 활동가들이 직접 교육 기획자로서 질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2023년 이후에는 '공폐단단'이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함께 치유와 연대의 공간을 만들었고, 2024년 '페이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기록했습니다. 이어 2025년 '여성감독네트워크'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애니메이션 '재민이'를 제작하는 등 시대적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 연도 | 사업 수 | 지원 금액 |
|---|---|---|
| 2017년 | 10개 | 45,600,000원 |
| 2018년 | 3개 | 15,000,000원 |
| 2019년 | 6개 | 32,828,790원 |
| 2020년 | 4개 | 21,929,720원 |
| 2021년 | 1개 | 4,950,750원 |
| 2022년 | 1개 | 5,482,430원 |
| 2023년 | 1개 | 5,482,430원 |
| 2024년 | 3개 | 16,447,280원 |
| 2025년 | 1개 | 5,482,430원 |
| 합계 | 30개 사업 | 약 1억 5,320만 원 |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사업이 지원한 단체들은 청소년, 지역 청년 페미니스트, 모터사이클 동호인, 웹툰 작가, 축구팀 등 기존의 여성운동이 미처 닿지 못했던 장소와 방식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폭발적으로 등장한 새로운 페미니즘 세대의 운동은 기존 여성운동의 방식과 다른 것이 많았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느슨한 형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조직화와 연대, 스포츠와 모터사이클과 웹툰이라는 낯선 문화적 양식들.”
—2025년부터는 경계가 점차 흐려짐에 따라 신생여성단체 지원과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을 '차세대여성운동지원' 트랙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단체와 세대, 그리고 혁신적인 방식의 운동이 모두 하나의 커다란 흐름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운동은 언제나 이전 세대가 닦은 길 위에서 다음 세다가 새 길을 냅니다. 차세대 여성운동 지원사업은 그 새 길을 내는 눈부신 사람들 옆에 한국여성재단이 언제나 함께 서 있겠다는 든든한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