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여성재단은 19년간 아름답게 이어온 시그니처 브랜드 '100인 기부릴레이'의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이름을 올리며 대중모금캠페인으로 전환합니다. 새 이름은 '성평등기금모금캠페인'. 이는 단순한 명칭의 표면적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모금의 기술적 방식, 소통의 대상, 그리고 나눔의 철학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전환이였습니다.
100인 기부릴레이는 오랜 시간 재단을 지탱한 주춧돌이었으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충성도 높은 초기 이끔이층의 연령이 높아졌고, 신규 이끔이의 진입 장벽은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선정된 이끔이와 이끔이의 지인 중심으로 이어지는 '인간 사슬' 방식은 성평등 가치에 이미 깊이 공감하는 기성 세대 내부에서만 자원이 순환되는 고립된 구조를 낳기 쉬웠습니다. 성평등기금의 존재를 모르는 더 넓은 세상의 대중에게 가 닿기에는 명확한 벽이 있었습니다.
반면, 세상의 문법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모금 기법은 정교해졌고 소위 빅단체 중심의 NGO들에서 억대 대중모금을 이뤄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페미니즘의 대중화 물결은 '여성주의 대중모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소통의 문법이 달라진 디지털시대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여성주의 대중모금은 한국여성재단의 대중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고, 성평등 가치를 대중화하는 실질적인 여성운동이며, 새로운 디지털 세대를 끌어안는 전략이기도 하다.”
— 이숙진,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 (2020)이에 재단은 연고 중심의 아날로그 네트워킹을 과감히 탈피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직접 호흡하는 '온라인 대중모금'의 바다로 돛을 올렸습니다.
| 연도 | 캠페인 타이틀 | 참여 기부자 수 | 총 결집 모금액 |
|---|---|---|---|
| 2022 | 성평등기금모금캠페인 (전환 원년) | 1,652명 | 108,651,885원 |
| 2023 | 성평등 액션마켓 | 1,744명 | 114,132,666원 |
| 2024 | W액션나눔캠페인 (캐릭터 '베니' 협업) | 1,439명 | 97,263,668원 |
| 2025 | W액션나눔캠페인 '당연한 평등, 당연하지 않은 평등' | 1,350명 이상 | 118,187,415원 |
성평등기금모금캠페인으로의 이행은 단순히 후원금을 걷는 테크닉의 변화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 기저에는 "어떻게 하면 성평등 담론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의 영토를 넓힐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실천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성평등 가치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군들끼리의 연대를 확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직 한국여성재단의 이름을 접하지 못한 무수한 잠재적 동반자들에게 닿아 기부라는 행위 자체를 대중적인 생활 문화로 안착시키는 여정입니다.
지난 19년간 촘촘한 '인간 사슬'이 눈물과 땀으로 쌓아 올린 신뢰와 유대의 자산은 지금도 재단의 뿌리로 살아 숨 쉽니다. 한국여성재단은 그 위에 디지털 기술 환경에서의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성평등기금모금캠페인은 이름도, 방식도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딘가에서 포용과 상생의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누군가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그 연결이 계속된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그 기금을 통해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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