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 관계인구
[이주와 노동]-① 존엄한 삶을 원하는 당신, 나, 우리는, 이주민은 누구인가?
박은주
게시일 2024.10.31  | 최종수정일 2025.05.17

이로운넷-아시아의친구들 공동기획 "신(新) 출입국 이민정책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신(新) 출입국 이민정책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해법인가, 재앙인가?"이주와 이민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엄격한 비자 제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에 대응 하기 위한 대책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세계화 관점에서 참여 민주주의인 풀뿌리 민주주의, 임금노동자 사회안전망 확보, 지방 자치 강화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방소멸과 부족한 노동력 위기를 해소하고자 이민정책을 추진하려면 지역의 생활인구, 관계인구 개념을 도입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합니다.  <이로운넷>과 <아시아의친구>들이 공동 기획한 '이주와노동' 특집에 참여한 여러 필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인구, 관계인구로의 전환을 뒷받침 할 실태, 변화가 필요한 환경, 공공과 민간의 역할 등을 고민하는 당사자들입니다. 본 연재 기획이 지역사회가 이주민과 공생하는 대안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존엄한 삶을 원하는 당신, 나, 우리는, 이주민은 누구인가?" 

차미경 (아시아의친구들 공동대표, 아키비스트)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일하고 서로 도울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구인의 어려움을 겪던 3-D 생산 현장만이 아니라 K-조선업 1위인 대공장에서도 구인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농업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벌써 오래다.

고용문제 해결방식으로 법무부가 지난 9월 26일 「신(新) 출입국·이민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4년 현재 약 261만 명(총인구의 약 5%)이다. 보도자료에는 향후 5년 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산업계 구인난과 지역소멸 위기에 따른 이민 확대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초국적 수준에서 노동 인력을 확보하려고 지자체 공무원이 해외 출장지에서 직접 신체검사 면접을 보는가 하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해외 곳곳에서 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하여 장기체류하려는 외국인 대상 사회통합교육은 법무부 정책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세계화와 이주 현실이 노동의 세계화를 포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에, 정부와 법무부 주도의 이민 정책에 대한 공론화는 물론 소수를 뛰어넘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전제로 취약한 점들을 보완하는 지속가능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 전문가들의 의견 이상으로 지역과 일터에서의 현실이 공론화에 중심에 있어야 한다. <아시아의친구들>과 <이로운넷>이 공동으로 준비한 기획특집은 그런 목적의 일환으로 준비되었다. 일상 속에서 겪는 문제들을 피한 채 신규도입만으로 현재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김포시 통진읍에서 제일 큰 슈퍼는 마송 버스정류장 앞 농협이다. 입구에는 알록달록한 만국기들이 손님을 맞는다. 주말 대부분의 손님은 인근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슈퍼 앞 로또 복권 가게, 과일 야채상, 정육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택시 기사님은 이들이 없으면 벌써 일 접었다고 하신다. 마을버스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경제적 융통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일수록 외국인은 지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주민들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이주민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2023년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모스크) 건설 반대 주민시위는 무슬림 혐오를 조장한 명백한 문화 폭력 시위였다. 돼지머리를 앞세운 시위는 우리도 유색인종이면서, 또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비교문화적 이해가 취약한 일상이 드러난 사례였다. 존엄을 향한 인간의 상상력이 서서히 고갈되는 것은 이해관계를 앞세울 때다. 그런 점에서 공존과 밀어냄이란 상황과 조건에 따라 현실을 달리 사는 인간의 본성과 모습을 보여준다. 

지방소멸과 부족노동 위기를 해소하고자 이민정책을 추진하려면 지역의 생활인구, 관계인구로 이주민 위상을 재정의해야 한다. 기획특집에 참여한 여러 필자들은 생활인구, 관계인구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실태, 변화가 필요한 환경, 공공과 민간의 역할 등을 고민하는 당사들이다. 지금까지의 경제를 위해 일조한 다수를 차지하는 서류미비노동자(흔히 미등록노동자라고 부른다) 이들이 신규인력도입정책에 의해 외면되지 않도록 기억과 사면 방식도 다뤄볼 예정이다.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에 생태적인 인권평화의 감수성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도 그걸 강요하진 않지만, 그래야 공존과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이주 당사자. 지역농민, 조선소 노동자. 전문 활동가, 행정 공무원, 종교인, 법조인, 아키비스트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위기와 취약함 가운데 길어 올리는 통합적(유기적) 연결을 통한 제안들에 주목해보자. 

필자들의 아웃리치 활동 (2024, 8 진안군)사진 - 아시아의친구들 제공/ 필자들의 아웃리치 활동 (2024, 8 진안군)

필진들이 담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국인이 찾지 않는 농업, 조선소 그 원인은 ? 
이번 방안이 국민 일자리 침해 우려를 해소하고 무분별 유입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려면 우선적으로 제조업 생산 현장의 사회안전망 강화, 지역농업의 가치를 믿고 발전시키려는 사회적 전망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 정책보다 사회적 유대와 의미 있는 일상은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있어 왔다. 활동가들이 느끼는 '농업 농촌 인력부족의 근본 원인과 농촌 인력부족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해 조경호(지역농업연구원), 윤양진(전국 농어업회의소) 농업전문가가 이에 대해 진단한다. 벼 베기로 바쁜 시기에 필진으로 합류한 목표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며 지속가능해야할 농업과 지역의 현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거제 대우조선 대기업에서도 내국인을 구하지 못해 일찌감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화성 아리셀 참사는 지금의 경제사회 구조 자체가 생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보람을 안겨주기는커녕, 도리어 그렇게 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중공업 생산현장에 찾아온 위기, 내국인이 빠져나가는 자리에 이주민들을 채웠을 때 누적되는 문제,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권준모(현대중공업), 미얀마 공동체와 함께 하는 디라스님이 칼럼을 쓴다. 유난히 죽음의 소식이 많이 들려온 2024년 기억의 소환을 통해 기록되지 않는 생산 공장의 현실, 일상 속 죽음과 고통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정부, 이민 정책 확대, 외국인 단속·퇴거 강화 '엇박자', 서사가 생략된 노동력 해소 방안 

이주민들이 다수 일하는 장소, 일터, 사회안전망의 부재는 노동시장의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피박(Spivak)은 한 사회의 민중· 소수자와 유의한 개념으로 서발턴(subaltern)을 사용했는데 서발턴은 자신을 재현하기 어려운 중심 밖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주변부 노동자들로 살아가는 다수는 서발턴적 존재이다. 한 시대의 경험과 기억을 가진 당사자들이 지배계층의 시선이 아닌 서발턴의 시선으로 기록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단히 많다. 그들 속에서 15년 넘게 이주와 관련된 전문 활동을 이어가는 정영섭 활동가는 현실에 비춰 9·26 신출입국이민정책을 진단하며 오랫동안 정부가 풀지 않는 경직된 문제들을 짚어본다. 

"타향살이 30년" 노동자 기억의 소환, 사면의 문제 
사면을 불허하던 정부가 최근 사면 정책에 대해 약간의 전향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론화 없는 정책은 오히려 사회통합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정진우(디아스포라 교회) 목사는 새로운 노동자 유입에만 몰두할 때 자칫 잊힐 수 있는 한국의 타향살이 30년 노동자들의 애환을 조명한다. 낯선 땅에서 잡초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억척같이 살아온, 그러나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현실은 이민정책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존재이고, 누군가에는 추방해야 할 대상이다. 오랜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낸 이주민들의 기억들이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불법체류자 전원 무조건 사면이 아니라 바람직한 사면 방식에 대해 강성식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사면의 조건을 정교하게 다룬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쉽지 않은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려 본다.

지역 인구 유입의 전제, 주거 문제 해결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20일 속헹 씨의 비닐하우스 사망사건 후, 나는 농업과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공론장을 준비하며 이어가는 대화모임을 시작하였다. 현장은 상식적 기준과 실제 사이의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라, 채용방법, 주거, 작업 환경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가 되려면 사람도 환경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에 의견이 모아졌다. 살던 곳을 떠나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일터만큼 중요한 곳은 거주공간이다.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의 하나로서, 주거 공간은 육체의 집이다. 

집을 제공하고 수리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의도는 안전하고 괘적한 생활에 있다. 주민참여 방식의 공론장들이 늘면서 음침하고 위험한 주거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가 하면  공공의 지원으로 달라지는 숙소들도 등장했다. 모두를 돌아보며 주거환경의 실태와 개선점을 진단해 보았다. 적극적인 주거개선 사업이 이주민에게는 물론, 생활인구를 늘려야 할 지역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현재 인구소멸지역의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생활인구가 되어가는 이귀보 선생이 이동하는 사람들의 주거현실과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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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시아의친구들 제공/ 2022년 아시아의친구들이 농업노동자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준비한 사진전 (장소: 고양시, 연세삼애교회)

해외 사례 조명 
대만 역시 한국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올해 30만의 부족노동력을 인도를 비롯, 아시아지역에서 채울 예정이다. 뉴질랜드는 재생산노동력을 인근 섬나라와 워킹홀리데이를 이용한 세계 각국의 청년들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이주민들이 취업하고 정착하면 생활인구로 살아간다. 

EU 국가들 내에서 외국인 혐오가 커지고 있지만 스페인은 작은 국가로서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서류 미비자들을 필요에 따라 정기적으로 사면하면서 핵심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캐나다는 계절노동자의 주거시설을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동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에서 위협요소를 점검, 제거한다. 호주는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유색인종, 단기 이주노동자 착취 등에 대해 대처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해외의 사례들을 차례대로 조사하였다. 신준식(호주), 존스 갈랑(필리핀), 차미경(뉴질랜드)을 포함, 각국의 전문가들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지 사례를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희망' 있는 현장, 지역을 위한 공공의 역할과 책임  

서발턴 재현에 기억의 주체들이 기록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도, 사회통합도 언론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려면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고 행정과 공공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의 정책 발표가 기존의 낡은 문제들을 뒤집고 위기극복을 위한 전환이 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지역에서 선주민들과 이주민들의 정서적 유대를 도모하며, 주민보다 앞서 고민해야 할 공공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호율 (진안군 공무원), 김정흡(임실군 의원)이 나섰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어ᄄᅠᆫ 사회가 될 수 있는지 공공의 역할과 고민을 들어본다. 새로운 인구를 받아들이며 공공에서 시도하는 사례들, 그로 인해 지역사회 주민들이 겪는 변화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확대이미지사진 제공 - 아시아의 친구들/진안군에서 옛경로당 시설을 개조한 공공숙소

사람이 숫자, 돈이 아니라면...
공장과 농장과 선박과 식당은 일상에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덕분에 우리는 상품이라는 결과물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노동하는 사람의 시간은 잘 보이지 않고 기록도 찾기 어렵다. 민중사가 배제되거나 왜곡되고 지배계층의 문화와 기록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든 노동은 모든 사회 구조물을 이루는 기반이며,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사회의 다양한 경제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일하는 이민자로 살고 지금은 한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의 의견이다. "깻잎만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모든 야채가 여러 나라 노동자들에 의해 키워지고 있어요.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재료가 만들어지는 생산환경, 주거환경에 대해 소비자들이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사회현실을 묵도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행위자가 되어보자. 위기 회복에 동력은 항상 아래로부터 있었음을 기억한다. 시간이 걸리더라고 존엄한 삶을 정의하며, 취약함을 보완하는 다양한 움직임과 이를 뒷받침할 기록화를 통해 지역, 경제, 현장이 살아나는 공론화에 '희망' 태그를 걸어 본다. 

농촌인력 지원 방안을 위한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 (2023, 12 완주군 )사진 제공- 아시아의친구들/ 농촌인력 지원 방안을 위한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 (2023, 12 완주군 )
차미경 (아시아의친구들 공동대표, 아키비스트)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