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연대와 폭넓은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이주민 보건권 실태조사 공유워크숍 스케치-
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지난 7월경부터 실시한 이주민 보건권 실태조사를 공유하는 워크숍이 백석역에 위치한 새빛 안과에서 열렸다. 워크숍은 총 2부에 걸쳐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아시아의 친구들의 <이주민 보건권 프로젝트> 진행 경과 발표를 시작으로, 고양․파주․김포의 지역 단체들(파주 엑소더스, 김포 이웃살이, 고양 아시아의 친구들)의 사례발표와 이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2부에서는 농축산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가 담긴 영상 관람을 시작으로, 노동복지 나눔센터의 안광인 이사의 조선족 요양노동자 사례 발표와 줌마 난민 공동체 사무국장인 초토 씨의 난민체류자 사례 발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발표 전반에 대한 정리와 자유토론,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안 등이 이어졌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체마다 각기 다른 지역의 이주민 보건권 실태와 의료 기관 현황, 의료지원사례를 발표했지만 워크숍이 마무리 될 즈음에 참석자들은 모두 같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각각 다른 사례들이었지만, 그 속의 이주민들의 보건권은 모두 취약했고, 이주민들은 그들의 건강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의료안전망이 제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파주 엑소더스는 파주 지역의 의료기관 현황과 의료지원 사례를 미등록 이주민 중심으로 발표했다. 파주에는 미등록 이주민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문산의 메디플러스 내과 병원, 금촌의 미소래 산부인과 병원과 치과의원 이렇게 네 군데가 있다. 이 중 뒤의 세 병원은 병원장 지원으로 이주민들 사례마다 무료 지원, 의료보험 수강에 맞는 지원, 무료 진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앞의 파주병원은 의료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하는 병원이며, 이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이다. 이유는 이 지원 사업의 범위가 외국인 근로자 및 그 자녀, 국적 취득 전 여성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난민 등 및 그 자녀로, 사실상 어떤 지위의 이주민이든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원부터 퇴원까지 발생한 진료비를 1회당 500만원 범위 내에서 전액 지원한다. 이 네 병원과의 연계 외에도 고양시, 카톨릭 cmc 등과 연계하여 투약이 필요하거나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 자선의료지원을 시행했다.
김포 이웃살이의 실태․현황 보고도 파주와 유사했다. 다만, 단체가 병원과 MOU(양해각서)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이주민 사례마다 병원과 단체가 협의를 거쳐 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에서 차이를 보였다. MOU는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이주민 의료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제제를 가할 경우, 다른 병원들과의 MOU 체결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김포의 이주민들은 김포 지역의 병원들이 자선적으로 의료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 별다른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고양 아시아의 친구들은 ‘의료공제회’라는 의료보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민간 기금을 통해 이주민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했다. 의료공제회는 이주민들이 매달 내는 회비를 통해 형성되며, 이주민들이 상부상조하며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다. 잘 시행될 경우 의료안전망의 역할을 해준다는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이는 회비보다 의료지원비가 더 많이 나가서 의료공제회의 기금이 부족하고, 의료공제회에 지속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이주민보다 건강이 나빠져서 즉시 의료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주민이 더 많기 때문에 사실상 본래의 취지대로 잘 운영되지 못 한다. 때문에 아시아의 친구들 역시 병원의 자발적인 의료비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의료공제회와 국내 대기업, 시민들의 후원금 등을 더할 뿐이다.
이처럼 고양․김포․파주 세 지역은 모두 이주민들의 건강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파주의 경우 이주민들에게 의료지원을 보다 활발하게 해주고 있지만, 서울보다 큰 파주에서 금촌, 문산에 몰려 있는 몇몇 병원을 통한 지원은 파주의 다른 많은 이주민들의 건강까지 책임져줄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이주민들의 취약한 건강권은 몇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줌마 난민 공동체의 초토 씨가 발표한 난민 사례에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초토
씨가 말한 난민은 6년 째 한국에 체류 중인데, 난민 승인이 나지를 않고 있다. 이 분의 지위는 한국 사회의 제도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보건권은 당연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 힘든 것은 일 역시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플 때 약조차 사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초토 씨는 이와 같은 난민이 많으며, 모두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족 요양노동자 사례를 발표한 안광인 씨는 이주민들의 보건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하다 허리를 다친 박ㅇㅇ 부부 사례를 발표했다. 박ㅇㅇ 부부는 서울 요양협회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일산 중산요양병원으로 입사, 근무를 시작한지 이틀 만에 부인(박ㅇㅇ 씨)이 허리를 다쳤다. 박ㅇㅇ 씨는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박 씨가 어디에도 고용되지 않았고, 요양하는 환자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대며 불승인 하였다. 만약 파견근로법이 더 정교하고 폭넓게 짜여있었다면 박ㅇㅇ 씨는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을 것이고,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광인 씨는 앞의 지역 단체들의 경우에도 이주민들의 보건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다면,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이주민들의 건강이 보장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무리 토론에서는 이주민들의 보건권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건강실태에 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를 했다. 다만, 지난 시간동안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이주민들의 건강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을 보았을 때, 지역의 단체들과 시민사회 그리고 이주민들이 더 연대하여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하며 쉽지 않더라도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지난 1년 간, 각 단체들이 이주민들의 보건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가 보였던 워크숍이었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고 어렵지만 지금까지처럼 함께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댄다면, 보다 나은 미래로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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