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순회

[2001] 노숙인 야간순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이하'복지회')는 2001년 겨울부터 서울 도심의 거리 노숙인을 직접 찾아가는 야간순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추위가 본격화되는 동절기에 거리 현장을 찾아 노숙인의 생활과 건강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물품과 정보를 제공하며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활동이다.
노숙인 야간순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기관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거리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현장을 꾸준히 찾으며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 관계를 이어왔다.

1. 먼저 다가가는 발걸음
2001년 겨울부터 시작된 노숙인 야간순회는 실무자와 봉사자가 직접 거리로 나가 노숙인을 만나는 아웃리치 활동이다.
실무자와 봉사자들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같은 시간 거리 현장을 찾아 순회활동을 이어왔다.
주요 순회 지역은 종로2·3가, 종각, 을지로, 시청역 일대 등 서울 도심이며, 과거에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일대에서도 유관기관 및 봉사자들과 함께 순회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추위가 심해지는 동절기에는 거리생활로 인한 저체온증과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현장에서 생활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지원을 살피는 일이 중요했다.
 

2. 매주 이어진 동행
노숙인 야간순회에는 서울대교구 본당 신자 봉사자들이 꾸준히 함께해 왔다. 동절기 순회가 진행되는 동안 봉사자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어김없이 거리 현장을 찾아 실무자들과 함께 정해진 지역을 순회했다.
봉사자들은 현장에서 간식과 방한용품, 위생용품 등을 전달하고 노숙인들의 안부와 생활 상태를 살폈다.
추운 겨울에도 매주 열일 제쳐두고 달려온 봉사자들의 헌신은 야간순회가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 되어주었다. 
   

3. 기꺼이 내어주는 마음
유경촌 주교(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는 급한 일정이 없는 한, 노숙인 야간순회가 진행되는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빠짐없이 현장을 찾았다. 본당 신자 봉사자들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노숙인을 만나고 순회활동에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오랜 시간 봐온 유주교에 대한 기억을 공유했다. 

#1_ 2017년 11월, 을지로 지하상가 
순회중 만난 한 노숙인은 추위에 떨며 말했다. "오늘밤이 너무 춥습니다. 혹시 파카(점퍼)가 있을까요?" 유경촌 주교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없이 본인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급한대로 이 옷이라도 입으세요. 오늘밤은 매우 춥습니다. 전 을지로 지하도를 따라 사무실로 복귀하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유주교의 건강을 걱정하던 주변 봉사자들의 만류에도 환하게 웃으며 말하던 유주교에 대한 기억의 단상이다. 
- 봉사자 손유자 데레사(화양2동성당)·백승삼 빈첸시오(홍은2동성당)-


#2_ 시기 미상, 탑골공원 삼일문 옆 
얇은 종이상자 위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인을 목격한 유주교는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어 침낭을 구했고, 봉사자들과 함께 뽁뽁이와 종이상자들로 조금이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봉사자 윤치영 사도요한(신사동성당)- 


#3_ 시기 미상, YMCA 앞  
언젠가 유경촌 주교가 급한 일정 때문에 부득이 순회를 빠진 날이었다.  YMCA 앞 길에 항상 계시던 노숙인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들었다. 그 다음 주, 봉사자들은 순회에 참여한 유주교에게 노숙인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유주교는 그 소식을 듣고선 바로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다.
"목놓아 울던 그 모습이 마치 가족을 잃은 사람 같았다."
 
-봉사자 김펠릭스(목3동성당)- 


#4_ 통합적인 서비스 공간 마련의 꿈 
유경촌 주교는 노숙인들의 생활터전 가까운 곳에 식사제공뿐만 아니라, 샤워, 빨래, 의류 제공을 받을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 마련을 꿈꿨다. 
그의 간절한 진심과 노력은 명동밥집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봉사자 백승삼 빈첸시오(홍은2동성당)- 
 

4.  거리에서 쌓아가는 관계의 소중함
순회 현장에서는 간식과 방한용품, 위생용품 등 거리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상담과 관련 정보를 안내한다. 야간순회의 활동은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다 보면 이전에 만났던 노숙인을 다시 만난다. 그의 안부를 확인하고, 생활이나 건강 상태에 변화가 있는지 살피며, 새롭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개인이 처한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기관이나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야간순회가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같은 현장을 지속적으로 찾는 이유이다. 
 

5. 거리생활 너머의 삶 
거리에서의 생활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건강문제, 가족이나 사회로부터의 단절, 고립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수 있다. 야간순회에서 눈앞에 보이는 필요만을 확인하기보다,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한 개인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살피는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거리 현장에서 이어지는 대화와 만남은 개인의 상황과 변화를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