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OTT 예능 경쟁의 핵심은 장르의 선택이 아닌 감정 설계의 차별화에 있다. 동일한 예능 장르라도 플랫폼이 어떤 감정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정서적 구조와 시청 경험은 크게 달라진다. 어떤 플랫폼은 즉각적인 설렘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어떤 플랫폼은 도덕적 긴장으로 시청자의 이탈을 막으며, 또 다른 플랫폼은 팬덤 기반의 소속감으로 시청자를 묶어둔다. 2026년 2월 기준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약 1,490만 명대로 웨이브 212만 명의 7배에 달한다. 이러한 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후발 플랫폼이 살아남는 방법은 더 많은 콘텐츠가 아니라 더 정교한 감정 설계에 있다. 지금 K-버라이어티의 승부처는 여기에 있다.
최근 OTT 예능에서 플랫폼별 감정 설계의 차이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어떤 플랫폼은 즉각적인 유희와 설렘을 중심으로 가벼운 감정 소비를 유도하지만, 다른 플랫폼은 관계의 미묘한 긴장과 해석을 통해 시청자의 심리적 투사와 과몰입을 끌어낸다. 또 다른 플랫폼은 팬덤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시청자 간의 정서적 유대와 소속감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경향은 서바이벌 장르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편에서는 국가 대항 구도와 대규모 연출을 통해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제공하며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금기와 논쟁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도덕적·윤리적 긴장감을 유도한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스포츠 중계에 가까운 실시간 경쟁 구조를 결합하여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몰입형 경험을 설계하기도 한다. 결국 오늘날 OTT 예능의 경쟁력은 어떤 장르의 선택보다 어떤 감정을 어떻게 정교하게 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 예능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장르가 아니라, 특정 정서를 체계적으로 구성해 시청자의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정서적 차별화 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플랫폼 간 시장 구조의 격차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2026년 2월 기준 한국 스마트폰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 1,490만 명, 쿠팡플레이 879만 명, 티빙 552만 명, 디즈니+ 295만 명, 웨이브 21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규모의 차이가 뚜렷한 시장에서는 후발 플랫폼이 넷플릭스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최근 K-버라이어티 경쟁의 핵심은 단순한 콘텐츠 물량 확대가 아니라, 플랫폼이 어떤 감정적 경험과 카타르시스를 설계하느냐에 따른 차별화 전략에 있다.

국내 주요 OTT 플랫폼(출처: 《미디어오늘》)
넷플릭스 예능은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장 큰 이용자 규모를 바탕으로, 대규모 자본과 직관적인 대립 구도를 결합한 전략을 전개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흑백요리사>이다. 이 작품은 요리 경연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바탕으로 ‘흑수저’와 ‘백수저’라는 명확한 계급 구도를 설정했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와 능력주의를 둘러싼 긴장감을 예능적 서사로 변환한 것이다. 이 콘텐츠는 시청자가 단순히 요리 과정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쟁 서사 속에서 다양한 감정적 쾌감을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흑수저’로 등장하는 무명의 셰프가 이미 명성을 얻은 ‘백수저’ 셰프와 대등하게 맞서거나 그를 꺾는 순간,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시청자에게 강력한 대리 만족을 제공하며 경쟁 서사를 통해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서사는 계층적 격차가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을 정교하게 반영한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단순한 요리 경연을 넘어, 사회적 긴장과 경쟁의 감정을 결합한 스펙터클형 예능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흑백요리사>의 화제성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전편이 공개되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2026년 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2위에 올랐고,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 관심을 입증했다. 콘텐츠의 영향력은 온라인 화제에 그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의 매장 예약 및 웨이팅 이용자 수가 평균 303.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한국경제》, 2026), 넷플릭스 예능이 화면 안의 화제를 오프라인 소비로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OTT 예능이 단순한 시청 콘텐츠를 넘어, 실제 소비 행동을 유발하는 확장형 콘텐츠 IP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흑백요리사> 시즌 2 포스터(출처: 넷플릭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넷플릭스는 강력한 예능 IP를 시즌제로 정례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데블스 플랜: 데스룸>, <솔로지옥>과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26년 라인업에서 <솔로지옥> 시즌5와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시즌2를 다시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한 번 검증된 감정 구조와 서사를 프랜차이즈화하여 반복할 수 있는 시청 경험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는 예능 프로그램을 단발성 화제작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카타르시스 IP로 구축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피지컬: 아시아>에서도 반복된다. <피지컬: 아시아>는 예능 시리즈 최초로 국가 대항 구도를 도입했다. 축구장 5개 규모의 세트와 1,200톤이 넘는 모래, 500명 이상의 스태프를 투입한 대규모 제작 방식은 넷플릭스가 예능을 단순한 국내 화제작이 아니라 글로벌 동시 소비가 가능한 이벤트형 IP로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을 잘 보여준다.
결국 넷플릭스 예능의 핵심 경쟁력은 한국 사회의 맥락에 깊이 의존하는 세밀한 디테일보다는, 전 세계 시청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대립 구도와 압도적인 규모의 감정을 설계하는 데 있다. 즉, 문화적 맥락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경쟁, 대결, 승패라는 보편적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시청자에게 균일한 감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는 제작진이 극적인 전개를 위해 특정 참가자에게 유리한 미션을 설계하거나 심사 기준을 가변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청자가 느끼던 쾌감은 불쾌감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카타르시스 성립을 위해 절차적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티빙은 넷플릭스와 같은 규모의 스펙터클 경쟁 대신, 국내 시청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의 결을 더 깊게 파고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특히 19~39세를 핵심 시청층으로 설정하고, 연애와 관계의 미묘한 감정적 변화를 추적하는 콘텐츠에 집중해 왔다. 이러한 전략이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된 사례가 바로 <환승연애> 시리즈다.
<환승연애>는 전 연인과의 재회, 남겨진 미련, 관계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시청자의 감정적 참여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히 장면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해석하고 관계의 방향을 예측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솔로지옥〉이 보편적 설렘과 시각적 매력의 쾌감에 가까운 감정을 설계한다면, 티빙의 〈환승연애〉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관계적 서사의 층위를 쌓아가며 해석과 과몰입을 유도하는 감정 구조를 통해 시청 몰입도를 높인다.

큰 화제를 모았던 <환승연애> 시즌 4 포스터(출처: 티빙)
이러한 감정 중심의 심층 전략은 성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티빙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환승연애> 시즌4는 시즌1 대비 10대 남성 시청 비중이 180% 이상 증가했고, 여성 시청 비중 역시 93%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즌2와 비교했을 때 최초 구독 기여는 69%, 총 신규 구독 기여는 302% 증가했으며, 공개부터 종영까지 17주 연속 주간 구독 기여 1위를 기록했다(파이낸셜뉴스, 2026). 이러한 지표는 연애 예능이 단순한 화제성 콘텐츠를 넘어, 실제 구독과 재방문을 견인하는 플랫폼 핵심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환친자*’로 불리는 팬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실시간으로 관계 해석과 감상평을 공유하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티빙식 카타르시스가 개인이 혼자 소비하는 감정이라기보다, 시청자들이 함께 서사를 해석하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집단적 과몰입 경험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티빙은 관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중심으로 시청자의 해석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OTT 환경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예능 경쟁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환친자: ‘<환승연애>에 미친 자’의 줄임말
티빙의 전략은 오리지널 콘텐츠 한 편의 성공에 머물지 않는다. 플랫폼 전체의 이용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팬덤과 라이브 참여 구조를 결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빙의 ‘크리에이터 클럽’이다. 이 프로젝트는 침착맨, 곽튜브, 빠니보틀, 김풍 등 유튜브 기반 크리에이터의 팬덤을 OTT 플랫폼 내부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또한 티빙은 <스몰토크를 멈추면 안 돼>와 같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참여형) 라이브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의 실시간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나스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서비스 ‘같이볼래?’는 2025년 10월 <귀멸의 칼날> 라이브 방송에서 동시간대 티빙 전체 라이브 채널 시청 점유율 약 50%를 기록했다(《스포츠동아》, 2025). 이후 이 ‘같이볼래?’기능은 <환승연애> 시즌4 등 주요 콘텐츠로 확대되며 플랫폼 내 실시간 참여 경험을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티빙의 콘텐츠 라인업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전지적 참견 시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1~3 등 《MBC》 예능과 뉴스·시사 VOD가 대폭 보강되었고, CJ ENM 역시 2026년 전략에서 티빙을 ‘매일 접속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티빙은 2025년 4분기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108.8% 증가했고 글로벌 브랜드관 역시 확대했다고 밝혔다(CJ, 2026). 앞으로 티빙은 예능을 단발성 히트작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덤, 대화, 라이브, 편성을 하나의 이용 경험으로 연결해 시청자의 재방문 습관을 만드는 플랫폼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OTT 환경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단순한 프로그램 성과를 넘어, 플랫폼 체류와 참여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는 한국 시장에서 두 가지 선명한 콘셉트 중심 전략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는 글로벌 팬덤이 확실한 스타 IP이고, 다른 하나는 한눈에 설명이 가능한 고개념 포맷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BTS 지민과 정국이 출연하는 <이게 맞아?!> 시즌2다. 해당 콘텐츠는 전 세계 팬덤을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전략적 콘텐츠다. 스타의 일상과 여행을 담은 아티스트 리얼리티 형식은 팬들에게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친밀감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는 디즈니+가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활용해 K-컬처 팬덤을 플랫폼 내부로 결집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디즈니+는 파격적인 포맷에도 과감히 베팅하고 있다. 〈운명전쟁49〉가 대표적인 사례다. 49명의 '운명술사'가 생존 미션을 수행하는 이 콘텐츠는 지력이나 체력 경쟁 대신 '운명'과 '예측'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기존 서바이벌 예능의 문법을 뒤튼다. 2026년 한국 오리지널 9편 가운데 예능이 〈이게 맞아?!〉 시즌2와 〈운명전쟁49〉 두 편뿐이었다는 사실은 디즈니+가 양보다 콘셉트 집중 전략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디즈니+에 따르면 〈운명전쟁49〉는 공개 12일 만에 한국 내 최다 시청 작품 1위를 기록했고, 2026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최다 시청 공개작에도 올랐다. 현지화 버전 개발이 확정된 점 역시 이 포맷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2월 디즈니+의 스마트폰 월간 활성 이용자가 245만 명에서 295만 명으로 약 20% 증가한 점은 해당 콘텐츠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디즈니+의 최신 예능 <운명전쟁49>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성공 가능성만큼 윤리적 리스크도 크다. 순직한 경찰관과 소방관의 사망 원인을 맞히는 미션이 거센 비판을 받으며 제작진의 사과와 재편집으로 이어진 사건은 파격적인 소재 그 자체가 곧 카타르시스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충격적인 설정은 순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그 충격이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적 성찰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시청자의 몰입은 쉽게 반발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디즈니+식 예능의 성패는 얼마나 새로운가에 있기보다 그 새로움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쿠팡플레이와 웨이브는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특히 쿠팡플레이는 예능을 독립적인 장르로 구분하기보다는 스포츠 중계 생태계와 결합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2026년 라인업에서 축구 서바이벌 <넥스트 레전드>, 토크쇼 <강호동네서점>, 힐링 예능 <봉주르빵집>, 코미디 예능 <자매치킨>, <직장인들> 시즌3을 전면에 세운 것은 이러한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는 스포츠 라이브 시청과 일상형 예능 소비를 하나의 이용 흐름으로 묶으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쿠팡플레이는 프리미어리그, NBA, F1(포뮬러 원) 중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일반 회원에게도 무료로 제공하며 플랫폼 도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스포츠 이벤트로 유입된 이용자가 예능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직장인들> 시즌2의 시청량은 공개 첫 주 대비 1,023% 증가했고(《뉴스1》, 2025), 공식 유튜브 클립의 누적 조회수는 약 5,000만 회에 달했다. 이는 예능 콘텐츠가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의 열기를 밈(meme)과 클립(clip) 소비로 확장하는 연결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 <자매치킨>(출처: 쿠팡플레이)
이처럼 쿠팡플레이 예능의 카타르시스는 거대한 서사나 감정 드라마를 구축하는 데 있기보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느끼는 긴장과 흥분을 일상적 웃음과 가벼운 콘텐츠로 연결하고 번역하는 데 있다. 즉 스포츠 라이브가 만들어낸 순간적 에너지를, 예능을 통해 플랫폼 내부의 지속적인 이용 경험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웨이브는 틈새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6년 예능 키워드를 아예 ‘팬덤’과 ‘논쟁’으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의 게임> 스핀오프인 <피의 게임 X>,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시즌2, <베팅 온 팩트>(3월 27일 공개 예정), 그리고 퀴어 유니버스 확장 콘텐츠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범용적 대중성보다 주제의 강도와 마니아 충성도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특히 연애 예능에서 이러한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웨이브는 <남의연애> 시즌4와 상반기 공개 예정인 <스탠 바이 미>를 통해 퀴어와 양성애자 서사를 전면에 배치하며, 기존 연애 예능과 다른 감정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의 <솔로지옥>이 만들어내는 보편적 설렘이나, 티빙의 <환승연애>가 보여주는 관계 해석 중심의 몰입과는 다른 정체성 기반의 친밀감에 가깝다.
정리하자면 웨이브의 전략은 다수의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데 있기보다, 다른 플랫폼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감정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정 주제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은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결속력이 강하며, 이러한 특성은 OTT 환경에서 플랫폼 충성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결국 OTT 예능의 편성 전략은 플랫폼의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같은 장르의 예능이라도 플랫폼이 어떤 감정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정서적 구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 연애 예능을 예로 들면, 넷플릭스는 전 세계 시청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설렘을 중심으로 감정을 설계한다. 반면 티빙은 관계의 해석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추적하며 몰입을 심화시키고, 웨이브는 소수자 친밀성과 정체성의 밀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서바이벌 장르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넷플릭스가 국가 대항 구도와 대형 스케일을 통해 이벤트성을 극대화한다면, 디즈니+는 금기와 논쟁을 동반한 고개념 실험을 시도하고, 쿠팡플레이는 스포츠와 연결된 실시간 흥분을 중심으로 콘텐츠 경험을 유도한다.
이 지점에서 카타르시스 예능은 단순히 웃음이나 자극의 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OTT 환경에서 카타르시스는 감정을 해소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조직하는 플랫폼 기술에 가깝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청자가 즉각 이해할 수 있는 스펙터클과 장수 프랜차이즈로, 티빙은 관계 서사와 동시 시청 참여 구조로,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코미디, 클립 소비가 이어지는 이용 흐름으로, 디즈니+는 희소한 고개념 포맷으로, 웨이브는 팬덤과 논쟁이 살아 있는 틈새 장르로 각자의 해법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K-버라이어티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느냐에 있지 않다. 어떤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감정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바로 그 차이가 오늘날 OTT 예능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의 진짜 정체이자 전략이다.
※ 참고문헌
《뉴스1》 (2025. 9 23.). '직장인들' 시즌3 제작 확정…오피스 코미디 계속 이어간다. URL: https://www.news1.kr/entertain/broadcast-tv/5927986
《스포츠동아》 (2025. 10. 20.).침착맨, ‘귀멸의 칼날’ 10시간 정주행…라이브 시청 점유율 50% 육박. URL: https://sports.donga.com/ent/article/all/20251020/132594632/1?utm
《연합뉴스》 (2026. 3. 5). 2월 OTT 판도…넷플릭스 1위·쿠팡플레이 2위. URL: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305052200017
《파이낸셜뉴스》 (2026. 2. 4.). 환승연애4, 전 시즌 대비 10대 시청 男 180%·女 93% 급증. URL: https://www.fnnews.com/news/202602040927006257
《한국경제》 (2026. 1. 23.). "돈 있어도 못 가요"…'흑백2' 손종원 셰프 식당, 1·2위 싹쓸이. URL: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238486g
CJ newsroom (2026. 2. 4.).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4>, OTT에 10대를 끌어들였다!. URL: https://cjnews.cj.net/%ED%8B%B0%EB%B9%99-%EC%98%A4%EB%A6%AC%EC%A7%80%EB%84%90-%ED%99%98%EC%8A%B9%EC%97%B0%EC%95%A04-ott%EC%97%90-10%EB%8C%80%EB%A5%BC-%EB%81%8C%EC%96%B4%EB%93%A4%EC%98%80%EB%8B%A4/
CJ newsroom (2026. 2. 5.). CJ ENM, 2025년 매출 5조 1,345억원, 영업이익 1,329억원. 사업 모델 고도화·글로벌 성과 확대로 수익 개선. URL: https://cjnews.cj.net/cj-enm-2025%eb%85%84-%eb%a7%a4%ec%b6%9c-5%ec%a1%b0-1345%ec%96%b5%ec%9b%90-%ec%98%81%ec%97%85%ec%9d%b4%ec%9d%b5-1329%ec%96%b5%ec%9b%90-%ec%82%ac%ec%97%85-%eb%aa%a8%eb%8d%b8-%ea%b3%a0%eb%8f%84/
Coupang newsroom (2026. 2. 10.). [보도자료] 쿠팡플레이 예능 ‘자매치킨’ “더 요란한 자매들이 나타났다” 이수지 X 정이랑 X 김민 치키타카 케미 토크쇼, 2월 14일 오후 4시 첫 공개 확정!. URL: https://news.coupang.com/archives/59880/
Coupang newsroom (2026. 2. 13.). [보도자료] 김혜수·배두나·김희애·차승원·강호동·손흥민 초특급 스타 총출동! 쿠팡플레이, 2026년 콘텐츠 라인업 전격 공개 오리지널·HBO·스포츠 총망라, 가장 폭넓은 콘텐츠 오퍼링 제공한다. URL: https://news.coupang.com/archives/59819/
《ZDnet korea》 (2025. 11. 13.). "이래도 안 봐?"...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6편으로 韓 시장 잡는다. URL: https://zdnet.co.kr/view/?no=20251113161236
Netflix (2025. 9. 30.). “국기를 건 전쟁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아시아> 10월 28일(화) 공개 확정! ‘뜨거운 전율’ 티저 포스터&예고편 공개. URL: https://about.netflix.com/ko/news/physical-asia-premieres-october-28
Netflix (2026. 1. 21.). 2026 넷플릭스 한국 및 글로벌 대표 라인업 공개! 새롭고 풍성한 '발견의 순간'으로 가득 찰 2026년의 시리즈, 영화, 예능 그리고 글로벌 기대작까지!. URL: https://about.netflix.com/ko/news/next-on-netflix-korea-2026
FAX 02 3150 4872
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3월 27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