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숏폼 속 댄스 챌린지는 케이팝의 중요한 홍보와 소통의 방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SNS 플랫폼에 특정 구간의 안무를 영상으로 올리는 이 문화는 음원 흥행과도 직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TWS(투어스)는 2024년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첫 만남 챌린지'로 주목받은 데 이어, 〈OVERDRIVE〉의 '앙탈 챌린지'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틱톡 콘텐츠 수 230만 건 이상, 누적 조회수 44억 회 이상을 기록한 이 챌린지는 2025년 10월 앨범 발매 이후 꾸준히 확산되어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도 반복 등장하였으며, 통상적인 케이팝의 인기 사이클을 넘어 발매 두 달 후인 12월 중순 음원 순위가 반등하는 '역주행'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YENA(최예나)의 〈Catch Catch〉 역시 성공적인 챌린지 사례로 꼽히는데, 2000년대 후반 감성을 연상시키는 음악에 2009년 데뷔한 티아라(T-ara) 멤버들이 챌린지에 직접 동참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티아라의 멤버 함은정은 현세대 아이돌들의 챌린지에 연이어 등장하며 꾸준히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아이돌이 따라 하며 큰 화제가 된 TWS(투어스)의 ‘앙탈 챌린지’
(출처 유튜브 캡처)
댄스 챌린지가 케이팝산업에 큰 영향력을 갖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숏폼 플랫폼은 콘텐츠 소비의 상당 부분이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로, 댄스 챌린지 영상 역시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검색하지 않아도 피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특정 영상이 화제성을 얻으면 연관 콘텐츠가 연속으로 제공되어 소비의 유입과 지속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성인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댄스 챌린지를 케이팝 소비 방식이자 놀이 문화로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팬덤 형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 다른 주목 요인은 아티스트가 타인을 초대해 함께 챌린지를 수행하는 관행의 정착이다. 팀 동료나 소속사 선후배는 물론 타 소속사 아티스트, 나아가 각계 유명인까지 그 대상이 되며, 누구를 섭외해 어떤 챌린지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자체적인 화제성이 형성되어 하나의 연예 콘텐츠로 기능한다. 이는 케이팝산업의 특성상 연말 시상식이나 사업적으로 '허가된' 협업이 아니고서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가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는 일이 좀처럼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댄스 챌린지만의 뚜렷한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인상적이고 따라 하기 쉬운, 이른바 '포인트 안무'는 케이팝의 유전자에 새겨진 양식적 요소로, 숏폼 시대의 문법과 강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짤막한 영상은 밈(meme)으로 진화하기에도 유리하며, 해당 아티스트의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 삼아 감상하고 재생산할 수 있다. 케이팝과 무관한 영화계 행사장에서 팬서비스의 하나로 유행하는 챌린지 안무를 선보이는 경우도 있고, 케이팝 아티스트가 자신의 공연 무대에서 타 아티스트의 댄스 챌린지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는 특정 곡과 안무의 결합이 '댄스 챌린지'라는 형식에 담기는 순간, 아티스트의 지적 재산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일종의 공공재처럼 유통되는 밈으로서의 성격을 획득하게 됨을 보여준다.

YENA(최예나)의 〈Catch Catch〉 챌린지
(출처: 유튜브 캡처)
댄스 챌린지라는 포맷 자체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짤막한 영상들은 음악방송 무대 영상과는 전혀 다른 층위에 존재한다. 프로모션 대상인 음악과 그에 맞춰 설계된 안무를 활용하지만, 본래의 수행 공간인 무대에는 오르지 않는다. 댄스 챌린지는 방송국 대기실이나 복도, 소속사 사옥, 때로는 협업자의 업무공간 등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간편하게 촬영되는 경우가 많다. 무대 위와 아래를 엄격히 구분하는 케이팝 문화에서 이러한 공간은 거의 사적인 영역에 가깝게 느껴지며, 케이팝에서 금기에 가까운 '다른 아티스트와의 공연'이 댄스 챌린지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콘텐츠가 게시되는 방식 역시 SNS 게시물 특유의 돌발성과 확산성을 띠며, 감상자도 동일하게 유튜브를 통해 보더라도 음악방송 무대를 '시청'하는 감각보다는 숏폼 '피드를 훑는' 감각으로 수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댄스 챌린지는 케이팝산업이 구성하는 음악 활동의 본질 영역보다는 파생 영역에 해당한다.
여기서 본질 영역과 파생 영역의 경계를 간략히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 다소 거칠지만, 이 글에서는 음반·음원·콘서트·음악방송 출연 등을 본질 영역으로, 나머지를 파생 영역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본질 영역은 음악과 퍼포먼스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구간으로, 음악 저작권과 공연권이 직접 작동하며 케이팝산업 내부에서도 흔히 일차적(primary) IP 수익으로 분류되는 영역이다. 반면 파생 영역은 굿즈·웹툰·게임·도서·캐릭터 등을 포괄하는 구간으로, 근 10년간 케이팝산업의 주요 화두였던 'IP 확장'이 주로 가리키는 곳이기도 하다. 이 영역에서는 음악과 아티스트가 참조되지만, 실질적으로 소비되는 것은 서사·상품·이미지·경험 등이다.
이러한 구분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직캠(Fan cam)이다. 직캠은 팬덤 주도로 생산되고 기획사가 직접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지만, 음악과 퍼포먼스 자체를 소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 영역에 해당한다. 반면 댄스 챌린지는 음반 프로모션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기획사의 관리 아래 콘텐츠를 직접 활용하지만, 파생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댄스 챌린지에서 주목하는 핵심은 음악과 퍼포먼스가 비교적 사적이거나 격식 없는 공간으로 이식될 때 발생하는 낙차이기 때문이다. 같은 동작과 가사가 연극적 연출 없이 재맥락화되며 색다른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협업자와의 관계성과 화학반응이 감상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원곡은 참조로 남되, 소비의 핵심은 원본 바깥에서 발생하는 변주에 있다.
파생 영역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포맷은 팝업스토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인 2023년경부터 대다수 케이팝 아티스트의 프로모션 패턴에 완전히 자리 잡은 팝업스토어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자 쇼룸으로서 굿즈 판매·이벤트·체험형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며 유명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공간 연출과 설치물을 통해 아티스트와 음반의 브랜딩·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과 뮤직비디오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한다. 공간과 체험의 유한성은 굿즈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아티스트에 대한 친밀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한다. 또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강렬한 시각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설치되기에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의 관심과 방문도 유도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더 넓은 대중에게 재도달하는 구조, 즉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 바이럴로 순환되기에도 유리한 포맷이다.

빅뱅(BIGBANG) 멤버 태양 팝업스토어
(출처: 인스타그램(@workingwithfriend) 캡처)
생일 카페는 팝업스토어와 나란히 비교할 만한 대상이 된다. 아티스트의 생일을 맞아 카페를 대관하는 생일 카페는 팬덤이 자발적으로 기획·운영하는 이벤트다. 이벤트 현장에서는 컵홀더·엽서·포토 카드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포토 스팟·설치물 전시·럭키 드로우 등의 행사도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팬들 사이에서는 한 지역에 개설된 생일 카페를 순례하는, 이른바 '생카 투어(생일 카페 투어)' 문화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해당 아티스트가 감사의 의미로 직접 방문하는 일이 늘고, 나아가 아티스트 측에서 '공식 생일 카페'를 여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팬덤 문화가 산업 내에서 용인되고 역수입되는 양상으로, 직캠 포맷의 수용사(受容史)와 비견해볼 수 있는 흐름이다.

TWS(투어스) 멤어 영재의 생일 카페 홍보 포스터
(출처: X(@wtstty__))
생일 카페 문화의 규모는 관련 인프라의 형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덕 플레이스(DUKPLACE)'·'오프 메이트(OFFMATE)' 등 생일 카페 정보를 모아볼 수 있는 앱이 등장해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기획·디자인·설치물 제작을 외주로 도맡는 ‘커미션(commission)’ 시장도 자리를 잡았다. 인기 아티스트의 생일 카페는 그 수가 워낙 많아 "○○의 생일 카페는 강남 스타벅스보다 많다"는 밈이 생겨날 정도다. 생일 카페는 팬덤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팬 주도 이벤트라는 점에서, 댄스 챌린지와 마찬가지로 공식 활동 공간을 벗어난 사적 친밀감을 아티스트와의 관계 속에서 구현한다. 소비자로서는 콘서트 등에 비해 훨씬 가벼운 투자로 팬덤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웹사이트 '덕플레이스(DUK PLACE)’
(출처: 덕플레이스(DUK PLACE) 사이트 화면 캡처)
파생 영역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산업이 의욕 있게 추진한 웹툰, 게임, 캐릭터 사업 등도 나름의 성과를 내왔다. 엔하이픈(ENHYPEN)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은 지난해 누적 조회수 2억을 돌파하는 고무적인 흥행 성적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에 견줄 만한 대중적 파급력의 히트작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아티스트 과의존이다. 기존 팬을 웹툰·게임 등 인접 영역으로 유입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해당 포맷 고유의 IP와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웹툰 독자·게이머 등 새로운 수용자를 설득해 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댄스 챌린지·팝업스토어·생일 카페는 각자의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공통점을 지닌다. 세 포맷 모두 케이팝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케이팝을 매개로 한 특정한 경험을 제공하며 그 경험의 성격이 포맷 자체와 밀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중적 화제성을 통해 인기를 견인하고,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팬덤에게 결속감과 친밀감을 강화하는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고, 현장에서의 실물 소비를 촉진하는 등 본질 영역으로 향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공통된다.
이 중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팝업스토어와 생일 카페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변화하는 수요를 산업이 충분히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1만 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특히 체육 경기장 이외의 전문 음악 공연장 부족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이다. 해외에서는 한 도시에서 2~3회 공연이 가능한 케이팝 아티스트가 정작 한국에서는 공연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케이팝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해외 팬들은 서울을 방문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며,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기획사 건물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으로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다. 홍대 등지에 생겨난 케이팝 전문 음반 판매점이 그나마 발길을 끌고 있으며, 생일 카페의 부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컨대 팝업스토어와 생일 카페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실질적 수요에 산업이 대응하지 못한 공백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IVE(아이브) 멤버 가을의 생일 카페 내·외부 전경
(출처: 네이버 블로그(@changiisoop))
파생 영역의 성장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팬들은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케이팝 콘텐츠와 아티스트를 경험하고자 한다. 이를 케이팝산업이 미리 내다보지 못한 것은 아니며, 대응하지 못한 것만도 아니다. 댄스 챌린지는 SNS 환경과 맞물려 진화하는 세대 수요를 포착하고 정형화된 포맷을 수립해 대응해낸 사례이며,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스타 메시징 서비스나 팝업스토어 역시 오프라인 경험 수요의 증가를 영민하게 포착한 결과물이다. 다만 산업과 인프라의 한계가 축적된 소비 수요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케이팝이 수요의 확대를 꾸준히 증명해 내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파생 영역의 역동을 실질적인 문화경제적 파급력으로 연결하려면 IP 확장 논의의 허와 실을 재검토해야 한다.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과 인프라를 모색하는 것이 지금 케이팝산업에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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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5월 22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