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호] FOCUS 2 | [지역 한류 심층분석: 멕시코] 케이팝마니아, 멕시코를 통해 라틴의 세계로
웹진<한류NOW>
작성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시일 20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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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고에서 사용된 한류 관련 모든 통계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의 멕시코 편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멕시코에서 케이팝은 이제수출되는 음악’이 아니라함께 다시 만들어지는 음악’이다. 하이브 라틴아메리카가 멕시코시티에서 데뷔시킨 다국적 그룹 산토스 브라보 스(SANTOS BRAVOS), 비냐마르 페스티벌(Viña del Mar Festival)과 브라질 카니발(Carnival)이라  라틴 메인스트림 무대에 처음 진입한 엔믹스(NMIXX), 그리고 안무·언어·패션·뷰티를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재가공하는 멕시코 팬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케이팝의 재구성이 산업·아티스트·수용자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멕시코 현지의 신조어 ‘케이팝마니아(Kpopmania)’는 음악·패션·뷰티·언어가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 내는 문화 생태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다만이면에는 가톨릭 전통과 젠더 감수성이 살아 있는 라틴 사회와의 협상이라는 긴장도 함께 놓여 있다. 케이팝의 다음 무대는 이미 멕시코시티의 공연장과 라틴 팬들의 플랫폼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1. 멕시코 시장의 중요성 

최근 한류 지형에서 멕시코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대중음악 시장과 북미의 라틴계 청년문화가 교차하는 위치에 있다. 스페인어 문화권의 관문이면서, 미국 내 라티노(Latino) 청년문화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케이팝이 확산된다는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소비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케이팝이 라틴 음악의 리듬, 스페인어권 팬덤의 소통 방식, 현지 플랫폼 문화 등과 결합하며 새로운 순환 경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분석편(요약편)」에 따르면 멕시코의 한국 문화콘텐츠 추천 의향은 79.8%로 30개 국가·지역 중 3위, 평균 한류 경험률은 63.8%로 8위에 올랐다(KOFICE, 2026, pp. 62, 66). 특히 음악은 인지도와 호감도가 모두 높은 영역으로 분류되어, 케이팝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용 기반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음악은 인기도 54.0%, 경험률 71.9%로 음식·드라마와 함께 한류의 핵심 분야임이 재확인되었으며,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이미지로도 ‘K-pop’이 다년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KOFICE, 2026, pp. 57, 66, 92-93). 멕시코의 ‘Kpopmania’는 이러한 거시적 흐름이 현지 팬덤과 플랫폼 문화 속에서 구체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2. 팬덤의 열기에서 산업의 실험으로  

멕시코 한류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팬덤의 규모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케이팝의 제작 방식 자체가 라틴 음악산업과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 라틴아메리카가 선보인 산토스 브라보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멕시코·페루·브라질·푸에르토리코 출신 멤버로 구성된 이 5인조 라틴 보이그룹은 2025년 10월 21일 멕시코시티 아우디토리오 나시오날(Auditorio Nacional)에서 데뷔 무대를 열었다. 같은 날 발표된 데뷔곡 <0%>는 라틴 팝 박자 위에 케이팝 특유의 보컬과 정밀한 안무를 접목하여, 두 음악 스타일의 융합을 그룹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하이브 라틴 보이그룹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출처: 하이브라틴아메리카)

 

이 사례의 핵심은 ‘한국 그룹의 해외 진출’이 아니라 ‘케이팝 방법론의 현지 적용’에 있다. 케이팝은 이제 특정 언어나 국적에만 묶인 장르가 아니다. 기획, 선발, 트레이닝, 팬 소통, 무대 설계, 플랫폼 유통을 포괄하는 하나의 제작 시스템으로 이해되고 있다. 산토스 브라보스의 등장은 이 시스템이 라틴 음악산업의 인력과 감각을 만나 어떻게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케이팝의 확장이 한국적 정체성의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의 협상을 통해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3. 라틴 메인스트림 무대로 들어간 케이팝

또 다른 변화는 기존 케이팝 그룹들이 라틴아메리카의 대형 대중음악 플랫폼에 직접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믹스는 2026년 칠레 비냐 델 마르 국제가요제(Festival de Viña del Mar) 무대에 케이팝 아티스트로는 처음 초청되었고,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에서는 브라질 아티스트 파블로 비타르(Pabllo Vittar)와 협업 무대를 통해 신곡을 최초 공개했다. 비냐 델 마르와 카니발은 라틴 음악과 대중문화에 있어 상징성이 큰 무대다. 이곳에 케이팝 그룹이 등장했다는 것은, 케이팝이 팬덤 안에만 머물지 않고 라틴 대중음악의 주류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신호다. 

 


케이팝 가수 최초로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에서 공연한 엔믹스(NMIXX)
(출처: JYP 엔터테인먼트)


 

이러한 흐름은 음악 소비 구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음악 데이터 집계 매체 루미네이트(Luminate)의 「2025 Year-End Music Report」에 따르면, 글로벌 스트리밍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멕시코와 브라질은 유료 스트리밍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이제 ‘잠재 시장’이나 ‘팬덤의 주변부’가 아니라, 실제 소비량과 확산력을 갖춘 플랫폼 음악산업의 전략적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기존 아시아 중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라틴 권역은 케이팝이 아시아 바깥의 대중음악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권역이 케이팝산업에서 핵심 전략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4. 긍정적 확산: 한국 이미지와 K-라이프스타일의 연결 

멕시코에서의 케이팝 확산은 음악 소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 한국어 학습, 패션과 뷰티, 음식과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라틴 권역의 학술 연구는 이러한 연결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스페인어권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Granados-Perea, López-Bonilla & López-Bonilla(2026)의 실증 연구는, 한류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한국의 국가 이미지(country image)뿐 아니라 여행지로서의 장소 이미지(destination image)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페루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Urribarri 외(2025)의 구조방정식 분석 역시, 케이팝 팬 문화와 문화적 수용도가 K-뷰티·K-패션·K-푸드 등 K-제품 소비 선호와 구매 의도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표본은 각각 다르지만, 두 연구는 라틴 한류 수용이 단순한 음악 소비를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호의·탐색·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멕시코의 높은 추천 의향(79.8%) 역시 이러한 권역적 흐름 속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확산이 라틴 권역의 다른 국가들보다 멕시코에서 유달리 깊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인구 규모나 시장 크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적어도 세 층위의 요인이 중첩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첫째,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가장 일찍, 가장 자생적인 경로로 자리잡은 시장이었다. 둘째, 텔레노벨라(Telenovela)라는 멕시코 토착 멜로드라마 전통이 K-드라마 및 케이팝의 정서 구조와 깊이 공명한다. 그래서 멕시코 청년 수용자에게 한국 콘텐츠는 낯선 외래 문화가 아니라 이미 익숙한 정서적 문법의 새로운 변주로 받아들여진다. 셋째, 결정적으로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안에서 미국 대중문화와의 관계가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라다. 근접하면서도 종속되고, 협상하면서도 저항하는 역학이 동시에 작동하는 곳이다. 3,000km가 넘는 미국과의 국경, 미국 내 거대한 멕시코계 라티노 디아스포라, NAFTA 이래 가속화된 경제적 통합은 멕시코를 미국 문화의 가장 가까운 이웃 이자 가장 첨예한 협상자로 만들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케이팝은 영미 팝 헤게모니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미국적 모더니티와 병렬되는 또 하나의 비서구 모더니티를 상상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여기에 더해 정제된 미감, 화려한 퍼포먼스, 자기수용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음주·약물·성적 표현이 두드러진 일부 영미 팝과 차별화되며, 멕시코 사회의 가족주의 및 가톨릭 감수성과도 친화적이다. 

이러한 세 층위 위에서 멕시코 현지에서 통용되는 ‘Kpopmania’라는 신조어를 다시 읽을 수 있다. 이 표현은 단순한 과열이나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적 관심이 생활양식으로 번져 가는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팬들은 안무를 따라 하고, 한국어 표현을 익히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패션과 뷰티 제품을 검색한다. 정치·외교적 가시성도 눈에 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멕시코 대통령이 한국 측에 방탄소년단(BTS)의 추가 투어 일정을 직접 요청한 일은, 케이팝이 청년 하위문화를 넘어 양국 외교 의제에서도 가시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숏폼 플랫폼은 이러한 확산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한류는 더 이상 완성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팬들은 문화를 직접 번역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면서 콘텐츠의 의미를 현지에서 새롭게 만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K-드라마 소비자 행동에 관한 네트노그래피(netnography) 연구가 보여주듯, 이러한 능동적 향유는 K-드라마와 케이팝을 ‘한국 문화 브랜딩’의 핵심 매개로 자리잡게 한다. 

5. 확산의 이면: 선택적 수용과 문화적 긴장 

그러나 확산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 이면의 긴장도 함께 커진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에서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동의율은 37.5%로 제시되었고, 주요 요인으로는 지나친 상업성, 외부 정치·사회적 요인, 스타의 언행 문제 등이 꼽혔다(KOFICE, 2026, pp. 99-100). 멕시코의 경우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더라도, 일부 시각적 표상이나 성적 정체성, 신체 표현을 둘러싼 불편감은 존재할 수 있다. 여기에는 멕시코 사회 내부의 가톨릭 전통, 젠더 규범, 페미니즘 운동, 청년문화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멕시코의 능동적 향유는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선별과 비판적 수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Min, Jin & Han(2019)이 ‘문화적 친밀성(cultural intimacy)’과 ‘친화 공간(affinity space)’의 렌즈로 분석했듯, 라틴아메리카 한류 팬들은 한국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감수성, 언어, 젠더 인식, 지역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케이팝을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어떤 요소는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어떤 요소와는 거리를 둔다. 이 과정에서 팬덤은 문화적 친밀성을 느끼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업화와 문화적 전유, 현지 맥락의 오해를 비판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삽입된 한국 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멕시코의 유명 클럽(레푸블리카 마사릭(República Masaryk), 포니케 팔마스(Phonique Palmas) 등)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지 음악 장르와 리믹스되어 소비된 사례는, 한국 콘텐츠가 라틴의 음악적 감각 안에서 새롭게 번역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수출이 아니라 상호 재구성으로 

멕시코 사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케이팝의 다음 단계가 ‘더 많이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지 팬덤과 산업, 언어와 감각을 동등한 협력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전략이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어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며,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권역 전체를 고려한다면 포르투갈어권 전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현지 프로듀서·안무가·아티스트와의 협업, 라틴 팬덤의 문화적 감수성을 존중하는 콘텐츠 기획, 과도한 상업화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장기적 관계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멕시코는 케이팝을 ‘받아들이는 시장’이 아니라 케이팝을 ‘함께 만드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산토스 브라보스가 보여주는 제작 시스템의 변형, 엔믹스가 보여주는 라틴 주류 무대와의 만남, 그리고 멕시코 팬덤이 만들어내는 온라인 재가공 문화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케이팝의 글로벌화는 한국적인 것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이 다른 문화권의 리듬과 언어를 만나 새롭게 번역되는 과정이다. ‘Kpopmania’라는 표현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멕시코에서 케이팝이 단순히 인기 있다는 뜻을 넘어, ‘K’가 라틴의 리듬과 언어, 팬덤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다음 무대는 이미 멕시코시티의 공연장과 라틴 팬들의 플랫폼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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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제14차) 분석편(미주). pp. 113~16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6).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제15차) 분석편(요약편). pp. 57, 62, 66, 92~93, 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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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5월 22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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