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호] ZOOM 1 | 〈왕과 사는 남자〉, 극장가의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 사이
웹진<한류NOW>
작성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시일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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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91만 관객을 동원하고, 1,632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례적인 대흥행이다. 또한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진 국내 극장산업의 성공 공식을 여러 측면에서 깨버렸다. 텐트폴 영화의 상영 시기, 개봉 초기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배급 전략 등을 어기면서 수요자 중심의 흥행 경향을 보였다. 이는 바이럴 마케팅이 이끄는 흥행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화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어서 〈살목지〉·〈군체〉 등 중저예산~중예산 규모의 한국영화가 선방하면서 한국의 영화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메가박스중앙의 회생절차 개시와 이로 인한 한국 멀티플렉스산업의 불공정성이 다시금 문제시됐다.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준 극장가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다시금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호에서는〈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전후로 나타난 극장가의 주요 산업적 화두를 다뤄보았다.
 


1. <왕과 사는 남자>라는 아웃라이어의 출현과 그 의미

7월 12일 기준 관객 수 16,910,988명, 매출액 163,181,247,840원(약 1,632억 원). 2026년 2월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규격 외의 대흥행을 기록했다. 10년 넘게 관객 수 1위를 지키던 〈명량〉(2014)을 턱 밑까지 쫓았고, 매출액 기준으로 따진다면 〈명량〉의 1,396억 원을 한참 웃돌았다. 한국영화사의 ‘아웃라이어(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예외적 사례)’가 된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책임진 2~3월 이후에도 6월까지의 극장가는 호조였다. 〈왕과 사는 남자〉의 낙수효과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인지, 한국영화와 외화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영화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었다. 〈왕과 사는 남자〉와 그 배턴을 이어받은 몇몇 작품은 이 시대가 원하는 극장 흥행의 조건을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6월 15일 메가박스중앙을 포함한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보도되면서 ‘극장의 위기’라는 화두가 이전보다도 더 강하게 영화산업 안팎을 맴돌고 있다. 여기서 극장의 회복과 위기를 부른 원인이란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 한 편, 메가박스라는 멀티플렉스 체인 한 곳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의 큰 성공과 큰 실패가 동시에 지시한 것은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한계였다.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과 그 배경, 이 성공조차 해결하지 못한 극장산업의 고질적 문제들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1-1. <왕과 사는 남자>에 이은 극장가의 활력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은 극장가 전반의 증진을 이끌었다. 2026년 1분기의 극장 전체 매출액은 3,1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기(2017~2019년 평균) 매출액의 73.2%까지 수치를 회복했다(표 1 참고). 2019년을 기준으로 하여 절반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던 극장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이다. 중장년층을 모두 사로잡으며 국민 영화로 우뚝 선 〈왕과 사는 남자〉의 등장은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동결됐던 한국의 극장산업에 희망을 불어넣는 듯했다.
 
 



실제로 〈왕과 사는 남자〉 이후에도 극장가에는 활력이 이어졌다. 〈왕과 사는 남자〉의 아성이 끝날 무렵, 공포영화 〈살목지〉와 외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4월을 책임졌다. 4월 한국 전체 극장의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1.2% 증가하며 선전했다. 특히 순제작비 30억 원 내외로 중저예산 상업영화에 속하는 〈살목지〉의 300만 관객 돌파는 꽤 유의미했다. 최근 시장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중저예산 영화의 선전’을 꾸준히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대규모 텐트폴 상업영화의 대체적 부진은 영화산업의 투자금·수익률 저하와 극장계의 적자를 초래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영화산업의 특성상 큰 영화의 실패가 더욱더 큰 손해를 이끌었고, 이에 시장은 중저예산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최근 2~3년 사이 〈살목지〉를 비롯해 〈파일럿〉·〈야당〉·〈좀비딸〉·〈만약에 우리〉 등 중저예산 규모의 작품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5월과 6월의 성적도 쾌조였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5월 21일 개봉해 관객 수 590만 명, 매출액 621억 원(7월 12일 기준)을 거뒀다. 이로써 설 연휴에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 이후 〈살목지〉·〈군체〉가 나란히 2026년 흥행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영화와 극장산업에 대한 희망이 시장에 맴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역시 중저예산 영화 제작지원과 모태펀드 조성에 힘쓰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 애썼다.

 

1-2. 쇼박스가 책임진 1분기, 그 면에는?
 

상술한 2026년 흥행 순위 1~3위의 〈왕과 사는 남자〉·〈살목지〉·〈군체〉는 모두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작품이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Next Entertainment World, 이하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통상 5대 투자배급사로 불리며, 21세기 이후 한국의 영화산업을 지탱해 온 축 중 하나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텐트폴 영화(CJ ENM의 〈외계+인〉 시리즈와 〈더 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의 흥행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영화 부문 투자배급을 줄였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서울의 봄〉·〈범죄도시〉 시리즈 등의 흥행 이후에 대작 〈호프〉를 준비하며 잠시 활동량을 줄였다.

이 틈을 타 쇼박스가 선전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대작 상업영화가 거의 없던 설 연휴에 〈왕과 사는 남자〉가 기회를 낚아챈 셈이다. NEW의 〈휴민트〉가 비슷하게 대목을 노렸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가엔 이미 승자독식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흥행 측면의 결과로는 〈왕과 사는 남자〉가 승리했다.

이 승자독식 현상을 대표적으로 드러냈던 사례는 2023년의 여름과 추석 극장가였다. 전통적으로 극장가 성수기로 불렸던 두 시기의 대작들이 전반적 침체에 더불어 흥행의 양극화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여름 빅4’로 불렸던 〈밀수〉·〈더 문〉·〈비공식 작전〉·〈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합산 관객 수는 그해 6월에 개봉했던 〈범죄도시 3〉의 1,068만 관객 수를 넘지 못했다. 영화산업의 한국형 수직계열화가 고착된 2000년대 초중반 이후, 대형 투자배급사의 성수기 텐트폴 전략이 이 정도 규모로 실패한 것은 처음이었다. 텐트폴 영화*의 보장된 성공 공식이 무너지면서 영화의 배급·상영 시기엔 수없는 변수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투자배급사들은 이제 극장가의 성수기를 노리기보다, 적은 수의 작품이 최대한 경쟁하지 않는 시점에 맞춰 유동적인 상영 시기를 노리고 있다.
*대작·시리즈물 등 여름·겨울 성수기를 겨냥해 대규모로 제작·배급하는 영화

영화 관계자 대개의 평가처럼 원래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 대목에 끼어든 정도의 작품이었다. 쇼박스가 비교적 더 큰 규모의 기대작이었던 〈군체〉의 상영 시점 이전에 〈왕과 사는 남자〉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주류였다.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감상하기 좋다는 설 대목의 특성에 알맞기도 했지만, 〈살목지〉·〈군체〉와 붙어 있던 배급 시기를 고려할 땐 쇼박스조차 예견하지 못한 장기 흥행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의 대흥행이 수치상 좋은 소식이며 큰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시장 논리의 불확실성이라는 한계도 드러낸 셈이다.

1-3. 흥행 양극화를 이끄는 바이럴 마케팅의 시대
 

〈왕과 사는 남자〉의 대흥행은 바이럴 마케팅에 근간을 뒀다. 예전에는 ‘입소문’이라는 말로 불렸던 관객들의 자체적인 홍보가 SNS 기반 홍보·마케팅의 시대에 접어들며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것이다. 현재 극장가에서 바이럴 마케팅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로 큰지는 통계로 알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영화콘텐츠 소비 트렌드 연구』는 극장 소비자의 영화 관람 유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입소문 관람’의 선택 비율은 60.2%로 ‘개봉 후 초기 관람’의 비율인 16.7%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영화 관람 유형 중 ‘흥행 영화 관람’이 48.7%였던 반면에, ‘최신 영화 관람’비율은 24.9%에 불과했다.

영화 선택 고려 요인에서도 입소문의 중요성이 증명됐다. 극장 소비자의 영화 선택 고려 요인 중 ‘다른 관객 평점, 리뷰, 입소문’ 항목은 65%의 비율을 보였다. 동일한 카테고리로 묶인 ‘마케팅 요인’ 중에서 ‘예매 순위 및 흥행(53%))’, ‘예고편, 포스터 등의 광고, 홍보(45.2%)’를 웃도는 수치다. 마케팅 요인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였고, 전체 중에선 소재(내용, 81%), 장르(79.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그림 1 참고). 즉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퍼진 영화, 또는 유행에 올랐다고 느껴지는 영화에 관객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와 장르적 완성도가 최소한으로만 보장된다면, 그 이후는 입소문과 그 입소문의 수요를 책임질 수 있는 좌석점유율의 몫이다.

 


 

〈왕과 사는 남자〉의 좌석점유율도 이러한 논리의 근거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 대목을 노렸음에도 속된 말로, 간을 봤다. 개봉 당일 2월 4일엔 51.1%, 설 연휴의 중간이었던 2월 17일엔 48% 정도로 50% 내외의 좌석점유율로 통상적인 대작 영화의 파이를 차지했다. 경쟁작이었던 〈휴민트〉의 2월 11일 44.1%, 2월 12일 43.2%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개봉 2주 후 주말부터는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2월 21일과 22일에 〈왕과 사는 남자〉는 55.7%, 55.8%를, 〈휴민트〉는 21%, 20.5%를 기록하며 두 배 이상의 점유율 차이를 보였다. 영화계 관계자 A씨의 말처럼 “바이럴 마케팅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예전보다 흥행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중이다. 개봉 첫 주~개봉 둘째 주 주말의 흥행 추이와 입소문 체감 이후, 특정 작품에 대한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몰아주기도 더욱더 심해지게 된 것”이다.

이어서 〈왕과 사는 남자〉는 바이럴 마케팅의 순풍을 타고 개봉 한 달 뒤인 3월 16일에 자체 최고 좌석점유율 64.8%를 기록하면서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2024년 4월 〈범죄도시 4〉가 개봉 첫 주 주말에 85.9%의 좌석점유율을 보였던 것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개봉 직후가 아니라 한 달이 지나 자체 최고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흥행 공식의 벡터가 변한 것이다.

 

1-4. 입소문이 시작하는 곳
 

영화 흥행의 조건으로 무대인사, 특별 상영회 등 여러 형태의 오프라인 홍보·마케팅 방식이 다양해지고 중요해진 상황이다. 바이럴 마케팅의 내부를 채울 수 있는 영화 외의 부가 콘텐츠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점은 여러 이벤트의 성과를 온라인에 있는 잠재 고객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충성 고객들과 공유할지의 문제다. 이러한 면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바이럴 마케팅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적절히 발현했다. 온라인에서는 극장가의 유행을 주도하는 20~30대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일전에 없었던 홍보 방식들을 택했다.

예를 들어 쇼박스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주도한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실록’은 최근 20~30대가 업무용으로 자주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노션’을 통해 진행됐다(그림 2 참고). 감독과 배우들의 자잘한 일상, 스태프들의 제작 비하인드를 꾸준히 업로드했다. X(구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호흡이 긴 글을 게재하며 더 많은 정보를 관객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 ‘촬영실록’의 실무를 맡았던 권혜림 쇼박스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촬영실록을 즐겨 본 관객은 1,500만 명(인터뷰 당시 〈왕과 사는 남자〉의 관객 수)의 극히 일부겠지만, 그분들께서 각자 수백 배의 관객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라는 체감을 밝히기도 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홍보·마케팅 핵심은 ‘친근함’이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장항준 감독을 필두로 출연 배우와 제작진의 사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촬영실록’과 같은 창구를 통해 퍼졌고, 이러한 창구는 N차 관람을 주도하는 팬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이제 극장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익명의 공간이라기보다, 특정 집단이 중심이 되어 즐기는 집결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관객들을 따라가야 한다. 그들의 반응을 설령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권혜림 과장의 말은 지금의 흥행 공식을 가장 명확히 설명한다. 각 작품의 성질에 따른 홍보·마케팅 방식의 차이는 있더라도, 최종 지향점은 관객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일이다. 예전과 같은 자본의 물량 공세만으로는 흥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아웃라이어의 출현은 영화계가 예측하지 못했고, 그것의 원인을 여전히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이상 현상에 가깝다.

 

2. <왕과 사는 남자>도 못 살린 극장가의 토대

그 원인이 불확실하더라도, 〈왕과 사는 남자〉와 상반기 극장가의 성적이 예년에 비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50% 아래로 떨어졌던 극장가의 규모는 70% 중반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일이 터졌다. 6월 15일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30일에 개시가 결정됐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산업을 지탱하던 3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중 하나가 무너진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 B씨는 “올해 1분기가 예년에 비해서 20% 정도 높은 결과를 보여 시장에 물꼬가 터지나 싶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메가박스와 자사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극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딱 20% 정도다. 메가박스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위기에 처한다면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준 성과와 그 가능성도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여기엔 메가박스라는 단일 브랜드의 문제만이 연관돼 있지 않다. 메가박스중앙의 지주사인 중앙홀딩스, 즉 방송사 《JTBC》를 포함한 중앙그룹 전반의 재무적 문제가 작용했다. 대신 살펴볼 것은 메가박스의 지속적 경영 악화와 법정관리에 엮여 드러난 산업 구조의 결점들이다.
 

2-1. 해결되지 않는 정산 구조의 허점
 

최근 메가박스 위탁상영관의 극장주들은 ‘메가박스 위탁상영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메가박스중앙의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위탁상영관이 본사로부터 받지 못한 예매 대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직영점과 달리 위탁상영관과 지역 상영관들은 안정적인 대금 지급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메가박스 위탁상영관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에 따르면 “지난 몇 달에 걸쳐 6월 30일까지 메가박스의 전체 위탁상영관이 정산받지 못한 금액은 80억 원 내외”다.

문제는 미지급 대금의 규모만이 아니다. 핵심은 이러한 미지급 대금의 정확한 액수와 수익의 경로를 위탁상영관의 운영 주체들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매 대금 결제액의 90% 내외를 차지하는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등의 ‘페이 결제’ 수익은 본사를 거쳐 정산된다. 그 액수나 정확한 내역서는 표를 판 위탁상영관도 알 수가 없다”라는 것이 김태형 비대위원의 설명이다. 이에 메가박스 위탁상영관들은 미지급 예매 대금 수령과 채권 보존을 위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련 정부 기관도 메가박스중앙의 예매 대금 지급을 조율하려는 중이다.
이러한 정산 문제에 대해 영화계 일각은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해 왔다. 제작사·배급사가 극장으로부터 받아야 할 정산액(‘부금’이라고 통칭)의 규모와 경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 시장 불공정성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시장 불공정성이 외부 투자 유치와 제작비 리스크 감소 등의 사업성을 해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각 대기업을 모체로 둔 멀티플렉스 3사는 페이 결제액의 정확한 액수, 이동통신사 할인 구조, 실제 할인액 등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각 멀티플렉스의 계약 사항이 공개된다면, 오히려 극장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객단가**가 감소하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국회가 나서 해당 사안을 조율하고 해결하려고도 했으나 여전히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 1인당 평균 매입액으로,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실제로 지불하는 푯값의 평균 가격을 뜻함

 

2-2. 극장가 수요자와 공급자의 불투명성
 

결국 현재 한국 극장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이는 우선, 상술한 멀티플렉스 본사, 위탁상영관, 배급사, 제작사 등 산업 종사자 사이의 ‘사업적 불투명성’이다. 그리고 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영화라는 상품이 어느 시점에, 어느 조건으로 흥행할지 공급자들이 제대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수요(흥행)의 불투명성’을 뜻하기도 한다. 요컨대 한국 영화산업에 드리운 수요·공급 차원의 불투명성이 올해 상반기에 들어 더욱더 강하게 증명된 셈이다.

어느 곳이든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시장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본인들의 수익 보전을 제대로 계산할 수 없는 시장에, 투자자들은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다. 〈왕과 사는 남자〉의 대흥행이 모순적으로 드러낸 수요자의 불확실한 쏠림 현상, 메가박스중앙 사태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한 정산 관습이 다시금 문제시된 현재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각각의 불투명성과 불균형성에 대한 해결책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극장산업은 내리막의 운명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 참고문헌
영화진흥위원회 (2026).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 영화진흥위원회 KOFIC 연구 2025-13.
영화진흥위원회 (2026). 2026년 1분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영화진흥위원회 (2026). 2026년 4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영화진흥위원회 (2026).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KOFIC 연구 2026-01.
이우빈 (2026. 06. 19.). [포커스] 극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 절차가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 《씨네21》. URL: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10172
이우빈 (2026. 07. 03.). [포커스] 멀티플렉스 산업의 고질병 - 메가박스중앙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위탁상영관의 위기. 《씨네21》. URL: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10267
이우빈 (2026. 04. 06.). <왕과 사는 남자> ‘촬영실록’을 만든 유연한 태도. 《한국영화》. URL: https://magazine.kofic.or.kr/webzine/web2/2791/pds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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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김정현 문화교류연구센터 연구원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7월 22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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