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오랫동안 한류의 불모지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이후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며 신흥 한류 시장으로 부상했다. 인도 한류의 형성과 확산은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수요 측면에서는 소비자 취향 다변화, 공급 측면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전환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 문화콘텐츠 공급은 넷플릭스 등 일부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고, 극장 개봉과 공연 같은 오프라인 공급은 부족하다. 인도 한류의 다음 과제는 이미 형성된 높은 관심을 실제 소비와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급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인도는 오랫동안 한류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한국 문화콘텐츠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인기를 얻는 동안에도 인도는 예외적인 시장으로 남아 있었다. 인도 중심부에서 좁은 실리구리(Siliguri) 회랑을 지나야 닿는, 지리·역사·문화적으로 변방에 위치한 동북부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한국 문화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는 외곽에서 벌어진 예외적인 현상으로 여겨졌을 뿐이다. 2020년에도 인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는 인기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그 주된 원인으로 인종·종교·문화의 다양성과 낮은 문화 개방성이 지적됐다(김정곤 외 2020).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봉쇄와 이동 제한을 겪으며 인도인은 콘텐츠 소비를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겼고, 그 과정에서 한국 문화콘텐츠는 동북부를 넘어 더 넓은 지역으로 퍼졌다. 〈오징어 게임〉은 인도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자리 잡았고,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인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에서 모였던 열풍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며 오프라인으로 발산됐다. 청년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케이팝 행사에 수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모이기도 했다.

인도 한류 인기
(출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최근 인도는 한류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숫자로도 잘 나타난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인도는 한류 호감도 조사 대상 30개국 중 2위(83.8%)를 기록하며 ‘한류 대중화 단계’로 한 단계 상승했다. 대중적 인기도, 추천의향, 관심도 등 다양한 항목에서도 인도는 전 세계 3위 이내의 결과를 보였다. 특히 한국 드라마·영화 분야의 지출 의향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인도가 단순한 관심 시장에서 실질적인 소비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시장으로서 인도의 매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요약하면, 인도는 성장과 규모라는 두 가지 매력을 지닌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시장이다.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인도 한류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높은 호감도와 거대한 인구 규모는 분명 기회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안정적인 소비 시장 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도 한류가 어떻게 시작되어 확산했는지, 그 열풍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높은 호감도 뒤에 어떤 위험 요인이 놓여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도 한류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전에도 인도 안에는 한류가 자랄 작은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그 가능성은 인도 대중문화 시장의 중심부가 아니라 변방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중심부로의 한류 확산 과정 역시 “인도인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좋아하게 됐다”라는 취향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류 확산에는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의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
2-1. 변방에서 시작한 인도 한류
인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가 가장 먼저 뚜렷하게 소비된 곳은 동북부였다. 마니푸르(Manipur), 미조람(Mizoram), 나갈랜드(Nagaland) 등의 주가 위치한 동북부는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중심부와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경제·사회적으로 인도에서 낮은 계층이다. 인도 동북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는 단순한 외국 콘텐츠 수용이 아니라, 인프라 부족, 지역과 국가 사이의 정치적 긴장, 해적판 유통망, 정체성의 재협상 등이 얽힌 현상이다(Kuotsu, 2013).

인도 동북부
(출처: 저자가 GPT로 생성)
동북부 한류의 확산에는 수요 측 요인이 있었다. 특히 마니푸르, 미조람, 나갈랜드의 청년들은 힌디어·힌두 문화 코드가 강한 인도 주류 대중문화와 거리감을 느꼈다. 마니푸르의 경우 2000년 분리주의 단체가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중앙과 대립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이 더욱 강화됐다(Reimeingam, 2014). 인종적으로도 중앙보다 한국에 가까운 이들 지역의 청년들에게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외모, 스타일, 정서, 가족 서사, 로맨스의 표현 방식에서 친숙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졌다. Kaisii(2017)는 동북부 사람들이 인도 본토 대중문화와는 문화적 거리를 느끼는 반면, 한국 문화콘텐츠에는 더 쉽게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인도 동북부 한류는 공급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인도 중심부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웠다. 반면 동북부는 미얀마, 태국 등 인접한 동남아 국가로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해적판 VCD, DVD가 유입되며 해적판 콘텐츠가 유통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Kuotsu, 2013). 미조람에서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현지 언어로 더빙되어 지역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됐고, 《아리랑TV》, 《KBS World》 등을 통해 한국 문화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마니푸르 한국 DVD
(출처: Al Jazeera)
인도 동북부 한류는 인도 한류의 예외적 출발점이었고, 그 시작은 수요와 공급 양측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구체적인 양상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결합은 이후 인도 중앙에서 벌어진 한류의 폭발적 확산의 원인이기도 하다.
2-2. 공급의 변화: 디지털 전환과 OTT가 연 한류
2000년대 동북부에서 비공식 유통망과 지역 케이블TV가 한국 문화콘텐츠의 공급 경로였다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인도 전역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은 OTT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였다. 인도는 물리적 인프라에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는 빠르게 확산해 왔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했고, 2016년 이후 모바일 데이터 가격도 대폭 하락했다. 2023년 인도 스마트폰 보급 대수는 5억 7,400만 대 수준에 이르렀고, 1GB 모바일 데이터 가격 역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FICCI-EY 2024).
디지털 인프라가 확산한 기반 위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이동 제한은 디지털 미디어 소비를 가속했다. 특히 이 기간에 OTT와 소셜미디어는 인도 미디어 소비의 중요한 채널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핫스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문화콘텐츠가 인도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가장 중요한 경로가 됐다. 그 결과 인도 디지털 미디어 산업은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됐다(FICCI-EY 2026). 디지털 인프라와 디지털 미디어라는 공급 경로를 통해 세계 여러 곳에서 인기를 끌던 한국 문화콘텐츠가 인도 소비자들에게 공급된 것이다.

2-3. 수요의 변화: 발리우드 인기 하락과 취향의 다변화
수요 측면에서는 발리우드 콘텐츠 인기 하락과 인도 소비자의 취향 다변화가 한류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발리우드가 인도 영화 또는 인도 영화 산업 전체로 인식되지만 실은 뭄바이에서 만들어진 힌디어 영화를 의미한다. 최근 인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변화는 발리우드 영화의 인기가 내려가고 다른 지역, 특히 남인도 영화의 인기가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특히 발리우드 영화가 창의성을 잃고 식상해진 반면 남인도 영화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인도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Omax Media). 특히 미디어 소비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서 남인도 콘텐츠가 쉽게 북인도 소비자에게도 도달되고, 이는 소비자 기호의 다양성 추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변화는 인도 문화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해외 문화콘텐츠 수용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 문화콘텐츠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발리우드 인기 하락이 초래한 소비자 취향 다변화와 문화 수용성 증가로 인해서 인도와 콘텐츠와 다른 한국 콘텐츠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는 영상 미디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도에서 대중음악은 영화음악과 분리될 수 없었다. 영화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이 영화를 홍보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인도 대중음악 산업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발리우드 영화의 인기 하락은 대중음악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0년 인도 음악 시장에서 80%에 달하던 영화음악 비중은 2023년 64%까지 낮아졌다(EY 2024). 대중음악에서 영화와 무관한 음악의 비중이 커지며 인도 소비자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됐고, 이런 환경에서 케이팝은 새로운 매력을 가진 콘텐츠로 받아들여졌다.
요컨대, 인도 한류는 공급과 수요의 변화가 맞물리며 시작되고 확산했다. OTT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은 한국 문화콘텐츠가 인도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공급 경로를 넓혔고, 발리우드 중심 질서의 약화와 취향의 다변화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받아들인 공간을 만들었다.
인도에서 한류가 열풍으로 불고 있지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수요보다 공급 측면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인도 소비자의 한류 호감도와 소비 의향은 높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한류 콘텐츠와 제품이 공급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3-1. 좁은 디지털 공급 경로
인도 한류는 디지털 전환과 OTT 확산을 통해 성장했지만,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공급 경로는 여전히 좁다.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다. 인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Jio Hotstar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OTT에는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OTT보다 구독료가 높고, 시장 점유율은 비교적 낮다는 점에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 공급이 특정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단일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한류의 공급이 다양한 계층의 인도 소비자에게 열려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의 위기는 한류의 위기이기도 하며, 한류가 특정 플랫폼에 휘둘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언어의 문제도 있다. 인도는 하나의 언어 시장이 아니다. 힌디어 사용자가 가장 많지만, 타밀어, 텔루구어, 벵골어 등 지역 언어 시장도 크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지역 언어로 제공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영어와 힌디어로만 제공되는 콘텐츠도 많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의 접근성을 낮춘다. AI를 통해 다양한 지역 언어로 번역이 쉬워지며 이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장은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3-2. 부족한 오프라인 공급
오프라인 공급 부족 역시 인도 한류의 위험 요인이다. 인도에서 한국 영화에 관한 관심은 분명히 높지만, 인도 소비자가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만날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영화는 여전히 〈부산행〉과 〈기생충〉이다. 두 작품은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하지만 2016년과 2019년에 개봉한 영화가 2025년에도 가장 인기 있는 영화라는 점은 한국 영화가 인도에 충분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제는 개봉관의 부족이다. 2024년 인도에서 개봉한 〈파묘〉는 종전 〈부산행〉의 흥행 기록을 깨고, 100일 연속 극장 개봉을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파묘〉는 최초 75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인도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개봉관 숫자다.
오프라인 공급 부족은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인도에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높아졌지만, 한국의 대표적 케이팝 스타나 대형 기획사의 공연은 인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글로벌 팝 시장의 주요 아티스트는 이미 인도를 중요한 공연 시장으로 보고 있다. 콜드플레이(Coldplay)는 2025년 1월 뭄바이(Mumbai)와 아메다바드(Ahmedabad)에서 공연했고, 애드 시런(Ed Sheeran)도 2025년 초에 6개 도시를 도는 인도 투어를 진행했다. 이와 비교하면 케이팝의 오프라인 공급은 매우 제한적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관심은 많지만, 이 관심이 대형 콘서트나 팬 미팅 같은 오프라인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랑 데 코리아(Rang de Korea) 행사 현장
(출처: 주인도 한국문화원)
인도 한류는 더 이상 불가능하거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열풍이다. 그리고 그 시작과 열풍은 수요와 공급 양측의 요인이 함께 빚어낸 결과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 한류의 수요는 호감도, 인기도, 추천의향 등 지표에서 건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좁은 디지털 공급 경로와 부족한 오프라인 공급이 그 대표적인 요소다. 인도 한류의 다음 과제는 인도 소비자가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도 한류의 미래는 인도 소비자의 관심과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해, 그 마음이 실제 소비와 지속적인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급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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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6).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제15차) 전체. URL: https://www.archivec enter.net/hallyuresearch/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4415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한-인도 콘텐츠 교류 현황 및 전략.
FICCI-EY (2024). #Reinvent: India’s media & entertainment sector is innovating for the future.
FICCI-EY (2026). Stories, scale and impact: Unlocking India’s media and entertainment economy.
Kaisii, A. (2017). Globalization, Hybridization and Cultural Invasion: Korean Wave in India’s North East. Asian Communication Research, 14(1), 10-35.
Kuotsu, N. (2013). Architectures of pirate film cultures: Encounters with Korean Wave in “Northeast” India. Inter-Asia Cultural Studies, 14(4), 579-599.
Omax Media (2024). Threat from the South: Bollywood’s story problem. URL: https://www.ormaxmedia.com/insights/stories/threat-from-the-south-bollywoods-story-problem.html
Reimeingam, M. (2014). Korean wave and Korean media consumption in Manipur. Journal of North East India Studies, 4(2), 15-30.
Shivani Mankermi (2024.05.03.). Korea film ‘Exhuma’ releases in India across 75 theatres – Exclusive. 《Times of India》. URL: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web-series/news/korean/korean-film-exhuma-releases-in-india-across-75-theatres-exclusive/articleshow/109816606.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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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7월 22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