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AI 기반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활용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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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팬덤에게 ‘응원’은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다. 팬들은 플랫폼의 어뷰징(abusing) 탐지*를 피하는 스트리밍 매뉴얼을 적극 공유하고, 국가별로 팀을 꾸려 투표에 참여하며, 직접 듣지 않을 음원을 구매하기 위해 모금한다. 이 방대한 행위는 아티스트의 성공을 위해 ‘지면 안 된다’라는 집단적 열의와 패배에 대한 공포와 함께 굴러간다. 흥미로운 점은 팬들이 이러한 행위 자체를 ‘착취’라고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오히려 팬덤은 본인들이 만들어낸 성과가 ‘누구’에게로 돌아가는지를 문제 삼는다. 이번 글에서는 대시보드 데이터를 통해 팬덤의 노동이 어떻게 조직되고 표현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불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를 떠나지 못하는 팬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살펴본다.
* 어뷰징(abusing) 탐지: 매크로나 반복 재생 등 비정상적 방식으로 스트리밍·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를 플랫폼이 자동으로 감지·제재하는 시스템
* 초성퀴즈 정답 : 스트리밍
1-1. 매뉴얼에 의거한 조직적 스트리밍
팬덤의 스트리밍은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 듣는 행위로만 요약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팬덤 내에서는 어뷰징 탐지 알고리즘(abuse detection algorithm)을 회피하면서 스트리밍 카운트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늘리는 플레이리스트 구성과 행동 요령이 매뉴얼 형태로 공유된다. 팬 계정들이 컴백 시즌에 배포하는 ‘올바른 스트리밍 가이드’는 그 전형적인 예시이다.

다양한 팬덤의 스트리밍 가이드
(출처: 플레이브(PLAVE) 음원총공팀 X(@Plave_Stream), 탬스테이션 웹사이트, Lilies Home X(@LiliesHome_))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여기서 팬이 상대하는 것은 알고리즘과 집계 규정이다. ‘봇(bot)처럼 보이지 않고’라는 문구는 이 노동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중요한 점은 이 노동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 노동의 형태로 수행되며, 정말 '일'로서 취급된다는 점이다. 한 팬베이스(fanbase)는 디스코드를 통해 ‘컴백 첫 3일간 팀 운영을 도와줄 스트리밍 팀 스태프를 급구'하며 업무 강도와 인력 부족을 설명하고, 또 다른 계정은 스트리밍 계정이 부족한 경우 스트리밍 팀에 들어올 수 있다며 ‘남이 일해주길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경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매주 음악방송별로 어떤 그룹은 사전투표 점수에서, 어떤 그룹은 음반 점수에서 큰 격차로 따돌려야만 우리 아티스트가 이길 수 있다는 식의 독려 및 작업 지시서를 공유하는 경우도 잦다.
1-2. 소비가 곧 일인 팬덤
팬 노동은 시간을 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팬덤은 본인이 제공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노동력을 모금을 통해 대신 구매한다. 다가오는 컴백에서의 효과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팬덤 조직은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모을 뿐만 아니라 활동 기금 또한 조성한다.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이러한 본인의 시간과 노동 역량을 넘어서는 소비를 통한 응원, 그 극단에는 ‘앨범 기부 공동구매’와 같은 형태의 모금이 존재한다. 원래 앨범은 감상과 소장의 대상이지만, 이 같은 경우 앨범은 구매자에게 돌아오지 않고 대신 기관에 기부된다. 앨범의 실질적인 사용 가치가 완전히 소거되고 지표 중심의 목적에 충실한 이 방식은, 팬의 소비가 지표 생산 노동임을 그 자체로 보여준다.

앨범 기부 공동구매 안내문 일부
(출처: 케이타운포유(https://kr.ktown4u.com/))
소비로서의 노동이 철저히 지표에 종속되었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라’라는 요구 또한 그 논리 안에서 등장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에서는 블랙핑크 지수의 팬이 중화권 팬베이스를 향해 ‘100만장 돌파의 기록을 정규앨범 때 이루기 위해(leave the 1M for the full), 이번 싱글 발매에서는 너무 많이 사지 마라’라고 요청하는 글도 관측되었다. 지출을 아끼기보다는, 지출의 성과가 최적화될 수 있는 순간을 노리자는 전략의 언어이다.
1-3. 뿌듯함이라는 급여, 패배에 대한 공포
무보수 팬 노동과 소비는 아이돌이 쏟은 정성에 상응하는 '보답'으로 의미화되며,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성공, 더 나아가 그 성공에 기여했다는 인정을 통해 보상받는다. 아티스트 본인이 이 보상 회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팬들이 느끼는 정신적 보상은 정점에 이른다. 일례로, 엔하이픈은 최근 컴백 기념 청취 파티에 참여해 팬덤이 역대급 스트리밍 수를 만들어준 점을 직접 언급하며 사랑과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엔하이픈, X 리스닝 파티서 팬들의 스트리밍 총력에 감사 인사
(출처: 엑스(X)계정(@EN7ernally))
많은 팬은 본인의 노력이 차트 성적으로도, 아티스트에게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고양감을 소셜미디어에서 거침없이 표현했는데, 이는 그들의 노동이 관측되고 언급되는 즉시 정서적 보상으로 환전됐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보상이 언제나 경쟁의 형식을 띠며, 정서적·시간적 과로를 통해 지급된다는 점이다. 성공의 책임도 실패의 책임도 팬의 몫이 된다.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그렇기에 성공을 위한 팬 노동은 다양한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특히 이벤트를 조직하는 계정 운영진에게는 팬 활동을 그만둘 정도로 그 스트레스가 크다. 하지만 아래의 ‘열심히 일하던 계정들이 떠난다’라는 번아웃의 관찰 속에서도 그에 대한 해결책이 ‘노동을 줄이자’가 아닌 ‘그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라는 점은, 그만큼 성과를 위한 기여가 불가침의 영역임을 의미한다.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이렇게 조직된 노동을 팬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할까? 데이터에서 확인되는 것은 불만이 선별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이나 투표처럼 시간이 노동가치로 환산되며, 실제 아티스트의 성과(음악방송 우승 등)로 이어지는 활동에는 큰 불만이 공개적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콘서트 티켓 가격과 같이 큰 지출을 동반하지만 대외적 성과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활동에서는 ‘애정을 담보로 한 착취’를 지적하는 담론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가장 명시적인 사례는 한 태국 팬이 엔시티 127(NCT 127) 방콕 콘서트의 가격 구조를 분석한 스레드이다. 이 글에서 작성자는 스스로를 ‘팬’이 아니라 ‘소비자(consumer)’로 칭하며, 팬덤 문화가 과도한 금전 지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법적 규제의 필요성까지 언급한다. 태국어로 작성된 아래의 글은 2천 7백 회나 재공유(RT, retweet)되며, 이러한 해석 및 입장이 비단 개인만의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엔시티 127(NCT 127) 방콕 콘서트 좌석 배치도
출처: 엑스(X) 계정(@SMTrueThailand)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하지만 팬들이 성과를 이루기 위해 들이는 노동을 지적하는 경우는 데이터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실제로 8월 말 수집된 124,339건 중 ‘착취’를 언급하는 게시물의 수는 오직 167개(0.1%)였으며, 그마저도 대부분 소속사에 의한 아티스트 착취의 맥락으로 사용된 경우였다. 이 비대칭은 앞서 살펴본 번아웃에 대한 처방과 동일한 논리를 지닌다. 팬 노동은 그것이 음악방송이나 연말 시상식 트로피로 환산되는 한, 착취가 아닌 기여로 인식된다. 반면 티켓값처럼 그 대가가 집단의 성과보다는 개인의 경험에 머무는 활동에서는 곧바로 애정이 ‘이용당한다’라는 감각으로 뒤집힌다. 요컨대, 팬덤이 문제 삼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일하는지보다는 그것이 누구에게 무엇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이다.
결국 팬덤이 문제 삼는 것은 노동의 존재나 강도가 아니라, 그 성과의 형태와 수취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데이터에서는 소속사나 의견이 다른 팬 진영을 향한 의사표현이자 저항의 수단으로 스트리밍을 사용하는 흥미로운 사례들도 관측된다.
3-1. 엔하이픈 – 진영 갈등의 무기가 된 스트리밍
엔하이픈은 원래 7인조 보이그룹이었으나, 지난 3월 멤버 희승(현 솔로 가수 ‘에반’)이 탈퇴하면서 6인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팬덤 안에는 희승의 탈퇴를 부정하고 엔하이픈을 아직 7인조로 여기는, 이른바 ‘OT7’ 진영이 존재하며, 이들은 8월 ‘6인’ 엔하이픈이 컴백함에 따라 조직적인 소속사 보이콧과 스트리밍 중지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현 엔하이픈을 지지하는 ‘OT6’ 진영과 큰 갈등이 벌어지게 되었다.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이 격렬한 대치에서 스트리밍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음원 수익과 성적 하락을 통한 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이고, 둘째는 진짜 팬 자격의 증명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상대 진영을 향한 반격의 무기이다. 예를 들어 OT6 진영은 이번 컴백이 데뷔 이래 역대 최고 스트리밍 성적임을 과시하며, 이를 보이콧 무력화의 증거이자 OT7 진영이 애초에 기여한 바가 없었다는 근거로 사용한다. 반대로 OT7 진영은 높은 스트리밍 성적을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아닌 ‘OT6 세력이 우리를 이기려고 부린 승부욕’의 결과로 평가절하하며 맞받아친다. 이 순간 스트리밍 성적은 아티스트의 성과가 아닌, 진영 간 정당성 다툼에 사용되는 도구이다.
3-2. 뉴진스와 어도어 – 스트리밍 노동의 수취인을 둘러싼 갈등
걸그룹 뉴진스(NewJeans)와 소속사 어도어(ADOR) 사이의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도어는 지난 7월 22일 데뷔 4주년을 맞아 다니엘을 제외한 멤버 4인의 스페셜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팬덤 내부에서는 뉴진스 관련 활동을 보이콧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팬들이 자신의 소비와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과 성과로 환산되고,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스스로 추론하며 행동 전략을 세운다는 점이다.

뉴진스(NewJeans) 4주년 콘텐츠
(출처: 뉴진스(NewJeans) 공식 유튜브 채널(@NewJeans_official))

(출처: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KOFICE))
찬성 진영에서 팬 노동과 소비는 단순히 그룹의 성과를 넘어, 법정과 여론에서 인용할 수 있는 증거로 이해된다. 팬의 스트리밍과 앨범 구매를 중지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의사표현으로 치환된다. 반대 진영의 논리는 보다 단순하다. 조회수와 스트리밍 실적은 결국 멤버들에게 금전적 보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적 감소가 결국 회사가 멤버들을 더 압박하는 명분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지면, 팬 노동을 멈추는 일은 아이돌의 노동을 증대시키는 악수가 된다.
다른 한편, 팬들은 이 대립 속에서 사랑에는 충실하되 회사에는 성과를 넘기지 않을 방법들을 강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레딧에는 ‘어도어를 지지하지 않으면서 뉴진스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여기에는 ‘휴대폰의 로컬 파일을 재생해라’, ‘팬 청취 사이트를 사용해라’, ‘이젠 불법 다운로드를 할 때’와 같은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팬들은 앞선 두 사례에서 격렬하게 대립하지만, 사실 그 근원에는 ‘사랑하는 아티스트에게 무엇이 좋은지’라는 동일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존재에 대한 마음이 노동과 성과로 치환되는 케이팝산업에서 노동의 중단은 결국 팬 스스로 좋아하는 대상을 인질로 삼는 일이 되고야 만다.
팬덤은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떠나지 못한다. 그렇지만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엇이든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개하는 저항은 제한적이고 때로는 자기 파괴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절박한 지점에서 절박한 형태로 터져 나온다. 노동하는 팬들도, 노동을 거부하는 팬들도 결국 원하는 것은 자신의 헌신이 온전히 아티스트에게 닿는다는 확신이다. 산업이 그 확신을 지켜주고, 팬덤을 무한히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로 대할 때, 보다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케이팝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6).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 URL: https://kwavebigdata.kr/
Stationhead (2026). Listen Live and Stream Together. Stationhead. URL: https://www.stationhead.com/c/engene
Reddit (2026). Where can I listen to Newjeans without supporting ADOR?. Reddit. URL: https://www.reddit.com/r/NewJeans/comments/1v5ng3n/where_can_i_listen_to_newjeans_without_suppor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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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소민, 김정현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9월 23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