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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5+6월호 : K-콘텐츠의 공진화
  [한류몽타주] [Zoom 1] K-웹툰 플랫폼의 아시아 현지화 전략이 남긴 질문 [Zoom 2] 국내 OTT 사업자 글로벌화의 현주소 : K-콘텐츠와 플랫폼 [Zoom 3] 중국 OTT 플랫폼의 해외 확산과 K-콘텐츠 대응 전략 [한류포커스] [Focus 1] 인공지능 번역, 현지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Focus 2] AI가 아니라 AI로 만드는 이야기 [한류시장 트렌드] [Trend 1] 2025년 3~4월 엔터산업 주가 분석 [Trend 2] 2025년 3~4월 미디어 산업 주가 분석 [Trend 3]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   ​ K-웹툰 플랫폼의 아시아 현지화 전략이 남긴 질문   임재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K-웹툰이 단순 콘텐츠 수출을 넘어 정교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성공 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세계 최대 만화 강국 일본에서는 기존 산업과의 긴장과 상호작용 속에서 현지 창작자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시아에서는 디지털 만화 시장의 판도를 새로 짜고 현지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베트남과 같은 제작 협력 기지를 탄생시키는 등 지역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일부 플랫폼의 동남아 시장 철수, 고질적인 불법 유통 문제, 거대 플랫폼 중심의 수직계열화와 AI 큐레이션으로 인한 창작 다양성 위협 그리고 국내 웹툰 생태계 위축 가능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글에서는 다층적인 K-웹툰 현지화 전략의 현실을 일본과 동남아 시장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진정한 ‘상생’의 가치 위에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웹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시아 웹툰 시장, 다른 출발선 다른 풍경 K-웹툰은 아시아 권역에서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 문화와 창작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며 ‘K 없는 K-콘텐츠’라는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K-웹툰의 정체성, 생태계의 균형,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로 스크롤 웹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만화형식과, ‘기다리면 무료’라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모델을 앞세운 K-웹툰 플랫폼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지속되고 있으나,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다. 기존의 강력한 만화산업 구조 속에서 웹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일본에서의 현지화 방식과,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 위에 웹툰이라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방식은 현지화 전략의 다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과 수익화의 어려움, 그리고 고질적인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라는 도전 과제가 상존하며, 모든 진출 기업이 성공 신화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플랫폼 사업자가 현지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는 사례는 동남아 시장이 단순한 기회의 땅을 넘어선 치열한 격전지임을 시사한다. 이에 세계 최대 만화 강국 일본과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 시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K-웹툰 현지화 전략의 다층적인 현실과 해결 과제를 심도 있게 조망하고자 한다. 웹툰이라는 새 물결을 맞이한 만화왕국, 일본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은 수십 년간 축적된 출판만화의 아성과 성숙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자국 만화산업과 시장을 가진 일본에서 K-웹툰 플랫폼은 생소한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는 기존 일본 출판만화의 디지털 유통과 한국 인기 웹툰 공급을 병행하며, 웹툰을 ‘만화의 새로운 포맷’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기존 만화 독자들을 점진적으로 웹툰으로 전환시키며,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비즈니스센터가 조사한 만화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 웹툰은 전체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비중이 낮았고, 무료 공개 후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은 일본 업계에 낯설게 받아들여졌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일본 독자들은 자국 만화의 다양성으로 인해 외국 만화 선호도가 낮은 편이고, 페이지뷰 방식의 디지털 만화에 익숙하다보니 웹툰의 세로 스크롤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 웹툰이 일본 만화의 주류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견 작가인 히가시무라 아키코(東村アキコ)가 한국 웹툰 플랫폼에 진출해 <위장불륜(僞裝不倫)>을 한일 양국에 동시 연재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로 스크롤과 풀컬러 웹툰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초기 이질감은 점차 철저한 현지화 번역과 한국 특유의 강렬한 서사(로맨스, 현대 판타지 등)로 극복되며 수용층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주된 역할은 ‘콘텐츠 유통 채널’ 및 ‘디지털 전환 촉진자’에 가까웠다. 오리지널 웹툰 창작자 유입은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더딘 편이었으나, 만화왕국 일본의 창작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웹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변화가 감지된다. 2023년 5월 일본 MMD연구소의 '웹툰 제작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창작자 1,320명 중 46.8%가 이 기간 웹툰(세로 읽기 만화)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페이지형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든 창작자 중 58.9%가 향후 웹툰을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원고 형식의 전환을 넘어, 기존의 연출 방식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 만화가들이 웹툰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일본 내 웹툰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신인 작가들이 유명 출판사의 깐깐한 심사와 단편 게재를 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도 라인망가의 ‘인디즈’, 픽시브 코믹, 코미코 등 아마추어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직접 독자를 만나고 팬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라인망가의 ‘인디즈’를 통해 데뷔한 <선배는 남자아이(先輩はおとこのこ)>와 같은 작품은 큰 인기를 얻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네이버웹툰 측 역시 ‘일본 창작자 생태계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플랫폼들도 현지 창작자 발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도 점차 자체적인 웹툰 창작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선배는 남자아이> 표지 이미지(좌)와 후지TV 내 드라마 소개 페이지(우) (출처: 네이버/후지TV)   백지 위에 그린 웹툰이라는 신세계,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은 웹툰 플랫폼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자 ‘척박한 간척지’와 같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상 전통적인 출판만화 유통망 구축이 어려워 만화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유통 비용이 판매비용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보니, 자카르타 등 도시 중심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만화책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가 역설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인 웹툰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됐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웹툰을 ‘주류 만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K-웹툰 플랫폼은 이곳에서 ‘시장 개척자’이자 ‘생태계 조성자’ 역할을 수행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라인웹툰(2015~)을 필두로 카카오웹툰(2018~)이 진출하며 디지털 만화 시장을 빠르게 형성해 나갔다. 이들 플랫폼은 동남아시아에서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 창작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개 이후 영화로 제작되는 한편, 태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한 인도네시아 오리지널 웹툰 <파스트리 가제> (출처: 연합뉴스)   태국은 일찍부터 일본의 전진 산업기지로 일본의 대중문화 즉 ‘J-컬처’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있었다. 1980년대 이미 방콕의 어린이 대부분이 자국 만화보다 일본 만화를 선호했으며, 1990년대 초반까지 유통되는 만화 다수가 질 낮은 불법 복제품일 정도였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일본 만화가 시차를 두지 않고 유입되자 자국의 만화 생태계가 자립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초기부터 ‘캔버스’와 같은 오픈 플랫폼을 운영하며, 현지 신인 웹툰 작가들에게 전례 없는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K-플랫폼이 주로 검증된 IP 유통에 집중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결과, <틴맘>(2억 5천만 뷰, 드라마 시즌2 제작, 해외 수출), <썸머 나이트>(태국 GMMTV 드라마화), <비정한 완텅>(태국 전통 설화 재해석, 5천 3백만 뷰) 등 현지 오리지널 IP가 탄생하고, 심지어 카카오웹툰의 첫 태국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자 '한-태' 합작으로 개발된 <러브 데스티니>(드라마 원작 웹툰화)처럼 현지 인기 IP를 활용한 협업 사례도 등장했다. 이러한 작품들이 다른 국가로 수출되며 멀티 크로스보더 형태의 ‘K 없는 K-콘텐츠’ 제작 선순환 구조가 비교적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특히 태국에서는 로맨스 장르와 더불어 BL(Boy's Love), GL(Girl's Love) 장르 시장이 매우 크며,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 정책과 맞물려 'Y Economy(LGBT+인구의 구매력에 기반한 수익 창출 활동)'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지 작가들에게 새로운 성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K-웹툰 플랫폼 기업들은 창작자를 위한 트레이닝 캠프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동남아에서는 웹툰이 새로운 만화 독자층을 창출하고, 현지 창작 생태계와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태국 오리지널 웹툰 <썸머 나이트> (출처: 네이버웹툰)   동남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국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동호(Đông Hồ) 민화'나 '싸쌔(Xã Xệ)'와 '리토엣(Lý Toét)' 같은 풍자 만화 등 독자적인 그림 이야기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92년 김동 출판사가 <도라에몽>을 출간하며 시장은 극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도라에몽>은 즉각적인 성공(초판 4만 부 판매)을 거두며 이후 일본 만화 열풍을 이끌었고, 기존의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의 자국 만화를 압도했다. 이후 베트남 만화는 전체 시장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은 ‘K-웹툰 제작의 해외 생산기지’라는 독특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K-웹툰 산업의 이면이다. ‘홍툰스튜디오’, ‘레블코퍼레이션’ 등 한국인이 설립한 웹툰 제작사들은 베트남 현지 인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교육하여 한국향 웹툰 제작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스튜디오는 스토리 기획부터 작화, 후반 작업까지 전 공정을 소화하며 한국의 높은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홍덕화 대표(홍툰스튜디오)는 직접 문하생을 가르쳤던 작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최성락 대표(레블코퍼레이션) 역시 현지 대학과의 연계 및 자체 교육 시스템을 통해 웹툰 전문가를 키워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제작 노하우가 베트남에 이식되고 있지만,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로컬라이징의 어려움, 현지 교육기관 설립의 법적 제약, 불안정한 수익 구조 등 ‘성장통’도 만만치 않다.    태국 오리지널 웹툰 <틴맘>의 소개 페이지(출처: https://www.webtoons.com/th)   베트남의 유료 웹툰 시장은 아직 미미한데, 불법 사이트가 웹툰 소비의 주된 통로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베트남 젊은 층의 웹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방증하며, 향후 정식 시장이 열렸을 때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시사한다. 웹툰스튜디오인 ‘몽타미디어’의 경우, 국내 AI 기술기업에 인수합병되어 AI기술을 웹툰 제작 공정에 도입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이 K-웹툰의 주요 ‘소비 시장’이고, 태국이 ‘현지 오리지널 IP 창작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면, 베트남은 단순 소비 시장을 넘어 K-웹툰의 글로벌 분업화와 기술 혁신이 교차하는 실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시장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도네시아와 대만 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하고, NHN 역시 2022년 베트남, 2023년 태국에서 웹툰 플랫폼 코미코 법인을 매각하며 사실상 동남아 사업을 철수했다. 이들 기업은 북미나 일본 등 핵심 시장 집중, 그리고 동남아 시장의 고질적인 불법 유통 문제와 낮은 이용자 구매 비중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철수 이유로 꼽았다. 이는 동남아 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과 함께 치열한 경쟁, 수익화의 어려움, 그리고 불법 복제라는 심각한 도전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네이버웹툰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며 K-웹툰 플랫폼의 입지를 다지고는 있지만, 다른 국내 플랫폼들의 철수는 향후 동남아 시장 재진입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태국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네이버웹툰)   현지화 전략의 그림자와 국내 시장의 위기 글로벌 확장의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기업 플랫폼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창작자들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권리 귀속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웹툰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다. 플랫폼들이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과 글로벌향 IP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나 신인 작가 발굴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지 콘텐츠 강화 및 육성 전략이 확대될수록, 한정된 플랫폼의 자원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국내 오리지널 IP 발굴 및 투자, 신인 작가 지원 등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2024년 연례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WEBTOON Entertainment, 2025). 한국 시장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440만 명으로 전년 2,490만 명에서 소폭 감소했으며, 월간 결제 이용자 수는 약 370만 명(결제 비율 15.4%)으로 전년 410만 명(결제 비율 16.3%)에서 감소했다. 한국 시장 매출 역시 5억 1,753만 달러로 전년의 5억 6,636만 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 시장의 MAU는 약 2,190만 명으로 전년의 2,120만 명에서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라인망가의 성장과 현지 일본 작품 출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월간 유료 이용자 수(MPU) 또한 약 220만 명(결제 비율 10.2%)으로 전년의 200만 명(결제 비율 9.2%)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시장 매출은 6억 4,824만 달러로 전년의 5억 5,734만 달러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결제 이용자 1인당 평균 결제액(ARPPU)에서 나타나는 현격한 차이다. 2024년 기준 일본 시장의 ARPPU는 22.1달러로, 한국 시장의 ARPPU인 7.8달러에 비해 약 2.8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록 양국 모두 전년 대비 ARPPU가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의 압도적으로 높은 이용자당 결제액은 플랫폼 기업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본 시장의 뚜렷한 성장세는 K-웹툰 플랫폼 기업들이 일본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여 마케팅 자원을 집중하고 현지 작품 출시를 확대하는 등 시장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웹툰 생태계를 위한 제언 K-웹툰이 진정한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섬세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상생’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 ‘시장 맞춤형 현지화’와 ‘글로벌 공동 창작’으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기존 산업과의 공존 및 점진적 혁신을, 동남아 시장에서는 새로운 생태계 구축과 현지 창작자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제작 협력 국가에 대해서는 단순 외주 기지를 넘어, 현지 창작자들의 주체적 성장과 자체 IP 개발을 지원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공동 창작’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현지 창작자와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여 캐릭터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트루라이트(Ttrulite)’와 같은 사례는, IP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깊이 있는 국제 협업 모델로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둘째, 국내외 창작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과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하여 ‘상생의 생태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성공의 과실이 특정 지역이나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국내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의 창작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며, 신인 발굴과 여러 장르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플랫폼의 AI 큐레이션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콘텐츠 추천 개인화를 강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추천은 콘텐츠 소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자칫 사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익숙한 패턴으로 편중시키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작품이나 실험적 시도들의 작품은 주변화 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이는 ‘감각의 평균화’와 ‘미학적 중앙집중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AI가 단순한 취향 분석 도구를 넘어 취향을 형성하는 ‘감각 정치의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기술적 효율성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문화적 건강성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문화다양성 함양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기술적 큐레이션 방안을 제안한다. 우연성 큐레이션 도입 사용자의 기존 선호도 데이터(벡터 거리)와 무관한 다양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혼합 추천해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 낯선 작품 푸시 쿼터제 국내외의 실험적이거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 특히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웹툰을 일정 비율 이상 고정적으로 노출시켜 독자들의 문화적 시야 확장 다양성 탐색 기능 강화 사용자가 현재 소비한 작품과 전혀 다른 감각이나 국가 권역의 작품을 쉽게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체적인 취향 확장을 지원 K-웹툰 플랫폼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단순한 시장 지배자가 아닌, 다양한 창작자와 문화가 공존하는 '개방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노력은 AI 큐레이션이 감각 통제의 도구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창작물이 공존하고 발견될 수 있는 진정한 ‘연결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만들어, 창작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IP 가치 극대화와 독자층 확대를 위한 유통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웹툰의 독자층이 25세 미만 젊은 세대에 집중된 경향(전체 이용자의 72%)을 고려할 때(WEBTOON Entertainment, 2024), 더 넓은 독자층 확보를 위해서는 웹툰 IP를 활용한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이 중요한 모색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인쇄물 만화가 중심인 미국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태원 클라쓰>, <사내 맞선> 등 인기 웹툰 IP를 단행본으로 출간해 현지 일반 만화책 판매량의 5배에 달하는 성공을 거둔 것은 좋은 사례다. 디지털 소비가 주류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자체의 매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동남아시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웹툰 소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가격 민감도가 높지만, 이러한 디지털 중심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현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한 독점 디지털 콘텐츠 강화, 소액결제 기반의 팬덤형 수익모델 실험 등 디지털 영역 내에서의 창의적인 역발상 전략으로 웹툰 IP의 생명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이고 강력한 대응 역시 ‘상생’의 필수 조건이다. 웹툰 플랫폼사는 디지털 불법 복제가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고,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국제 공조 강화, 현지 저작권 보호 법제 마련 지원, 합법적 콘텐츠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이 병행되어야 모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안심하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K-웹툰 플랫폼은 특정 국가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창작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상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사례에서 보듯, K-웹툰의 미래는 각 지역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상호호혜적인 관계 구축에 달려있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될 때, K-웹툰은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일본 20-9호] 일본 디지털 만화 산업 동향」, https://buly.kr/44xjwGy - MMD 연구소 (2023). “直近1年でのマンガ制作経験者の46.8%が縦読み、50.8%が横読みマンガの制作経験あり”, https://mmdlabo.jp/investigation/detail_2201.html - WEBTOON Entertainment (2024). “WEBTOON MEDIA KIT”,https://shared-comic.pstatic.net/fileShare/WEBTOON_Ads_Media_Kit_2024_KR.pdf - WEBTOON Entertainment (2025). “2024 Annual Report”, https://ir.webtoon.com/financials#last-section       ​ ​ 국내 OTT 사업자 글로벌화의 현주소 : K-콘텐츠와 플랫폼   김숙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 국내 OTT 시장은 요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건으로 조심스럽다. 2016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만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국내 OTT 시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은 각자가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업자별 글로벌 진출 현황을 살펴보고 현재 국내 OTT 플랫폼이 직면한 문제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성장과 경쟁 환경 국내에서 OTT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부터다. 당시만해도 지상파 3사가 연합하여 서비스한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와 같은 국내 OTT 서비스가 있기는 했지만, 주로 실시간 방송콘텐츠나 극장 영화의 ‘후속창구’ 역할에 충실했다. 주요 수익모델도 건별 주문형 비디오(TVOD) 방식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구독 서비스(SVOD)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됐다. 2019년 지상파 3사와 SKT가 연합하여 ‘콘텐츠웨이브’를 만들었고, 같은 해 KT는 ‘시즌(Seezn)’이라는 자체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왓챠’가 처음으로 HBO의 미국 드라마 시리즈 <체르노빌>을 독점 공개한 시점도 2019년이다. 이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영상 소비 방식이 온라인과 OT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OTT 서비스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는 가장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으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이 같은 현상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되는 중이다. 그 뒤를 잇는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한계가 분명한 내수 시장에서 단순히 OTT 플랫폼을 일원화 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의 경쟁력을 좌우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현재 글로벌 진출을 위한 어떠한 자원을 가졌으며,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에 진출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 진출 인프라 현황    먼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떠한 자원을 보유했는지 기업 관계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티빙은 직접 보유한 인프라는 없으나, 대신 모기업 CJ ENM과 주주가 보유한 해외법인이 있다. CJ ENM은 2022년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Endeavor Content)’를 인수해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을 설립했다. CJ ENM의 제3대 주주인 SLL중앙은 2021년에 미국 제작사 ‘윕(Wiip)’을 인수했으며, 2022년 일본에 ‘SLL Japan Inc.’을 설립했다. 피프스시즌과 윕은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을 목적으로 하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과 유통에 나서고 있다. SLL Japan은 국내 스튜디오와 일본 방송사 및 제작사와 협력 모델을 지원한다. SLL Japan은 일본 TBS 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더 세븐(THE SEVEN)’과 글로벌 드라마 공동 제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SLL 산하 레이블 필름몬스터는 더 세븐과 함께 한일 합작 글로벌 드라마 제작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하는 등 제작 차원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최인철, 2024, 5, 21). 콘텐츠웨이브는 2022년 코코와(KOCOWA)의 운영사인 웨이브아메리카스(구 코리아콘텐츠플랫폼, KCP)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웨이브아메리카스의 지배기업인 콘텐츠웨이브의 소유지분율은 40%로 과반수 미만이나, 주주간 계약에 의해 콘텐츠웨이브가 의사결정기구에 과반수 이상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 코코와는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배기업인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해외에 거주하는 K-콘텐츠 소비자를 타깃으로 제공하고 있다. 왓챠 역시 현지에 별도 법인을 두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2020년 일본에 ‘왓챠’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싱가포르에도 ‘Watcha Asia Pte. Ltd.’를 설립했다. (출처: 전자금융공시(https://dart.fss.or.kr/)의 각 사업자 감사보고서(2024, 2023년 12월 기준) 및 보도자료)   사업자별 해외 진출 전략의 차이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자사가 보유한 인프라 자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먼저 티빙은 모회사 CJ ENM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티빙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플랫폼 진출,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제휴, 그리고 콘텐츠 판매 전략으로 구분된다. 먼저 자사 해외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은 티빙은 현지 OTT 및 FAST 플랫폼 등과 협업해 브랜드관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플루토 TV, 삼성 TV 플러스, 피콕, 로쿠 등 북미 주요 5개 FAST 플랫폼에서 CJ ENM 브랜드관을 오픈했으며, 이외 애플TV 브랜드관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고 기반의 무료 실시간 채널 제공 서비스인 FAST 채널은 유료 방송서비스 시장의 비중이 높은 편인 미주와 유럽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이와 같은 플랫폼 탑재 방식이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로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 전략을 살펴보면,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제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동 투자·제작한 바 있다. 가령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인 <욘더>(2022), <몸값>(2023)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파라마운트+를 통해 첫 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운수 오진 날>(2023), <우씨황후>(2024) 등이 파라마운트+ TV 시리즈에 추가된 바 있다(Patrick Frater, 2023, 4, 19). 그러나 2024년 파라마운트와의 제휴가 종료됐으며, 이후 애플TV+와 제휴해 티빙 내 애플TV+ 브랜드관을 런칭했으나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국내 가입자를 유입하기 위한 것으로,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전략과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판권 계약과 포맷 판매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1, 2가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등을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6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박종진, 2022, 12, 27). 2025년에는 일본 OTT 서비스 사업자인 ‘유넥스트(U-NEXT)’에 드라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김형수, 2025, 3, 29). CJ ENM은 2025년 2월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티빙의 연간 전략을 현지 파트너십에 기반해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 추진하고 글로벌 유통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강소현, 2025, 2, 12). 라이브 스트리밍, 스포츠, 뉴스, 숏폼 콘텐츠 강화를 통해 2027년까지 1,500만 명까지 구독자를 유입하겠다는 계획인데, 티빙 구독자 성장 목표를 보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구독자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CJ ENM IR 보고서(2025))   반면 콘텐츠웨이브와 왓챠는 해외 현지에서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웨이브는 이미 현지에서 운영 중인 OTT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a). 미주 지역을 비롯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등 74개국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방영된 콘텐츠를 실시간 방송 후 8시간 이내 번역 자막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2024년부터는 K-콘텐츠의 원작 웹툰을 독점으로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추가 했는데, 최근 웹툰이 국내 영상콘텐츠의 원천 IP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한국 웹툰이 글로벌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현재 유료 케이블 채널 외에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이용 가능하다(아래의 표 참고).  왓챠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티빙이나 웨이브가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핵심 목적으로 삼는 반면에, 왓챠는 영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물론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2023)처럼 국내 케이팝 아티스트와 협업해 제작한 콘텐츠를 독점 제공함으로써 현지 가입자를 유입하기도 하지만 역시 본연의 목적은 영화라는 점에서 티빙이나 웨이브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출처: 각 플랫폼 홈페이지) 국내 OTT 플랫폼 생존을 위한 전략 다각화의 필요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OTT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독주에 가깝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 중 넷플릭스의 매출액이 9,496억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티빙과 콘텐츠웨이브는 각각 4,355억 원, 3,313억 원으로 두 플랫폼 매출의 합이 넷플릭스의 매출보다 적은 것이 현실이다. 영업이익을 보면 더욱 격차가 크다. 넷플릭스는 2019년 2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4년에는 206억 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지만, 국내 OTT 사업자는 최근 6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b). 이처럼 국내 OTT 시장 자체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OTT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체급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OTT 사업자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티빙은 2022년 KT 시즌의 합병 이후, 최근 다시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국내 사업자가 OTT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가입자 경쟁력 확보에 있다. 티빙이 파라마운트+, 애플TV+와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관을 서비스하는 것도 결국 국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글로벌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비 상승, 스튜디오 시스템화, 규모의 경제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복잡해지면서,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하고 해외시장 유통을 담보하는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콘텐츠 계약이 집중되다 보니 '글로벌 창구' 없이 내수 시장만 공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국내 OTT 사업자의 콘텐츠 판권 계약과 플랫폼 진출 전략이 상충하는 문제도 있다. 가령 티빙은 해외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판매 전략과 플랫폼 진출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데, 콘텐츠를 선판매한 지역에는 플랫폼을 통한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나선혜, 2025, 2, 12). 콘텐츠웨이브 역시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의 개별 콘텐츠 수출 전략과 플랫폼이 충돌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OTT 플랫폼은 홍콩의 ‘뷰(Viu)’와 일본의 유넥스트가 있는데, 이들의 성장 동력은 다름 아닌 K-콘텐츠다. K-콘텐츠의 수요가 가장 높은 동남아시장을 위 사업자들이 선점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콘텐츠가 이미 계약으로 묶여 있어 당장의 동남아시아 유통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따라서 K-콘텐츠 미개척 시장 발굴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FAST 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진출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로 모색되고 있다. 이미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는 FAST 서비스 시장이 상당히 발전해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확대를 위한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티빙의 숏폼 서비스(좌)와 왓챠의 숏챠(우) (출처: 티빙, 왓챠)   그러나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의 핵심 자원은 역시 K-콘텐츠이다. 2024년,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독점 중계권1)을 확보하며 국내 가입자를 어느 정도 유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K-콘텐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티빙과 왓챠가 숏폼 콘텐츠를 나란히 선보인 사례에 주목할 만하다. 티빙은 숏폼 섹션을 신설했고, 왓챠는 숏폼 플랫폼 ‘숏챠’를 개시했다. 이와 같이 신규 장르 발굴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대안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1) 2024년 티빙은 1,350억 원을 투자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의 3년간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쿠팡플레이도 2025~2026 시즌부터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확보했다.   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 강소현 (2025. 2. 12). 매출 회복한 CJ ENM, 티빙 중심 글로벌 진출 박차.⟪디지털데일리⟫.URL: https://ddaily.co.kr/page/view/2025021214585102697 - 김형수 (2025. 3. 29). CJ ENM, ‘조정의 유세풍’ 日 유넥스트서 공개…K-콘텐츠 저력 입증. ⟪더 그루⟫. URL: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85140 - 나선혜 (2025. 2. 12). 티빙, 日·美·동남아로 진출…해외 구독자 800만 명 달성 목표. ⟪아주경제⟫.URL: https://www.ajunews.com/view/20250212160646391 - 박종진 (2022. 12. 26).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앞세워 '글로벌 전략' 새판 짠다.⟪전자신문⟫. URL: https://www.etnews.com/20221226000169 - 최인철 (2024. 5. 21). [글로벌 플랫폼]SLL, 일본 미디어 업체와 잇달아 제휴. ⟪서울STV뉴스⟫. URL: https://www.stv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328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a). 「2024 방송영상산업백서」, 26쪽.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b). “2024년도 글로벌 및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 결산 분석”, <방송영상‧OTT트렌드>. 2025, Vol.1. - Patrick Frater (2023. 4. 19). Korean Series ‘A Bloody Lucky Day’ and ‘Queen Woo’ Added to Paramount+ Tving Slate. ⟪Veriety⟫. URL: https://variety.com/2023/tv/news/paramount-tving-korea-series-a-bloody-lucky-day-queen-woo-1235589364       ​ ​ 중국 OTT 플랫폼의 해외 확산과 K-콘텐츠 대응 전략   오창학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 중국의 OTT 플랫폼 서비스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숏폼 중심의 콘텐츠 혁신,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양적 확장’에는 빠르게 성공했지만, ‘질적 내재화’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콘텐츠 다양성, 로컬 문화 수용도, 글로벌 브랜드로서 신뢰성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중국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장단기적으로 한국의 콘텐츠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통 경로의 다변화와 글로벌 협업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플랫폼 종속과 IP 주도권 상실, 기술 경쟁력 격차라는 위협도 함께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 산업은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기존에 확보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 기술 내재화, 현지 공동 제작, 플랫폼 전략 다변화를 통해 K-콘텐츠 생태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1.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해외 진출 과정 2018년 전후로 중국 4대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치이(iQIYI), 유쿠(YOUKU), 텐센트비디오(Tencent Video), 망고TV(MangoTV)가 해외 버전 클라이언트를 출시하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중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1,600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서비스했으며, 자체 제작 드라마 및 독점 판권을 확보한 해외 콘텐츠도 포함됐다. 이후 2020년 전후로 공동 멤버십 시스템(징둥PLUS+iQIYI, 쑤닝SUPER+Tencent Video 등)과 크로스 플랫폼 협력(화웨이 비디오+YOUKU)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이용자 확대를 촉진했다.  2024년부터는 드라마가 아닌 현지에서 제작한 예능프로그램이 동남아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텐센트비디오의 , 유쿠의 , 아이치이의 등이 대표작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아이돌 데뷔를 위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중국 본토가 아닌 아시아 시장에 맞춰 제작한 콘텐츠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숏폼 드라마가 해외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수출 콘텐츠 분야의 대표적인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게 됐다. 또한 중국 OTT 플랫폼은 중국 전통문화, 관광명소, 음식 문화 등을 결합한 융합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외연을 의도적으로 확장하고 중국 관광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OTT 플랫폼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통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드라마, 예능, 숏폼 콘텐츠 등 포맷을 다양화면서 플랫폼 인지도 상승과 함께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OTT와 VOD 시장 조사 기관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Media Partners As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중국의 OTT 위티비(WeTV)는 동남아시아 프리미엄 VOD 시장에서 약 8%의 시청 점유율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다음으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MPA, 2024). 2025년 5월, 아이치이는 두바이에서 ‘iQIYI 중동·북아프리카센터’ 출범식을 개최하면서, 중국어 및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확산하기 위한 창구로 해당 센터를 운영하며 현지 사용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랍어 영화 및 TV 콘텐츠를 중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中国新闻网, 2025, 5, 15). 이는 아이치이가 향후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어권 전체로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중국의 OTT 플랫폼은 동남아 시장에 이어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로 시장을 확장해가며 포맷 개발과 현지화 전략의 고도화를 통해 '중국형 글로벌 플랫폼'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특히 숏폼 콘텐츠 분야에서 플랫폼 자체의 수익화와 콘텐츠 이용률을 높여 동남아 시장에서 이미 틱톡(TikTok)과 유사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치이의 ‘중동·북아프리카센터’ 출범식 현장 (출처: 중국뉴스테트워크) 2. 중국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 전략 1) AI 기반 기술 고도화 중국의 OTT 플랫폼은 AI 자막 번역·더빙·추천 알고리즘을 강화하는 것으로 글로벌 사용자들의 접근성과 콘텐츠 소비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자막 번역은 제작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AI 모델을 활용한 숏폼 드라마 한 편당 단일 언어 자막 번역 비용은 약 200~300위안(약 3만 8,000원 ~ 5만 8,000원)이고, 10개 언어 번역 비용도 약 2,000~3,000위안(약 38만 ~ 58만 원)에 불과하다. 숏폼 드라마는 AI를 활용한 다국어 번역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전 세계 시장에 확산되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이외도 아이치이와 텐센트비디오는 AI 자동 편집 및 릴스형 영상 재구성 기술 강화를 통해 숏폼 콘텐츠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 숏폼 콘텐츠에 대한 집중 투자 중국 OTT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숏폼 드라마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각 플랫폼은 기존의 ‘장편 드라마 중심 모델’에서 회당 1~5분 길이의 숏폼 드라마 제작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중심을 이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숏폼 드라마가 투자수익을 빠르게 회수하는 동시에 이용자들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 삽입의 용이성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세대의 콘텐츠 소비에서 숏폼이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는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3) 글로벌 합작과 파트너십 강화 위티비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서 현지 스튜디오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현지 IP로 제작된 드라마 시리즈 <연이 끊어진 연(断了线的风筝)>은 방영 후 인도네시아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Daily Active Users)를 300% 증가시킨 동시에, 인도네시아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100만 명에 가까운 신규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위티비 인도네시아 지사는 이미 40명 이상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가 시나리오 작가이다. 이들은 주로 현지 시나리오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등 게이트키핑을 통해 선정하여 최종 콘텐츠로 제작, 방송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텐센트비디오는 동남아 통신사 및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 연동 및 번들형 구독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위티비 인도네시아 오리지널 드라마 <연이 끊어진 연>(2001) 포스터 (출처: 위티비)   4) 다각적 수익 모델 개발 콘텐츠 기반 커머스, 라이브커머스, 리워드 광고 등 콘텐츠에 연계된 전자상거래의 기능을 최대로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망고TV, 텐센트비디오는 자사 플랫폼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라이브 방송을 접목했고, 이를 통해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구조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도 추진 중이다. 또한 광고를 시청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리뷰 작성, 공유, 콘텐츠 시청 완료 후 리워드를 제공하는 참여형 광고 수익 모델도 함께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화 수익 모델의 개발은 결과적으로 틱톡, 콰이쇼우(Kuaishou)와 같은 기존의 ‘숏폼+커머스’ 융합플랫폼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3. 중국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 한계와 도전   1) 브랜드 충성도 부족 여전히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기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플랫폼은 아직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편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과 사회적 영향력 등에 있어서도 제한적이다. 유료 이용자 비중도 아직 낮은 편이고, DAU 대비 수익률도 아직은 낮은 편으로 앞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콘텐츠 동질화와 포맷 피로감 중국의 서비스는 시장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유사한 포맷의 콘텐츠들이 양산되면서 해외 이용자 사이에서도 콘텐츠 동질화에 따른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판타지 로맨스 장르가 OTT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플랫폼마다 비슷한 콘텐츠를 대량 제작했던 시기를 꼽을 수 있다(张赫, 2023, 1, 5). 비슷한 시대 배경, CG 스타일, 남녀 주인공들의 초월적 사랑구도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국내 시청자들은 ‘겉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다’, 해외 시청자들은 ‘스토리 전개가 너무 진부하다’라며 혹평했다. 한때 인기 절정에 올랐던 흥행 장르였지만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곧바로 수요 하락세로 전환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숏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동질화와 포맷 피로감 이슈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중국 내 제작진들의 창의력 한계, 플랫폼 기업의 장기적으로 누적된 적자, 그리고 정부의 규제 강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플랫폼마다 효과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정부부터 플랫폼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중국문화를 해외에 확산시키려는 의지가 강해 콘텐츠마다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글로벌 이용자들은 ‘중국형 콘텐츠’에 대해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규제 리스크와 검열 통제 콘텐츠에 대한 심의와 중국 내 콘텐츠 정책은 해외 유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족, 역사, 종교, 정치 지도자, 외교 문제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소재는 해외에서도 사전 차단될 수 있고, 성적 다양성에 대한 제한, 폭력·미신·초자연적 소재에 대한 제한, 알고리즘에 대한 정부의 개입 등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콘텐츠의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율성, 문화다양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위협과 현실적인 한계로 작용할 위험을 내포한다.  4. K-콘텐츠의 새로운 글로벌 확장 통로로서의 가능성 1) 유통 플랫폼의 다변화 기회 앞서 살펴본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OTT 플랫폼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채널 다각화 전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OTT 플랫폼이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로는 2022년 중국 사극 <창란결(苍兰诀)>이 대표적이다. 아이치이는 이 작품의 글로벌 버전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창란결>은 같은 해 베트남에서 연간 시청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중국어 드라마가 됐고, 이후 넷플릭스에서도 인기 드라마로 순위에 올랐다. <경경일상(卿卿日常)> 역시 동남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아이치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China Pavilion, 2023).  이 같은 사례에 비춰볼 때, K-콘텐츠 역시 기존의 넷플릭스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중국 OTT 플랫폼(위티비, 망고티비, 아이치이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K-콘텐츠의 시장가치를 인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중국의 OTT 플랫폼은 미국의 서비스보다 시장 적응력과 콘텐츠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그동안 중국 OTT는 자국 콘텐츠 수출에 집중했지만 향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플랫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품질 면에서 우세를 점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중국 국내 시장을 다시 개방한다면 서비스 시장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에 개방의 범위에 따라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무질서한 양적 확대보다는 투자금에 대한 질적 관리가 보다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 제작사에게 유효한 전략은 중국 혹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협상에 따른 자국 IP 보호와 채널 다양화 방안이 될 수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중국 드라마 <창란결>  (출처: 아이치이)   2) 숏폼 콘텐츠 협력 및 재편 기회 2024년 초까지, 아이치이의 설립자 궁위(龚宇)는 숏폼 콘텐츠가 기존의 전통적인 콘텐츠와 비교해 미학, 제작 인력, 비즈니스 생태계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다르다는 이유로 숏폼 콘텐츠 산업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무색하게도 2024년 9월, 아이치이는 본격적으로 숏폼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개시를 발표했고, 이로써 중국의 4대 OTT 플랫폼 모두가 숏폼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아이치이의 변화는 제작비용 회수가 빠르고 콘텐츠 산업 트렌드가 숏폼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틱톡이 발표한 「2024 숏폼 드라마 해외 마케팅 백서(2024短剧出海营销白皮书)」에 따르면, 숏폼 드라마가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향후 숏폼 드라마의 해외 이용자가 2~3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TikTok, 2024).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각 플랫폼은 숏폼 드라마 개발, AI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및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 포맷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중국 플랫폼의 기술력 및 자본력과 결합하여 효과적으로 해외시장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개발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년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숏폼 콘텐츠의 공동 개발에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숏폼 드라마 이용자 규모 추정 (출처: TikTok for Business 산업 보고서)   3)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따른 직접 진출 기회 2025년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한‧중 관계의 재설정 분위기 속에서 K-콘텐츠와 중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협력이 재개된다면, K-콘텐츠가 중국 본토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K-콘텐츠가 다시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콘텐츠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 시청자들의 문화 소비 행태도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K-콘텐츠가 과거와 같이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를 포함하여 글로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중국 시청자들은 대부분 도시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속한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도시 중산층의 소비력과 라이프스타일은 이미 한국과 비견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도시 중산층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 가족드라마나 트렌디드라마를 살펴보면, 물질적인 면에서 격차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 해외 콘텐츠로 인정받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최근 중국 소비문화에서 흐르는 ‘궈차오(国潮)’를 단순히 애국주의 현상으로만 쉽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 콘텐츠가 여전히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감정 연기 및 연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때문에, 콘텐츠 품질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면 다시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품질 좋은 콘텐츠는 어디서든 인정받기 마련이다.  5. 종속과 경쟁 심화의 이중 압력 1) 플랫폼 종속 리스크 중국의 OTT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자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IP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유통해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기존의 넷플릭스와 협업 과정에서 발생한 IP 통제력 상실 및 수익 배분에서 차별당하는 우려가 중국 플랫폼과의 협업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플랫폼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유통 창구의 다각화를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K-콘텐츠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2) 콘텐츠 주도권 상실 숏폼이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 클립 자동화 기술로서 시장을 선도하려 한다. 즉 중국의 플랫폼은 AI와 숏폼 드라마를 통해 기존 글로벌 OTT를 우회적으로 추월하려는 계획이다. 따라서 K-콘텐츠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한 고품질 서사 중심의 전통적인 콘텐츠에만 안주한다면, 미래의 시장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 있다. K-콘텐츠의 경쟁력을 지속하려면 미국 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신흥 중국 시장의 기술혁신과 숏폼 콘텐츠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K-콘텐츠의 혁신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숏폼 콘텐츠 경쟁력 확보와 AI 기술 혁신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3) 중국 자본의 역진출과 한국 인재의 역류  향후 한한령이 해제되고 한중 콘텐츠 교류가 다시 활발해진다면, 중국의 OTT가 거대 자본과 플랫폼을 앞세워 한국 콘텐츠 산업의 제작·유통에 깊이 침투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국 OTT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와 산업의 종속성 심화로 연결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대만의 콘텐츠 시장과 같은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글로벌화 이후, 대만의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들은 거대한 시장을 찾아 일부는 미국에 진출했고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 진출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만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됐다. 특히 기존에 경쟁력을 갖췄던 방송콘텐츠 산업이 인재의 유실로 자연스럽게 공동화의 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 대만과 달리 시장 규모도 크고 중국과 상대적으로 높은 문화장벽이 있어서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AI 번역기가 발달하면서 공동제작 과정 등을 통해 문화장벽은 보다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제작자의 출신국 모니터링을 약화한다면 제작 인재의 이동은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과 자본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포스트 글로벌화 시대에 걸맞게 글로벌 자본 및 기술과 효과적으로 협업하면서도 자국 문화 콘텐츠 산업을 보호는 제도적 장치 개발이 필요하다. 관련 제도적 장치에서 주요 키워드는 글로벌 문화다양성 보호일 수 있다.  4) 양국 문화와 규제 충돌의 가능성 중국 당국의 검열과 정치적 기준이 콘텐츠의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K-콘텐츠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제한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 진출 통로는 확장되지만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진영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독립성까지 훼손하면서 중국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행위는 국내에서 큰 정치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모든 리스크는 협업하고 있는 양측이 공동으로 짊어지는 만큼 오히려 협상력을 발휘해 접근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중국의 OTT 플랫폼을 단순한 K-콘텐츠의 수출 기회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복합적인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거대 시장과 새로운 기술의 종속을 경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상호 실리적 전략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플랫폼·자본·기술 주도권을 놓치면 모든 기회는 종속의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 张赫 (2023. 1. 5). 揭秘国剧新一轮出海潮,古装不再是“刚需”, ⟪BJNEWS⟫. URL: https://www.bjnews.com.cn/detail/1672898540169981.html - China Pavilion (2023). “【海外传播】推动中国影视作品在越南传播的探索与实践”, https://www.chinapavilion.com.cn/art_det/id/2139.html - TikTok (2024), 「2024年短剧出海营销白皮书」, https://www.tiktokforbusinessoutbound.com/insights/vtl/15172 - MPA (2024). “Southeast Asia Online Video Consumer Insights & Analytics”, https://media-partners-asia.com/product/southeast-asia-online-video-consumer-insights-analytics - 中国新闻网 (2025. 5. 15). 爱奇艺中东北非站正式启动 加速华语内容出海和当地市场布局. URL: http://www.chinanews.com.cn/cj/2025/05-15/10416266.shtml       ​   ​ 인공지능 번역, 현지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 소장 글로벌 만화 시장 전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웹툰이다. 물론, 시장 규모로 보면 여전히 주류는 출판이지만, 출판만화의 성장세에 비하면 웹툰과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일본에서도 이제는 ‘전자만화(電子コミック)’가 빠르게 성장, 2019년 출판만화 비중을 넘어선 이후 단 한 번도 격차는 좁혀진 적이 없다. 일본의 만화 추정 판매금액 추이 (출처: 일본출판과학연구소)     이제 일본에서 전체 만화 매출의 약 2/3은 웹툰을 포함한 전자만화다. 그중에서도 웹툰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로 이어지는 소위 ‘원나블’은 물론 <귀멸의 칼날>, <최애의 아이>, <스파이 패밀리>, <주술회전>, <체인소 맨> 등 지난 수십 년간 일본 만화를 지배해온 슈에이샤(集英社) 역시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뤘는데, 이미 11년 전인 2014년 디지털 전문 출판만화 앱 서비스 ‘소년점프 플러스(+)’를 내놓은 데 이어 2024년 5월 말에는 웹툰 전문 연재처인 ‘점프툰(Jumptoon, ジャンプTOON)’을 개시해 서비스 중이다. 이처럼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글로벌 만화 시장에서 가장 먼저 격전을 벌인 것은 ‘만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어도비의 포토샵, 메디방페인트, 그리고 셀시스의 클립스튜디오 등이 각축을 벌였는데, 최종적으로 클립스튜디오가 만화가들의 도구로 선택됐다. 가장 빠르게 만화가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웹툰을 위한 ‘스크롤 연출’에 적합한 캔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데이트를 내놓으면서 이제는 웹툰 전문 도구로도 쓰인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편견이 있는 일본에서도 이는 빠르게 진행됐고, 2021년 만화 전문 매체인 ‘만나비(マンナビ)’에 따르면 일본 만화가의 90% 가량이 당시에 이미 클립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만나비, 2021). 이제 ‘툴’의 시대는 끝났다. 그 다음은 뭘까. 클립스튜디오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사용 후기 (출처: 클립스튜디오) 인공지능, 시간을 압축하는 기술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창작자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분명 중요한 화두이다. 2025년 5월 11일 미국 저작권청은 “인공지능의 저작권 사용을 공정사용(Fair use)’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는데, 바로 다음 날 저작권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면서 논란이 됐다(박찬, 2025, 5, 12). 영국에서도 정부가 인공지능 저작권을 완화하는 법안을 제안했다가 폴 매카트니, 두아 리파 등 유명 가수들의 주도로 여론이 들끓자 뒤로 물러섰다(임대준, 2025, 5, 11). 이처럼 인공지능이 파생한 저작권 문제는 창작의 측면에선 아주 첨예한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창작’이 아닌 분야에서 저작권에 대한 주목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번역 분야가 있다. 리디는 자회사 ‘프로디파이’를 통해 지난 3월 AI 웹툰 번역 서비스인 ‘프로디파이’를 출시했는데, ‘프리트레인(Pre-Trained)’ 인공지능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최대 90%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플래텀, 2025).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 역시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를 통한 동시 연재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데, 다른 언어권에서의 미묘한 문맥이 달라지면 읽히는 것이 달라지고, 타깃 텍스트(목표어)의 문화권에 따라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히는 대사 검수 등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번역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창작자들의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구글 번역, 파파고 등의 번역 서비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비스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번역으로 얻는 효과가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비용과 시간의 감소는 인공지능 번역이 가지는 최대 장점이다. 웹툰 번역을 통한 서비스는 연재 주기로만 보면 평균적으로 2~4주가량 소요되는데, 번역-식자-검수 작업, 그리고 원고 완성 단계를 생각하면 이보다 오래 걸리는 것으로 파악해야 옳다. 시간이 곧 비용이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시키는 인공지능 번역의 도입은 현지화 전략에 있어 디메리트보다 메리트가 큰 전형적인 사업 분야다. 다만 이 가운데 우리와 언어적, 문화적 권역이 다른 지역에서 문화소의 차이, 사소한 뉘앙스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가 남는다. 하지만 인간 번역에서도 이런 손실은 일어난다. 이를테면 <진격의 거인>에서 유명한 대사인 ‘심장을 바쳐라(心臓を捧げよ)’의 뉘앙스는 우리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조금 다른데, 이 미묘한 뉘앙스는 번역에서 필수적으로 손실되기 마련이다. 인간 역시 이런 차이를 완벽하게 메꾸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공지능 번역이 빠르게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시간의 단축, 불법공유를 막는다 글로벌 서비스에서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에 대한 단속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기회 중 하나로 떠오른다. 흔히 글로벌 서비스에서 불법 웹툰 공유범들은 ‘팬심으로 했다’고 말한다. 불법인 줄은 알지만, 아직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거나, 너무 서비스가 느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들어줄 가치가 없는 변명이지만, 불법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어왔던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아주 빠르게, 실시간으로 동시에 연재가 가능하다면? 이건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웹툰이 ‘복사+붙여넣기’로 간단하게 번역할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웹툰에는 효과음 등 이미지로 표현되는 ‘소리’가 존재하며, 이는 연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공지능이 이를 얼마나 ‘매끄럽게’ 번역하고 이미지까지 교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타깃 텍스트 독자들이 느낄 경험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검수와 수정 시간이 필요하다면, 인공지능의 강점인 속도와 효율성이 감소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웹툰에서의 효과음 (출처: 리디, https://platum.kr/archives/184528) 기술은 양날의 검 이제 문자 중심의 번역은 예술성이 바탕이 된 문학이나 공증을 위한 번역 등 인간이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면 어지간한 문맥 파악은 인공지능을 통한 번역과 요약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대화의 뉘앙스나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도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다. 여기에 이미지를 읽고 수정하는 기능까지 더해져 인공지능이 알아서 웹툰을 번역하고, 이를테면 크롬 등의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자동 번역’ 수준의 실시간 번역까지 가능하다면 사실상 번역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여기까지는 즐거운 상상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오픈소스로 제공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올해 초 중국발 ‘딥시크 쇼크’를 경험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딥시크가 싼 가격으로 놀라운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고 그것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모두가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상상한 정도의 번역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이 오픈소스로 공개된다면, 불법 웹툰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무조건적인 기술 발전은 양날의 검이 되기 쉽다.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의들을 발빠르게 흡수하고, 더 나은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수정하며 수립해 갈 필요가 있다. 또한 출판을 기준으로 맞춰진 저작권법을 손보고, 온라인 시대의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사회적 파급효과를 조사해 여기에 맞는 처벌 규정을 만드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다. 이런 준비 없이 ‘기술 발전이 가져올 낙관적 미래’에 취해 무조건적으로 최신의 기술만을 채택한다면 우리는 기술에 뒤쳐질까 두려운 나머지 지켜야 할 가치들을 져버리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편리한 도구는 반대로 막대한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을 유념하고, 기술 발전에 초점을 두되 그것을 사용하는 환경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번역에 있어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자연스러운 사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익숙한 분야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번역은 우리에게 단순히 언어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어는 사용인구가 적은 고립어이기 때문인데,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도구의 개발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웹툰의 해외 진출 문제가 아니라, 여러 콘텐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집약적 분야가 웹툰 번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 분야 인공지능 번역은 단순히 글자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읽고 분석한 후 ‘글과 이미지’를 동시에 수정하는 복합적인 생성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효용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기타 콘텐츠로의 확장성 역시 크다. 많은 작품이 주간연재로 연재되고 있다는 점 역시 인공지능 번역의 빠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강점이다. 웹툰 분야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인공지능 번역도구 개발을 지원하거나,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토큰 바우처, 그래픽카드 지원, 전문 검수인력 양성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타 분야로 확장해 나갈 ‘인공지능 현지화 도구’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 박찬 (2025. 5. 12). 트럼프, AI 기업 '공정 사용' 반대한 미국 저작권청장 해임. ⟪AI 타임스⟫. URL: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331 - 임대준 (2025. 5. 11). 매카트니·두아 리파 등 반발로 영국 정부 'AI 저작권법 완화'에서 후퇴. ⟪AI 타임스⟫. URL: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324 - 플래텀 (2025). “프로디파이, 웹툰 현지화 AI 툴 ‘프로디파이’ 론칭”, https://platum.kr/archives/253832 - マンナビ (2021). “漫画家の約9割がデジタル制作。半数以上は3Dを活用 ―漫画家実態調査アンケート―”, https://mannavi.net/14929         ​ ​ AI가 아니라 AI로 만드는 이야기   마테오 AI 스튜디오 러닝타임 16분의 AI 영화 <마테오>의 제작 과정에는 카메라도 없었고, 배우도 없었으며, 현장도 없었다. 필요한 건 오직 노트북과 키보드, 그리고 수백 번 수정된 프롬프트뿐. 그 안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우리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웹소설 편집자였고, 현장의 보조 감독이었다. 늘 콘텐츠 산업의 바깥에서 ‘언젠가’ 내 작품을 만들 기회를 꿈꾸던 예비 창작자들이었다. AI는 우리에게 그 '언젠가'를 '지금'으로 바꿔준 도구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과감했고, 무엇보다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가 완성됐다. 100% AI로 만든 <마테오> 제작 경험은 우리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우리 또한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마테오 AI 스튜디오의 시작 마테오 AI 스튜디오(문신우, 양익준, 정주원)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MBC C&I가 주관한 ‘AI/XR 콘텐츠 활용 멀티플랫폼 드라마 기획개발 랩’ 지원사업에서 처음 만나 결성됐다. 그 전에는 각자 웹소설 편집자, 영화 촬영 보조, 아동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늘 창작의 욕구를 느껴왔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우리는 AI 기술을 통해 고가의 장비와 많은 인력, 넓은 공간이 없이도 상상한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좌)<마테오> 포스터, (우)<목격자> 포스터   <마테오>를 제작할 2024년 6월 무렵에는 기존 AI 콘텐츠 중 5분을 넘는 이야기가 드물었다. 우리는 16분 분량에 내러티브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이 작품이 ‘대한민국 AI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해당 영화제에는 전 세계 104개국에서 총 2,067편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그 중에 <마테오>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일이다. 또 같은 해인 2024년에는 팀의 양익준 감독이 제작한 개인작 <목격자>(2024, 5분)가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팀 전체에 다시 한번 큰 관심이 쏟아졌다. <마테오>는 가난한 노동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이 ‘돈이 곧 힘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약 카르텔과 손을 잡고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아보카도 시장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마테오의 유년기부터 중장년까지를 담아내며,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휴머니즘 드라마다. 양익준 감독의 <목격자>는 의문의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으로, 자아를 갖게되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룬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밀도 높은 구성과 감정 연출이 필요했는데, 당시 AI 영상 생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실험과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마테오> 작품 스틸사진 AI 영화 <마테오>의 제작 과정 AI 영화의 제작 과정은 기존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사전 기획(프리 프로덕션), 제작(프로덕션), 후반 제작(포스트 프로덕션)의 단계를 거치지만, 제작과 후반 작업이 하나로 합쳐지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기획을 통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나면,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와 인물, 배경 등 컨셉 이미지들을 만든다. 이후 촬영 대신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장면들을 만들고, 그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들어 대사를 입히고 후반 사운드를 입힌다. 이 과정에서 만든 영상을 바로 편집하며 대사의 립싱크가 잘 맞는지, 스토리의 흐름이 잘 맞는지 점검하고, 안맞는 부분은 이미지 생성 단계로 돌아가 다시 작업한다. 기존 영화의 개념으로 보면, 후반 편집을 촬영과 동시에 하는 셈이다. 우리는 팀이 결성된 다음 날부터 바로 기획 회의에 돌입했다. 각자의 취향과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AI로 제작하기에 적합한 이야기에 대해 논의하며 방향성을 잡았다. 기획에는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들였는데, 기획, 구성, 시나리오를 역할 분담 없이, 공동창작의 형태로 진행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챗지피티(ChatGPT)’와 ‘클로드(Claude)’라는 대화형 AI 툴을 사용했는데, AI가 제공해준 이야기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결국 기획과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자료 조사를 하는 부분에서만 AI를 활용하고, 스토리는 직접 쓰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기획 과정이 어느 정도 완료된 후, 콘티를 제작했다. ‘카탈리스트(Katalis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흐름을 콘티로 구현했고, 이를 토대로 본격 컷 이미지를 제작했다. AI 창작 과정에서 특히나 좋은 점이 있는데, 바로 기획 단계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떻게 생겼을지 외형과 배경, 작품의 분위기 등을 사전에 구체화할 수 있었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기획 단계를 보완하며 상상을 펼치고 서로의 생각을 동기화할 수 있었다. 제작 단계에서는 이미지, 영상, 음원 생성 등 전 과정에 약 15개 정도의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테스트하고 활용했다. 가장 첫 단계인 이미지 생성에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프로그램을 100% 활용했는데, 현재까지도 가장 애용하는 툴이다. 이미지를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다양한 툴이 많이 있지만, 우리 팀이 추구하는 미감에 가장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툴이다. 이미지를 만든 후에는 그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드는데, 영상 생성에는 ‘클링(Kling)’이라는 프로그램을 대부분 사용했고, 폭발이나 화염 같은 특수 장면들은 ‘런웨이(Runway)’, 인서트 장면들은 ‘루마(Dream machine)’를 사용했다.  <마테오> 제작 과정     영상을 만들면서는 앞서 말한대로 사운드를 함께 제작했다. 배경 음악은 ‘Suno(수노)’라는 음악 생성 AI 툴을 사용했는데, 처음 기획 단계에서 짧은 내러티브에서 효과적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뮤지컬 형식을 시도하면서 메인 장면의 스토리를 담은 가사를 쓰고, 그걸 음악으로 만들어 배치했다. 배경음악 외에도 인물의 대사를 AI로 생성했다. 대사는 대부분 팀의 문신우 감독이 직접 녹음한 후, 인물의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로 변환했다. 변환은 ‘일레븐랩스(Eleven-Labs)’라는 사운드 생성 AI 도구를 활용했는데, 한 명의 목소리로 6명의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연출할 수 있었다. 극중 나무의 대사 장면은 ‘텍스트 투 보이스(T2V)’ 기능을 사용해 구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사들은 생성된 영상에 넣어 립싱크를 맞춘 영상으로 다시 생성하고, 최종 편집을 통해 완성된다. 효과음은 당시 기술적 한계로 AI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현재는 효과음 또한 AI로 자연스럽게 생성이 가능하다. <마테오>의 전체 제작 기간은 기획에 한 달, 제작과 후반에 약 한 달 반이 소요됐다. 메인 작업 기간 내내 평일, 주말 구분없이 하루에 15시간 정도씩 작업을 했지만, 매일 완성된 편집본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능률도 높았고 만족감도 큰 시간이었다. 제작비는 주로 구독료와 인건비, 후반 편집 등에 사용했는데, 여러 프로그램을 구독해 보며 각 장면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툴을 찾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했다. AI 콘텐츠는 큰 자본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긴 하지만, 추구하는 완성도와 포맷에 따라 제작 기간과 비용, 인력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AI 창작을 단순히 비용의 절감, 효율성 향상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실적인 제약으로 구현되지 못했던 상상과 기획을 작품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집중하고, 다양한 형태의 창작 구조가 마련되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목격자> 작품 스틸사진   마테오 AI 스튜디오가 AI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획이다. 기획 단계에서는 AI로 만들기에 적합한 이야기인지를 먼저 판단하는데, 기존의 실사 영화 방식으로 제작해도 차별점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는 AI 콘텐츠로 만드는 것을 지양하고, 현재 기술이 만들기 어려운 이야기도 거르는 편이다. 현재의 기술로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데 집중해서 만들고자 한다. <마테오>를 기획했을 때만 해도 AI 콘텐츠 장르는 중세 유럽의 기사나 마녀, 괴물이 등장하는 고전 판타지나 호러물이 많았다. 하지만 <마테오>는 AI 장르로는 드물게 휴머니즘을 담고자 했다. 실사 장르와 비교해 AI 영화는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진짜 사람이 아닌 인물이 사람을 흉내내는 것에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생기고, 조금만 물리 법칙에 어긋나거나 형상이 깨져도 바로 몰입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을 깨지 않는 스토리 구성과 연출로 매끄럽게 연결하고, 자연스러운 시각 스타일과 AI 배우의 감정 연기 등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작 과정에서 특히 신경썼던 부분은 이 불쾌한 골짜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컷들을 구성하는 일이었고,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전체적으로 영상의 톤 앤 매너와 질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 모든 것을 후반에서 보정해도 되지만, 보정 없이 생성 단계에서부터 최대한 AI로만 만드는 콘텐츠에 목표를 두고 제작했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과 시도들이 필요했다. 왜곡되지 않은 이미지와 AI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적합한 영상을 뽑을 수 있는 프롬프트를 연구했고, 결과적으로 최초의 휴머니즘 장르의 AI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AI 창작자가 일하는 방법 <마테오>를 만들던 시기는 무더운 한여름이었다. 실제로 촬영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제작했다면, 매우 고된 작업이 되었을 거다. 물론 16분 분량에 맞지 않는 해외 로케이션, 폭발 등의 특수효과, 등장인물의 수 등의 문제로 제작 단계까지 가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주인공 마테오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총 5명의 인물 섭외가 필요하고, 광활한 아보카도 농장과 공장, 대저택을 다 태우고 폭발시키고, 몇 번의 계절을 지나는 등, 실제로 촬영하기엔 제약이 많은 콘텐츠지만 AI이기에 상상을 제한할 필요 없이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또한 영어가 되는 AI 배우를 바로 생성하여 제작할 수 있었던 점은 글로벌 마켓과 컨퍼런스 등에서도 우리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장점 중에 하나였다.  그 외에는 사실상 모든 작업 단계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때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16분 길이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부터가 큰 도전이었다. 초반에는 프로그램 발전이 우리가 의도한 수준만큼 구현되지 않아서 복잡한 프로그램을 연구해가며 쓰기도 했다. 며칠을 연구했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끝내 해결하지 못해 여러 방면으로 방법을 찾던 찰나, 한 회사에서 해당 기능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몇 날 며칠을 연구한 것이 클릭 한 번으로 성공하는 일도 있었다. 프롬프트 또한 각 프로그램별로 잘 반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맞춰 연구를 해가며 수많은 크레딧(비용)을 소모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시간과 돈을 쏟아 부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것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우리의 노하우로 남았다. AI 콘텐츠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AI 콘텐츠가 상업화 될 수 있는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우리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야기의 감정을 설계하고 서사를 통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AI는 프롬프트를 통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 주지만, AI는 도구일 뿐, 그 컷들이 어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하고 감동을 만드는 건 결국 창작자다. 그래서 우리는 한 컷, 한 씬, 한 시퀀스를 만들기 위해서 수백 번씩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팀이 늘 하는 유행어 같은 말이 있다. AI 콘텐츠는 ‘AI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로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AI가 뚝딱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한땀 한땀 만들어 엮어가는 것이다.  웨이브 AI 영화 ‘더 프롬프트: 넥스트 드라마’            영화제 수상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제안과 강연 요청이 이어졌다. MBC C&I ‘AI 콘텐츠 랩’의 대표 감독으로 활동하며 미드저니, 런웨이, 일레븐랩스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밋업(Meet-up) 행사를 함께 주최하는 등 활동의 폭이 넓어졌고,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영상 제작, AI 영화 제작과 관련된 온/오프라인 교육, 신규 IP 개발 등을 통해 수익 구조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마테오>, <목격자> 이외 AI 콘텐츠 랩의 작품들이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에 ‘더 프롬프트: 넥스트 드라마’라는 콘텐츠로 정식 서비스 됐는데, 이는 OTT 최초의 AI 콘텐츠 사례로, 앞으로의 산업 저변을 확대하는데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AI 창작의 본질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며 ‘이제 AI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텐데,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감성으로 전달하고,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기획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AI로 만든 영상은 감동이 없다’거나, ‘모두 같은 스타일로 보인다’는 반응도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마테오>와 <목격자>를 본 이후에는 AI 영상에도 내러티브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분들도 많았고, 직접 실습하면서 창작자들이 AI를 대하는 시선이 점차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강연에서 단순한 툴 사용법을 넘어,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연출하는 부분을 강조한다.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기다. 기술보다는 스토리텔링이 훨씬 중요해졌다. 덧붙여 기본기와 상상력, 예민한 감수성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됐고, AI는 같은 장면을 의도했더라도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개성과 연출 의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근본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현재 마테오 AI 스튜디오에서 만들고 있는 차기작 <라파엘>(가제)은 AI 100%로 제작하는 70분 길이의 장편 영화다. AI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소규모 창작자들도 적은 비용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기에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지만, 오히려 이런 한계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이야기 안에 녹여 '감정을 감추는 안드로이드'라는 캐릭터로 연기의 부자연스러움을 세계관으로 포함했다. 이런 식으로 AI 콘텐츠를 더 연구하며 AI 영상만의 특성, 문법을 잘 만들어 나간다면, AI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정책 차원에서 소규모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더 많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마테오> 또한 그런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현재는 큰 규모의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은데, 초기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해 다양한 사업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한다. AI 콘텐츠 창작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가능성과 사례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AI는 결코 창작자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AI가 창작자를 대체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창작자가 AI를 자신만의 이야기 창작에 활용할 수 있을까?’여야 한다. 마테오 AI 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이 질문을 품고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기술이 진화해도, 감동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 ​ Stock Inside 2025년 3~4월 엔터 산업 주가 분석   임수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25년 3~4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종목별 주가 흐름은 실적과 기대 모멘텀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큐브엔터(+22.5%)와 SM(+21.0%)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고, 디어유(+10.6%)는 중국 서비스 출시 및 플랫폼 확장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하이브(+3.7%)와 YG(+6.5%)는 실적 공백 구간에서 제한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JYP(-17.9%)는 1분기 실적 우려로 큰 조정을 겪었다. 전반적으로 한한령 해제 이슈, 실적 발표, 아티스트 활동 일정 등 이벤트에 따른 종목별 주가 등락이 확인됐다. 또한 엔터 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고조되어감에 따라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윤수현, '호미들' 등 일부 아티스트의 중국 공연이 공식 허가를 받으며 정책 완화 가능성이 부각됐고, 일부 케이팝 아이돌 공연 역시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문화부의 승인을 받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다만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전면 해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시장은 하반기 APEC 회담을 전후해 본격적인 문화 교류 재개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는 공연과 MD 부문이 고성장하며 대부분 기업이 기대치를 상회했고, YG는 MD 전략 변화에 따른 분기 최대 매출, SM은 중국향 음원 이익 반영, 하이브는 평균 티켓 가격(ATP, Average Ticket Price) 상승과 모객 확대를 기반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JYP는 1분기 부진했지만 신인 IP 성장세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SM의 하츠투하츠, JYP의 킥플립 등 신인 아티스트들의 초동 성과가 기대치를 웃돌았고, 하이브와 YG는 하반기 신인 보이그룹 데뷔를 예고하며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하이브와 JYP의 해외 현지화 그룹 전략도 본격화되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내 공연 기반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I. 2025년 3~4월 업종별 주가 분석 1. 엔터테인먼트 1) 엔터 산업, 기대 반 우려 반 2025년 3~4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시장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종목 간 격차가 심화되며 실적 및 기대 모멘텀에 따른 주가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코스피는 3월 -2.0% 하락했다가 4월 +3.0% 반등하며 두 달 누적으로 +0.9% 상승했고, 코스닥은 3월 -9.6% 급락 후 4월 +6.6% 회복하며 누적 -3.6%를 기록했다. 반면 주요 엔터 상장사들은 이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나타내며 시장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3~4월 누적 기준으로 큐브엔터는 +22.5%로 업종 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SM(+21.0%), 디어유(+10.6%), 하이브(+3.7%), YG(+6.5%) 등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디어유는 중국 서비스 출시 기대감과 함께 NCT WISH, 라이즈의 플랫폼 입점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가 반영된 모습이다. 큐브엔터와 SM은 중국 팬덤 비중이 높은 엔터사로, 한한령 해제 시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하이브는 세븐틴·TXT·엔하이픈의 공연 실적이 긍정적이었지만, 1분기 메가 IP의 활동 부재에 따라 실적 부진이 예상됐고,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주가에 선반영되며 누적 수익률이 +3.7%에 그쳤다. YG는 상반기 아티스트 활동이 많지 않아 실적 비수기로 평가되며 제한적인 주가 반응을 보였지만, 블랙핑크 관련 기대감이 하반기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하이브와 JYP 대비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곳은 JYP 였다. JYP는 3월 -29.8% 급락 이후, 4월 +16.9% 반등했지만, 1분기 메가 IP의 활동 부재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며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반영된 가운데, 두 달 누적으로는 -17.9% 하락했다. 다만 2분기부터 대형 아티스트의 활동 재개가 예정되어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반적으로 3~4월 엔터주는 실적과 이벤트에 따라 차별화된 변화를 보였다. 주가 상승 종목은 공통적으로 실적 서프라이즈(SM), 중국 기대감(디어유, 큐브, SM)이 반영된 종목 중심이었고, 하락 종목은 실적 공백 또는 기대 대비 부족한 실적 모멘텀이 주가를 제한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 발표와 함께 아티스트 활동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종목별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모멘텀으로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과 중국 공연 재개 움직임이 3~4월 주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특히 일부 기획사는 중국 공연 승인과 관련된 뉴스가 주가를 견인했고, 3분기 이후 블랙핑크·BTS·세븐틴 등 메가 IP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실적뿐 아니라 멀티플 리레이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엔터 업종은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이벤트 기반의 선별적 반응이 강화된 시기로, 연중 실적과 이벤트에 따른 탄력적 주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실적이 확인되는 2분기와 하반기 대형 투어 일정, 중국 이슈의 가시화 등은 업종 내 종목 간 명확한 격차를 만들어내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 중국 한한령 해제 업데이트: 기대에서 현실로, 그러나 불확실성 여전 2024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한한령 해제 기대감은 2025년 들어 점차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1분기에는 한국 아티스트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허가되며 한한령의 실질적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고조됐다. 4월에는 가수 윤수현, 힙합 그룹 '호미들'이 중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진행했고, 5월에는 아이돌 그룹 이펙스(EPEX)의 단독 공연이 푸저우시 문화관광국의 공식 허가를 받으며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는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케이팝 아이돌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공식 공연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비록 이후 이펙스의 공연이 돌연 연기되며 우려가 제기됐으나, 중국 내 공연 허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정치적 변수와 외교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2025년 5월 초 발생한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는 한중 관계에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한한령 해제의 시점이 다시금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류 관련 교류는 민간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전면 해제에는 정치 외교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하이난 등 국지적 허용 형태로 진행 중인 공연 허가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한한령 해제가 전면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양국 정부 간의 외교 채널 정상화와 문화 교류 재개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한국 아티스트의 비자 발급 및 현지 기획사와의 협력 체계가 제도적으로 안정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개별 도시 정부나 문화 기관의 판단에 따라 공연이 허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내재된 상황이다. 실제 주가 반응도 선반영되는 흐름이다. SM, 큐브엔터는 3~4월 중 각각 +21%, +23% 상승하며 기대감을 반영한 반면, YG와 하이브는 아직 기대감 반영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블랙핑크와 BTS라는 메가 IP의 실제 중국 활동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후행적으로 주가가 반응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주목할 포인트는 2025년 하반기 APEC 정상회담 전후 시점이다. 양국 간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문화 교류 재개가 공식화될 경우, 엔터 업종은 단기적인 실적 반등뿐 아니라 멀티플 리레이팅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시장 재진입은 업계 전반의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며, 2026년도 기준 +20~30% 매출 성장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 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1) 높은 대기 수요와 2) 도시당 밀집도가 높아 더욱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큐브의 아이들은 회당 모객 수 1만 명 대임에도 중국 내 공연 회당 모객 수는 2.5만 명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월드투어 이후 신규 팬덤 유입으로 전 부문의 매출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주가에서는 추가적인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자료: 언론보도,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좌)자료: C9엔터테인먼트,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우) 자료: 언론보도,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3) 1Q25 Review: 공연·MD 기대 상회, 수익 모델의 확장 확인 2025년 1분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반적으로 공연과 MD 부문의 고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주요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전년 동기 대비 실적 회복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수익 구조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공연 부문에서는 회차 증가뿐 아니라 평균 모객 수의 증가, 해외 투어에서의 개런티 상승, 공연 평균 티켓 가격의 상향 등 다방면에서의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MD 부문 역시 아티스트별 라인업 강화 및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도시별 팝업 스토어 운영 등 전략적 변화가 반영되며 대부분의 기업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또는 기대치를 상회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일부 기업은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거나 추정치 조정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확인된다. 먼저, YG는 1분기 연결 매출 1,002억 원, 영업이익 95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핵심은 MD 매출의 급증이다. 베이비몬스터의 월드투어와 함께 진행된 도시별 팝업 스토어가 성황을 이루며 MD 매출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2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블랙핑크 활동 시기가 포함된 과거 최대치도 상회하는 수치다. 더불어 YG PLUS가 1분기 약 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결 실적 개선에 기여했고, YG인베스트먼트는 42억 원의 투자이익을 인식했다. 수익 구조의 다변화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3분기부터는 블랙핑크의 월드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관련 MD 매출이 본격화될 경우 중장기 실적 레벨이 한 단계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YG는 저연차 IP 성장뿐 아니라 고연차 IP의 활용성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SM은 1분기 연결 매출 2,314억 원, 영업이익 326억 원을 기록하며 당사 추정치와 시장 기대치를 모두 상회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중국향 음원 관련 일회성 이익 약 230억 원이 반영된 점이다. 다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본업의 성장세는 유효하게 지속됐다. NCT127, 에스파, 동방신기 등의 월드투어가 집중되며 공연 매출은 390억 원을 기록했고, MD 매출 역시 394억 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인 아티스트의 성장도 돋보였다. 하츠투하츠는 데뷔 초동 기준 역대 여자 신인 그룹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NCT WISH는 초동 109만 장을 달성하며 신인 보이그룹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2분기부터는 디어유가 연결 편입되며 이익 기여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회사 실적의 안정화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이브는 1분기 연결 매출 5,006억 원, 영업이익 21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7%, 50.3% 증가한 수치로, 방탄소년단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세븐틴, TXT, 엔하이픈 등 다수 IP의 활동이 실적을 견인했다. 공연 매출은 1,5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52% 증가했으며, 월드투어 누적 모객 수는 82만 명에 달했다. ATP는 20.6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상승하며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티켓 수요가 유지되었음을 입증했다. MD 매출도 1,0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2% 증가하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위버스 기반의 고정 소비와 오프라인 팝업 매장이 결합되며, MD 매출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2분기에는 세븐틴,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등의 신보 발매 및 BTS 진의 활동 재개가 예정되어 있어 강한 실적 모멘텀이 기대된다.   JYP는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추정에 따르면 1분기 연결 매출은 1,184억 원(YoY -13.2%), 영업이익은 138억 원(YoY -58.9%) 수준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메가 IP의 신보 부재, 소규모 공연 중심의 활동, 그리고 킥플립 데뷔 프로모션 및 <더 딴따라> 관련 일회성 비용(약 20억 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인 IP의 성장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킥플립은 총판매량 32만 장을 기록했으며, 넥스지도 최근 앨범에서 24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작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2분기에는 스트레이 키즈의 대규모 월드투어를 통한 공연 매출의 급격한 회복이 기대되며, 3분기 트와이스와 엔믹스 등 핵심 아티스트들의 활동도 재개될 예정으로 실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 4) 엔터 산업 신인 성장세  2025년 1분기 신인 아티스트들의 성과는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 SM은 하츠투하츠를 통해 여자 신인 그룹 사상 최고 초동 기록을 경신했고, JYP의 킥플립 또한 총판매량 32만 장을 달성하며 신인으로는 이례적인 초반 성적을 기록했다. 두 그룹 모두 팬덤 유입 속도와 구매력 면에서 안정적인 지표를 보이며, 하반기 신인 IP 전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이브는 빅히트 레이블에서 신인 보이그룹의 하반기 데뷔를 예고하고 있으며, YG 역시 새로운 보이그룹 데뷔를 계획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브의 경우 투어스에 이은 후속 그룹으로, BTS 이후 차세대 글로벌 보이그룹 육성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음악 트렌드와 연계된 브랜딩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YG의 신인 보이그룹은 베이비몬스터에 이어 아티스트 라인업을 본격 확대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동사의 신규 성장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현지화 전략 측면에서도 각 사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이브가 론칭한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는 5월 컴백 이후 스포티파이 주간 스트리밍 횟수 1,256만 회를 돌파하며 빌보드 Hot100 진입도 기대된다. 하반기에는 하이브와 JYP가 각각 남미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현지화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하이브는 6월 일본 현지화 그룹 AOEN의 데뷔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남성 보이그룹 데뷔도 계획 중이다. 해외 현지화 그룹의 경우, 초기에는 비용 투입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음원 스트리밍 및 공연 매출을 통해 수익성이 가시화될 수 있다. 특히 서구권 시장에서는 공연 수익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인 만큼, 본격적인 수익 기여는 그룹 활동 3년 차부터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각 사의 실행력과 지역별 팬덤 전략이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좌) 자료: 하이브,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우) 자료: 스포티파이,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 ​ > Stock Inside 2025년 3~4월 미디어 산업 주가 분석 1분기 성적표를 앞두고 숨고르기   김희재 대신증권 미디어 산업 연구위원 미디어 산업의 3~4월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8개 종목의 주가는 -14% ~ +2%로 7개 기업이 하락했다. 동기간 코스피는 +0.9% 상승, 코스닥은 -3.6% 하락했으며,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두 기업만 지수(코스닥) 대비 아웃퍼폼했다. 1~2월은 TV 광고 회복, 넷플릭스의 호실적 및 투자 확대, 주요 대작에 대한 기대감과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반영되며 미디어 산업 8개 기업이 모두 상승하고, 이 중 5개 기업이 시장 대비 아웃퍼폼했다. 그럼에도 3~4월은 실적 시즌에 진입하면서 1Q25(2025년 1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1~2월과 비교해보면, TV 광고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주요 대작들의 시청률이 부진하고 편성 수도 빠르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한한령 해제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주가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5~6월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5월 초 발표된 1Q25 부진한 실적을 확인했고, TV 광고는 2Q 성수기 효과 및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1Q25 보다는 많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들의 시청률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3~4월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주가 흐름 속에 한한령 관련한 이벤트들은 지속적으로 단기 주가의 상승 및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1. 2025년 3~4월 업종별 주가 분석 3~4월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은 -14% ~ +2%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CJ ENM +1.6%, 스튜디오드래곤 -0.4%, 삼화네트웍스 -3.8%, SBS -5.6%, 콘텐트리중앙 -7.2%, NEW -8.5%, 에이스토리 -10.5%, 팬엔터테인먼트 -13.7% 순이다. 동기간 코스피는 +0.9% 상승, 코스닥은 -3.6% 하락했다. 콘텐츠 기업 8개 중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만 시장(코스닥)을 아웃퍼폼했다. CJ ENM의 상승은 시청률 회복 및 티빙 가입자 회복에 기인한다. ENM의 tvN에서 방영된 <별들에게 물어봐>는 제작비 약 500억 원이 투입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작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최고 3.9%, 평균 2.4%로 tvN 주요 작품들의 평균인 6.3%에 크게 못 미쳤다. 작품 방영 초기 시청률 부진을 확인하면서 CJ ENM은 -5%,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12% 하락했다. 작품의 종영 시점에는 작품 초기 대비 CJ ENM은 +12%, 스튜디오드래곤은 +15% 상승했다. 전형적인 대작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에 따른 주가 영향 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다.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기대작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기간 주가는 시청률에 대한 움직임 보다는 한한령 해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벤트의 발생 여부에 따른 등락이 나타났다. 4월 중순에는 기대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방영을 시작했다. 1회 시청률은 3.7%로 다소 부진했지만, 9회 기준 6.2%까지 회복했다. tvN의 과거 평균 6.3% 수준이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평균 1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평균 12%에는 못 미치지만, 연초 작품인 <별들에게 물어봐>의 흥행 실패에 대한 기저효과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상승하는 시청률이 주가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방영 후 4월 중순부터 말까지 CJ ENM의 주가는 +7% 상승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8.8% 상승했다. 이 작품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작품은 아니지만, CJ ENM의 드라마 제작을 대부분 스튜디오드래곤이 담당하다 보니 주가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CJ ENM의 주가 상승 원인 중 다른 하나는 티빙의 가입자 상승이다. 티빙은 프로야구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서 ‘24년에 코리안 클릭의 순이용자 기준 278만 명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로야구 시즌 종료로 ‘24년 11월 ~ ‘25년 2월 사이 172만 명의 이탈이 일어났지만,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25년 3월 다시 41만 명이 증가했고, 4월 이후에도 가입자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티빙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3~4월 CJ ENM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3~4월 주가하락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팬엔터테인먼트이다. 동기간 -14% 하락했다. 팬엔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작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가 3월 7일 공개된 직후, +22% 상승했고, 3월 14일까지 +49%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4월 말 주가는 공개일 대비 오히려 -15% 하락했다. 앞서 분석한 <별들에게 물어봐>와 반대되는 경우이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실망스러운 시작 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 방어 및 반등으로 이어졌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작품의 호평이 주가의 급등으로 이어졌지만,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되면서 오히려 상승 이전보다 낮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제작사인 팬엔턴테인먼트는 연간 1~2편 정도의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23년 3월 ~ ‘24년 2월까지 제작한 작품이고,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작품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주가의 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다. 2. 2025년 3~4월 미디어 산업의 주가에 대한 의견 미디어 산업의 전반적인 주가 움직임은 실적 전망 및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 즉 작품의 편성 횟수 및 규모와 주요 작품의 시청률이나 가입자 수의 증감 등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미디어 산업의 주가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한한령 해제 여부이다. 작년 말부터 정관계 인사들과 중국 파트너들의 미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올해 2월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기사화되면서 미디어 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3~4월 주가도 기본적으로는 주요 지표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지만,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부각되거나 실망감이 반영될 때 단기적인 등락을 보였다. 이번 호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되면 미디어 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아이치이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중국 OTT 시장은 5개의 상위 업체(아이이치(iQIYI), 유쿠(Youku), 텐센트비디오(Tencent Video), 빌리빌리(Billibili), 망고TV(Mango TV))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OTT 플랫폼들은 성장 초기 단계에 가입자 수 확대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플랫폼들의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글로벌 콘텐츠 판권 확보를 통해 기반을 구축했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각 플랫폼들은 이용자 유입을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의 독점 스트리밍 권리 확보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특히 중국 내 인기가 높았던 한국 콘텐츠의 판권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아이치이는 2016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독점 방영권을 회당 25만 달러, 총액 약 48억 원에 확보했고, 해당 드라마 방영 직후 아이치이의 유료 가입자가 약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시 K-콘텐츠가 갖고 있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공격적인 콘텐츠 구매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며, 중국 OTT 플랫폼 사업자들의 적자가 누적됐다. 이에 따라 기존의 외형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 대신, 수익성 개선과 운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 재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편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2016년부터 본격화된 한한령이 자리한다. 한한령 이전까지 OTT 플랫폼은 제대로 된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중국의 전통 방송 채널 대비 규제 강도가 약한 편이었다. 일부 해외 콘텐츠는 중국 광파전시총국의 공식 심의 없이 플랫폼의 자율 심의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한령 발효 이후, ‘19년 2월부터 OTT 콘텐츠에도 기존 방송 채널과 동일한 공식 심의 체계를 공식적으로 적용하며,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공식 유통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중국 OTT 플랫폼들은 한국 콘텐츠를 통해 주요 트래픽을 확보하던 기존 전략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됐다. 이러한 배경하에 각 플랫폼들은 기존의 외형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AI 도입을 통한 콘텐츠 생산성 향상, 콘텐츠 판권 투자 축소 등을 통한 수익성 확대 및 장기 성장세 유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 및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 수를 확대했고, 2015년 1,100만 명 수준이던 유료 가입자 수는 2019년 1억 명을 돌파했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53억 위안에서 300억 위안으로 약 6배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가입자 수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2019년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30.3%로 적자가 지속됐는데, 이는 초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외부 콘텐츠 확보와 운영비용 부담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아이치이는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이 미흡하여 해외 콘텐츠 판권에 크게 의존해왔고, 2018년에는 콘텐츠 투자 비용 180억 위안 중 판권 구매 금액이 130억 위안까지 급증하면서 적자 확대의 주된 원인이 됐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아이치이는 콘텐츠 투자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 2020년과 2021년 전체 콘텐츠 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11%와 17% 증가했는데, 판권 투자가 각각 -12%, -8% 감소한 반면, 자체 콘텐츠 투자는 각각 87%, 56% 증가했다. 2021년 자체 콘텐츠 투자비는 105억 위안으로 콘텐츠 투자비 중 52%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판권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아이치이는 해외 판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비용 구조의 효율화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영업이익률이 4.4%로 흑자 전환했고, 2023년 영업이익률은 9.3%까지 상승하며 3년 연속 흑자를 달성 중이다.   중국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한령이 해제될 경우 한국 콘텐츠가 다시 주요 투자 대상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한령 해제 시 한국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이치이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중국 OTT들의 자체 콘텐츠 확보 움직임이다.  중국 OTT 가입자들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낮으며, 독점 콘텐츠 혹은 화제작 유무에 따라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콘텐츠 기반 구독 전환(Content-driven Subscription Switching)’ 행동을 보인다. 이로 인해 플랫폼 입장에서는 독점 콘텐츠의 확보가 이용자 유입과 ‘락인 효과(Lock-in effect)’, 더 나아가 수익성 확보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글로벌 독점 형태로 공개하며, 신규 가입자 유입 및 유료 전환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동시방영+독점공개’ 전략을 통해 구독자 락인을 강화한 점은 중국 OTT 플랫폼 역시 동시방영권 확보를 통해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플랫폼 간 경쟁력 확보의 초점은 단순히 차별화가 어려운 구작 IP 확보가 아니라, 시의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신작 콘텐츠, 특히 동시방영권을 통한 독점 콘텐츠이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자 대상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점을 들어 향후 한한령이 해제 되더라도 합법 시장인 OTT 플랫폼으로의 유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합법 시장의 규모와 OTT 플랫폼 이용자 성향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접근이다. 중국 전체 인구는 14.1억 명으로, 이 중 OTT 플랫폼 유료 가입자 수는 약 4억 명(5대 OTT 업체들의 이용자 수를 단순 더한 값)으로 추정되며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중국의 OTT 이용자 수치는 몇 년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콘텐츠의 품질, 접근 및 사용 편의성에 대해 비용 지불 의향을 가지고 있음를 시사한다. 즉, 불법 유통 경로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OTT 플랫폼이 정식으로 한국 콘텐츠의 동시방영권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콘텐츠를 중심으로 락인 전략을 전개할 경우, 이미 존재하는 4억 명 수준의 합법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충분한 상업적 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 >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1)   임동현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1)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AI 기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활용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ttps://www.kwavebigdata.kr <약한영웅(Weak Hero)>의 글로벌 시장 역주행과 토종 OTT의 고민 한류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상에서 드라마 탑 키워드의 변화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다. 3월 7일에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가 유일하게 3월과 4월 연속으로 탑 키워드에 이름을 올렸다. <폭싹 속았수다>는 작년 하반기 해외에서 발군의 성과를 거둔 <엄마친구아들>과 <오징어 게임> 시즌2 이후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3~4월 미디어(드라마&영화) 부문 탑 트렌드 키워드 한편 <연인(My Dearest)>, <해피엔딩(Happy Ending)>은 3월 탑 키워드에 이름을 올렸으나 4월에는 <약한영웅(Weak Hero)>, <슬기로운 의사생활(Hospital Playlist)>, <마이 데몬(My Demon)>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시청층을 형성하는 드라마 콘텐츠가 해외에서 고루 유의미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키워드 목록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단연 <약한영웅>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약한영웅>은 학원액션, 범죄, 스릴러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플레이리스트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2년 11월 18일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다. 이 작품은 공개 당시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호평받으며, 주연 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제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공개 당시 웨이브의 OTT 플랫폼 점유율을 45%까지 견인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웨이브의 유통망은 기본적으로 한국 내 시청자들에게 한정된다. 뛰어난 만듦새와 국내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약한영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해외 시청자층의 형성이나 인지도 확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콘텐츠 자체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유통 채널의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25년 3월 25일, <약한영웅> 시즌1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재공개되면서 뒤바뀌었다. 이는 웨이브가 경영난으로 콘텐츠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즌2 제작이 미뤄지면서 넷플릭스가 그 판권을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김민제, 2025, 4, 8). 시즌2를 제작한 넷플릭스는 이를 공개하기에 앞서 시즌1을 재공개했다. 약 3년 전 이미 국내에 공개되었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약한영웅>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유통망을 만나면서 보인 파급력은 상당했다. 공개 직후 <약한영웅> 시즌1은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TOP 10 순위에 진입하는 대단한 성과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에 따르면, <약한영웅> 시즌1은 공개 첫 주(2025. 3. 24. ~ 2025. 3. 30.)에 전 세계 전체 순위 4위, 비영어 TV쇼 부문에서는 2위까지 치솟았다. 이후 순위에 변동은 있었지만, 꾸준히 글로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비영어 부문 상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2025년 3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누적 시청 시간 9,960만 시간, 누적 시청수 1,810만 회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의 유통망 자체가 가진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잘 드러낸다. 그 중요성은 온톨로지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통상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의 온톨로지 분석에서 드라마 제목이 특정 OTT의 키워드와 연결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약한영웅>과 가장 높은 연결성을 보이는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시청자들이 콘텐츠의 매력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접한 경험을 연결 짓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플랫폼이 콘텐츠 경험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반 요약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약한영웅>의 연관 키워드인 ‘넷플릭스’의 요약문을 살펴보면, <약한영웅> 시리즈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급증했으며, 이는 특히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넷플릭스)을 통해 제공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약한영웅>과 유사한 넷플릭스 K-콘텐츠를 추천하며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콘텐츠의 확장된 경험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약한영웅>의 온톨로지 분석 <약한영웅>의 화제성은 시즌2가 4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지속되고 있다. 해외 팬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에 수집된 게시글 원문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반응을 면밀히 이해할 수 있다. 많은 팬들은 <약한영웅>의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호평을 보내는 것을 넘어, 다음 시즌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시은, 힘내! 시즌2도 실망시키지 않기를. 나는 <약한영웅> 시즌2를 보려고 넷플릭스 구독을 갱신했거든"이라는 반응에서 보듯, 드라마 시청을 위해 직접적으로 넷플릭스 구독을 유지하거나 갱신하는 등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 형성으로 이어지는 양상도 나타난다. 나아가서는 "한국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보내는 중요 메시지. 이 시리즈의 해외 팬이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감독에게 시즌3의 제작을 당장 시작하라고 말해주세요.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시리즈를 만든 당신 잘못이에요", "넷플릭스는 약한영웅 시즌2를 얼른 좀 내놓으세요" 등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형성된 글로벌 팬덤이 얼마나 깊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으며, 향후 콘텐츠 소비 및 플랫폼 이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 드라마가 웨이브라는 국내 플랫폼에서 제작되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초기 동력을 얻었다는 사실은 토종 OTT가 여전히 한국 콘텐츠 제작에 있어 중요한 요람이자 실험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보완이나 다음 시즌 제작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류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상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키워드로 고르게 나타나는 데서 보듯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 소구하는 역량은 역시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약한영웅>의 사례는 콘텐츠의 질과 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팬덤을 형성하며 유지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플랫폼은 단순한 콘텐츠의 매개자 역할을 넘어,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과 지속적인 수요를 견인하는 주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콘텐츠의 힘과 더불어 유통구조의 체질 개선에도 달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약한영웅>의 폭발적인 글로벌 흥행이 결국 넷플릭스라는 유통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은 토종 OTT가 마주한 숙제를 다시 상기시킨다. 2025년 4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토종 OTT 3사의 합계를 압도한다.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킬러 콘텐츠의 새로운 시즌을 넷플릭스에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이러한 토종 OTT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 속에서 토종 OTT가 단순한 한국적 콘텐츠의 생산기지 이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명확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와 규모의 경제와 자본의 논리에 따른 콘텐츠 유통 및 제작 구조를 전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불균형 토종 OTT가 발굴하고 투자한 킬러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큰 성공을 거두고, 그 성과가 다시 토종 OTT와 제작사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 등 다양한 생태계 체질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즉 제작사, 토종 OTT, 그리고 글로벌 OTT가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유통 채널의 독점 체제에 콘텐츠의 가치가 종속되지 않고, 제작사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의 한국이 보유한 콘텐츠 역량도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 김민제 (2025. 4. 8). ‘약한영웅’도 토종 OTT→넷플릭스로 옮겨 대박났지만…. <한겨레>. URL: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91325.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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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3+4월호 : 한국영화, 확장된 경계와 미래
  [한류몽타주] [Zoom 1] 영화-드라마 경계를 넘어, K-콘텐츠의 새로운 확장을 이루다 [Zoom 2] 영화 넘어 확장한다, 극장의 다양한 실험 [Zoom 3]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는 한국 독립영화의 도전 [한류포커스] [Focus 1] 봉준호, 박찬욱을 이을 다음 세대 영화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한류시장 트렌드] [Trend 1] 2025년 1~2월 엔터산업 주가 분석 [Trend 2] 2025년 1~2월 미디어 산업 주가 분석 [Trend 3]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   ​ 영화-드라마 경계를 넘어, K-콘텐츠의 새로운 확장을 이루다   김희경 인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오징어 게임> 시리즈(2021~2024)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드라마 다수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드라마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감독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지만 영화감독이 만들었고, 영화 스태프가 참여했으며, 영화 같은 뛰어난 작품성과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며, K-콘텐츠의 새로운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 티빙의 <스터디그룹>, 채널 A의 <마녀>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25년에 공개된 드라마 작품들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과 방송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들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해당한다. <중증외상센터>는 <좋은 친구들>(2014)의 이도윤 감독이, <스터디그룹>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의 이장훈 감독, <마녀>는 <암수살인>(2018)의 김태균 감독이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방영 예정인 작품들에서도 영화감독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노무사 노무진>은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사마귀>는 영화 <화차>(2012)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첫 드라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2024)에 이어 연출을 맡은 두 번째 드라마다.  K-콘텐츠 시장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조리 허물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최근 나온 드라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과거 우리가 봤던 한국 드라마의 형태와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화려한 영상미부터 정교한 미장센(화면 속 세트나 소품 등 시각적 요소의 배열)까지 영화적 기법이 총동원된다. 분량을 제외하곤 사실상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이 어렵고, 또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이제 영화와 드라마는 초장르적 시도를 통해 ‘영상’이란 하나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자유자재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증외상센터>, <스터디그룹>, <마녀>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티빙, 채널A)   물리적 결합, 그 이상의 과감하고 정교한 크로스오버  과거 콘텐츠 시장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은 명확했다. 영화와 드라마는 분량, 추구하는 방향, 소재 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영화는 2~3시간 안에 압축적이면서도 밀도 높게 스토리를 전개한다. 스릴러, 호러, 액션 등 장르적 특색도 강하다.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에 걸리는 만큼 시각적인 효과와 영상미를 부각하는 작품들도 많다. 반면 드라마는 1시간 정도 방영되며, 미니시리즈 기준 16회차로 구성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집과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가족, 사랑 등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주로 활용한다.  그런데 2019년께 이 같은 간극을 극복하고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는 2016년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3년 정도 지난 시점에 해당한다. 초반엔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시기였으며, 2019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제작이 이뤄졌다.  그 시작을 알린 대표적인 작품은 2019년 발표된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다. 드라마계의 유명 작가인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쓰고, <터널>(2016) 등을 만든 김성훈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영화감독의 참여에 큰 관심을 보였고, ‘좀비물’이란 장르적 특성이 잘 드러난 다양한 연출 기법에 호평을 보냈다.   <킹덤> 촬영 스케치 (출처 : 넷플릭스)   이를 기점으로 드라마 분량 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16부작 중심의 TV 드라마와 달리 회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 6~8부작 드라마들이 OTT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대신 영화처럼 강렬한 소재와 촘촘한 스토리 전개를 부각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비슷한 시기, 방송가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CJ ENM의 영화 전문 채널 OCN이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하며 2019년부터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영화감독, 영화 부문 스태프들이 함께 드라마를 만드는 시도였다. 이 경우엔 기존 TV 드라마와 분량은 동일하게 제작하면서도, 스릴러 등 영화에서 주로 활용되던 소재를 가져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로 제작된 드라마로는 <트랩>(2019), <타인은 지옥이다>(2019), <번외수사>(2020) 등이 있다. 이 같은 OCN의 시도는 방송계에서 큰 화제가 됐으며, OCN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양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토종 OTT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웨이브는 2020년 ‘시네마틱 드라마’를 표방하며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국영화감독조합과 MBC가 함께 기획했으며, 영화제작사 수필름에서 만들었다. 총 8부작으로 이뤄졌으며, 김의석·노덕·민규동·안국진·오기환·이윤정·장철수·한가람 8명의 영화감독이 한 회차씩 맡아 연출했다. 각각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재난 등을 소재로 삼았으며 영화에서 자주 활용됐던 SF 장르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접목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엔 ‘드라마틱 시네마’, ‘시네마틱 드라마’와 같이 영화와 드라마의 결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강조하는 움직임은 사라졌다. 이 점을 부각하는 것이 큰 화제가 되지 않을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투입되는 인력의 다수가 영화 출신 감독, 작가, 스태프 등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영화적 특성을 더한 장르물을 내세워 드라마를 잇달아 만들고 있다.  그중엔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 감독들이 다수 있다.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시즌 1, 2를 연출해 K-콘텐츠 열풍을 주도했다. <자산어보>(2021), <왕의 남자>(2005) 등의 이준익 감독은 티빙의 <욘더>(2022)를,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은 디즈니+의 <카지노>(2022)를 만들었다. <부산행>(2016) 등의 연상호 감독은 티빙의 <괴이>(2022), 넷플릭스의 <지옥>(2021) 시즌 1과 시즌 2를 연출했다. <군도>(2014), <돈>(2019)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은 넷플릭스의 <수리남>(2022)을 선보였다. 신인 감독들도 드라마 연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티빙의 <몸값>(2022)은 신인 정우성 감독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각본상을 받기도 했다. <기생충>(2019)으로 오스카에서 봉준호 감독과 각본상을 공동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티빙의 드라마 <러닝메이트>로 올해 연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는 단순히 인력의 물리적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적 특성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드라마를 만들 땐 연출과 극본 집필이 분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를 만들며 이전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황동혁, 연상호 감독 등은 드라마 작업을 할 때도 연출과 극본을 함께 맡았다. 감독이 직접 극본을 집필하는 경우가 많은 영화계 특성이 드라마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감독의 세계관과 철학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영화적 작업 방식이 드라마 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영화 인력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조명 등 영화 촬영 장비가 드라마 촬영에 적극 활용되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장비를 활용해 구현하는 촬영 기술과 효과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작품의 분량이 다르다는 점 이외엔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장르의 특성이 유사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류 중심축의 견고한 발전을 위하여  영화와 드라마의 결합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선 OTT에서 영화계에 러브콜을 잇달아 보내고 있다. K-콘텐츠 열풍을 이어갈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드라마를 다수 만드는 것이 OTT의 목표인 만큼, 이를 구현할 영화계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방송사 역시 영화감독들과 손잡고 있다. 잘 만든 드라마를 통해 채널의 가치를 높이고, 국내외 OTT에 방영권까지 판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며, 한편에선 드라마 시장에 영화 인력을 대거 빼앗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축소를 겪으며 영화 창작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출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팬데믹이 끝난 현재까지도 극장을 찾는 국내 관객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을 하기 위한 투자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렵게 제작을 하고 개봉까지 한다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상업영화는 30.9%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엔 16.4%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편수로 따졌을 때도 2024년 기준 전체 37편 가운데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0편에 불과하다. 즉 영화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창작 활동은 물론 생계를 이어가는 것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제작은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를 통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드라마 연출을 기반으로 차기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까지 끌어낼 수 있다. 또한 드라마를 재밌게 본 관객의 관심이 영화로도 연결될 수 있다. 초장르적 실천은 창작자의 세계관 확장을 위한 새로운 무기 그 자체로도 각광받고 있다. 상업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최대한 많은 관객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내세웠을 때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감독이 자신만의 개성을 극대화하여 세계관을 구축하고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긴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되며, 감독은 세계관을 마음껏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좌)연상호 감독 (출처 : WOW POINT), (우) <정이> 제작 현장 (출처 :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초현실적이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주로 담아내는 연 감독은 영화 <부산행>(2016)으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후엔 큰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만약 영화만 계속 만들었더라면, 그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세계관이 널리 알려지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연출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021)이 공개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연 감독은 영화 <정이>(2023),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드라마 <지옥> 시즌 2(2024)를 OTT에서 잇달아 선보이며 세계관을 넓혀 갔다. 이 과정에서 그의 세계관은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변주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덕분에 국내 마니아에 국한됐던 팬층이 글로벌로 크게 확장되는 계기도 마련됐다. 영화와 드라마는 K-콘텐츠 시장을 떠받치는 명실상부한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축이 무너져 버린다면 더 이상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의 결합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늘 새로움을 찾는 대중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길이라 할 수 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대중은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콘텐츠에 대 강렬한 목마름이다. 그 답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장르의 형식을 바꾸고 경계를 허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와 드라마의 과감한 크로스오버는 참신한 K-콘텐츠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 영화 넘어 확장한다, 극장의 다양한 실험   성찬얼 씨네플레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2019년 역대 최다 관객, 최대 규모를 기록한 한국영화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전 지구적 재앙에 한국 극장가 역시 관객 수가 급감했고, 그 난 자리를 가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이제는 한국 극장 문화 흐름을 바꾸고 있다. 전반적으로 침체기인 한국 영화산업에서 대중과 맞닿는 창구인 극장은 관객 수 하락 위기를 타개하고자 강구책을 찾았고, 그것이 기존 장편영화 상영 이외의 ‘차별화된 콘텐츠 상영’으로 길을 트는 계기가 됐다. 요컨대 한때 장편영화 상영의 전유물이었던 극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중엔 한국영화의 위기와는 마치 정반대로 현재 비상하고 있는, 이른바 K-콘텐츠의 활용이 눈에 띈다. 극장은 어떻게 이 비상사태에 대응하고 있는가. 그 강구책들을 두루 살펴보면, 앞으로의 극장 문화의 변화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기회가 될 것이다.    가장 도발적인 상영, 숏폼 무비  과거 극장가를 가장 크게 흔든 사건이라면, ‘OTT 독점 콘텐츠 상영’을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가 극장 개봉을 추진할 때, 극장가는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기존 상영작들의 ‘극장 개봉 후 2차 매체 공개’라는 관행을 깨고 인터넷 플랫폼과 동시 공개하는 것이 영화 유통망을 해친다는 요지였다. 이처럼 영화제나 특별 상영 등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상영의 벽이 다소 높았던 극장은 최근 이보다 더 도발적인 콘텐츠 상영을 진행했다. 바로 숏폼 무비다.  숏폼(short-form)은 일반적으로 1~2분 단위 짧은 영상을 뜻한다. ‘짧다(Short)’와 ‘형태(Form)’를 결합한 단어이므로 이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면 숏폼 무비는 쉽게 말해 단편영화다. 세심하게 단편-중편-장편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단편영화는 러닝타임 50분 이내의 영화를 뜻한다. 단편영화란 단어 대신 '숏폼 무비'라는 새로운 용어가 정착하게 된 원인으로는, 일반적인 단편보다도 더 짧은 작품이 극장에서 정식 개봉 및 상영하는 데다, 좀 더 확실한 콘셉트를 챙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장착 카메라로 촬영한 <밤낚시> 한 장면 (출처: 예고편 캡처본)   이 숏폼 무비의 출발선을 끊은 건 문병곤 감독의 <밤낚시>(2024)이다. <밤낚시>는 홀로 밤낚시를 하는 한 남자가 괴이한 현상을 목격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장면을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독창적인 콘셉트가 돋보인다. 이처럼 독특한 형식을 취한 이유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즉 숏폼 무비는 확실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자본, 혹은 산업 인사와의 협업을 이끌어 내 기존 단편영화와 분명한 차별점을 둔 것이다. <밤낚시>에 이어 개봉한 <4분 44초>(2022) 또한 그렇다. <4분44초>는 8편의 영화를 엮은 옴니버스 스릴러 영화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미 <신촌좀비만화>(2014),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2012~2016) 등으로 전개된 바 있으나, <4분44초>는 거기에 ‘4’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4분 44초짜리 단편 8편을 모아 44분 영화를 완성한 것이다. 극에서도 4를 강조하며 4라는 숫자를 콘셉트로 내세웠고, 관람료 또한 4천 원으로 책정해 분명한 콘셉트로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배우 나문희의 협조 아래 나문희가 주인공인 생성형AI 단편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 <나야, 문희>(2024), 영화의 모든 요소를 생성형AI로 제작한 <엠호텔>(2024) 또한 생성형AI로 제작했다는 확실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 세 작품은 <밤낚시>처럼 각각 영화사 궁, 배우 나문희, CJ ENM이란 기존 업계 주체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나야, 문희>의 한 장면 (출처: Kobis)   이처럼 기존의 단편영화가 아닌 숏폼 무비라는 형태의 상영은 문화 콘텐츠 소비 행태와 극장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대 스냅챗(Snapchat), 바인(Vine), 틱톡(TikTok)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게시하는 플랫폼으로 숏폼 영상을 유행시켰다. 이 소비 행태는 곧 장편 영상을 게시하는 기존 플랫폼으로도 번졌고, 전체 조회수가 6개월 만에 5조 건 이상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오윤희, 2022. 6. 16.). 이처럼 숏폼 영상이 롱폼 영상의 요약이 아니라 새로운 영상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은 결과, 현재 장편영화의 상영시간이 부담되는 이들이 늘었고, 그에 따라 극장 또한 숏폼 콘텐츠의 필요성을 절감해 이러한 기획 콘텐츠 상영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는 단순히 숏폼 콘텐츠의 필요성 때문만은 아니다. 보통 120분 내외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가정할 때, 관객의 입퇴장 시간 및 정비 시간을 고려하면 1회 상영당 약 150분이 소요된다. 오전 9시에 극장문을 열어 자정에서 새벽 1시까지 심야 상영을 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5~6회 상영만 가능하다. 그마저도 120분 내외일 때 가능한 것이지 상영시간이 이보다 길다면 4~5회로 상영횟수가 준다. 모든 영화가 상영시간을 천편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은 아닐 테니, 분명 1회 상영을 할 수 없는 시간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극장 측은 이런 것을 계산해서 최다 상영횟수로 다수 영화를 상영할 최적의 시간표를 짜야 한다. 그것도 관객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 시간 내외로 편성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상영관의 자투리 공백을 활용해 극장 전체의 시간표를 짜기도 용이해진다. 즉 숏폼 무비는 관객의 콘텐츠 수요에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제공하는 극장의 운영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극장의 새로운 먹거리 종결, 콘서트 실황  한편 공급도, 수요도 폭증한 콘텐츠는 ‘콘서트 실황’이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 해에 한 편이나 개봉할 정도로 특별한 콘텐츠였는데, 팬데믹을 지난 2023년부터 10편 이상 개봉하는 극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특히 2024년은 22편 개봉한 것은 물론이고, 그중 1만 관객을 돌파한 편수도 14편에 달한다. <임영웅ㅣ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2024)은 약 35만 명을 동원해 콘서트 실황 영화 최다 관객 수 경신, 콘서트 실황 영화 최초 100억 원 매출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SCREEN X 버전 (출처: 예고편 캡처본)   콘서트 실황 영화의 이와 같은 추세가 눈길을 끄는 건 ‘극장 개봉’으로 거둔 성과란 점이다. 아이돌 문화가 만개한 이후, 인기 가수라 할지라도 콘서트 실황은 방송, DVD, 블루레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으로 발매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드물게 개봉하는 콘서트 실황은 대부분 국내 가수가 아니고 해외 가수의 것이었다. 그러다 2020년대 제작 편수 및 개봉 편수가 부쩍 늘었는데, 두 가지 이유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제작 및 극장 방문객 수가 확연히 준 것이다. 일상에서 가볍게 극장을 찾는 관객 대다수가 코로나19로 극장에 발길을 끊고, 제작사들 또한 제작을 줄이거나 개봉을 미루면서 극장은 더이상 영화라는 매체에 의지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콘텐츠가 인기작 재개봉이나 콘서트 실황, 혹은 강연 프로그램, 상영관을 개조한 특별 공간이다. 여기에 콘서트 실황이 특히 도약하게 된 지점에는 촬영 관련 기술의 비약이 바탕이 됐다. 2013년부터 정착한 4K 해상도 촬영은(설령 질적으로 차이가 나더라도) 스마트폰에 탑재될 만큼 보급화됐으며, 이에 따라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다양해졌다. 뿐만 아니라 각 기기가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용도에 따라 이동성을 극대화한 기기들이 등장 등장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실황을 담아야 하는 콘서트 실황 제작에도 이점이 됐다.  물론 그럼에도 이 콘텐츠의 최대 원동력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 즉 K-POP의 급부상에 있다. BTS(방탄소년단)의 첫 콘서트 실황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이 한국에서 34만 명을 동원하고 북미에서 35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은 K-POP의 영향력을 충분히 입증하는 결과였다(BTS의 첫 영화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이나 타플랫폼으로 선공개한 콘텐츠이기에 제외한다). K-POP의 비상은 영화의 부재를 채울 새로운 콘텐츠를 갈망한 극장 측의 사정, 기술적 발전으로 보다 다양한 화면을 고화질로 담아낼 수 있게 된 현장의 환경이 맞물려 콘서트 실황 영상 제작을 촉진시켰다. 여기에 부가적인 이유를 하나 덧붙이자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중 특별관 이용자가 확연하게 늘었다. 극장 개봉과 OTT 공개의 간극이 짧아진 시점에서 극장에서 보는 경험을 '빨리 본다'가 아니라 '특별하게 본다'로 무게추가 옮겨진 것이다. 이에 따라 극장 역시 특별관 유행에 원동력이 될 콘텐츠가 필요했고, 콘서트 실황이 이 조건에 적합했다. 콘서트 실황은 스크린X, 체험형 4D, 나아가 2024년 개봉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에 와서는 IMAX로 상영포맷을 확장했다. 특히 2차 매체(DVD/블루레이) 등이 가지는 비중이 상당히 적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기존의 고정 팬덤 외의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극장 개봉이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극장은 특별 콘텐츠 개념으로 티켓값을 차등화해 수익을 남기기에 콘서트 실황이 적당했다. 즉 콘서트 실황은 제작사·소속사·극장 모두 손해 볼 것 없는 콘텐츠로 판단, 산업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해관계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은 CJ 4DPLEX다. 멀티플렉스 CGV의 자회사이자 체험형4D 시스템의 대표격인 CJ 4DPLEX는 다양한 콘서트 실황 영화에 제작 및 배급사로 참여, 콘텐츠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추진력을 더했다. 각국에서 ScreenX, 4DX 방식으로도 상영한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전 세계 36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CJ 뉴스룸, 2023. 7. 31.) <블랙핑크 월드투어[본 핑크] 인 시네마>는 93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걸그룹 콘서트 영화라는 신기록까지 달성(CJ 뉴스룸, 2024. 9. 12.)하는 등 K-POP 콘서트 실황 영화와 4DX·스크린X 상영은 화제성과 매출을 챙기는 원동력이 됐다.  콘서트 실황은 단순한 녹화본이 아닌 실제 공연과 함께 진행하는 ‘라이브뷰잉’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라이브뷰잉은 콘서트를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연의 생중계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라이브뷰잉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과거 스포츠 국가대표팀 경기, 애니메이션 콘서트, J-POP 콘서트 등에서 하는 생중계가 존재했다. 다만 국내 콘텐츠 관련 라이브뷰잉은 특정 방송사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방송 단체 관람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2년 BTS의 ‘아미밤 상영회’을 시작으로 국내 가수들의 라이브뷰잉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라이브뷰잉은 제작사·소속사와 극장의 협업으로 극장에 단독 중계하는 것이므로 보다 오리지널리티를 챙기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라이브뷰잉이 반드시 극장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고 때로는 타 인터넷 플랫폼에서 공동으로 중계하곤 하지만, 제대로 된 영상과 음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보통 극장에 국한되기 때문에 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2025년 2월 기준 가장 최근 진행한 라이브뷰잉은 ‘TAEYEON CONCERT - The TENSE’인데 국내뿐만 아니라 대만, 태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전역으로 진행됐으며 국내는 메가박스가, 인도네시아는 CGV가 담당했다. 이 부분에서 콘서트 실황의 부흥과 별개로 현재 문화계에서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뮤지컬이 실황 영화로는 크게 확장되지 못하는 건 특기할 만하다. 현재 뮤지컬 시장은 티켓 매출만 4,651억 원(예술경영지원센터, 2025)에 육박할 정도로 부흥했지만, 실황 영화 제작 편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흥행 실적 또한 최대 5만 명 관객에 그친다. 이는 상대적으로 긴 상영시간, 관객이 원하는 캐스팅 조합을 짤 수 없다는 한계, 실제 공연 중계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콘서트 실황과 달리 공연 실황은 실제 공연 반복 촬영의 난점 등 핸디캡이 있다는 것 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정답을 찾는 변화의 시기  이 밖에도 극장은 ‘영화’ 상영관이란 기존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다양한 체험 문화를 울타리 안으로 가져오고 있다. 각 멀티플렉스는 국내외 오페라, 박물관 투어 영상을 상영하는 것은 물론, 실제 큐레이터가 해설하는 프로그램 등 진행하고 있다. CGV는 강연 프로그램이나 상영관을 개조한 클라이밍짐을 공개했으며 최근 메가박스는 뜨개질하면서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뜨개방 상영회’를 열었다. 여전히 한국영화의 답보가 지속되는 가운데 극장의 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하려는 발상이 여러 기획과 이어지는 것이다.    <대니초 – 코리안 드림> 포스터 (출처: KMDB)    앞서 서술한 기존 콘텐츠의 활용 측면에서 보자면 코미디 관련 상영이 가장 눈에 띄는 도전이지 싶다. CGV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대니 초의 쇼를 담은 <대니초 – 코리안 드림>(2023), ‘매드몬스터’, ‘쥐롤라’ 등을 탄생시킨 곽범-이창호 콤비 ‘빵송국’의 공연 <만담>(2025)을 정식 개봉한 바 있다. 2021년 코미디 쇼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을 선보인 전례에 이어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와 협업으로 코미디의 새로운 도전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위기 타개 이상의 로드맵을 엿볼 수 있겠다. 물론 극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영화계의 침체가 지속되는 지금, 극장의 도전이 반드시 큰 성과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위의 사례들을 시도한 2024년 결산에서도 국내 멀티플렉스 3사 중 국내 사업만으로 흑자를 달성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신새롬, 2025. 2. 28).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것을 정답이라고 우긴다면 앞으로 끊임없이 변화할 관객이 낼 문제에 답을 맞히지 못할 것이다. 제출하는 답안지가 언젠가 새로운 정답으로 채점되는 그 순간을, 극장은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신새롬 (2025. 2. 28.). 길어지는 극장가 침체…"앞으로가 더 걱정". <연합뉴스>. 오윤희 (2022. 6. 16.). 유튜브 쇼츠 1년 새 4배씩 성장…Z 세대 호응에 조회 수 5조 돌파. <조선비즈>.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2024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 CJ 뉴스룸 (2023. 7. 31.), BTS 부산 공연 실황, CGV 4DX와 ScreenX로 본다. CJ 뉴스룸 (2024. 9. 12.). CJ 4DPLEX, 역대 8월 최고 실적…북미 시장 및 공연 실황 콘텐츠.        ​ ​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는 한국 독립영화의 도전   김영우 (전)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팬데믹 이후 여러 객관적인 지표에서 뚜렷한 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이 좀처럼 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의 전반적인 위기는 한국 독립영화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공적 지원제도의 축소와 여전히 열악한 배급유통구조, 그리고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 수의 전반적인 감소라는 악재들과 만나면서 독립영화 생태계와 창작자 커뮤니티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편을 포함해 한국 독립영화 제작 편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국내외 영화제와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한국 독립영화의 도전은 위기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국내외 주요 영화제와 극장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를 일별하면서, 한국 독립영화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 지원제도 및 개봉지원제도 비롯해 다양한 공적기관의 지원이 어떻게 마중물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최근 한국 독립영화 관련 주요 정책들의 변화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기로 한다.    주요 국제영화제 시즌의 시작과 함께 만난 한국 독립영화  2024년 국내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었거나 2025년 새롭게 공개할 예정인 한국 독립영화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국제영화제에 출품하면서 새해를 시작했다. 1월에 열리는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이하 ‘로테르담영화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로 이어지면서 당해 영화제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베를린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와 신진 작가를 꾸준히 소개해 온 주요한 창구여서, 한국 독립영화 창작자들이라면 1순위로 두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영화제다. 지난 2월 13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는 총 8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되었는데,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경쟁 부문에,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스페셜 부문, 지금 국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스페셜 갈라 부문에 선정되어 주목받았다. 상영 편수와 참여 관객의 규모 면에서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평가받는 베를린영화제는 대중적인 상업영화에서 작가주의 영화, 그리고 실험적이고 정치적인 영화까지 영화 선정에 있어서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영화제다. 특히 한국 독립영화와 인연이 깊은 포럼(Forum) 섹션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소개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온 주요 섹션 중 하나로, 베를린영화제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주요 동력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에는 2008년 <푸른 강은 흘러라> 이후 무려 16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선보인 강미자 감독의 <봄밤>, 푸티지 다큐멘터리 또는 비디오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무영 감독의 <폭력의 감각>이 초청받았다. 한국 독립영화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용승 감독의 <10분>(2013), 김대환 감독의 <철원기행>(2014),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2016), 박송렬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2021) 등이 그동안 포럼 부문에 초청되었고,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8),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2024) 등은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수상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럼 익스펜디드(Forum Expanded)’라는 부문이 있는데, 미디어, 비디오, 설치작품과 전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제목 그대로 ‘확장된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으로, 올해는 차재민 작가의 <광합성 하는 죽음>과 이장욱 작가의 <창경>이 초청되는 성과를 보여줬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 강미자 감독의 <봄밤>(좌)과 김무영 감독의 <폭력의 감각> (출처: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더불어 신인 감독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로테르담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에 비해 신진 감독의 발굴과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지지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새로운 작가의 등용문으로 오랫동안 역할을 해온 영화제다. 최근 작품 선정 경향이나 영화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영화제다. 무엇보다 신인 감독의 첫 번째나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하는 타이거 장편경쟁 부문을 통해 주목받으며 거장이나 작가로 성장한 역대 수상자의 면면이 아주 화려한데, 한국 감독들만 보더라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의 홍상수 감독, <질투는 나의 힘>(2003)의 박찬옥 감독, <똥파리>(2009)의 양익준 감독, <무산일기>(2011)의 박정범 감독, <한공주>(2014)의 이수진 감독 등이 타이거상을 수상했고, 김용훈 감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은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독립영화와 로테르담영화제의 좋은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상한 감독들 외에도 로테르담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이 많은데, 박기용, 이광국, 장건재, 김경묵, 김태용, 윤단비 감독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초청하는 한국영화 편수가 줄고 있는데, 올해는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모던코리아>가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다시 초청되었고, 바태 감독의 <가락>, 그리고 여자씨름을 다룬 다큐멘터리 <모래바람>이 초청됐다.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의 다양성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영화제를 비롯해 주요 해외 영화제들은 한국 독립영화 창작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영화산업 환경에서 제작과 배급, 홍보까지 진행해야 하는 한국 독립영화로서는 영화제라는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영화제로 국한해서 보면, 한국영화 뉴웨이브를 주도한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 일군의 감독들을 환대했던 유럽의 국제영화제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칸국제영화제와 베니스, 베를린, 로카르노, 토론토 등 주요 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와 작가영화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가영화를 지지해 온 로카르노영화제의 경우,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표범상을 수상했고,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98)을 비롯해 박정범 감독, 장건재 감독, 김대환 감독 등의 작품을 선정하며 한국 독립영화와 작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다.  극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덜하지만, 해외 영화제와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곳은 한국 다큐멘터리다.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를 비롯해, 일본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권위 있는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 그리고 캐나다에서 열리는 핫독스 등 해외 유수의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송환>(2003)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김동원 감독을 비롯해 홍형숙, 변영주, 문정현 감독의 영화들이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하거나 수상하면서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량을 보여주던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2014),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2013),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2013)까지 일련의 작품들은 한국 다큐멘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또한,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를 통해 수상한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2011)을 비롯해, 관객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던 강상우 감독의 <김군>(2018), 칸영화제 ACID부문에 초청되었던 윤재호 감독의 <마담 B>(2016), 이일하 감독의 <모어>(2021), 박혁지 감독의 <시간을 꿈꾸는 소녀>,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된 이동우 감독의 <셀프-포트레이트 2020>(2020), 남아름 감독의 <애국소녀>(2022), 김일란 감독의 <에디와 앨리스>(2024) 등이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상영작 안재훈 감독의 <아가미>(좌)와 김동철 감독의 <퇴마록> (출처: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KMDB)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갖춘 한국 애니메이션도 2024년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안재훈 감독의 <아가미>와 더불어 미드나잇 스페셜 부문에 초청된 김동철 감독의 <퇴마록>과 허범욱 감독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까지, 2024년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의미 있는 한해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장르영화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파묘>와 함께 초청받은 김민하 감독의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장르영화의 붐을 타고 국내 개봉과 함께 아세안 국가에서 극장개봉을 하기도 했고, 이윤석 감독의 <6시간 후면 너는 죽는다>도 아시아 국가에서 개봉으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한국 독립영화의 마중물로서 독립예술영화 창작・제작지원 프로그램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들이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았다고 해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한국 독립영화 창작자와 작품들이 기여해 온 성과는 정량적인 지표와 숫자로 판단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비롯한 다양한 공적 지원제도가 외부 환경에 따라 정책적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독립영화의 생태계 유지와 다양성에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해온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 창작・제작지원 제도는 면밀하고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더욱 절실한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지원은 크게 기획개발과 제작지원, 그리고 개봉지원으로 구성되는데, 2023년을 기점으로 전체 지원 예산 규모가 크게 줄었다. 예를 들어 독립예술영화 장편 제작지원의 경우 2023년 총 88.58억 원에서 24년에는 52.72억 원으로 감소했고,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은 23년 총 17.7억 원에서 24년 9.93억 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감소한 2024년의 지원 규모는 2025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영진위는 올해 순제작비 20억에서 80억 미만 장편 실사 극영화를 지원하는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전체 확보된 99.3억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영화 편수가 제한적이고, 특정 장르나 주제로 편중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급변하고 있는 영화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실제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의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나기까지 공공기금의 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된 독립영화 <장손>(좌)과 <딸에 대하여>(우) 포스터. (출처: KMDB)    영진위 지원이 중요한 이유는, 지원 전후로 타 공적기관의 제작지원을 추가로 받아 기획에서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고, 이후 배급을 통해 관객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았고 2024년 개봉을 통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환대받았던 오정민 감독의 <장손>의 경우, 감독이 2016년부터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에 공모해 다섯 번 탈락 끝에 마침내 2021년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된 경우다. 이후 <장손>은 경기콘텐츠진흥원 제작지원, 경남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에 선정되면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과 인천영상위원회 제작지원 및 개봉지원, 그리고 성남문화재단의 성남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받아 완성한 영화인데, 성남 독립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은 그동안 김보라 감독의 <벌새>,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2024)을 제작 지원하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2024)도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타 기관과 파트너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해 원하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케이스다. 이외도 다수의 한국 독립영화가 치열한 경쟁과 좁은 문을 거쳐 공적 지원을 받아 관객을 만나오고 있다. 극영화뿐만 아니라, 전술한 대로 해외에서 큰 성과를 보여온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규모는 2023년 총액 17.7억 원(장・단편 38편)에서 24년 9.93억 원(장・단편 18편)으로 7억 원 넘게 축소되더니, 2025년에도 총 9.93억(장・단편 12편)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성과가 영진위의 지원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 관련 지원제도 등의 공적 지원을 기반으로 한 투자와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무대 진출에 적극적인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결합하면서, 최근까지도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과 성취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부문에 대한 지원 규모가 감소하는 점은 산업의 흐름과 현장의 요구와는 배치되는 현실이다.  제작지원-영화제-극장개봉이라는 순환구조 개론적인 차원이지만, 영진위의 공적 지원이 줄어들면,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비(非)상업적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리스크가 가장 큰 단계인 기획개발단계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 초기 투자가 부담스러운 신생 제작자나 중소 규모 제작사의 진입과 도전이 줄어들 것이고, 개봉배급지원의 축소는 극장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한국 독립영화를 둘러싼 정책 방향이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는 정치적 상황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정책과 지원 규모에 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 플랫폼이 영화 산업을 주도하면서, 영화 문화와 관객의 성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 속에서 독립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정책적 지원 후퇴는 한국 독립영화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공적 지원에서 시작해,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주목을 받고 개봉으로 이어지는 한국 독립영화 생태계의 순환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창작・제작지원 규모 축소와 함께, 국내 영화제 지원 규모의 축소, 그리고 2024년에 갑자기 폐지된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등 일련의 정책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독립영화의 경우, 아무래도 국내외 영화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개봉이나 배급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특히 창작자로서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국내외 영화제를 통한 일종의 ‘인증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 가속화되는 극장의 양극화와 획일성은 대안적인 영화와 다양성을 지닌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독립영화와 감독들이 활발하게 창작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인 영화제에 대한 지원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한국 독립영화가 꿈꿀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가능한 토양에서 만들어진 다양하고 개성 있는 한국 독립영화는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으며 한국영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펼쳐 보일 것이다.        ​   ​ 봉준호, 박찬욱을 이을 다음 세대 영화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임수연 미디어 저널리스트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위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독 영화 산업의 타격이 컸던 이유로 티켓값 상승 그리고 한국영화의 퀄리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가격이 오른 만큼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뻔한 소재와 캐스팅을 답습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확보가 최우선인데, 이는 업계 내 유의미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을 때 가능하다. 새로운 재능이 업계에 유입될수록 신선한 기획들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미국 그리고 가까운 일본과 달리 한국 영화계는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다음을 이어 갈 세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영화 업계는, 더 나아가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만 할까. 그간의 영화계를 돌아보고, 현재 신인 감독 육성을 위한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창작자 개인의 역량 문제는 아니다 <살인의 추억>(2003)은 봉준호 감독이 34세에,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박찬욱 감독이 37세에, <타짜>(2006)는 최동훈 감독이 36세에, <추격자>(2008)는 나홍진 감독이 34세에 만든 영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내놓았을 때 류승완 감독은 27세였다. 지금 기준으로 1990년대생들이 만든 영화인 것이다. <몸값>(2023)의 이충현 감독(1990년생), <남매의 여름밤>(2020)의 윤단비 감독(1990년생),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2)의 김세인 감독(1992년생), <애비규환>(2020)의 최하나 감독(1992년생) 등의 데뷔작이 호평받으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선배 세대와 비교해보면, 아직 한국영화계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2003년 화제작 상영회 개최 포스터 (출처 : 스포츠한국)      감독 개개인의 역량과 재능 문제는 아니다. 다만 콘텐츠 산업 전체에서 놓고 보면 젊은 창작자들에게 영화가 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매체인 것처럼 보인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고 팬데믹은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가장 타격 입은 산업 중 하나가 극장영화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독과점으로 한국영화가 개성을 잃어가고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는 안일한 기획이 양산될 때 맞이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업계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반면 드라마와 예능, 웹툰, 웹소설, 케이팝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수혜를 입었다. 영화감독과 시리즈 감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장편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신예들이 OTT 시리즈를 준비하거나 이미 연출작을 내놓은 사례도 많다. 창의적인 발상과 도전적인 기획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풍경은 영화계 바깥에서 훨씬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영화의 성과와 달리, 현재 한국 영화계가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돌이켜 보면,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장화, 홍련>, <지구를 지켜라!>가 모두 개봉했던 2003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지만 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를 극장 산업의 위기라고 단언하기에는 불과 5년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모두 거머줬다. 그리고 한국영화계에서 <기생충>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이기에 가능한 특수성이 자리한다. “우리의 모든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전해줬던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감독과 창작자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한국 관객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5년 전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았을 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한국 관객의 까다로운 안목이 <기생충>을 탄생시켰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는 공식 석상에서 인사치레로 흘러나올 법한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K-콘텐츠 산업의 본질이다. K 콘텐츠 산업의 고유한 특징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모인 곳이다. 극장영화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 만들면서 ‘평론가들만 좋아하는 예술영화’ 같지 않은 대중성을 담보해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오락성에 치중하면 넷플릭스에 풀릴 때 보면 족한 작품이 된다. 스토리에 치명적인 구멍이 있으면 아무리 미장센이 훌륭해도 밈이 되어 조롱받을 수 있으며 모든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한다. 준수한 결과물을 내놓아도 감독의 전작보다 나은지, 주연 배우의 캐릭터가 전작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지, 너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는 않은지 가능한 모든 측면을 뜯어본다. 성수기 화제작의 경우 스크린독과점으로 작은 영화의 기회를 뺏지는 않았는지, 언론배급 시사회 후 평론가 반응은 어떤지, 개봉 당일 오전 CGV 에그지수는 어떤지 실시간으로 이슈가 전달된다.    영화 <파묘>의 CGV 에그지수 (출처 : CGV)      이렇게 까다로운 관객을 상대하는 한국영화 산업에 몸 담은 이들이 맷집을 키우고 진화를 거듭한 결과 장르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을 모두 받고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칸국제영화제 주요 부문상을 받는 작품이 자국에서 <기생충>만큼 흥행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극장 산업뿐만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 웹툰, 예능 프로그램, 케이팝 등 콘텐츠 산업의 종사자라면 누구나 소비자의 엄격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분투한다. 이를테면 케이팝 아이돌은 어린 나이에 연습생으로 입사해 외모, 노래, 춤, 인성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평가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수년 간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는데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이같은 산업 분위기가 과연 이상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 시장의 압박적인 분위기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웹소설, 웹툰, 게임, 케이팝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발판이 됐다. 그 결과 영화 바깥에서는 세대교체의 징후가 유의미하게 포착되고 있다. 20년 전 가장 유명한 드라마 PD가 <대장금>(2003)의 이병훈, <가을동화>(2000)의 윤석호,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의 김윤철이었다면 지금은 <시그널>(2016)의 김원석, <빈센조>(2021)의 김희원,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의 신원호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10년 전 최고의 예능 PD는 김태호와 나영석이었고 여전히 영향력이 크지만, 다채로운 채널의 인기와 함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들조차 생존을 위해 유튜브에 띄어들고 있다. 3세대, 4세대, 5세대 그룹을 구분하는 케이팝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영화계는 20년 전에도 봉준호, 박찬욱이었고 아직도 봉준호, 박찬욱이며 “차세대 봉준호, 박찬욱은 왜 안 나오냐”고 묻는다. 일본, 프랑스, 미국… 해외의 경우는 어떠한가 옆 나라 일본은 ‘일본영화 뉴 제너레이션’으로 묶을 만한 차세대 감독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과거 일본영화계를 이끌었던 이름들이 19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Koreeda Hirokazu), 1964년생 아오야마 신지(Shinji Aoyama), 1955년생 구로사와 기요시(Kurosawa Kiyoshi), 1947년생 기타노 다케시(Kitano Takeshi) 감독이었다면 지금은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하마구치 류스케(Hamaguchi Ryusuke, 1978년생), <새벽의 모든>(2024)의 미야케 쇼(Miyake Sho, 1984년생), <하모니움>(2016)의 후카다 코지(Fukada Koji, 1980년생), <나미비아의 사막>(2024)의 야마나카 요코(Yamanaka Yoko, 1997년생) 등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다. (이중 하마구치 류스케는 도쿄예술대학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영화를 배운 제자이기도 하다.)  적어도 일본 인디 영화계에서는 인디영화들이 계속 제작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상업영화는 영화사, TV 방송국 등 콘텐츠 기업이 임의로 조합을 만들어 특정 작품에 공동 투자하는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되어야 하고 바로 이 점이 그들이 도전적인 기획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인디영화인들은 제작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 왔다. 이를테면 하마구치 류스케는 도쿄예술대학 등의 워크숍을 통해 고유의 작업 방식과 미학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해피 아워>(2021)는 일반인 대상의 연기 워크숍 수강료로 제작비를 마련해 완성한 영화다.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미니 극장 문화는 저예산 인디 영화가 입소문을 탈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또한 일본영화계는 서양 감독들이 구로사와 아키라에게 존경을 표하던 시절부터 해외 영화제나 세일즈사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된 작품은 해외 세일즈 사나 배급사, 해외 영화제와 인연을 맺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때문에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2019),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3), 후카다 고지의 <러브 라이프>(2023)처럼 프랑스 자본의 투자를 받은 일본어 영화가 제작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CNC(국립영화센터)에서 신인 감독의 첫 번째, 두 번째 장편영화를 따로 심사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 수익 선지원(Avance sur recettes) 시스템은 감독이 영화를 찍기 전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추후 흥행 수익이 나면 그 일부를 다시 CNC에 돌려준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누벨바그 시대부터 신인 감독들이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980년대부터 미국의 선댄스 연구소는 시나리오 랩(Lap)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인 감독 멘토링, 제작비 지원을 해오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폴 토마스 앤더슨, 데이미언 셔젤 등의 감독이 이곳을 거쳤다.  (왼쪽부터) 프랑스 CNC, 미국 Sundace Institute (출처 : CNC, SUNDANCE 웹사이트)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먼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이나 개봉지원 사업이 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계는 옆나라 일본처럼 제작, 투자, 배급, 상영의 선순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 114억 원에서 올해 67억 원으로 예산이 삭감돼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해 영화를 만드는 일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때 영화학교의 지원을 받아 졸업영화로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사례들도 있었지만(이를테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파수꾼>과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남매의 여름밤>) 지도교수가 존재하는 시스템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창작・제작 지원 규모는 물론 서울독립영화제를 포함한 국내 영화제 예산 지원 역시 큰 폭으로 삭감됐다. 신인 감독들에게 영화제는 자신들의 작품을 산업 관계자와 영화팬들에게 소개하고 향후 개봉 기회를 얻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사다. 류승완, 나홍진, 장재현 등 많은 감독들의 신작이 국내 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점을 고려하면 영화제 자체의 위축은 영화 산업을 계속 ‘고이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제작비 지원만이 정답은 아니다 한편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나홍진, 류승완 감독 등이 해외 영화제에 부지런히 초청받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칸,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영화제 주요 부문에 신인 감독 작품이 상영되는 경우가 드물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에도 <벌새>(2019)의 김보라(1981년생), <메기>(2019)의 이옥섭(1987년생), <다음 소희>(2023)의 정주리(1980년생), <괴인>(2023)의 이정홍(1985년생), <춘천, 춘천>(2018)의 장우진(1985년생) 등 뛰어난 신예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독립예술영화계는 하마구치 류스케나 후쿠다 쇼지 등을 해외 영화제에 알린 일본만큼 끈끈한 네트워크가 없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김보라 감독 (출처 : 뉴시스), 이옥섭 감독 (출처 : 엣나인필름) 정주리 감독 (출처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이정홍 감독 (출처 : 씨네21), 장우진 감독 (출처 : 씨네21)     그리고 서구 중심의 영화제에서 냉정하게 ‘아시아 영화’는 일정 편수 이상을 상영하면 나름의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고 그들끼리 자축하는 비주류에 속한다. 최근 해외 영화제는 한국 영화계의 뉴페이스를 조명하던 시대를 지나 인도나 베트남의 신인 감독을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영화에 열린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좀 더 문제가 복잡하다. <파묘>(2024)의 장재현(1981년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변성현(1980년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의 김용훈(1981년생),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의 엄태화(1981년생), <파일럿>(2024)의 김한결(1985년생), <돈>(2019)의 박누리(1981년생) 등을 주목해 볼만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OTT 플랫폼에서 영화나 시리즈 연출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장편 독립영화로 주목받은 신인 감독들 대다수는 상업영화 제작사와 계약한 뒤 장편영화 준비에 들어갔는데, 실제 결과물이 아직 나오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여기엔 신인 감독과 베테랑 제작자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신인 감독의 재능을 알아본 제작자는 그의 고유한 창의성을 존중하되 상업영화판의 생리와 필요한 타협을 설득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들의 역학관계와 의견 조율이 투자와 캐스팅까지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데, 충무로는 늘 프로듀서 직군의 힘이 약한 점이 지적되어 왔다. 2003년 <고양이를 부탁해>, <장화, 홍련>을 제작한 오기민이나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추억>의 가능성을 알아본 차승재와 같은 용기있는 제작자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약 6,000억 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를 조성하며 이중 796억 원을 영화계정으로 분류했다. 영화계정은 메인투자, 중저예산 영화, 애니메이션 등 3가지의 펀드로 나뉜다. 메인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영화제작사가 반드시 지식재산권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투자를 받아 IP를 플랫폼에 넘기는 요즘 추세와 달리, 국내 제작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균형 잡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에서 80억 원 미만의 중저예산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이른바 ‘허리급’ 영화가 관객 수 200~300만 명 정도로 흥행하며 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영화계 역시 살아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투자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재능 있는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느냐다.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는 “제작비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획, 제작, 배급까지 신인 감독들이 계속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K-콘텐츠 펀드는 신인 감독이 경력 감독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다. 프랑스처럼 ‘첫 번째, 두 번째’ 영화만을 위한 전용 펀드를 만들고 심사도 별도로 진행한 뒤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책임지는 구조 필요하다. 신인 감독 영화 전용 상영 기획과 같은 기회를 만들어 그들에게 충분한 배급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고 창작자가 작품에 대한 권리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신인들에게 직접 기회를 주는 펀드, 멘토링, 배급 지원 세 가지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영화 지원 역시 이같은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언제나 그랬듯 좋은 창작자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진정한 한국영화계의 세대교체는 이들의 재능이 꽃필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 ​ Stock Inside 2025년 1~2월 엔터산업 주가 분석   임수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엔터산업의 주가는 합산 시가총액 기준 +31%로 1~2월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대비 크게 아웃퍼폼(Outperform) 했다. 엔터 산업의 비수기인 연초에도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1)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확대되었으며, 2) 美 관세 전쟁에서 자유로운 산업적 특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4년, 올해의 엔터 산업 전망에 대해 ‘빅사이클’이라 표현했는데 더욱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발표된 4분기 실적 내용을 살펴보면 공연과 MD 매출 호조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인 공연과 MD 부문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볼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쉬지 않고 상승한 여파로 3월은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 해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25년과 2026년 실적 추정치를 함께 본다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BTS, 블랙핑크 완전체 컴백에 대한 실적 업사이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올해에는 아티스트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공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어 추가 업사이드도 존재한다. I. 2025년 1~2월 업종별 주가분석 1. 엔터테인먼트 1) 엔터 산업, 더욱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화 1~2월 엔터 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31%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YG엔터테인먼트 +38%, 하이브 +33%, 에스엠 +33%, JYP Ent. 21%, 디어유 +19%, 큐브엔터 +6% 순이다. 올해의 엔터 산업은 연초부터 강력했다. 통상 엔터 산업의 연초는 비수기로 모멘텀이 부재한 시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1)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확대되었으며, 2) 美 관세 전쟁에서 자유로운 산업적 특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으로 고물가 및 고금리,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높은 환율이 유지될 수 밖에 없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엔터사의 경우 환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어 반사수혜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도 크다. 2월 초 우원식 국회의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한한령’ 해제에 필요성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한중 문화교류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필자는 지난해 자료를 통해 올해의 엔터 산업 전망에 대해 ‘빅사이클’이라 표현했는데 더욱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2) 중국 한한령 해제 이번에는 기대해봐도 될까? 한한령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한국 문화 콘텐츠 등을 제한한 조치이다. 한국 연예인 및 콘텐츠의 중국 내 방송과 출연이 제한되었으며 중국 콘서트도 2016년도 이후 8년동안 열리지 못했다. 한한령이 없었다면 국내 엔터사가 적극적으로 서구권 시장 진출에 집중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3천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콘서트 횟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는 등 공연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개최된 상업성 공연의 누적 관객수는 약 8천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는데 동기간 국내 공연 시장의 약 1천만명 기록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참고로 공연 선진국인 일본은 반기 2 천 4백만명 수준이다. 중국공연업협회(中国演出行业协会)가 발표한 2024년 중국 공연시장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연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문화관광 홍보의 주요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시장의 내수 소비를 진작할 목적으로 콘서트장 인프라 확충 및 정책 도입을 통해 ‘콘서트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4년 7월부터는 외국인 투자 공연매니지먼트 회사 설립과 외국 가수의 중국 내 콘서트 개최 승인 권한을 성ㆍ시급 문화 관련 부처에 부여함으로써 중국 내 공연 개최의 문턱을 낮췄다. 또한, 지난해 가장 많은 공연 회차를 기록한 상하이의 경우 대형 콘서트에 최대 200만 위안을 지원하고 해외 관객 비율이 10% 초과하면 300만 위안의 일회성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홍콩에는 올해 5만명 수용 가능한 공연장 ‘KAI TAK SPORTS PARK’가 완공되는 등 대형 공연장도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바라는 ‘콘서트 경제’를 통한 내수 소비와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국 C-POP 아티스트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K-POP 아티스트는 중국 팬덤이 크고 인지도가 높다. 반면 국내 공연장은 규모가 적어 대형 공연장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중국 공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문화교류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과 3월 중국 문화사절단 방문을 시작으로 한한령 해제 시기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내용은 한한령 해제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충분했다. 물론 그동안 한한령 해제 가능성은 수차례 언급된 적이 있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다만,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린다고 가정한다면 북미, 유럽 시장 개척과는 비교도 안되는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케이팝에 대한 니즈가 어느 지역보다 큰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케이팝에 대한 애정은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현재 매출의 약 30~40%를 자치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중국은 아레나급부터 돔급, 스타디움급까지 다양한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아이돌이 일본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이유는 국내 및 동남아의 경우 공연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공연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중국에서 가장 큰 공연 규모를 기록했던 빅뱅은 55만명을 모객했다. 글로벌 인지도 및 중국 소비자 소비 수준 성장을 고려했을 때,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BTS, 블랙핑크 등 탑티어 아티스트는 최소 50만명 이상의 모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중국 주걸륜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는 중국에서만 2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 시장 개화 초기에는 중국 팬덤 비중이 높은 에스엠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결국 현지 활동을 통해 새로운 팬덤층 유입도 클 것이기 때문에 IP숫자가 많은 하이브가 중장기적으로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3) 4Q24 Review: 공연과 MD 서프라이즈 행진 엔터 산업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시장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영업이익은 에스엠, YG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하이브와 JYP는 아쉽게도 기대치를 하회했다. 주목할 점은 엔터 4사가 공통적으로 공연과 MD 매출 호조로 인해 매출액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공연과 MD 중심의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욱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겼다고 평가된다. MD 부문의 서프라이즈 배경은 응원봉 이외 MD의 판매량 확대이다. 기존에는 공연에서 판매하는 MD 비중이 높았는데 이중에서도 마진율이 높았던 응원봉의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이외 굿즈의 경우 종류도, 판매 물량도 팬덤의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팝업스토어와 공연 MD의 경우 조기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현상까지 빈번히 나타났다. 다행히 최근 엔터사들의 MD 전략은 팬덤 수요에 맞춰가는 모습이다. 상품을 다양화하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기조로 변화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지역 확장하고 있다. 기존 일본 정도에 그쳤던 팝업스토어는 중국, 동남아시아 그리고 서구권까지 지역을 크게 확대했다. 기획 MD의 경우 응원봉과 비교했을 때 품목당 제작 수량이 적고 해외 MD의 경우 추가 운송비나 현지 생산으로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팝업스토어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이 크다. 최근 매출 서프라이즈 대비 영업이익 개선세가 저조한 이유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져 점진적으로 이익률이 개선돼 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부터는 큰 폭의 공연 모객수 성장이 예상되어 월드투어가 몰려있는 하반기 이익률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의 4분기 매출액 7,253억 원(YoY +19.2%, QoQ +37.4%)[1], 영업이익 653억 원(YoY -26.7%, QoQ +20.6%)을 기록했다. 공연 및 MD 매출액 호조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아쉽게도 아티스트 활동 증가 및 법무비용, 주식 보상 비용 발생에 따른 판관비 증가로 이익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다만, 올해의 핵심 키워드인 공연과 MD의 유의미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국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해 티켓 가격이 결정되는 가운데, 세븐틴의 10회 공연은 서구권에서의 인기를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올해 세븐틴은 더욱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월드투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 YoY는 전년대비(Year on Year), QoQ는 전분기대비(Quarter on Quarter)를 뜻한다.     SM은 4분기 매출액 2,738억 원(YoY +9.0%, QoQ +13.0%), 영업이익 339억 원(YoY +275.6%, QoQ +154.3%)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는 콘서트 및 팝업스토어 등 기획 MD 품목 확대 전략의 결과이다. 기존에는 아티스트 그룹 단위의 상품이었던 시즌 그리팅은 멤버 단위로 상품 수가 늘어났으며 기획 MD는 콜라보를 진행하며 단가가 높아졌다. SM은 올해 이러한 MD 전략을 더욱 확장시킬 계획인데 1분기 진행한 SM타운 30주년 행사 굿즈가 이를 증명한다. MP3 굿즈가 특히 화제였는데 예약판매 구조로 진행되어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     JYP와 YG의 경우 아직 실적 세부내용이 발표 이전이나, MD 중심의 서프라이즈에 따른 실적 호조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JYP는 매출액 1,991억 원(QoQ +16.8%, YoY +26.8%), 영업이익 369억 원(QoQ -23.7%, YoY -2.6%)으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4분기 반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더 딴따라> 관련 비용 및 판관비 증가로 OPM 예상치 하회한 것으로 예상한다. YG는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본격적인 수익 기여가 나타나며 매출액 1,041억 원(QoQ +24.6%, YoY -4.8%), 영업이익 11억 원(QoQ 흑전, YoY +176%)을 기록했다. 4) 엔터산업 여전히 저평가 구간 최근 5개월 주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하이브 +53%, 에스엠 +50%, JYP +67%, YG +69%로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쉬지 않고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엔터산업은 여전히 저평가 구간으로 보이는데, 올해의 핵심 키워드인 공연과 MD 부문의 성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2025년 예상 매출액은 2.7조 원, 영업이익은 3,400억 원이며, 2026년 예상 매출액은 3.5조원, 영업이익 4,800억 원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하지만 실적 추정치에는 BTS만 보더라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일정이 공개되었는데 회당 모객수 5.5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를 참고하면 하이브의 BTS도 최소 5만명 이상 모객이 가능한 스타디움급을 중심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인 추정으로 회당 모객수 5만명, 70회를 가정 시 350만명의 모객이 가능한데 BTS 슈가가 가장 최근 진행한 월드투어의 티켓 단가 23만원으로 계산하면 총매출액 기준 8천억 원 이상의 매출이 2026년도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서 MD 매출도 추가되는데 BTS의 경우 7년만의 공연이다보니 응원봉 판매량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MD 매출액은 6천억 원으로 총 1.4조 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BTS의 완전체 컴백만 보더라도 시장 컨센서스가 실적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세븐틴, TXT, 엔하이픈의 공연 회당 모객수는 현재 2~3만명대인데 4만명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대부분의 월드투어 일정이 발표 전이다 보니 실적에 반영 안되었으나 각 그룹별로 30%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5년에는 보넥도, 르세라핌, 2026년에는 아일릿, 투어스의 월드투어가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실적을 충분히 반영할 경우 PER 20배를 하회한다. 하이브의 과거 평균 PER 40~50배, 업종 평균 PER 25배와 비교했을 때 저평가된 수준인 것이다.   YG도 마찬가지다. 블랙핑크는 지난해부터 솔로 활동을 이어왔으며, 로제의 도 큰 인기를 끌었고 지수, 리사, 제니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음원 지표가 좋아 이번 월드투어에 대해 더 큰 베뉴와 높은 게런티를 제시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공연일정은 약 한달 반의 일정으로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있어 추정치에 일부 반영된 모습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180~200만명의 모객을 예상하고 있으나 회당 모객수 5만회 유지 및 과거 68회 대비 감소한 50회를 가정하더라도 250만 모객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서 베이비몬스터, 트레저의 월드투어와 신보 발매까지 이어진다면 업사이드가 크게 발생할 것이다. 최근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2025년 월드투어 일정이 발표되었는데 43만 명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했다. 첫번째 월드투어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데 2026년에는 더욱 확장된 규모가 기대된다.     ​ ​ Stock Inside 2025년 1~2월 미디어산업 주가 분석 3년만에 찾아온 봄   김희재 대신증권 미디어 산업 연구위원 미디어 산업의 1~2월 주가는 확실한 회복세를 보였다. 주요 8개 종목들의 주가는 +0.2% ~ +28%로 전종목이 모두 상승했다. 동기간 코스피가 +6%, 코스닥이 +10% 상승했고, 미디어 산업 8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시장대비 아웃퍼폼했다. 미디어 산업 주가 회복의 동력은 TV광고 회복, 넷플릭스의 호실적 및 투자 확대, 주요 대작에 대한 기대감, 한한령 해제 가능성 등이다. ‘22년말부터 제기된 금리인상 시그널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TV광고가 급락하면서, 미디어 산업의 주가는 23~24년 -74% ~ -36%의 하락을 겪었다. 동기간 코스피 +7%, 코스닥 -0.2%를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의 하락이다. ‘24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TV광고의 하락이 멈추면서 미디어 산업의 주가는 9~10월 저점에서 반등을 시도한 후, 11~12월 반등폭 확대, ‘25년 1~2월에는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했다. 2월말 기준 주가는 ‘22년말 대비 여전히 -72% ~ -36%로 부진하지만,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주변환경과 산업의 자체 경쟁력에 기반하여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1. 2025년 1~2월 업종별 주가 분석 1~2월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은 +0.2% ~ +28%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팬엔터테인먼트 +28%, 에이스토리 +21%, 스튜디오드래곤 +19%, 콘텐트리중앙 +18%, CJ ENM +13%, NEW +5%, 삼화네트웍스 +2%, SBS +0.2% 순이다. 동기간 코스피는 +6%, 코스닥은 +10% 상승했다. 주요 콘텐츠 기업들 8개 중 5개의 주가가 시장을 아웃퍼폼했다. 팬엔터테인먼트의 +28% 상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의 3월 7일 공개가 확정된 것에 기인한다. 이 작품은 믿고 보는 감독, 작가, 배우들의 작품으로, '22년 8월, 제작이 확정된 시점부터 화제를 불러왔다. 김원석 감독은 tvN의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 tvN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감독이다. 임상춘 작가는 KBS2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최고 시청률 각각 13.8%와 23.8%을 기록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폭삭 속았수다>의 주연 배우는 아이유와 박보검으로 역시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배우들이다. 기업의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는 주요 작품의 시청률 또는 인지도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TV에 우선적으로 방영되는 작품의 수익구조는, 앞뒤 광고와 중간광고 등 광고 수익이 작품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PPL(간접 및 협찬광고)로 나머지 제작비를 충당한 후, 판권 판매(작품 종영 후 VOD 또는 해외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를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이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는 시청률이 높을수록 판매율이 증가하고 할증이 붙으며, 시청률이 높은 작품은 판권 판매 가격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작품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시청률은 매일 공개되기 때문에, 시청률의 수준과 추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TV에 판매된 작품이 아니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런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비에 더해 일정수준의 마진을 보장해주고 작품을 구입한다. 따라서, 작품이 공급된 시점에 이미 이익이 확정되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은 구조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순위 등 OTT 작품들의 글로벌 반응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은 있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6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규모는 한국에서 제작된 작품들 중 최고 수준이며, 넷플릭스가 마진을 보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작사가 인식하는 이익 규모도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콘텐트리중앙, CJ ENM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따라 +13~21% 상승했다. 특히,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보도된 직후인 2월 20일 기준, 에이스토리 +30%, 콘텐트리중앙 +25%, 스튜디오드래곤 +18%, NEW +16%, CJ ENM +8% 등 대부분의 콘텐츠 기업들이 상승했다. 에이스토리는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ENA라는 메이저가 아닌 채널에서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17.5%의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매체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제작사이지만, 연간 2~4편 정도 꾸준히 작품을 제작 중이다. tvN <시그널>, <지리산>(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019-2021) 시리즈, ENA <유괴의 날>(2023), <모래에도 꽃이 핀다>(2023) 등 ‘06년 이후 누적 약 40편 정도의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한한령 해제 시 중국향 작품 제작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승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콘텐트리중앙은 각각 tvN(CJ ENM)과 JTBC의 인하우스 제작사이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지상파 등 다양한 매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국의 1, 2위 규모의 제작사로서 한한령 해제 시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기에 역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22~23년 중국 OTT에 정식으로 18편의 콘텐츠가 판매됐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tvN-스튜디오드래곤, JTBC-콘텐트리중앙, SBS-스튜디오S 등 한국을 대표하는 3대 플랫폼과 3대 제작사의 작품들이었다. SBS 역시 한한령 해제 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지만, 2월 20일 주가는 +0.9% 상승에 불과했고, 1~2월 주가도 주요 8개 기업들 중 가장 낮은 +0.2% 상승에 그쳤다. 그 이유는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이미 11~12월에 +42%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에 따른 부담이다. 주요 8개 기업들의 주가는 ‘23년 -47% ~ -15%의 하락을 보였는데, SBS가 -15%로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주요 8개 기업들의 ‘24년 주가 역시 -53% ~ -16%의 하락을 보였는데, SBS는 11~12월 +42% 상승에 힘입어 ’24년 -24%로 8개 기업들 중 두 번째로 낮은 하락을 보였다. 이렇게 SBS는 지난 2년간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하락기에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24년말부터 급격한 상승세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번 한한령 해제 기대에 따른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서 배제되었지만, SBS 역시 중국 시장 재개방 시 큰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CJ ENM은 1~2월 +13% 상승했고, 2월 20일 +8% 상승했다. ENM의 대표 채널인 tvN의 작품들은 대부분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일부 ENM의 자체 스튜디오인 CJ ENM Studios가 제작한다. 그리고, 이들 작품들은 모두 ENM이 유통을 담당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작품의 IP(판권)는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유하고 있지만, ENM이 유통을 담당하면서 일정수준의 수수료를 인식하기 때문에, ENM 역시 한한령 해제 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ENM은 자체 OTT인 티빙을 통해 프로야구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가을에 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면서 가입자의 일시적인 이탈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3월부터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 티빙 가입자가 재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도 ENM의 1~2월 주가 상승의 요인이다.   2. 2025년 1~2월 미디어 산업의 주가에 대한 의견 ‘23년 이후 부진했던 미디어 산업의 주가가 반등을 시작한 것은 ‘24년 11~12월부터다. 부진했던 TV광고가 3Q24 실적(24.10월말~11월초 공개) 시즌부터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주가 반등이 시작됐다. ENM의 TV광고 매출을 보면, 1Q23 -35% yoy, 2Q23 -26% 등 ‘23년에만 -28% yoy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1Q20 -29% yoy와 2Q20 -31% yoy를 넘어서는 수준의 하락이다. ‘24년에도 ENM의 TV광고 매출은 하락했지만, 3Q24 -1.5% yoy로 하락폭을 크게 줄였고, ‘25년 2월에 공개된 4Q24 실적에서는 TV광고 매출이 +16.6% yoy의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아직 TV광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ENM의 경우 4Q24에 방영된 <정년이>가 최고 시청률 16.5%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광고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25년 1~2월 들어 미디어 산업의 주가 상승폭이 커진 첫 번째 요인이 TV광고의 저점 확인 및 일부 상승 전환이라면, 두 번째 요인은 넷플릭스의 실적이다. ‘25년 1월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4Q24 실적은 가히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누적 가입자는 사상 처음으로 3억 명을 돌파했고, 4Q24 순증은 1.9천만 명으로 순증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24년 매출 $39bn(+16% yoy), 영업이익 $10bn(+50% yoy), 영업이익률 26.7%(+6.1%p yoy), 당기순이익 $8.7bn(+22% yoy) 등 주요 지표들이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넷플릭스의 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순증 가입자 1.9천만 명 중 아시아 가입자가 4.9백만 명이고, 가입자 증가율은 전체 가입자 +16% yoy, 아시아 가입자 +26% yoy로 아시아 가입자의 증가율이 전체 가입자 증가율을 크게 상회한다. 아시아 시장은 넷플릭스에게는 블루오션이고 글로벌 가입자 대비 꾸준히 2~3배 수준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 증가의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한국 콘텐츠이다. 이번 4Q24 실적에서도 넷플릭스는 호실적 원인들 중 하나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흥행을 언급했다.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서, 넷플릭스는 매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거의 대부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감사의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21년 9월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1주차에 63백만의 시청 시간 달성 후 3주차에는 572백만 시간까지 상승했다. ‘24년 12월에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1주차 488백만, 2주차 417백만, 3주차 188백만으로 시즌1 보다 주간 최고 시청 시간은 적지만, 3주 누적 기준으로는 시즌1이 1,084백만, 시즌2가 1,093백만시간으로 시즌2의 누적 시청 시간이 시즌1을 상회했다. 특히, 시즌2의 경우 공개 직후 국내외 다수의 언론에서 시즌1 대비 호평받지 못한 것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고, 시즌2 공개로 인해 시즌1의 ‘역주행’까지 나타나면서, 시즌2 공개 2주차인 12월 23일 주간에는 시즌1과 시즌2 합산 555백만의 시청 시간을 달성했다. 넷플릿스의 실적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콘텐츠의 투자 확대이다. 넷플릭스의 연간 투자금액은 ‘21년 $17.7bn(+50% yoy)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으나, ‘22년 $16.8bn(-5% yoy), ‘23년 $12.5bn(-25% yoy)으로 2년 연속 투자 규모가 감소하면서 한국 콘텐츠의 넷플릭스발 효과도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22~23년 투자 감소는 미국에서 발생한 할리우드 작가 파업 및 이에 동조하는 배우와 감독들의 동반 파업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었고, ‘23년 파업 종료 후 24년 넷플릭스의 투자는 $16.2bn(+29% yoy)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 및 투자 확대, 특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집중 투자로 아시아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5년 1~2월 미디어 산업의 주가 상승폭이 커진 세 번째 요인은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다. ‘24년말부터 G20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문체부 장관의 중국 방문, 국회의장의 시진핑 주석 미팅 및 ‘25년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회담의 방한 가능성, 중국 문화사절단의 방한 예정,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17>의 중국 개봉 등 그 어느때보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22~23년 한국 콘텐츠 18편이 중국 OTT에 정식으로 판매된 것도 중국 시장 재개방 관련 기대감을 높이는 근거이다. 다만, 중국과 관련한 사항들은 확정될 때까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 재개방을 관련 기업들의 실적 추정에 선반영하거나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중국이 아니어도, TV광고 저점 확인 및 반등 가능성, 콘텐츠 제작 물량 증가와 리쿱율(제작비 대비 판매율) 상승 등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     ​ ​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1)   임동현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1)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AI 활용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활용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ttps://www.kwavebigdata.kr 1. 해외 케이팝 팬의 수용 양상에서 연예기획사 이슈 케이팝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팬덤이 순전한 소비자-수용자 집단을 넘어 아티스트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주의를 보이며, 연예기획사에 의견을 개진하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한류 소셜미디어 데이터는 이러한 케이팝 시장의 양상을 단순히 기업과 고객 간 피드백 이상의 리스크로 바라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최근 1년간 하이브의 키워드 언급 빈도는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키워드 언급 빈도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BTS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이브가 연예기획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키워드 언급 빈도 순위에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 감성 분석 내 ‘하이브(Hybe)’ 키워드 긍/부정 변화 추이 최근 3개월간 하이브 키워드의 긍/부정 감성 분석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부정 감성이 긍정 감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뉴진스와의 분쟁 사태가 다소 소강 상태에 들어선 이후 부정적 감성이 비교적 줄어든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월 초 뉴진스가 그룹명을 NJZ로 변경할 것을 발표하면서 하이브에 대한 부정 감성이 다시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의 뉴진스 팬들은 X(구 트위터)와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도어와 하이브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비판하고 있는데, 해외 팬들 역시 이에 큰 관심을 보이며 동참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에 대한 이러한 팬들의 관심은 최근 여자친구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재결합한 데 대한 팬 여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은 걸그룹 여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전속계약 종료 발표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계약 종료 과정과 이후 상표권 등의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하이브와 쏘스뮤직은 팬들의 큰 반감을 샀다. 그 가운데 최근 여자친구의 재결합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25년 1월 기준, 여자친구의 영문 팀명인 GFRIEND의 온톨로지 분석에서는 하이브가 연관 키워드로 나타나고 있는데, 모든 연관 키워드 중 가장 부정적인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자친구(gfriend)’의 온톨로지 분석 원문 분석을 살펴보면 팬들의 수용 양상을 더 면밀히 이해할 수 있다. 빅데이터 대시보드에서 수집된 한 게시글은 “트와이스가 갑자기 해체한다면 충격이긴 하겠지만, 이젠 웬만해서는 어떤 그룹의 해체나 멤버 이탈도 놀랍지 않을 거다. 여자친구의 해체를 겪은 이후로는 더 이상 충격받을 것도 없다.”라며, 과거 여자친구 전속계약 종료사건에서 일어난 팬덤의 신뢰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하이브와 뉴진스의 분쟁 사태에서 하이브가 대중의 부정적인 여론을 맞닥뜨린 것은 과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축적되어 온 팬들의 반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에서 나타나듯 해외의 케이팝 코어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활동을 한국 연예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이해를 추구하며 그 맥락 안에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자친구의 온톨로지 분석에서 나타나는 르세라핌의 높은 연결 강도도 그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몇몇 사건에서 야기된 연예기획사에 대한 반감은 다른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반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케이팝 팬덤은 연예기획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주의로 점점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EXO의 멤버 시우민의 출연 제한을 두고 KBS와 원헌드레드 사이에 불거진 갈등에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러한 팬들의 반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팬들의 이러한 수용 양상은 연예기획사는 아티스트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기업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로도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연예기획사 스스로의 이미지가 소속된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미칠 리스크 역시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2. 케이팝 스타 출신의 드라마, 영화 콘텐츠 캐스팅 효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동시에 타겟팅하면서 글로벌한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케이팝 스타들의 캐스팅이 이뤄지고 있다. 한류를 이끄는 여러 장르 중 가장 빠르고 커다란 성장세를 보인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작품의 흥행과 인지도를 견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설강화>(2021)라는 작품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바 있는 블랙핑크의 지수는, 올해 쿠팡플레이와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뉴토피아>가 화제를 모으면서 미디어(드라마, 영화) 분야의 키워드 언급 빈도에서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지수의 연기력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불거졌지만, 쿠팡플레이 콘텐츠 중에서 공개 첫날 역대 최다 시청을 기록했으며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스트리밍하는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글로벌 차트 5위, 총 39개국에서 TOP 10에 오르는 등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룹 빅뱅 출신 배우 탑(T.O.P)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캐스팅되면서 과거 음주운전과 약물 투약문제로 인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탑의 온톨로지 분석에서는 해외 팬들 역시 해당 이슈를 상당한 수준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favorite, life 등의 키워드는 가장 강한 연결성과 긍정 감성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탑의 과거 논란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그를 활용한 화제성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탑(T.O.P)’의 온톨로지 분석 흥미로운 점은, 탑을 둘러싼 해외 팬들의 반응에서 이른바 '캔슬 컬처(Cancellation Culture)'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대시보드에 수집된 게시글 원문을 살펴보면 “왜 한국 네티즌들은 탑에게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거야? 그냥 그를 내버려 두면 안 돼? 한국은 선진국인데, 여전히 낡은 사고방식과 편견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는 네가 분노를 표출할 희생양이 아니야. 그도 너처럼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 삶의 고난을 겪어 왔어. 그런데 대체 무슨 권리로 누군가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지?”라는 의견에서 보듯, 일부 해외 팬들은 탑을 향한 한국 내의 비판적 시각을 지적한다. “다행히도, 수백만 명인 그의 글로벌 팬들이 그를 지지하며 기다리고 있어. 이번 복귀는 그를 비난하는 위선적인 한국 네티즌들에 대한 복수다. 넷플릭스와 <오징어 게임>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라는 또 다른 게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탑의 캐스팅은 한국과 다른 해외의 문화적 맥락에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사례들은 케이팝 스타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드라마와 영화 산업에서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 제작자에게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출연은 콘텐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할만한 옵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성공은 단순히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인지도에 기댄 것이 아니며 연기력 논란과 배우의 논란은 작품에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팝 아티스트의 해외 인지도뿐만 아니라 작품과 아티스트의 적합성 역시 면밀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의 긍정적인 면과 함께 잠재적인 리스크를 인지하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입지를 구축한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D.O.) 등의 사례와 같이 케이팝 영역의 자본을 여러 장르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계속해서 모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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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FOCUS 2 | 넷플릭스 딜레마: 선택지의 안과 밖
넷플릭스 딜레마: 선택지의 안과 밖 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국내 혹은 대외적으로도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게임체인저’였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성과의 바탕으로 ‘한국만의 우수한 서사성’이 단골처럼 언급되곤 한다. 연장선에서 생산단가 대비 높은 수익성을 근거로 서사성 콘텐츠를 고부가산업으로 분류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그러나 상황을 좀 더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며,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의 우수성을 확보하자며 순진하게 한국에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작품성’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임 <오징어 게임>(2021~, 황동혁)은 넷플릭스 전략의 성공을 증명하는 신화적 상징이 되었다. 국내의 많은 시청자와 산업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의 내적 우수성으로 인해 넷플릭스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믿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이 넷플릭스의 유통망을 타고 시청시간이라는 지표를 통해 콘텐츠 시장에서 막강한 창작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창작의 영역이지, 콘텐츠의 최종소비자에게 마수걸이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이미 어느 정도 확보했다. 그리고 이는 2024년에 확실히 증명되었다.    2024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K-오리지널 콘텐츠 중 주력 콘텐츠로 내걸 수 있는 작품은 2편으로 추려볼 수 있다. 영화부문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던 <전,란>(2024, 김상만)이 있었고, 시리즈에서는 공개 하루 만에 비영어 콘텐츠 글로벌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었던 <지옥>(2021~, 연상호)의 시즌2가 있었다. 그러나 두 콘텐츠 모두 동기간 경쟁작이었던 동남아 지역 콘텐츠들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을 기준으로 <전,란>의 경우에는 인도네시아 고어 액션물 <섀도우의 13(The Shadow Strays)>(2024, 티모 차얀토)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시리즈에서도 다른 지역 콘텐츠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지옥> 시즌2는 태국의 공포물 <집에 오지 마(Don’t Come Home)>(2024,타나눗 이브라힘)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전, 란>   <섀도우의 13>   <지옥> 시즌2   <집에 오지마>   <전, 란>, <섀도우의 13>, <지옥> 시즌2, <집에 오지마>의 선호도. 색이 진할수록 높은 순위를 나타낸다. (출처: 플릭스패트롤) 넷플릭스 인도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민영 VP 역시 2024년 6월 자카르타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동남아시아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쇼케이스에서 발언한 것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겠으나, 한국을 넷플릭스 확장 전략의 독점적 창구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2024년 하반기에 K-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성과는 정부와 창작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K-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연약한 지반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최소한 대중을 상대로 한 시장에서 한국이 가진 서사적 자원의 매력은 결코 초격차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넷플릭스와의 협상에 있어 작품성과 같은 정성적 요소는 단단한 협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수직계열화, 로컬라이징 넷플릭스가 콘텐츠 거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로는 DVD 대여 사업부터 이어졌던 오랜 업력의 영업 활동과, 이를 통해 축적한 막강한 자본력이 있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자본력을 활용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으며, 구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업적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 힘써왔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사업적 탄력성을 확보해왔으며, 이는 협상에 있어 넷플릭스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돼왔다. 넷플릭스를 상대로 협력한다는 것은 불리한 패를 들고 협상에 나서는 것과 같다. 제작자들 역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영상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초기 자본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상콘텐츠 사업의 근간이 되는 것은 콘텐츠의 기획안이다. 다만, 콘텐츠 기획은 그 생산량이 수요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필터링이 어려워 사업화에 있어 강한 불확실성을 가져온다. 이러한 영상콘텐츠 사업의 강한 불확실성은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산술급수가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그렇다고 세간의 기대와 달리 높은 위험을 바탕으로 많은 수익을 만드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 – High Return)’의 수익 구조를 가졌다고 보는 것 또한 어렵다.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대규모 인력과 협력이 필요해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 더불어 생산품을 최종소비자까지 유통하는 과정 또한 복잡하여 유통비용까지 비싸다. 게다가 상품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야 하므로 최종소비자가격은 가능한 한 낮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영상콘텐츠 사업의 전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수직계열화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다.    넷플릭스는 로컬라이징(현지화)을 수직계열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독점 구축 자체가 넷플릭스가 폭리를 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기 보다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비교적 상식적인 차원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로컬라이징 전략은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업에 참여하고자 펼친 전략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통 사업자로서, 복잡한 콘텐츠 유통과정과 구매 과정을 간소화하고 싶었던 열망이 컸기 때문에 로컬라이징 전략을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구조를 완성하기까지 높은 투자비용을 요구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업을 구축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넷플릭스처럼 영상콘텐츠 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도 이 부분이다. 자본과 유통구조 측면에서 넷플릭스를 상대할 만한 경쟁사는 많지 않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글로벌과 로컬라이징을 결합한 ‘글로컬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구매처와 유동성을 확보해 견고한 협상력을 구축, 자사에 유리한 계약을 진행해왔다. 이는 로컬 시장의 상황보다 높은 금액의 투자를 약속하고, 콘텐츠의 바탕이 되는 IP 혹은 프로젝트의 지분을 확보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의 핵심은 사업의 우선권을 확보하여 사업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넷플릭스가 사유화한다는 데 있다. 때문에 <오징어 게임>이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과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이 단독적으로 거둔 성과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넷플릭스는 무엇을 받고, 무엇을 주었는가? 넷플릭스가 전개하는 로컬라이징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IP 확보는 당사자들 간의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계약의 전후 맥락이 어떻게 되는지는 영업기밀조항 등에 의해 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한 조항이 가역적인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계약이 성사된 이후의 추가적인 보상을 확보하는 등의 후속 조치 또한 어렵다. 넷플릭스 역시 이러한 계약의 비가역성을 로컬라이징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넷플릭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넷플릭스의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캐나다의 공영 방송사인 ‘캐나다 방송 공사(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의 16대 회장 캐서린 테이트(Catherine Tait)의 지적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19년 1월 ‘캐나다 미디어 프로듀서 협회(Canadian Media Producers Association)’가 매년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주최하는 ‘프라임 타임 컨퍼런스(Prime Time conference)’에서 캐서린 테이트는 넷플릭스 정책 담당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테이트는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를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며, 넷플릭스의 제작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캐나다 미디어 산업에 심각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Etan Vlessing,2019). 세간에서 들려오는 ‘K-콘텐츠의 넷플릭스 종속화’는 일찍이 예견되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넷플릭스와 거래하는가? 넷플릭스가 가진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 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킹덤>(2019~2020, 김성훈)을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경우, <킹덤>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넷플릭스발 글로벌 흥행으로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에이스토리의 상장 당시 기업 순익은 23억 원에 그쳤으나, 넷플릭스발 글로벌 흥행을 근거로 업계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의 기업으로 주장하여 코스닥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다(김건우, 2019.6.21.). 즉, 넷플릭스는 IP 혹은 지분을 댓가로 제작사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는 대신, 콘텐츠가 흥행하면 높은 브랜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유혹하는 셈이다.     에이스토리의 <킹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처: 넷플릭스, ENA) 에이스토리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넷플릭스 흥행을 통해 브랜드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전환될 수 있다. 나아가 그 브랜드 효과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로부터 제작사가 유리한 계약 사례를 만들어 우수 사례로 활용해야 한다. 가령, 이미 성과를 거두었던 넷플릭스 흥행을 바탕으로 제작사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또 다른 콘텐츠들을 디즈니+ 등 다국적 OTT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단, 이 경우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콘텐츠 구매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검증된 제작사와 계약하기를 원할 것이고, 제작 시장의 양극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2022년 8월 국회는 국가 차원에서 넷플릭스 등 OTT와 계약하는 제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유정주 의원을 대표로 발의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131번)은 유럽의회의 저작권 및 저작권인접권 「디지털단일시장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에 관한 지침」이 개정된 것을 참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법안이 처리되어 현장에서 활용되고 제작자의 여건을 개선 시킬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게다가 유럽과 한국의 법률 환경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발의안의 법률적 적절성과 그 근거 역시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 입법 시도 이후, 그리고 이미 누적된 K-콘텐츠의 문제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계간 저작권≫ 143호를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자의 이익 증진에만 집중한 나머지 계약자유의 침해, 투자 감소 등 제도 변화 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항목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향후 제도 시행 시 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손보영, 2023)는 주장을 개재한 바 있다. 박성호 한양대 교수 역시 발의에 참조가 되었던 저작권 개정안과 한국에서 발의된 개정안을 비교하여 저작권 개정안이 부적절할 수 있다며 “추가보상을 인정하게 된 근본 취지를 잘 헤아려서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박성호, 2023.3.2.)했다.    추가 보상과 관련되어 언급되고 있는 ‘추가 보상 청구권’ 역시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개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위험한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작한 필름몬스터의 현승주 PD는 “창작자와 제작사 입장에선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고 일정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나 “OTT 플랫폼과 방송국이 창작자나 제작사에게 수익을 쉐어해야 되는 입장이 될 것이니, 점점 더 흥행성 높고 검증된 창작자의 작품만 투자를 진행하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창작자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각자도생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 및 입법 관련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넷플릭스도 입법 시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는 SBS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맺었다. 넷플릭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넷플릭스는 (SBS의)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언어의 자막, 더빙 제작은 물론 현지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K-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창작자와 직접 계약이 아닌, 방송국 및 스튜디오와 협력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현승주 PD는 “협력이라기보단, 방송국이 메인투자사 역할을 진행하고, 이후에 (독점 투자 및 방영을 선호하는) 넷플릭스에 방영권만 판매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는 의견을 더했다. 더불어 이는 넷플릭스가 앞서 언급했던 브랜드 효과의 활용 가능성을 통제하려고 선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과 창작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K-콘텐츠의 성과는 정권을 따지지 않고 해당 정부의 성과로 홍보되어왔다. 그러나 K-콘텐츠의 내부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돼왔다. 이는 K-콘텐츠가 ‘규모의 경제’를 다루는 데 익숙한 외부 투자자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국회 및 입법 관련자들의 노력도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가올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낙수효과를 겨냥한 입법을 추진할 것인지, 낙수효과를 겨냥해야 한다면 제작자와 방송국의 관계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등 내부적 문제 해결을 고민할 수도 있다. 혹은 OTT 효과에 가려진 방송국과 영화관이라는 콘텐츠 유통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발의된 법안을 바탕으로 감히 추측하건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여건이 척박한 것은 분명하다. 여건이 척박하다는 것은 제도마련에 부지런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SBS 콘텐츠 (출처: 캡쳐본) “환상적인 사업을 정직한 가격에 사라” 이 모든 것은 콘텐츠 유통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투자를 통해 IP를 확보하는 일은 엔터테인먼트 투자시장이 이토록 과하게 불안정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콘텐츠 제작비 내역 등의 가격 체계를 넷플릭스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파악하고 공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제작될 넷플릭스 K-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IP 소유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창출된 콘텐츠의 브랜드 효과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이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한국이 역으로 넷플릭스에 막강한 협상력을 갖출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시장에 신용을 얻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투명한 가격 공개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상황을 위와 같이 낙관할 수만은 없다. 협상력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을 비롯해 국회 및 입법 관련자들이 보여준 시도들은, 산업과 제도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빈곤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정부가 산업을 지원하기에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황이 위와 같다고 하여 <오징어 게임>의 성과를 낮게 볼 이유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꺾을 이유도 없다. <오징어 게임>은 그동안 한국기업과 정부가 대내외적 성과를 위해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투자한 결과의 산물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쉽사리 수치화할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성과와 국익을 가져다준 것도 맞다.    또한 이 성공을 위해 수많은 관계자가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 성공의 주역들이 김민영 VP, 황동혁 감독, 이정재와 이병헌 배우 등 한국인이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도 넷플릭스처럼 해외로 눈을 돌려 인적 자원을 수출하는 일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K-오리지널 콘텐츠의 브랜드를 등에 업고 동남아 시장에 직접 스튜디오를 차리고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가 제안한 선택지 안이 아닌 그 밖을 보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은 멋지지도 않을 것이며, 지난하고 고된 나날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다짐은 아래와 같을 것이다. “정직한 사업을 환상적인 가격에 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환상적인 사업을 정직한 가격에 사라” - 찰스 멍거 참고문헌 김건우 (2019. 6. 12), “‘킹덤’ 에이스토리, 순익 23억원인데 기업가치 1000억원?”, ≪머니투데이≫. 넷플릭스 (2024. 12. 20.), 넷플릭스-SBS,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K-콘텐츠 경쟁력 확대 ‘맞손’, 넷플릭스 뉴스룸. URL: https://about.netflix.com/ko/news/netflix-and-sbs-strategic-partnership-to-expand-k-content-competitiveness. 박성호 (2023. 3. 2.), “저작권법 개정안 중 ‘추가보상’을 둘러싼 쟁점”, ≪법률신문≫. 손보영 (2023), 영상저작자의 추가보상청구권에 대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문제점 및 해외사례 연구 - 상업적 및 경제적, 법률적 관점을 중심으로, ≪계간 저작권≫, 146호. Etan Vlessing (2019. 1. 31.). “Canadian TV Boss Accuses Netflix of “Imperialism””, ≪The Hollywoo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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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ZOOM 2 | OTT 대전의 중심: 2025년 K-콘텐츠 기대작은?
OTT 대전의 중심: 2025년 K-콘텐츠 기대작은? 김철홍 영화평론가 2023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글로벌 흥행으로부터 이어진 K-콘텐츠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 가고 있다. <흑백요리사>가 이끌어간 그 기세는 작년 말에 정점을 찍었는데, 12월에 나란히 공개된 디즈니+의 <조명가게>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역사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성공이 뜻하는 바는 정말 많겠지만, 무엇보다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선입견이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것, 아니 K-콘텐츠가 일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새로운 긍정적인 편견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쉽게 말해 지금이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치에 오른 시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류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있는 집단이 OTT 플랫폼들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 사용자들의 시청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 그 거대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국내 외 OTT 플랫폼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곳도 역시 한국이다. 그들은 이미 발 빠르게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국 작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콘텐츠의 왕좌에 오른 지금, 그래서 K-콘텐츠가 모든 다른 콘텐츠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게 될 지금부터가, 진정한 OTT 대전의 시작이다. 각 플랫폼들이 발표한 2025년의 신작 라인업을 통해 그들의 전쟁에 임하는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한다. 넷플릭스의 희망 <오징어 게임>, 그리고 ‘한국 영화’의 희망 넷플릭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전망이 밝아 보이는 곳은 올해 중반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공개할 예정인 넷플릭스다. 사실상 이 글에 언급될 모든 콘텐츠들을 다 합쳐도 <오징어 게임> 시즌3 한 작품의 파워가 클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즌 공개 며칠 만에 전 세계 많은 시청자들의 관람을 유도했다는 건, 그만큼 이 시리즈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확고하다는 걸 뜻한다. 시즌2 자체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긴 하지만, 전 시즌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지 않은 채 끝났다는 점도 시즌3 입장에선 호재다. 시즌2를 끝까지 본 사람들 중, 과연 다음 이야기를 재생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이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출처 : 넷플릭스) 기세를 탄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 예정인 다른 작품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시리즈 라인업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 201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원석 감독의 신작인 <폭싹 속았수다>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을 제목으로 한 이 드라마는 195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로맨스물이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기대 포인트는 <나의 아저씨>를 통해 호흡을 맞춘 김원석 감독과 이지은(아이유) 배우가 다시 만났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기력을 대중들에 각인시킨 계기를 마련해 준 감독과의 협업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같은 배역의 중년 역을 문소리 배우가, 상대역은 박보검/박해준 배우가 맡을 예정이다.    또 하나의 스타 연출진으로 이슈가 된 시리즈는 <다 이루어질지니>이다. <극한직업>의 이병현 감독과 넷플릭스 히트작 <더 글로리>의 각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조합이다. 김우빈, 수지, 안은진, 노상현 등의 젊은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으며,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정령 지니가 등장하는 판타지/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이외에도 <독전>과 <유령>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애마>, <이두나!>를 연출했던 이정효 감독의 <자백의 대가>, <경성크리처> 시즌2를 연출했던 조영민 감독의 <은중과 상연>, <호텔 델루나>를 연출한 오충환 감독의 <멜로무비> 등 유명 대표작이 있는 이름난 연출자들의 기용이 눈에 띈다.    라인업에 보이는 또 하나의 꾸준한 흐름은 유명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이다. 작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살인자o난감>의 기억 때문일까. 특히 기다려지는 작품은 오세형, 김균태 작가의 <광장>과 최희선 작가의 <악연>을 원작으로 제작된 동명의 두 작품이다. OTT에서 강세를 보이는 액션, 범죄, 스릴러 장르이기도 하다. 특히 <광장>에 출연하는 소지섭 배우는 이번이 넷플릭스 시리즈 첫 주연작이다. 조보아 배우의 첫 OTT 시리즈 출연작으로 화제가 된 <탄금> 역시 장다혜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가상 역사극으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 2025년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7편 왼쪽 상단부터 <계시록>, <고백의 역사>, <굿 뉴스>, <대홍수>, <사마귀>, <이 별에 필요한>, <84제곱미터>와 연출을 맡은 7명의 감독들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2025년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한국 영화에 대한 진심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작년 10월 진행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에서 올해 공개할 한국 영화 7편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넷플릭스와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온 연상호 감독은 신작 <계시록>을 통해 <지옥>에 이어 다시 한번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을 연출했던 변성현 감독도 <굿뉴스>라는 시대극으로 라인업에 올랐다. 1970년 일본 상공에서 일어났던 요도호 하이재킹 사건을 소재로 한 재난 범죄극이다. <길복순>의 스핀오프이자, 변 감독이 각본으로 참여한 <사마귀>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작품이 첫 연출작인 이태성 감독의 액션 영화로, 길복순으로 다시 돌아올 전도연 배우의 활약도 기대된다. 가장 반가운 이름은 여러 편의 독립 영화를 통해 꾸준한 호평을 받아왔던 남궁선 감독의 신작이다. <고백의 역사>는 남 감독의 첫 상업 영화로 1998년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둔 한 열아홉 소녀가 주인공이다.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김병우 감독의 재난 영화 <대홍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를 선보였던 김태준 감독의 <84제곱미터> 또한 세계 시청자들의 한국 장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채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제작되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이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을 뿐만 아니라, 2023년 첫 장편 <그 여름>을 만들며 불모지라 평가받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한지원 감독의 신작이다. 이처럼 특정 장르나 형식에 편중되지 않는 넷플릭스의 2025년 라인업은 한국 영화에겐 분명 ‘굿 뉴스’일 것이다. 한국 영화의 중견 감독들과 손잡은 디즈니의 맹렬한 추격 <무빙>의 성공으로 드디어 ‘감을 잡은’ 디즈니+의 추격이 거세다. <킬러들의 쇼핑몰>, <폭군>, <강남 비-사이드>, <조명가게> 등 컨셉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들의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디즈니+는, 올해도 일단은 일관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디즈니+ 또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쇼케이스에서 공개한 열일곱 편의 2025년 신작 중 한국 콘텐츠의 수는 무려 열 편이었으며, 함께 소개된 감독들과 주연 배우들의 면면도 업계 1위인 넷플릭스에 뒤지지 않았다.   ​ 디즈니+ <트리거> (출처 : 월트디즈니) 신년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김혜수 배우가 주연을 맡은 <트리거>다. 방송사 탐사보도국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오피스 스릴러물로 <경이로운 소문>의 유선동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 하나의 특수 직업군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로 <하이퍼나이프>가 있다. 박은빈, 설경구 배우가 외과 의사 역을 맡아 메디컬 스릴러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가 진짜 칼을 갈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은 공개 예정 작품들을 맡은 감독들의 이름들에서다. 윤종빈, 우민호, 추창민, 강윤성 등 전부 작품성과 흥행력을 고루 보유한 한국 영화의 중견 감독들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첫 시리즈 연출작 <수리남>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윤종빈 감독의 <나인 퍼즐>이다. 프로파일러와 강력 형사가 연쇄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김다미, 손석구 배우가 투톱으로 출연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칠 예정이다. 얼어붙은 영화관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는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은 <메이드 인 코리아>이다. 그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자, 자신의 전작인 <마약왕>의 스핀오프다. <하얼빈>에 이어 현빈 배우가 다시 한번 주연을 맡아 마약계 거물을 연기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검사 역할로 정우성 배우가 출연한다.   ​ 디즈니+ <하이퍼나이프>, <나인 퍼즐> (출처: 월트디즈니) 두 명의 ‘천만 영화’ 감독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의 제목은 <탁류>로, 장르는 그의 장기인 사극이다. 이 장르가 디즈니+에서 제작된 것은 처음이다. 글로벌 히트작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각본가 천성일이 참여했으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등의 90년대 생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은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천만 감독인 <범죄도시4>의 허명행 감독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연출자 김희원 감독과 함께 <북극성>이라는 첩보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북극성>은 씨네21이 선정한 2025년 시리즈 기대작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그 주요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작가 정서경이라는 이름 석자 때문일 것이다. 강동원과 전지현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디즈니+ 입장에서 가장 기대가 클 거라 예상되는 작품은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파인: 촌뜨기들>이다. <무빙>, <조명가게> 등 유명 웹툰 원작을 소재로 한 시리즈가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은 상황에, 대한민국 최고 만화가인 윤태호 작가의 걸작 중 하나인 <파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감독이 <카지노>를 통해 스튜디오와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는 점과, <무빙>의 주역인 류승룡 배우가 합류했다는 점도 호재다. 1970년대 신안 앞바다에 파묻힌 보물을 차지하려는 여러 인간 군상들에 관한 이야기로, 근현대사물에 호의적인 한국 시청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도 갖추고 있다. 과연 올해에 디즈니+는 얼마나 많은 한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디즈니+ 오리지널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도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젊은 시청자를 공략하는 티빙과 월드 스타를 품은 쿠팡플레이 앞서 언급한 두 플랫폼에 비하면 규모가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국산 플랫폼인 티빙과 쿠팡플레이 역시 올해도 공개될 신작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티빙은 상반기 공개작으로 <원경>과 <스터디그룹>, 그리고 <춘화연애담>이 방영일을 확정 지은 상태다. <원경>의 경우 tvN 방영 버전과 OTT 공개 버전의 수위 묘사를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유도하고, <스터디그룹>과 <춘화연애담>은 각각 학원물과 가상역사극 로맨스물로 젊은 시청자층을 공략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부문에서 부분 공개했던 <러닝메이트>와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역시 청춘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며, <샤크: 더 스톰>과 <친애하는 X>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특징이 있다.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타깃층이 확실하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 티빙 <원경>, <스터디그룹>, <춘화연애담> (출처: 티빙) ​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쿠팡플레이는 2023년 말 공개한 <소년시대> 이후 뚜렷한 대표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만큼은 멤버십 가입을 고려해 볼 만한 작품이 공개를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한국 영화의 기대주인 <파수꾼>의 감독 윤성현의 첫 시리즈인 <뉴토피아>다. 그리고 장르는 등장만으로도 늘 주목을 받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다. 소설 <인플루엔자>를 원작으로 하며, <파수꾼>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자신의 얼굴을 확실히 각인시킨 배우 박정민과 월드스타 블랙핑크의 지수가 투톱 주연을 맡는다. 글로벌 OTT에 버금가는 호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한 작품만으로 쟁쟁한 OTT 경쟁 구도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겠지만, 소문난 작품이 있는 곳엔 언제든 찾아갈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곧 한국 시청자들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극장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OTT를 통해 편히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이 시점이라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보단 매달 공개되는 신작들을 벅찬 마음으로 즐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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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ZOOM 1 | <오징어 게임> 시즌2, 실패한 혁명 이후
<오징어 게임> 시즌2, 실패한 혁명 이후 오수경 드라마 평론가·<드라마의 말들> 저자 3년 만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대개의 후속작의 운명이 그러하듯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뜨겁게 교차되고 있다. 시즌1과 시즌3을 연결하는 역할이기에 ‘부족한’ 서사로 여겨질 법도 하다. 시즌1보다는 인물이 다양해지고 게임의 양상도 바뀌어 극적 긴장감은 높아진 반면 인물들은 다소 전형적이며 “저 위”를 향해야 할 비판은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면에서 한계로 지목되기도 한다. 시즌2는 전 편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떤 면이 나아지거나 어느 지점에서 진보하기를 멈추었을까? 이 글에서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살펴보고 한계를 비평함과 동시에 질문을 제시한다. 다시 ‘오징어 게임’ 속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미국 골든글로브 TV 시리즈 작품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 기대를 모은 <오징어 게임>이 돌아왔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도 뜨겁게 교차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전작에 비해 다양해진 서사 구조를 주목하며 “전작의 주제를 확장한 가치 있는 후속작”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영국의 가디언은 “초반 에피소드는 전략을 지연시키는 느낌이고 평범하다”며 시즌1이 보여준 흥미로운 요소와 매력이 반감되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연결된 이야기를 시즌2와 시즌3으로 나누어 공개한 탓에 “시즌3의 7시간짜리 예고편”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내 반응도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시리즈의 가운데 토막이라는 한계,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평가에도 <오징어게임> 시즌2는 순항 중이다. 2024년 12월 26일에 전편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93개국)에서 동시 1위를 달성했다.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93개국에서 동시 1위를 달성한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처 :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다양해진 캐릭터와 서사 시즌2는 게임에서 살아남아 상금 456억을 수령한 기훈(이정재)이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에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고 선언하며 발길을 돌린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2년 동안 기훈은 상금으로 인수한 허름한 모텔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그 잔혹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 게임 주최 측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시즌2 전반부는 ‘햇빛캐피털’ 직원들을 고용하여 가까스로 ‘딱지남(공유)’을 만나는 데 성공한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과정을, 3회부터는 다시 시작된 게임 현장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풍경을 보여준다. 시즌1이 6개의 게임을 통해 인간 사회의 평면도를 펼쳐놓았다면, 시즌2는 보다 입체적으로 인간 사회의 모형을 구축하여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인물들의 서사가 다채로워졌다. 시즌2 에서는 456명의 참가자들 외 시즌1에서는 스쳐 지나갔을 뿐인 딱지남과 프런트맨(이병헌)의 숨겨진 서사가 (조금) 풀리고, 진행요원들의 세계를 보다 세밀하게 보여준다. 게임 바깥에서는 프런트맨이 된 형 인호를 찾으려는 경찰 준호(위하준)와, 그를 돕는 박 선장(오달수), 햇빛캐피털 이사 우석(전석호)이 기훈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다변화한 인물 구성은 주제의식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1회에서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한 딱지남은 과거에는 진행요원이었다. 그는 게임 참가자들(심지어 아버지까지)을 죽이는 일에 심취했던 인물로서 게임에 참가한 인간들을 ‘쓰레기’로 여기며 경멸한다. ‘오영일’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에 참가한 프런트맨은 게임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는 면에서 기훈과 비슷하지만, 더이상의 살인을 막기 위해 게임을 끝내고자 하는 기훈과는 달리 그 게임의 ‘최종보스’가 된다. 프런트맨은 기훈의 ‘같은 편’인 것처럼 굴지만 은근히 기훈의 행동과 신념을 조롱한다. 놀이동산에서 인형 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탈북자 노을(박규영)은 사실 핑크 유니폼을 입은 진행요원이고, 노을처럼 진행요원들 또한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걸 보다 세밀하게 보여준다.    456명의 참가자들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세태를 반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시즌1이 빈부 격차, 사회의 불평등 등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인물들로 구성되었다면, 시즌2는 코인, 마약, 비혼모, 무당 등 보다 개인 캐릭터성을 내세우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래서 인물 구성은 비교적 다채로워졌지만, 각각의 인물이 가진 서사는 납작하고 헐거워진 면이 있다. 젠더적 측면에서는 어떨까? 트랜스젠더 여성인 현주(박성훈)를 통해 소수자성과 다양성을 보완했다지만 현주 외에 인상적 역할을 하는 여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시즌1과 비슷하게 모성애를 상징하거나, 빌런이거나, 수동적이고 소극적 캐릭터로 제한된 면이 있고, 후반부의 전투 장면에서는 아예 여성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는 면에서 퇴행적이기도 하다. 이런 배치는 해병대 출신 참가자들이 서로의 ‘기수’를 확인하며 서열을 정리하고, 진행요원들의 세계가 ‘군대’ 문화와 흡사하다는 설정과 묘하게 대비된다.    시즌2에서 중요하게 부각된 면은 인물들의 관계다. 개인 참가자가 많았던 시즌1에 비해 친구, 엄마와 아들, 과거 연인, 유튜버와 팔로워 등 관계가 얽힌 참가자가 많아졌다. 관계의 변화와 함께 게임의 양상도 바뀌었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고는 ‘근대 5종 5인 6각(딱지치기, 비사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 ‘짝짓기’ 등 모두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게임으로 배치했다. 심지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게임의 의도를 알고 있는 기훈이 참가자들을 살리고자 외치는 구호에 맞춰 단체 운동처럼 진행된다. 이런 인물 관계와 게임의 양상 변화는 인간 본성과 사회 공동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다양한 캐릭터와 서사를 지닌 참가자들 왼쪽부터 탈북자, 트랜스젠더(MTF)와 20대 여성, 아들과 어머니 참가자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비판적 재현의 불/가능성 그래서 시즌2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꼽는다면, 하나의 게임이 끝날 때마다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OX 투표로 진행하는 설정일 것이다. 드라마의 이런 방식은 현실 세계의 선거와 민주주의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 많이 죽을수록 자신의 몫이 늘어난다고 착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적/신자유주의적 발상은 합리적 선택과 민주주의적 가능성의 목을 조르고, 권력자들은 사회 공동체성을 불가능하게 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한다. 시즌1에서는 개인의 자발성을 강조했다면 시즌2는 그걸 제도화한 것이다. 이런 설정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선거는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근간이 되지만, 동시에 편을 갈라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여 증오하게 하는 합법적 토대가 되기도 한다. 권력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왜곡된 사회는 이기적 욕망뿐 아니라, 폭력과 혐오에 휘둘려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불안과 르상티망은 대중을 우파 포퓰리즘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혐오를 선동한다. 연대와 친절과 공감은 서서히 붕괴된다. 증가하는 불안과 커지는 르상티망은 사회 전체를 난폭하게 만든다. 그러다 종국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한병철, 2024)는 한병철의 통찰처럼, 시즌2는 그런 인간 사회를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증폭되는 갈등을 통해 전편보다 더욱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권력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참가자 간의 갈등과 배신에 집중하게 하여 손쉬운 냉소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시즌2는 분명 게임의 배경과 구조를 확장시켰고, 그 안에서 참가자들의 심리적 변화를 상세히 묘사하면서 인간성의 추악함을 한층 더 강조했으나 시즌1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체제나 권력자들에 대한 구조적인 비판은 부족하다. 기훈은 개인적 욕망이 아닌 “계단 위쪽에 이 게임을 컨트롤하고 있는 자들”과 싸워 게임을 멈추게 하고자 하는 대의를 가지고 게임에 참가한다. 그러나 미래적 전망과 전략적 사고는 부족한 인물이어서 게임의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게임을 수행하는 모순적 인물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을 설득하여 ‘혁명’을 일으킨 기훈은 “저 위”를 가리키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아래”의 희생을 정당화한다. 프런트맨은 그의 한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제압한 후 그의 행위를 “영웅놀이”라며 조롱한다. 게다가 기훈을 돕기 위해 바깥에서 추적하는 인물들은 무능하여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해내지 못한다.    반면 게임 주최자들의 인간을 향한 냉소는 노골적이다. 그런 노골적 냉소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딱지남이다. 그는 빵과 복권을 사서 탑골공원에서 가난한 노인들에게 두 개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실험을 한다. 딱지남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복권을 선택하자 이들을 힘껏 조롱한다. 1화의 제목으로 쓰인 ‘빵과 복권’은 ‘세계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구호인 ‘빵과 장미’를 변형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 구호에서 ‘빵’은 생존을 의미하고, ‘장미’는 인권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복권’은 무엇을 의미할까? 딱지남은 그걸 욕망으로 해석하여 “쓰레기”인 주제에 당장 배를 채워줄 빵이 아닌 욕망을 선택한 인간을 조롱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복권을 희망으로 해석한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그 복권을 품고 며칠 동안 생의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게 빵보다 더 강력한 생존 방식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의 눈에 ‘장미’나 ‘복권’은 한심한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존엄과 희망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인간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기훈이 그렇다. 기훈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인간이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하지만, 딱지남은 인간을 경멸하며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재산과 일생을 건 기훈의 신념을 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낭비한다. 결국 그는 시즌1의 오일남처럼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공동체’와 ‘제도’의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장치를 보완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인 ‘위’를 보지 못하고 냉소와 분노를 ‘아래’로 흐르게 했다. 권력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그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표면만 보여준 채 불평등하고 반생명적인 체제의 문제를 개인의 어리석음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한 갈등의 문제로 축소시킨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사회 축소판을 재현하며 사회를 비판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게임을 설계하고 유지시키는 이들의 관점으로 인간 사회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정당한가? “이 세계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려고 이 세계의 부조리한 방식을 그대로 재연한다면, 그것이 부조리를 타파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김지미, 2021)라는 시즌1에 대한 반문이 시즌2에서도 유효한 이유다.   O, X로 분열된 참가자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실패한 혁명 이후 물론 아직 시즌3이라는 기회가 남아있다. 게임 참가가 누구의 강요도 아닌 개인의 자유이듯,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도 결국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은 과연 ‘개인의 자유’이기만 할까? 선택의 순간에 ‘사회’는 어떤 기능을 해야 할까? 프런트맨도 어쩌면 기훈과 같이 양심적 인간으로서 ‘혁명’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프런트맨이 되었다. ‘황인호’와 ‘프런트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사이에서 인호가 경험한 인간과 사회는 어떠했기에 인호는 프런트맨이 된 것일까? 어쩌면 인호는 프런트맨으로 상승한 게 아니라, 그 자리로 내몰린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훈은 ‘프런트맨’이 될 것인가, 기훈으로 남을 것인가? 노을의 미래는 ‘대대장’이거나 ‘딱지남’이 될 것인가, 노을로 남을 수 있을까?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이며 이타적인 현주, 아이를 가진 채로 게임에 참가한 준희(조유리),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용식(양동근)과 그의 어머니 금자(강애심),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화가 경석(이진욱) 등 위기에 처한 개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O를 선택한 참가자들과 X를 선택한 참가자들은 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대의만 있었지 결국 사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참혹하게 실패한 혁명 이후를 담아낼 시즌3에서 답을 얻고 싶은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은 결국 우리가 처한 실제 세계를 향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세대, 계층, 종교 민족, 인종 등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선을 긋는다는 사실에 영감을 받았다”는 황동혁 감독의 말처럼 드라마는 상상으로 조직된 세계지만, 결국 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이 구현한 세계는 불평등한 계급 격차 사회와 소수의 자본과 권력에 허약하게 휘둘리는 제도를 은유한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우리 자신이다. 그렇기에 시즌2가 공들여 제시한 인간이 직면한 복잡한 딜레마와 사회 공동체의 불/가능성에 관한 질문은 점점 양극단으로 갈라져 싸우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우리 사회를 향한 뼈아픈 고발이기도 하다.    절박성을 가장한 천박한 자본주의와 합법적 절차로 위장한 반생명적 문화와 제도로 구성된 이 잔혹한 게임이 영속되는 사회를 어떻게 멈추게 할까? <오징어 게임>은 단지 참가자들이 넘어서야 할 ‘게임’에 관한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절박하게 직면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내리는 다양한 선택들이 어떻게 우리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러한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열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처럼, <오징어 게임>은 여러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함한 다양한 해석과 대화의 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김지미 (2021). <오징어 게임>으로 확장된 K-드라마의 경계와 한계, ≪황해문화≫. 겨울호. 한병철 (2024). <불안사회>, 파주: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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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u Research Archive
The 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KOFICE) Cultural Exchange Research Center (formerly the Research Team) is pleased to announce the launch of our newly enhanced "Hallyu Research Archive." Following the initial archive establishment in July 2024, we are now ready to present you with comprehensive archival materials in June 2025. This archive provides access to our Research Center's annual genre-specific publication, the Hallyu White Paper; the Overseas Hallyu Survey, which examines Hallyu awareness, usage, and distribution trends among approximately 26,000 overseas Hallyu users across 28 countries; the Hallyu Correspondent Report, a monthly compilation of reports from overseas correspondents active in over 40 countries; the bimonthly webzine Hallyu Now; and the "AI-Powered Hallyu Big Data Dashboard." A change in name brings a change in character. Since KOFICE's establishment in 2003, our Research Center operated under the name "Research Team" for nearly two decades, focusing primarily on overseas research and analysis of popular culture—much like how "Hallyu" typically highlights entertainment content such as dramas, broadcasting, and K-pop. However, following organizational restructuring in late 2024, we were renamed the Cultural Exchange Research Center, embracing the core concept of 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This expansion of our mandate now encompasses not only popular culture but also fine arts and traditional culture. Moving forward, the Research Center will continue to comprehensively examine Hallyu's history and contemporary relevance while expanding our research scope to include 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In addition to existing digital files, we have digitized and uploaded approximately 17,000 pages of project materials dating back several decades. Visitors will find it fascinating to discover the names of numerous individuals who have seriously studied Hallyu and contributed to forming its academic discourse over the years. Our English pages currently utilize AI-powered automatic translation. To move beyond simple content posting—like our Korean pages—and achieve sophisticated information retrieval that responds differently based on users' specific needs, further enhancement work will be required. We are committed to continuous improvement in this area as well. We earnestly request your continued support and valuable feedback. June 13, 2025 Kim Ah-young Director, Cultural Exchange Research Center 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KO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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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uments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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