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모저모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 박선정 아키비스트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03.30  | 최종수정일 2022.04.06

디지털 아카이브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세 번째 이모저모에서는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박선정 아키비스트와 함께했습니다.

신학자·목회자이자 교수, 시인, 사회운동가로 살며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했던 늦봄 문익환 목사님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문을 작성하여 58세 나이에 첫 번째 구속된 이후 여섯 번에 걸쳐 10년 4개월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통일을 앞당기고자 1989년 3월 25일 평양을 방문하였고, 그때 발표된 '4.2 공동성명'은 2000년 6.15 남북 합의서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삶을 담고 있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박선정 아키비스트에게 들어보았습니다!



| 간단한 인사와 통일의 집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기록학 석사 과정 마지막 논문 학기 중에 있고, 2월부터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의 수장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선정입니다. 사료관리, 정리와 함께 콘텐츠 기획, 봉사자들과의 협업 계획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의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입니다. 통일의 집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문익환 목사님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셨던 가옥을 '문익환 통일의 집'으로 이름 붙인 것입니다. 94년 문익환 목사님 별세 후 사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고, 민주화와 통일, 평화 운동 관련 사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주로 근무하는 곳은 한신대 수장고인데요. 통일의 집에는 사료를 보관할 공간이 넉넉지 않아서 문 목사님이 교수로 재직하셨던 한신대학교 도서관 2, 3층의 공간을 빌려 임시 수장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려 도서관장실을 내어주셨어요 (웃음).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박선정 아키비스트

| 통일의 집에서 근무하신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요. 통일의 집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기록학을 공부하면서 오명진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어요. 오명진 교수님은 통일의 집 초대 아키비스트셨어요. 미정리된 사료들을 상자에 분류해서 넣고, 이렇게 지금의 모습으로 다 일궈내신 분이세요. 통일의 집의 디지털 아카이브인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도 만드셨고요.

오명진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 있는 사료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하고 이용 가이드를 만드는 등의 과제를 하게 됐어요. 그때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사료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죠. 말하자면 덕질이 시작된 거예요. 그리고 제가 김근태 기념도서관에서 봉사활동한 경험이 있어서 인물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 오 교수님이 아키비스트 자리를 추천해 주셔서 감사히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 아키비스트로 근무하시기 전부터 이용자로서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를 살펴보셨을 것 같은데요.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는 아카이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수업때 처음 알게 됐고, 한 6개월 정도는 이용자로 있었어요. 문익환 목사님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수감되었을 때 썼던 옥중 편지가 메인 사료로 서비스되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굉장히 잘 분류되어 정리된 것에서 정말 많은 노력이 느껴졌어요.

사실 구축을 막 시작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사료가 엄청 다양하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느리지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느낌, 뭔가 부지런하게 또 아기자기하게 계속되는 느낌이 들어서 흐뭇하고 귀여웠던 것 같아요. 봉사자분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룬 콘텐츠도 자주 올라오고 하는 것들이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옥중편지'

| 그렇다면, 담당자가 되어 아카이브를 직접 관리하시면서 특히 신경 쓰는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담당자가 된 지금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검색인 것 같아요. 검색했을 때 연관된 자료가 다 나온 것인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검색 키워드가 있어서 누락된 기록물이 있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돌 사진'이면 어떤 기록은 '돌 사진'인데 어떤 기록은 '첫 돌', 또 다른 기록은 '돌 축하' 이러면 같은 내용이지만 검색 결과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냥 이미지만 올라가 있는 기록의 경우에도 텍스트로 검색했을 때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작년 3월부터 디지털 기록지원단으로 봉사해주시는 봉사자분들이 계시는데, 지금도 검색을 조금 어려워하세요. 50+북부 캠퍼스에서 5개월 동안 기록 교육도 받으시고, 그 후로 몇 달간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인데도 ‘선생님이 잘 아니까 대신 찾아주세요’, ‘대신 찾아서 링크 올려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다른 기관의 아카이브를 들어가 보면 어떤 검색어를 입력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냥 재미로 들어가서 볼 수도 있는데, 검색어가 마땅치 않은 거죠. 

그래서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서는 콘텐츠와 기록을 연결하는 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콘텐츠를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삼는 거죠. 이용자들이 아카이브에 들어왔을 때, 메인에 노출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관련 스토리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각각의 콘텐츠에는 관련된 기록물의 링크를 달거나 관련 기록물을 연결하는 기능을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기록물까지 살펴볼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용자에서 관리자로 전환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용자일 때 느꼈던 어려움을 잃지 않으려고 좀 경계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어려운 시스템도 익숙해지면 저는 쉬워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봉사자분들이 ‘이 검색 어려운데요’하면 ‘이게 뭐가 어렵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맞아 어렵지. 그럼 어떤 점이 어렵지? 뭐가 불편할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아카이브를 보면 '사료 이야기', '인턴 이야기' 같이 다양한 콘텐츠가 많던데, 앞으로 계획 중이거나 다루고 싶은 주제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뭔가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한번 해보자는 편이에요. 지금 연재식으로 진행되는 '인턴 이야기'라든지, '사료 이야기', '훼손된 기록물' 등의 콘텐츠도 일단은 시작해 보는 것 같아요. 친근하게 다가가다 보면 그중 하나쯤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아카이브로 유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리고 3월부터 『월간 문익환』이라는 콘텐츠를 발행하게 되었어요. 사실 50+ 선생님들의 활동이 작년 11월로 종료가 됐는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 배우고 실천한 것들을 좀 발전시켜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면서 기록과 콘텐츠에 대한 열정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활동이 끝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줌이나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회의도 하고 기획도 하면서 『월간 문익환』을 준비했습니다. 매월 주제를 정해서 연재할 예정인데요, 3월은 <'시인' 문익환>을 주제로 공개가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기록, 개인 기록자, 아카이브 관련 서적과 미디어에 관해 이야기하는 '아키비스트의 글쓰기' 같은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웃 아카이브 방문 견학기 같이 다양한 아카이브의 활동을 저의 입장에서 담아내는 콘텐츠도 만들고 싶어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웹진 『월간 문익환』 3월호 창간

| 수장고에 매우 많은 기록과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사료들도 업데이트될 예정인가요?

네. 지금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사료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아예 정리가 안 돼서 그냥 상자 안에 쌓여 있는 것들도 있고, 내부적으로는 정리가 됐고 디지털화까지 됐는데 외장하드나 나스에 보관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리해서 온라인에 등록한 사료들도 있는데, 그건 정말 일부고요. 통일 관련 자료가 엄청 방대하고, 또 부인 박용길 장로님의 편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앞으로 차차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냥 사료만 계속 보여주는 거로는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했던 콘텐츠와 같은 형태로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록에 어떤 스토리나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 같은 것들이 접목되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록과 같은 시대, 또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도 얻을 수 있고요.

 
사단법인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수장고

| 페이스북도 운영하고 계신던데, 아카이브와 별도로 SNS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페이스북은 12월인가부터 시작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거예요. 사업회의 이름으로 다년간 운영했기 때문에 고정 팔로워분들이 계시거든요. 페이스북에 있는 저희 콘텐츠를 클릭해서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문익환’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얼마나 인기 있고 경쟁력 있는 검색어인지 저는 자신할 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키워드를 어떤 검색 엔진에서 입력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페이스북 같은 공간에 계속해서 노출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확산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디지털 아카이브는 온라인으로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지 사료에 대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기존의 폐가식 서고, 수장고 같은 곳은 직접 가서 열람 신청을 해야 볼 수 있었는데, 그런 어려움이 없는 거죠. 

저희 봉사자분들께 어떻게 이런 활동에 참여하시게 됐냐고 여쭤보면 기록이 너무 소중한 걸 알기 때문에 보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셨다고 말씀해 주시거든요. 이 수장고에 있는 사료들을 활용해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아카이브에 서비스하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 굉장한 강점으로 생각하시고 자부심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다시 활용하다 보면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데, 원사료를 그대로 보고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 내면 그것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저희 단체는 후원자분들의 후원금으로 운영이 되는 단체인데, 아카이브를 통해서 저희가 하는 활동의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후원자분들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거죠. 어떤 활동의 증거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소개

| 다양한 좋은 점이 있지만, 디지털 아카이브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기록은 결국 어떤 단체, 조직의 자산이기 때문에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카이브를 통해 원본 출처를 밝히는 일은 신뢰성을 줄 수 있고, 그 자체로 증거가 될 수 있어요. 이용자들이 ‘출처: 구글’이 아니라 ‘출처: 00 아카이브’라고 밝힌다면, 그들의 콘텐츠가 더 믿음직스러워질 수 있는 거죠. 아카이브는 그 원본 소장처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해보시라고 가볍게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시고 어느 정도의 인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사업회는 아카이브나 사료를 잘 보존하고 서비스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공감해 주셔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세요. 정말 감사하죠.

그리고 NPO지원센터 같은 곳에 비영리 단체가 어떻게 기록관리를 시작하면 좋은지 같은 가이드도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참고해서 성격이 비슷한 단체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아카이브센터같이 전문적인 기업과의 상담을 통해서 구축 방법을 논의해보고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고요.



|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는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처음 사용하시면서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 있으신가요? 

메뉴명이 곧 기능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등록할 수 있고 글과 포스트를 올릴 수 있는 점이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만 거치면 운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스템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기록학을 전공해서 더 수월했던 것도 있지만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데, 탑재된 편집기의 서식이 제한적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개선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검색어를 입력할지 몰라서 막막한 이용자들을 위해 검색창 아래에 아키비스트가 추천하는 추천태그가 보여지면 좋을 것 같아요. 아카이브센터는 기록물과 '관련태그'를 연결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니까 검색창 부분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지원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장고에서 근무 중인 박선정 아키비스트

| 끝으로,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의 앞으로의 계획과 끝인사 부탁드립니다.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는 다양한 분들의 지원과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록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자들, 그리고 기록을 아끼는 봉사자분들이 사료를 직접 접하고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마련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잘 없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실습이 필요한 분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함께 만드는 아카이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통일의 집 같은 경우는 전시의 주제를 바꿀 시기가 거의 도래해서, 새로운 전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많게는 1년에 2회씩 주제를 바꿔가면서 전시를 진행하는데, 지금 코로나 문제로 관람객이 적어서 연장되고 있어요. 봉사자분들과 함께하는 기획을 통해서 새로운 전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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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 강선원
Interviewee : 박선정 아키비스트
일시 : 2022.03.22.화. 오후 3시
장소 : 한신대학교 장공도서관
기획 및 편집 : 현승인, 강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