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카이브
2편👼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디지털화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4.03.20  | 최종수정일 2024.03.20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팁을 풀어서 알려드리는
팁카이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팁카이브 디지털화 편은 아카이브센터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참여하는 “한국여성재단 2024 여성공익단체 역량강화를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2차년도)”의 일환으로 기획했습니다. 사업 중 ‘아카이브 고도화’ 과업에서 (주)더레코드가 진행한 ‘여성공익단체 디지털화 실무 1차 집체교육’을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구독자 님은 부모님이 어린 시절 쓴 일기장, 할머니와 할아버지 결혼사진, 친척 아저씨가 들고 다니던 전화번호부 같은 자료들을 직접 본 적 있나요?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잘 관리한 책과 사진 앨범도 30년, 50년이 지나고 나면 노랗게 변색되거나 내용물이 번져서 잘 확인하기 어렵게 되는데요. 
사진, 문서, 현수막 등의 아날로그 형태로 이루어진 기록을 디지털 형태의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디지털화(digitization) 라고 합니다(매일경제용어사전, ‘디지털화’ 검색).

우리가 디지털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잘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시간을 되돌려보는 행동이잖아요.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당시의 소중했던 경험과 기억이 담겨있던 시간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화를 통해서 과거를 잃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원본의 내용 훼손, 위조·변조, 자연 소멸을 방지하거나 온라인을 통하여 보편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디지털화의 목적이라고 합니다(국가기록원, NAK+26+2018(v.2.0) 기록물 디지털화 지침 12쪽).
 
1. 디지털화 대상 선정
디지털화 작업을 위해서는 먼저 전수조사(팁카이브 1편 참조)가 필요합니다. 조직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먼저 파악하고 그중에서 어떤 대상을 디지털화할 것인지,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내용을 읽을 수가 없거나, 손상되기 쉬운 형태의 자료을 먼저 디지털화할 수도 있고, 정체성과 주요 활동내역이 담긴 중요한 주제들을 먼저 디지털화 할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지겠지만 먼저 디지털화 할 대상과 순서를 결정해야 합니다. 아래는 디지털화 대상을 종류별로 구분한 예시입니다.
 
디지털화 대상 종류별 예시

- 주제: 석탄리 탄광촌 과거 문헌 및 사진 자료, 우리 조직 창립자 홍길동, 우리 조직 정기 소식지 『맑은날』 1~100호, 10주년을 맞은 서울 아리랑 문화제, 용산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 전 사진 컬렉션 등 

- 형태: 
(문서류) 종이, 신문 등
(사진류) 인화한 사진, 사진 앨범 등
(시청각류) 필름, 비디오, 테이프 등 
(박물류) 현수막, 트로피, 관인, 기념품 등
(도서/간행물류) 단행본, 소식지, 간행물 등


 - 디지털화 기준
오래된 순: 오래된 자료일수록 빛과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왔고 남은 수명이 짧을 수 있어서 내용의 보존을 위해 먼저 디지털화합니다.
강도가 약한 순: 강도가 약해서 훼손 또는 멸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쉬운 자료일수록 보존을 위해 먼저 디지털화 합니다.
중요도 순: 온라인이나 열람신청자에게 빨리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자료이거나 조직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기록인 경우 먼저 디지털화 합니다. 

2. 디지털화 대상 목록과 메타데이터 항목 도출, 작성
디지털화 대상을 결정하였다면 목록을 정리하면서 디지털화한 파일의 정보를 어떻게 정리할 지를 항목으로 정해야 합니다. 디지털 파일의 제목, 원본의 생산 일자, 원래 형태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항목을 메타데이터라고 부릅니다. 메타데이터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디지털 파일과 함께, 자료의 원본에 대한 정보를 함께 보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잘 정리되면 덩그러니 하나의 사진 파일만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언제,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와 같은 ‘맥락’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메타데이터는 나중에 검색어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형태의 자료들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메타데이터 항목을 도출하는 작업은 자료의 전수조사 절차와 비슷합니다. 단, 전수조사는 조직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내부적 관점이라면, 디지털화 작업에서는 조직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자료를 잘 보여주기 위한 외부적 관점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아래는 기록물 목록의 예시 이미지입니다.
 
기록물 목록 이미지 예시(실물로 보유하고 있는 사진 2건을 전자화)
 

3. 디지털화 작업 방법
디지털화 작업을 할 때에는 대상의 형태에 따라 작업 방식이 다양합니다. 문서와 필름을 스캔하는 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작업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캐닝, 인코딩, 촬영입니다.
  • 스캐닝: 대부분 디지털화라고 하면 스캐닝을 많이 떠올립니다. 디지털화라는 뜻의 영어단어 디지타이즈(digitiz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3차원 공간과 함께 물리적 모형들을 스캐닝하여 컴퓨터로 보내는 것”이라고 하는 만큼, 서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애니메이션사전, ‘디지타이즈 digitize’ 검색). 스캐닝은 문서나 사진을 PC에 저장할 수 있는 파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예산이 따라준다면 A3 크기까지 지원되는 문서용 평판 양면 스캐너, 고해상도 필름 스캐너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산이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작은 크기의 평판 스캐너를 10만원 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캔 이나 기본 카메라 앱이 발전해서, 적은 양을 디지털화할 때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화 작업 스케줄에 맞추어 스캔 기기를 일정 기간 대여하여 계획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인코딩: 인코딩은 “비디오나 필름 같은 자료의 보안, 처리 속도 향상, 저장공간 절약 등의 이유로 정보의 형태나 형식을 다른 형태, 다른 포맷으로 변환하는 처리 방식”을 뜻합니다(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 ‘Encoding 인코딩’ 검색). 인코딩은 왜 필요할까요?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저장 장치와 출력 장치도 변화해 왔습니다. 1990~2000년대에는 플로피디스크, VHS 비디오와 같은 포맷에 비디오, 필름을 저장해 썼습니다. 요즘에는 내 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자료를 저장하지요. 요즘 컴퓨터에는 디스크 리더기가 없어서, 플로피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였던 자료도 시간이 지나면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풍화’라고 많이들 부르는 현상인데요. 자료가 복사되고 옮겨지면서 자료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바뀌어, 저장된 데이터를 유실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환경에서도 옛 파일을 읽을 수 있도록 변경해 주는 인코딩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 촬영: 트로피, 커다란 현수막, 벽화처럼 규모가 크고 옮기기 힘들어 스캐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트로피처럼 입체적인 대상과 현수막처럼 평면인 대상에 따라 기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촬영하여 이미지로 남기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DSLR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정면, 사방(동서남북), 위아래, 측면 등을 촬영해 두면 복제나 복원 작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해상도
잠깐, 디지털화 작업으로 만들어진 전자파일의 해상도는 어느 정도여야 적절할까요? 2018년 개정된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디지털화 지침에 따르면 “원본과 같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을 갖도록” 제시하였습니다. 지침에 언급되는 PPI(Pixels Per Inch)라는 단위는 우리가 해상도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하는 DPI(Dots Per Inch)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FHD 이상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165ppi, 2K 이상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175ppi, 4K 이상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30ppi 이상의 해상도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국가기록원, NAK+26+2018(v.2.0) 기록물 디지털화 지침 16쪽). 
 
프린트 해상도 단위 PPI(Pixels Per Inch)는 프린터에서 출력해야 할 출력물의 해상도를 조절하거나 스캔 해상도를 조절할 때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1인치당 표현되는 점(픽셀)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점의 수로 표현되기 때문에 더욱 해상도가 뛰어납니다. 화면 1인치당 몇 개의 도트(점)이 들어가는지를 말합니다. (일진사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 PPI’,’DPI’ 검색)
미국 국립기록청(NARA)과 도서관장서기술서비스협회(ALCTS)에서 제시한 디지털화 권장 사항에 따르면 300-400ppi 이상의 해상도를 사용하여야 기록의 내용과 속성이 손실되지 않고 디지털화할 수 있다(임나영 and 남영준. (2019). 기록의 디지털화 기준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30(3), 5-30.)고 하니 디지털화 작업 시 참고해 주세요.
 

5. 디지털화 작업 이후의 원본을 그냥 버리지 마세요.

디지털화 작업을 하고 난 뒤 원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종 디지털화 작업 이후에 원본을 폐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물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1. 진본성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하는 중요도 높은 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자료를 디지털 파일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에는, 내용을 신뢰할 만한지, 변경되지는 않았는지 입증해 줄 원본의 존재가 꼭 필요합니다. 

2. 나름의 기준에 따라 원본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가 존재하는 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향후 실물을 전시해야 하거나, 고화질로 출력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서 이런 자료들의 원본은 보존해 두는 게 좋습니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자료의 실물 원본을 보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본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위 이유를 고려할 때, 우리는 자료의 가치를 평가하고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평가와 선별에 대해서는 언젠가 팁카이브에서 설명할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전자파일이 된 자료는, 아카이브 시스템에 등록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센터에서는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독형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성공익단체 디지털화 실무 1차 집체교육을 진행한 더레코드와 아카이브센터는 파트너사로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 작업이 궁금하시다면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