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 <아카이브센터의 모든 것 1편>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개인이 디지털 아카이브를 했을 때 좋은 점을 알려주세요!
현 저는 LP판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저와 같은 컬렉터들도 아카이브 사이트를 매우 요긴하게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블로그 사이트에는 감상 리뷰 같은 것들만 썼거든요. 그런데 어떤 아이템을 모으고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미가 개인마다 다 달라요. 이 각각의 의미를 잘 설명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 아카이브가 매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들어 봤는데 많은 분이 굉장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임 저의 경우엔 아버님 칠순 잔치 때 집 안에 있던 사진들로 콘텐츠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했었어요. 손님들 앞에서 '우리 아버님이 이런 인생을 살아오셨습니다' 하고요. 누군가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누군가의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굉장한 격려인 것 같아요. 몇 년이 지나서도 이때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친척분들이나 아버님 친구분들이 계시니까요.
정 저도 가족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는데, 가족의 결속력 같은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 할머니 댁에서 이사하다가 되게 오래된 앨범들을 발견했는데, 재미있는 게 많은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어릴 적 사진들이나 족보 같은 문서들. 이런 것들을 서랍에 넣어두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면서 가족들을 생각하는 시간도 늘어났어요. 이런 것도 해보자, 이런 이야기도 좀 써보자 같은 논의들이 계속되고. 가족 구성원들도 각자의 능력을 막 쓰고 싶은 거예요. 팩트 체크를 하고 싶다든지, 예쁜 로고를 그려보겠다든지. 아카이브 덕에 대화도 많아지고, 어떤 공동의 목표같은 게 생긴 거죠.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카이브가 되게 좋았어요.

현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은 과거의 것들을 잘 정리하는 역할이라면, 미래지향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경력과 커리어를 잘 보여주기 위한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아카이브센터를 활용하는 거죠. 대부분 포트폴리오는 결과물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맥락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사건의 과정과 맥락을 잘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카이브센터를 통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결과물은 물론 과정과 맥락까지 잘 보여줄 수 있어요. 본인의 노력과 영향력을 주장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조직이 디지털 아카이브를 했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수익을 낼 수도 있나요?
현 조직 차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인수인계 부분이에요. 조직은 필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기록을 생산하죠. 기록학계에서는 현용 기록이라고 하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록을 뜻해요. 현용 기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두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록이든 아날로그 기록이든 말이죠. 당연한 것 같지만 많은 기관과 조직들이 좀 서툴러요. 1, 2주 전에 생성된 기록은 찾기 쉽지만 1, 2년 정도가 지나면 만든 당사자도 헷갈리기 마련이거든요. 디지털 아카이브는 기록을 잘 쌓아서 잘 찾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조직의 기록 관리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고요. 인수인계는 가장 대표적인 예죠. 어떤 조직이든지 담당자가 바뀌면 업무를 이어받게 되는데, 그때 업무 도구로서 디지털 아카이브가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헤리티지 마케팅 차원에서도 생각할 수 있어요. 모든 조직은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각 조직이 주장하고 목표하는 바를 행하는 조직이죠. 아카이브는 이런 주장에 정당성과 신뢰성을 더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마케팅을 시도하는 거죠. 헤리티지 마케팅은 다른 곳은 똑같이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한 자원을 활용하는 거예요. 기록은 그것을 증빙해주는 것들이죠.
정 우연히 서울 사진 아카이브 같은 곳에서 대한적십자사에 대해 본 적이 있어요. 그냥 구호단체인가보다 했던 곳이 되게 오래된 기관이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러면서 그 조직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뀐 거예요. 그러니까 조직의 입장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는 그 조직의 아이덴티티 혹은 헤리티지를 호소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쌓아온 기록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증명하고 신뢰를 주는 거죠.

현 앞의 답변들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의 답이 되는 것 같아요. 아카이브를 만든다고 갑자기 수익이 나지는 않겠죠. 다만, 모든 조직이 언젠가 반드시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뒤늦게 부랴부랴 한다면 많은 돈이 들겠죠. 그렇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조직의 비용적 손실을 막아내는 데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록도 자산인데, 어떤 기록이 있는지, 어디 있는지 모르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것도 다 손실이죠. 그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역시 디지털 아카이브인 거예요.
| 만들면 관리를 해야 할 텐데요. 지속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예산과 전문성, 지속할 필요성이 있어야합니다. 비교적 예산이 충분한 조직은 수월하겠지만 대부분의 조직이나 개인이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기 힘들죠. 그리고 단순히 예산을 지원받는 것으로는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워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확률도 높고. 따라서 아카이브도 자체적인, 최소한의 수익 구조는 가져야 하는 거죠. 아카이브센터는 아카이브샵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안 아카이브샵은 증거가 있는 쇼핑, 가치를 소유하는 쇼핑을 할 수 있고 가치의 근원인 아카이브들을 후원하는 쇼핑몰이에요. 가치라는 것이 추상적이잖아요. 이것을 굿즈라는 방식으로 실물화해서 누구나 기록의 가치를 소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 아카이브샵의 가장 큰 강점은 후원을 통한 나눔인 것 같아요. 수익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록과 아카이브를 후원하는 것도 큰 목적이죠.
임 개인 입장에서는 가치의 소유, 아카이브들의 입장에서는 가치의 확산이에요. 가치가 일상적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그런 환경인 거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도 아닌.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를 통해 지지하는 조직/아카이브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의미도 있는 거죠.

| 아카이브샵을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고 싶은데 굿즈가 없다면 어떡하죠?
안 저희는 그런 개별 아카이브들을 위해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록의 가치를 발견하고 굿즈화 시킬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죠. 아카이브를 구축한 후, 그 안의 기록에서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상징하는 굿즈를 만드는 데까지 도와드립니다. 아카이브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저희 아카이브샵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죠.
임 살짝 덧붙이자면, 굿즈 하나를 제작하는 데 손이 굉장히 많이 가요.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이 전담 인력을 채용하기는 어렵다 보니 외부 업체를 이용해요. 아무래도 상업적인 접근에 초점이 맞춰지는 가능성이 크죠. 아카이브샵은 상업적인 목적도 있지만 아카이브에 대한 연대와 후원의 입장에서 상품 개발부터 수익 창출까지의 과정을 지원하는 거예요. 아카이브샵과 개별 아카이브 간의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모든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싶어요!
임 아카이브샵을 통해 아카이브로 접근할 수도, 아카이브를 통해 아카이브샵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상품과 관련된 기록과 아카이브를 순차적으로 추적해서 살펴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기록을 통해 굿즈가 갖는 가치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아카이브와 아카이브샵의 기록, 콘텐츠, 굿즈들에 대한 정보를 한곳에 모은 콘텐츠 허브라는 장치를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정 콘텐츠 허브는 개별 아카이브가 공개한 기록 중 지향하는 바가 같거나 동일 사건, 인물을 다룬 기록을 찾아서 비교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에요. 이걸 보여주는 방법은 다양할 것 같아요. 한곳에 모인 기록들을 통합 검색해서 조회할 수도 있고요. 공개된 타임라인을 서로 비교하며 볼 수도 있어요. 사실 저희도 개방 중이어서 개념적인 설명밖에 드리지 못하지만, 기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아카이브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임 주택가에 혼자 있는 구멍가게보다 백화점에 있는 가게가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겠죠. 개별 아카이브들은 세상을 상대로 홀로 무엇인가 알리려고 노력해요. 주택가에 혼자 있는 구멍가게 같은 존재들이죠. 이런 개별 아카이브들이 콘텐츠 허브라는 백화점에 입점한다면 존재를 알리는 데 있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쟁력도 갖출 수 있고요. 백화점에 가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콘텐츠 허브를 살펴보면 개별 아카이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 발견 역시 가능하겠죠. 끝으로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조직에 대한 잠재적 후원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백화점에 손님이 많아져서 '저 가게는 되게 의미 있는 가게네. 저기 가서 물건 좀 많이 사줘야겠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
현 현재 콘텐츠 허브는 구축 중이니까요. 기대해 주세요!
| 앞으로 아카이브센터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임 아카이브 천개 만개. 아카이브센터는 아카이브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아카이브가 천 개 만들어지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고, 만 개 만들어지면 우리 사회가 신뢰 사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 주장하고 결정하면서 그것이 올발랐다는 것을 끌어내려면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해요. 무엇으로 투명하냐, 기록으로서 투명해져야 해요. 그러면 그 결정이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이 되거든요. 투명성은 기록의 가치인 거죠. 우리가 앞으로 헤나갈 일들은 그런 아카이브 천개 만개의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나아가 보면 이런 아카이브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 다양한 국가에도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어요.
일시: 2021.11.25.목. 오후 2시 / 기획 및 편집: 현승인, 강선원
아카이브센터 홈페이지: https://archivecenter.net/members
아카이브샵 홈페이지: https://www.archivesho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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