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모저모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서민영 활동가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03.02  | 최종수정일 2023.03.02

디지털 아카이브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두 번째 이모저모에서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서민영 활동가님과 함께했습니다.
2021년 12월에 오픈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는 연대회의 20주년을 맞아 그간의 기록을 담아내기 위한 기록 사업의 일환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을 기록하고, 자료를 축적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서민영 활동가님이 직접 들려주셨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의 구축 배경과 과정, 디지털 아카이브의 좋은 점은 물론, 힘들었던 과정과 고민까지도 알려드릴게요!


 
| 간단한 인사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민영 활동가입니다. 조직 인원이 많지 않아서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연대회의의 아카이브 담당자이기도 합니다. 연대회의와 함께한 지는 이제 2년째네요. 

연대회의는 2001년에 창립하여 21년째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들에 연대하고, 시민사회 활성화, 활동가 역량 강화 및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창립 당시 공정선거 운동을 하던 단체들이 전국 단위로 연대하여 운동했던 경험에서 출발해 현재, 전국 346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서민영 활동가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연대회의가 작년에 20주년을 맞으면서 기념사업들을 다양하게 추진했습니다. 1년 전부터 ‘20주년 비전위원회’를 구성해서 계획했는데요. 연대회의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조사사업, 연대회의의 스무살을 축하하는 홈커밍데이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연대회의의 20년을 잘 기록하기 위한 ‘기록위원회’의 임무도 있었는데, 바로 특별 연보 출간과 아카이브 구축 사업이었습니다.
사실 저에게 아카이브는 쉽게 와 닿는 개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많은 선배 활동가분들이 아주 중요하고 꼭 필요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카이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연대회의가 20년의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놓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알려주시고 잘했으면 좋겠다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 20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 시간인 만큼, 굉장히 다양하고 중요한 기록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나요?

제가 연대회의에서 근무를 하면서 처음 맡은 업무가 외장하드 정리였어요. 사무처에서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실무 파일 같은 자료들을 올려놓고 간 외장하드였는데, 연도별로 구분하는 것만 했는데도 양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이때 정리한 자료를 아카이빙하려고 했는데 그 양이 너무 많으니까 막막한 거죠. 어떤 걸 올려야 할지, 올리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특히 연대회의는 정기적으로 하는 활동이 그리 많지 않아요. 큰 사업이 있거나 현안이 터지면 다 같이 움직이다 보니까 매년 하는 활동이 바뀌는 거죠. 이런 기록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일단 정말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 총회, 아니면 신년사나 성명서 같은 기록들 위주로 등록했어요.

처음엔 막막했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됐어요. 제가 아주 어릴 때 했던 사업이나 운동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는데 그 당시의 성명서들을 보면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문제가 있고,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들이 있으니까 흥미롭더라고요. 살펴보다가 과거에 했던 사업 중에 되게 좋았던 사업을 발견해서 올해도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조직에 대한 이해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 다양한 기록 중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록물이 있으셨나요?

창립총회 자료집이요. 창립하고 2~3년 동안은 사무국이 없었어요. 그래서 2003년, 2004년부터 자료들이 조금씩 남아있는 형태인데, 2001년 창립총회 당시 자료가 너무 없어서 오랫동안 고생했어요. 20주년 기념으로 만드는 아카이브니까, 창립총회 자료집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자료가 너무 없는 거죠. 연대회의 사무실이 계속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출력된 자료들도 많이 소실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창립총회 당시에 참석하셨던 선배님들께 연락도 드려 보고, 함께했던 단체들에도 자료를 요청했어요. 선배들한테 물어물어 연락하면서 백방으로 찾다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에서 창립총회 자료집을 발견한 거예요. 전문 공개가 되어있지 않아서 직접 연락해서 요청하고 동의를 받아서 올릴 수 있었어요. 이때 아카이브의 역할에 대해서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우리의 자료를 축적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고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거구나. 아카이브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찾아보고 정리해서 오픈한 아카이브를 보시고 선배 활동가분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시고 다양한 의견도 많이 주셨어요. 어떤 소식이나 기록물이 아카이빙되었으면 좋겠는지도 말씀해 주시고요. 연대회의 특성상 회원단체나 지역연대회의에 흩어진 자료들이 많은데 좀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연대회의의 특성을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주셨어요.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더 신경  써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창립총회 및 발족 기자회견' 기록물

| 아카이브를 보면 ‘[특집] 촛불과 함께한 연대회의’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있던데. 이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카이브센터 솔루션 교육을 받을 때 ‘포스팅’ 기능으로 어떤 주제의 콘텐츠를 한눈에 보여주는 게 굉장히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도 이런 식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싶던 차에, 20주년 특별 연보에서 ‘촛불과 함께한 연대회의’라는 특집을 기획하고 있던 거죠. 연대회의가 20년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다양한 연대의 역사가 담겨있는데, 아카이브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했습니다.

저희가 연보를 네 번 정도 제작했는데,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카이브 자체에서 특집을 계속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요. 아무래도 연보는 작성하고 편집하고 발행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아카이브는 등록한 기록물을 활용해서 자료 중심으로 묶어내고 보여줄 수 있으니깐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에 더 많이 띄는 것도 같고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특집] 촛불과 함께한 연대회의

| 앞으로 계획 중인 기록물을 활용한 콘텐츠가 있나요?

올해는 전국 회원단체나 지역연대회의의 다양한 기록물을 아카이빙할 계획입니다. 지역에서도 연대회의가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역연대회의는 사무국을 꾸리기 어려워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연대회의 아카이브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다 관리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남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죠.

사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역연대회의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울은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해도 참여율이 높은 편인데, 지역은 원래 규모가 작다 보니 온라인 행사도 진행하기 어려워서 다들 침체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올해는 지역이랑 더 많이 소통하고 함께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아카이브가 되는 거죠. 

지역별로 의제들이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해당 지역의 이슈를 다루니까요. 강원도 같은 경우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 같은 것도 하는데, 이런 각 지역의 다양한 운동을 모아서 한눈에 보여주면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기존에 아카이브센터와 사업을 진행했던 분들의 추천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카이브센터와 여러 번 미팅을 했는데, 연대회의가 갖고 있는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고민해 주셨던 점이 좋았습니다. 연대회의 활동이 워낙 광범위한데, 미팅을 진행할 때마다 담당자분들이 연대회의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신 후에,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의견을 주셨거든요.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감사하고, 믿음이 갔어요.

그리고 아카이브 구축을 계획하면서 민간 아카이브 기록관리 관련 교육을 수강해서 들었는데, 아카이브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구축 방법의 소개를 들을 수 있었어요. 물론 제가 다른 방법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연대회의가 활용하기에는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이 가장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추천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아쉬운 점도 괜찮습니다!

일단 연대회의의 특성에 맞춰서 다양한 의견도 주시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분이 정말 감사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연대회의가 일반 시민사회단체나 다른 아카이브와 달리 굉장히 다양한 의제로 활동해왔고, 현안 대응을 주로 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일회성 사업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분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록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이 정말 많았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아카이브를 꾸준히 갖고 가는 일이 부담스러워서 조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카이브센터에서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기록 100개 정도 등록해서 오픈하는 걸 목표로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저는 모든 기록이 다 업로드된 상태로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카이브센터의 조언을 듣고 진짜 열심히 해서  200개 정도 기록을 등록하고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습 교육도 좋았습니다. 매뉴얼이 엄청 자세히 적혀져 있길래 매뉴얼만 보고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사용하는 시스템이라서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실습을 하면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교육을 들은 후에는 어떤 기능을 주로 사용하면 좋을지, 어떤 기능은 손대지 않아도 될지가 보이니깐 확실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솔직히 담당자 저 하나로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것도 없고, 중요한 건 기록에 대한 분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틀만 짜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더라고요. 물론 제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마냥 지루한 작업이 아니고 우리 연대회의가 무슨 활동을 했었는지 살펴보고 사진 자료를 보면서 ‘이 사람이 누구지?’하고 추측해 보는 그런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아카이브라고 했을 때 지루한 작업일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있어서 생각만큼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특정 그룹으로 분류된 기록들만 타임라인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연대회의의 발자취’로 분류된 기록이 있으면 타임라인으로 쫙 나오는 거죠. 그럼 되게 멋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언젠가 꼭 사용하고 싶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 끝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싶지만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각해 보면 엄두가 안 나서 시작을 못 하는 것 같아요.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정리할지 막막한 거죠. 저 역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마치 20년 동안 살아온 집을 창고부터 탈탈 털어서 청소하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힘들고 어려운 일인 거죠. 그런데 다 정리하고 나면 속이 정말 시원하잖아요. 되게 뿌듯한 작업인 것 같아요. 

아카이브의 장점은 내 속만 시원한 게 아니라, 공들여서 차곡차곡 정리해둔 창고를 모두가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 과정에서 추억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저처럼 단체에 대해 더 공부할 수도 있고요. 업무라고 생각하면 압박도 되고 숙제처럼 느껴지겠지만,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맥락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알아보는 게 확실히 재미있고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한 조직의 활동을 기록한다는 게, 이 조직이 어떤 흐름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조직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요. 아카이빙을 통해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걸 큰 맥락에서 이해하면서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요. 특히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력이 이런 가치인데, 다들 어렵고 힘드니깐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카이브가 활동가들의 동력을 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보다 다른 시민단체들이 규모는 작아도 더 방대한 자료를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하는 활동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용기를 못 내시는 것도 같은데, 저희가 아카이브를 구축한 게 좋은 사례가 되어서 많은 비영리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용기를 얻고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를 살펴보세요!

 

Interviewer : 강선원
Interviewee : 서민영 활동가
일시: 2022.02.24.목. 오후 2시
장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실
기획 및 편집: 현승인, 강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