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작업
18 QUESTIONS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PCN '찍는' 팝콘입니다~. Q2 사진을 찍는다고 하셨는데, 사진사나 사진가라고 지칭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PCN '사진사'나 '사진작가'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동안 애매하게 지켜봤어요. 아마도 많은 분은 'Photographer'가 저 두가지를 구분 짓지 않고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안의 보수적 성향이 'Photographer'라는 영어 사용을 가로막아서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네요. 그렇게 지켜보다가 언젠가부터 사진 찍는 행위 그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되어서 저를 사진 '찍는' 이로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연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사진사는 사진을 통해 상업 행위를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고, 사진작가 혹은 사진가는 사진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예술 작업을 보여 준 적이 없는데도 제 외모가 좀 남달라서인지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조금 불편했어요. 저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나서부터 조금 편해졌죠. Q3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PCN 제 이름인 팝콘하고 관련 있어요. 팝콘은 팝&콘서트를 줄인 말인데요. 콘서트에 대한 첫 경험은 2002년 서태지가 주최한 록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에 아마 "서태지 표가 안 팔린다"같은 제목이 달렸을 거예요. 예전부터 유일하게 앨범을 사던 뮤지션인 서태지한테 어울리지 않는 기사 제목을 보고는 콘서트에 갔다가 록 공연 그 자체에 폭 빠지게 된 거죠. 다음 해 공연 보러 간 횟수를 세어 보니 80회에 가깝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공연을 보면서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무대 위으 뮤지션보다 무대 밑에서 소위 미치도록 슬램을 하는, 개슬램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뭔가 범생이 삘인 사람들이 정신 줄 놓고 무대뽀로 무작정 부딪히는 모습들을 지금 생각해 보면 '자유'인가 싶었네요. 그런 사람들을 담기 시작한 게 2004년부터이고 지금까지 사진을 업으로 하게 되었어요. 팝콘이 제 첫 이름은 아니었어요. 처음 공연을 보러 간다는 감흥에 '콘썰(Concert)첨가는데'로 온라인 활동을 시작해서, 공연을 직접 보고 난 뒤 그 충격에 '콘썰첨갔는데'라는 이름을 바꿔서 활동했거든요. 이름이 아닌 아이디에 익숙해진 시기였는데, 그러다가 2009년 네팔에 있는 바(bar)에서 4개월가량 일했을 때 여행 오셨던 방송국 피디님이 저에게 팝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어요. 당시 제가 염색해서 노랑머리였는데 서빙할 때 뛰어다니고 사진도 그렇게 방방 뛰면서 찍는다고요. 이게 마음에 들어 지금껏 쓰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엔 '튀긴 옥수수'로 불리기도 합니다. Q4 그간 사용한 사진기는 무엇 무엇이었나요? PCN 첫 카메라는 소니 사이버샷 DSC-707 하이엔드 카메라입니다. 뷰파인더로 보면서 찍었는데 렌즈 자체가 꺾여 있기도 해서 자유롭게 찍었던 첫 카메라였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네이버 블로그, 레이소다에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서 사진에 달리는 댓글이나 좋아요 개수를 헤아렸는데, 지금 잘 찍고 있나를 확인하는 바로미터처럼 사용했어요. 이후로는 죽 캐논 라인으로 타서 350d→550d→6d→5d마크4로 진행됐고요. 다소 살림이 나아진 셈이네요. 사실 저는 사진기 자체에 큰 관심이 있지 않고 부수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공연 사진을 찍을 때 특히 더 그랬어요. 피사체가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아서 셔터 감이 좋은 걸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비쌀수록 셔터 감이 좋긴 한 것 같아요. 하하. 아무튼 지금 캐논을 쓰는 건 굳이 색감을 편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색이 잘 나오고 렌즈군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고르게 되었고요. 니콘이냐, 캐논이냐는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부먹찍먹 같은 주제인데, 니콘이 셔터와 초점에서는 더 우월해서 그 라인으로 가고는 싶지만, 색감이 제 느낌이 아니라 그걸 편집하고 보정해야 하는 게 녹록지 않고 또 카메라 기종을 바꾼다는 것이 제게는 집을 옮기는 기분과 같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카메라에 제 몸을 맞추는 게 더 쉽다는 생각이 들어 캐논을 계속 사용 중입니다. Q5 사진을 보다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PCN 사진을 진지하게 다루게 된 포인트는 인생 선생님들과의 만남이랑 제 생각과 태도를 바꾸게 된 시기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제가 만난 인생 선생님이라면 네팔과 대학로의 바에서 일했을 때의 사장님 내외, 독립문화기획자 수업에서의 아키샘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찍던 사진에서 ‘왜’라는 질문과 그 ‘왜’에 대한 대답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찍는 사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분들입니다. 사진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게 된 사건이란, 그동안 불편하게 생각하던 작가라는 호칭을 받아들이면서부터인데요. 보는 사람마다 자꾸 저를 작가라고 불러서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의미로 바꿔서 받아들여 보자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 작가는 ‘사진을 진지하게 잘 찍자’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바꿨더니 작가라는 호칭이 이전보다 편해졌어요. 하지만 아직도 맞지 않는 옷 같아서 어색하네요. Q6 그간의 작품 주제는 무엇이었습니까? 공통된 주제나 방향이 있는지요? PCN “시장”, “가족이라는 유전자”, “인생 사진”, “연기자 프로필”, “포켓몬 고 스냅샷”이 있네요. 사진을 자유롭게만 찍었지 딱히 이유가 없었던 제가 "너는 사진을 왜 찍어?”라는 네팔의 바 사장님 내외의 물음에 사진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생각 끝에 시도하고자 했던 주제는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누구나 하는 건데 저한테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는 큰 주제였죠. 그래서 네팔 시장 상인들의 웃는 모습과 공간을 찍었어요. 찍을 땐 잘 몰랐는데 웃는 모습을 찍기 위해 시장을 찾은 것은, 어머니께서 저 어릴 때부터 지금껏 시장에서 일하셔서 제가 시장과 시장 상인들에 익숙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결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 최정화 작가님의 《총천연색》 도록 사진을 몇 달에 걸쳐 찍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작품의 부제가 “당신도 꽃.입니다”였습니다. 저도 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렇다면 제가 찍던 〈시장〉 시리즈의 상인들과 그들의 공간도 각자의 우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최근에 이 시리즈를 〈코스모스〉로 재명명해 그 의미를 달리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유전자〉 시리즈는 새로운 프레임의 가족사진인데, DNA로 전해진 부모 자식 간의 외모가 너무 닮은 것이 재밌어서 찍고 있어요. 〈인생 사진〉과 〈연기자 프로필〉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같은 본질적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져서 그들 자신의 스토리를 찾아가는 시리즈고요. 마지막으로 〈포켓몬 고~고 스냅샷〉은 제가 하는 “포켓몬 고” 게임에 사진 찍는 기능이 생겨서 이를 가지고 제가 지금까지 딴 포켓몬들에게 일상을 부여해 주고 싶어 찍은 시리즈였어요. 특이하게도 초타원형을 통해 작년에 전시화되면서 이 시리즈는 제 기준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찍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네요. Q7 새로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합니까? PCN 제 생각에 새로움은 설렘인데요. 전 제게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던 것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때 설렙니다. 그런 마음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발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주제를 만들어 다가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난 것들을 담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회가 되는대로 일상의 무엇이건 찍고 있기도 해요. 시작과 끝을 정해 놓지 않은 작업이죠. Q8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습니까? 있다면 왜 그들에게 끌리게 되었나요? PCN 우연히 알게 된 사진작가 ‘jr’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분쟁 지역을 찾아가 그곳의 사람들을 찍고 그것을 집채만 하게 출력해서 마을 지붕, 기차, 도심 건물에 붙이는 게릴라성 전시를 합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라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마음 한 켠에 놓아둔 작가예요. 그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네요. 저는 사실 사진작가를 찾아보거나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시대성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건 왠지 사진 전공자가 해야 하는 말같이 느껴지고요. 저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가볍고 즉흥적인 이미지들, 소위 짤방을 통해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올라오는 것이 대중성을 가장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해서 그것들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Q9 당신이 영향을 받은 다른 시각 문화가 있습니까? 있다면 왜 그런 것들에 끌리게 되었나요? PCN 주로 영화에 끌립니다. 영화는 사진과 달리 흐른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보다 충분히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략 10여 년 전부터는 드라마가 제 마음속에서 영화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조금씩 뺏어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봐서 그렇게 느끼는 듯해요. 한때 미드 “24시” 시즌 7에 빠져 자고 일어나 미드 보기만을 일주일 동안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드라마는 정말 당겨서 보고 싶은 것, 회자되는 것 위주로만 몰아 보고 있습니다. Q10 당신의 현대 시각 문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느껴집니다. 이것에 대해 더 말해 줄 수 있나요? PCN 요즘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세로 형식의 영상 콘텐츠가 저를 자극합니다. 그래서인지 핸드폰으로 꽉 채워 보는 세로 프레임 안의 디테일한 감각에 관심이 많습니다. 왠지 훨씬 더 가까워지는 느낌, 꿈틀대는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그에 자극을 받아서 저 나름대로 해본 것이 연기자 프로필 시리즈의 세로 프레임입니다. 연기하는 인물의 얼굴만이 부각되는 영상 촬영에 도전한 거죠. Q11 인물 사진에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 합성을 통한 스토리텔링 등을 시도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PCN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구글링하고 플러그인하듯 삽입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팟캐스트,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서 간접 체험한 것들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얻거나 떠오르는 이미지나 효과를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골라 추가하는 것이 다입니다. Q12 〈연기자 프로필〉 시리즈를 보면 연기자의 격정적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촬영 시 연기자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PCN 프로필 사진의 경우에는 연기자가 감독,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을 소개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기자는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클라이언트, 감독에게 보여줄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저는 사전 미팅을 통해 이를 인지시켜 줍니다. 특히 저는 연기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촬영할 때는 그저 툴(tool)로서 존재하려는 태도를 지향합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지 연기자의 클라이언트나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디렉션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최대한 뒤로 빠지려고 하죠. 다만 보고 들은 것이 많고 서비스업을 오랜 기간 해 와서 사람 상대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연기자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드리는 편이에요. Q13 당신의 작업은 무엇을 대변하고 있나요? PCN 딱히 없습니다. Q14 대중이 당신의 작업을 어떻게 인식하기를 바라나요? 또 당신은 당신의 작업을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습니까? PCN 페스티벌에서 개슬래머를 찍을 때는 이것을 경험하지 못한 대중이 이 사진을 보고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되고 삶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마치 거대한 장벽에 막힌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사진을 왜 찍는가?’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지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개인적인 욕구와 욕망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제 작업은 일상에서 제가 인지한 것들을 저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 개인적인 사진이 작품으로 전시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관람객이 그로부터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 또한 대단히 감사한 일이고요. Q15 인물 사진 외에 당신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사진 작업이 있습니까? 그중 특히 주력으로 삼는 것이 있는지요? PCN 코로나19 시국이다 보니 요즘은 홈-스타일링을 비롯한 인테리어 사진 촬영이 저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현대 무용을 비롯한 공연 사진 촬영이 거의 주업이 될 뻔했었고요. Q16 당신의 작업 중 광각 렌즈를 통해 인물과 주변을 많이 담은 사진들이 눈에 띕니다. 광각 렌즈와 줌 렌즈를 다룰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PCN 광각은 가까운 것을 넓어 보이게 하기 때문에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많이 넣는 게 용이합니다. 그래서 시장 상인들을 찍을 때, 좁은 공간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담는 게 가능했습니다. 반면에 줌 렌즈는 광각 렌즈와 달리 소실점 안에 배경 없이 피사체를 꽉 채울 수 있게 해 주죠. 그러고 보니 전 크건 작건 모으고 채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Q17 이번에 가상 전시와 함께 NFT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시장에 대해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PCN 제 개인적인 사진들을 작품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새로운 시장에 대해서도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초타원형과의 협업을 통해 잘 모르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18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주세요. 그리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PCN 앞으로도 지금과 별 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초타원형과 새로운 기회로 다양한 전시나 출판을 하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클럽하우스에 대한 고마움인데요. 클럽하우스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최신의 오래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제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죠. 수다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목소리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클럽하우스를 통해 체험하고 있어요. 클럽하우스는 제 무료함을 달래 주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코로나19 시국에 너무도 시의적절한 플랫폼입니다. Interviewer : 건축가 정현 Interviewee : Pop_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