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7월 <늦봄과 민주주의>

🈷️ 가장 확실한 ‘민주화 운동가, 늦봄’의 증거

[기록으로 본 민주화 운동가 늦봄]

기록은 활동의 과정에서 생산된다. 늦봄의 기록도 시인, 신학자이자 교수, 그리고 민주화·통일운동가로서 그가 남긴 행적의 증거이다. 7월 호에서는 특히, 민주화 운동가로서 늦봄의 흔적을 가장 확실한 증거, 기록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자체소장+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위탁관리

▲늦봄의 민주화 운동 활동 기록은 어디에 있나
늦봄 문익환은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첫 감옥생활을 시작한 1976년부터 타계한 1994년 1월까지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현장 한 가운데 있었고 그로 인해 여섯 번에 걸쳐 10년 3개월이라는 긴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된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은 현재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가 자체 소장하고 있는 것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서 위탁관리하고 있는 것들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들은 박용길 장로가 계시던 2002년, 2005년, 2009년에 다섯 차례에 걸쳐 위탁이 이루어졌다. 위탁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은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한 사료를 수집, 보존, 서비스하기 위해 설립한 사료관리 기관이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6조 2항). 2001년에 만들어져 현재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가장 대규모의 기록을 수집· 보존 및 서비스하고 있다. 위탁 당시 사료관은 통일의 집 가옥에 보관되어 있던 기록들 중에서 “민주화와의 관련성”에 방점을 두고 위탁 대상 기록들을 선별했다. 아마도 당시 통일의 집에서 보유하고 있던 민주화 운동에 관한 주요 기록들 대부분이 위탁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위탁 시 조건으로 “문익환 목사님 기념관 건립 시까지 위탁”한다는 조건을 설정해 놓았으며 그 양은 사료관 문서 상자 120여 개 분량(약 8,300여 건)이다. 

 
◇사료관의 문서 상자에 담겨 있는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들의 모습


이 위탁으로 통일의 집 가옥에서 보관 중이던 민주화 운동 기록들은 사료관으로 옮겨져 항온항습 설비가 완비된 전문 서고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되었다. 정리된 중요한 기록들은 디지털화되었으며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사료관에 디지털 복제본이 제공되었다. 이 기록들은 일부 미등록 또는 비공개 대상을 제외하고 모두가 사료관이 운영하는 디지털아카이브인 “오픈 아카이브”에서 서비스되고 있다(https://archives.kdemo.or.kr/). 

 
◇사료관의 디지털아카이브 “오픈 아카이브” 메인 화면
 

800여 통 옥중편지 전체 서비스

▲늦봄 아카이브에 있는 특별한 민주화 운동 기록들
2020년 12월에 런칭한 온라인 늦봄문익환아카이브는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의 소장기록을 더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규모 민간기관이 운영하는 아카이브로서 미흡한 인프라를 고려해 철저히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첫 오픈 당시 늦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으로 선정한 것은 다름 아닌 늦봄이 감옥에서 10년 3개월간 쓴 옥중편지 800여 통 전체와 그 외의 대표적인 기록들이었다. 특히, 통일의 집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 내용에 관한 풍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좀 더 늦봄 문익환 기록의 특성에 맞춰 서비스하고자 하였다. 기존 사료관 서비스가 디지털화된 이미지와 설명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늦봄 아카이브에서는 옥중편지 전문을 텍스트화하고 편지 내용을 분석해 시기, 인물, 주제별로 검색할 수 있는 검색도구를 서비스하였다. 이 컬렉션은 늦봄 아카이브가 자랑할 수 있는 대표 컬렉션이자 민주화 운동 기록이다.

◇시기별, 주제별, 인물별로 찾는 옥중편지 검색도구(옥중편지 하위 메뉴)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 기록은 옥중편지의 짝인 박용길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감옥으로 보내고자 했던 약 2,300여 통에 달하는 “당신께 컬렉션”이다. 양적으로 보자면 옥중편지의 세 배 가까이 되는 이 편지는 특히 아내가 감옥에 있는 남편을 위해 보냈던 옥바라지 편지로 남편의 일상과 감수성을 지켜내기 위한 사랑의 편지에서 시작되어 구속자 가족운동,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의 현장을 지켰던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또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의 옥바라지의 역사와 구속자 가족 활동의 중심에 있었던 사회운동가로서 박용길의 허스토리(her story)를 담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가치로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편지 컬렉션은 장기간 문익환과 박용길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 시리즈로 편지 상호 간 연결된 맥락이 분석된다면 그 의미는 한층 더 특별해질 것이다(오명진 2022).

 
◇감옥 시기별 당신께와 옥중편지 소장 현황(단위, 통수)


또한 통일의 집에는 박용길과 가족들이 만든 주제 사진 앨범이 50여 권가량 있는데 그중에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것들이 상당 분량 포함되어 있다. 민주구국 사건과 관련해서만 네 권의 앨범이 있고 다양한 시기별 민주화 운동과 정치활동, 문익환 목사의 강연, 해외활동, 민통련 시절, 감옥에서 외출 나드리 등 다양한 주제 앨범들이 있다. 이 앨범에는 사진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행사 안내 메모, 재판 방청권과 티켓들, 신문기사까지 다양한 자료가 스크랩되어 있고 박용길 장로가 쓴 사진 설명도 붙어 있다. 이상의 민주화 운동 기록들은 사료관에 위탁되었던 것을 박용길 장로 사후에 활용과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편지와 사진앨범 원본을 반환 받았으며 가장 잘 알려지고, 왕성하게 활용되고 있는 늦봄 아카이브의 기록들이다. 

 
◇주제별 사진 앨범의 모습
 

다양한 개인-단체 참여해 아카이빙 작업 

 ▲계속적으로 정리 중에 있는 민주화 운동 기록들의 모습
2021년에는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함께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늦봄 아카이브의 새로운 민주화 운동 기록을 발굴해 등록하고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사업에서는 민주화 운동 과정을 함께했던 다양한 개인, 단체들이 늦봄과 봄길에게 보냈던 편지, 늦봄과 관련된 다양한 장소에 비치되었던 방명록, 민주화 운동 활동 과정에서 생산된 다양한 형태의 박물들을 정리하였다. 이 사업으로 초보적인 정리를 마친 편지들만 1,045통가량되고 방명록은 100여 권이 넘는다. 한편, 불규칙한 크기와 유형 특성 때문에 스캔하기엔 부적하지만 중요한 기록 150여 점을 선별해 사진 촬영을 통해 디지털화 하였고 “2021 온라인 아카이브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늦봄문익환아카이브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늦봄이 직접 생산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기 늦봄의 인맥 관계를 살필 수 있고 그를 사랑하고 교류했던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를 엿볼 수 있으며 더불어 사람냄새 가득한 늦봄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이다. 

 
◇한신대 수장고에서 작업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기록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촬영 모습(왼쪽), 문익환 목사 칠순 축하회 참석자 대자보(오른쪽)
 

공공-민간 아카이브 간 연계와 통합 절실 

▲한국민주화 운동 기록으로서 늦봄 기록의 미래
늦봄문익환아카이브에서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들은 전체 아카이브 기록의 일부이다. 실제로 늦봄 아카이브에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면 늦봄이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던 시간을 넘어서는 더 긴 시간과 넓은 공간, 다양한 주제 범주를 담고 있다(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월간 문익환 지난 3월-6월호를 참조). 하지만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은 민주, 평화, 통일운동가로서 늦봄 문익환을,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았던 그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변함없는 증거일 것이다.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의 경우 시대적 상황으로 기록 생산이나 체계적인 관리가 쉽지 않았다.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숨은 공로가 크다고 할 것이다. 현재 늦봄의 민주화 운동 기록은 여건이 허락지 못해서 분산관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용적으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충분히 남기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에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수집이나 기증의 방식으로 아카이브로 모으는 작업들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늦봄이 다양한 단체와 개인과 관계를 맺고 활동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남겨진 기록들은 아마도 이미 여러 아카이브에 흩어져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실은 장차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아카이브 간 연계와 통합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더 많은 이들이 늦봄 아카이브에 있는 민주화 운동기록을 함께 읽고, 정리하고, 해석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위한 아카이브를 만드는 작업에 동참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글: 아키비스트 지노>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의 삼 년 묵은 아키비스트로 늦봄과 봄길의 기록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하는 아카이브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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