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인사

사랑하는 이들이여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1978년 크리스마스에 나의 몸과 마음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나의 생의 악센트는 ‘정의’에서 ‘사랑’으로 옮겨지는 것 같습니다. 결코 정의가 약화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정의가 더욱 뜨거워진다는 말이 되겠지요.

어머니, 저는 지금 제 몸에 대한 권리 주장을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제 생의 모든 권리를 이 불행한 사람들 손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저를 당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애를 태우지 마십시오. 지금도 제 귀를 메우는 이 아우성 소리에 부대끼며 이를 감당하려면 저는 억세게 건강해져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처럼.

당신도 애를 태우지 말아요. 나는 지금 너무나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편지나 자주 쓰면 되는 거요. 접견실에서 한 점 티 없이 웃어 주던 그 얼굴이면 되는 거예요.

그것은 눈물일 터인데, 내 시야를 덮는 해바라기 웃음이오. 그 웃음을 나의 마음에 꽃피우면서 나는 하루하루를 사는 거고.

바우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아 주지 못하는 것이 서운하다고나 할지. 사람의 품에 안겨 사람의 젖을 먹고 사는 아기 바우,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꼼지락거리는 열 손가락에서 어떤 가락이 울려 퍼지려노?

채원이 미안하다. 그날 저녁은 한껏 즐거웠어야 하는 건데.

오늘 새벽에는 꿈에 (백)기완이를 만났었군. 안(병무) 박사의 염통이 시원해져야 같이 뛸 텐데. 아직 귀국 안 했는지? 

시집들을 좀 넣어주어요. 다른 걱정은 말고. 홍(남순) 변호사를 만난 것은 꼭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일 같았어요. 212장 많이들 부르라구요. 나와 함께, 정말 정말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내 몸은 가루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아요. 모두 모두 건투를 빌면서.

 

성탄절을 맞아 ‘사랑’으로 ‘정의’가 더 뜨거워진다는 메시지.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을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아들을 생각하며 애태우지 말 것을 당부. 

첫 손자 바우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