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써 본 윤동주의 서시

성근에게

 

쌍시옷(ㅅ)도 많이 쓰이지만, 쌍리을(ㄹ)도 많이 쓰이지. 그러니까 ㄹ•은 영어의 L소리의 표기가 되지. ‘ㅏㄹ•ㅜㄱㄷㅏㄹ•ㅜㄱ’(알룩달룩). 다른 자음들은 거의 그래도 써도 된다. ㄱ,ㄴ,ㅁ,ㅇ,ㅎ 이렇게 자음은 키가 같은데, 위에 점을 찍거나 줄을 긋는 것으로 개성을 주도록 해보았다.

그 대신 모음은 키가 큰놈과 작은놈이 있어서 개성이 생기도록 해보았다.  

 (ㅏ),  (ㅓ),  (ㅗ),  (ㅅ),  ,  , 새로 만든 단모음 (ㅐ),  (ㅔ),  (ㅢ),  (ㅢ), 복모음의 y음은 우리말에서는 ㅣ 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ㅣ 위에 점을 찍도록 해보았지. 또 w음은 우리말에서는 ㅗ 와 ㅜ와 관계가 있는데, ㅜ의 모습을 살려 만들어 보기로 했지.

나는 이 체계가 공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노력들이 여기저기 이루어져서 그 여럿을 놓고 더 좋은 것을 같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계기라도 마련하려고 시도해 보았다.

 윤동주의 「서시」를 한번 써볼게.

 

 


 

 

 

이 편지에 쓰인 나의 모든 글씨보다 보기 좋지? 최현배 선생은 토씨를 떼야 한다고 생각하지. 이유는 둘. 하나는 또씨도 독립된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 둘째는 ‘ㅅㅗㄴㅡㄴ’같은 경우, 이것은 ‘소는’도 될 수 있고, ‘손은’도 될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을 피하자는 거지. 우리말은 우랄 알타이어계에 속한다는 건 너도 알지? 그 울랄 알타이어의 특징은 ‘첨가어’ (agglutinative language)이기 때문에, 붙이는 것이 우리말의 특성에 맞는다고 생각되어서 나는 토씨는 붙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ㅅㅗㄴㅡㄴ’같이 혼란이 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경우를 위해서 토씨를 전부 떼어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해가 생길 만한 경우에는‘ㅅㅗㄴㅡㄴ’라고 쓰고 괄호 안에(ㅅㅗ/ㄴㅡㄴ) 또는 (ㅅㅗㄴ/ㅡㄴ)이라고 표기하면 되니까.

 

199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