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한 책 집필, 가장 보람 있는 일

당신께

 

빠리에서, 독일에서 보낸 편지 잘 받았고, 뉴욕에서 보낸 편지 두 장도 어김없이 받아 반가이 읽었다오. 그중에서도 나를 제일 기쁘게 해준 것은 이철-민향숙과 두 아이의 사진이었죠. 대만에서 서예전 한 일은 노태훈이 사진들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면서 이야기해 주어서 잘 들었구요.

당신이 뉴욕에서 3일에 부친 편지가 여기 10일에 왔는데, 며칠 좀 걱정을 했지만, 그 모든 걱정이 기우였다는 게 드러났죠. 나의 믿음이 부족한 탓이었다고 반성은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인 걸. 왜 돌아오라고 했나? 후회도 좀 해 보기도 하고. 당신이야 어디 가나 잠을 잘 자니까, 밤낮 시간이 바꾸어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리라고 믿어요. 7월2일이면 만나지 싶어 기다려지지만, 그날을 꼭 지킬 것은 없어요. 꼭 가야 할 데, 꼭 만나야 할 사람,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정에 구애될 것이 없으니까요.

그동안 호근이가 엄마 대신 날마다 편지 한 장씩 보내 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부자간에 그렇게 날마다 편지를 주고받은 일이 어디 예삿일이에요? 내가 감옥에 들어와 있고, 당신이 해외로 나간 덕분이죠.

  그동안 이철 의원, 이부영 의원, 박계동 의원, 이길재 의원, 장영달 의원이 다녀갔지요. 이철 의원은 전당대회 끝나고 새벽 4시까지 회의를 하고 달려왔으니, 그 성의 정말 고마웠다구요. 아, 낙선 의원 장기표도 다녀갔군요.

나는 지난 토요일로 건강에 관한 책 집필 완료. 어제부터 마지막 다듬는 일을 시작했지요. 어쩌면 나의 생애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을 안동교도소에서 해냈군요. 정부에 대해서 고맙다고 해야지요. 나를 이번 재구속하지 않았으면, 아직 손도 못 댔을 테니까요. 글로 쓰려면 정확해야 하지 않아요? 전에 막연하던 것, 잘못 생각했던 것도 쓰는 과정에 드러나거든요. 그러는 사이에 생각지 못했던 새 사실을 발견하게도 되고. 그럴 때면, 안동교도소가 의학상 새 발견을 한 곳이 되지요.

요새는 고혈압을 떨어뜨리는 간단한 체조를 고안해서 실험하는데, 하다 보니까,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는군요. 그러니 저혈압 환자에게도 좋죠.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좋구요. 이 체조는 핏줄의 박동 운동을 강화해 주는 것 같군요. 심장의 박동 운동도 물론 강화 되구요. 그리되면, 고혈압도 저혈압도 낫지요. 낫는다는 게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는 거죠.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군요. 간단한 팔운동인데, 그게 그렇게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니. 내가 신들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선희와 신철 아빠 손톱 치료를 함과 동시에 발바닥에 계자 찜질을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권해 보시오. 발바닥의 경혈은 머릿속 뇌의 경혈이라고 나는 확신하니까요.

한반도의 문제는 북이 핵시설 사찰을 순순히 받고 있으니까 올해 하반기에는 잘 풀리겠지요. 미국은 이북이 자유시장 경제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또 다른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모양이지만, 이래저래 1992년은 우리 민족사에 정말 중요한 해가 될 모양이군요.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의 사랑 늦봄

 

선희에게

 

네가 보내준 생일 카드가 바로 생일날 내 손에 들어와서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지성이면 감천이지. 오랜만에 시누이 올케가 만나 한껏 정을 주고받으리라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시누이요, 어떤 올케냐? 네가 정상 건강을 회복하기를 빈다.

안동에서 오빠 씀 

1992.06.16

 

해외 여행중인 아내에게서 온 편지를 받고 안심했다는 것, 건강에
관한 책 집필이 끝났다는 것
,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체조를 개발했다는 소식등을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