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어제 그제 이틀이나 연이어 나와 잠자리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같군요. 그저께 나가서 운동하고 햇볕 쬐며 앉아 이 부장(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문 목사의 담당 교도관 ─ 편집자 주)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내 팔에 앉았다가 다리에 앉았다, 날아갔다가는 다시 돌아오곤 하더군요. 내 몸에서 잠자리가 좋아하는 냄새라도 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는 이 부장이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서 먹이를 찾아 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거미를 만났죠. 이 잠자리가 거미를 움켜잡으니까, 거미가 꼼짝을 못하더군요. 그런데 얼마 있으니까 잠자리가 거미를 움켜잡은 채 죽어 갔어요. 아마 거미에게서 무슨 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거미를 떼어 내니까 거미는 엉금엉금 기어서 제 갈 길을 가고 잠자리는 기운을 못 차리고 쓰러져 있더군요. 그래서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죽지는 않았더군요. 온몸으로 숨 쉬는 것이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내 몸의 기를 모아 주려고 했지요.
그러는데 웬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내 몸에 앉는 것이 아니겠어요? 짝이나 벗이 아닌가 싶더군요. 한참 기를 넣어 주었더니, 꼬물꼬물하더니 생기를 되찾아서 후루룩 날아가더군요.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뻤던지. 천하에 더없이 행복한 사나이 당신의 사랑.
1992. 10. 22.
기세춘 선생님께
이스라엘 신앙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이 수메르인이었다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는 확신합니다. 아브라함은 수메르인이었다고. 아브라함은 수메르인의 중심지인 ‘우르’ 출신이거든요. 그가 고향 우르를 떠난 것은 사막에서 밀려드는 유목민들에게 수메르가 정복당하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지던 시기이죠. 그 유목민이라는 게 셈족이었습니다. 미개인들이 문명인들을 밀어냈죠. 그때 동쪽으로 이동한 수메르인 전통에서 불교가 나왔죠. 북쪽으로 이동한 수메르인이 시베리아를 거쳐 해 뜨는 쪽으로 이동해서 여기까지 온 우리 선조들 가운데 섞여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때 서쪽으로 이동한 수메르인들 가운데 아브라함이 있었죠. 그의 부인의 이름으로 보아서 그는 수메르 왕족 출신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의 부인 이름 ‘사라’는 왕후라는 뜻이니까요.
아브라함이 우르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그를 수메르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속단이 되기에 십상이지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의 여자를 며느리로 맞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가친척이 있는 하란으로 며느릿감을 구하러 사람을 보냈습니다. 지방민(셈족)과 피를 섞을 수 없다는 거였죠. 게다가 지방민을 같이 통혼할 수 없는 천민으로 본 겁니다.
1992.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