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가 되자
이파리가 되자
파아란 이파리들이 되자
꽁 꽁 얼어붙었던 땅
푸른 물결로 꿈틀거리게 하는
갓 돋은 풀이파리들이 되자
사람들이 토해내는 죽음 내음을
숨소리도 고르게 한껏 들이마시고는
맑고 신선한 생명의 푸른 향기
천지간에 넘실넘실 뿜어내는
풀이파리 나무이파리들이 되자
건넌마을 순이를 짝사랑하는
칠성이의 입술에서
서러운 사랑의 가락을 울려 주는
농부들의 피어린 땀방울들이 불볕에 익은 이삭들을
떠받들고 어쩔 줄 몰라 술렁거리는
할 일을 다 하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뚝 뚝 떨어져 바람에 불려가는
한 줌 검불로 가난한 아궁에 들어가 재가 되어
거름더미에 나와 묻히는
이파리 이파리 이파리들 그 가운데서도
돌 같이 굳은 땅을 기어코 뚫고 나오는
한국 잔디 이파리들
기다리던 화창한 봄이
산 넘어 언덕 넘어 넓은 벌판으로 달려온다고
봄 소식을 미리 알리는
개나리 자다란 꽃봉우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지마는
밤마다 달빛 별빛으로 닦은
구슬보다 맑은 이슬
이슬보다 빛나는 눈물 한 방울 가슴에 안고
새벽을 불러 내는
오직 이파리뿐인
한국 잔디가 되자
관련 기록 | 생명과 평화: 밥알들의 양심 전시실 안방 - 이파리들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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