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1013 캐나다에서 온 김재준 목사 편지 간추려 봅니다


당신께 1977.10.13 (목)

날씨가 아주 좋은 가을날입니다. 지금 기도회에 갔다가 도라오는 길에 두어 자로 소식 드립니다. 가나다에 계신 스승님께서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당신 형제 분에게 온 것이고 쉽게 내놓을 수도 없는 것 같애 후에 보시기로 하고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나는 여기서 기회 있는대로 알리고 칭송하고 세속적인 표현으로 말한다면 선전하면서 자랑하고 있오. 그것이 내 보람이라면 보람인 것 같소이다. ...... 죽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인간으로서 살아있는 동안 성령이 양심에 감동해 주시는 데 따라 행동하는 것 뿐이요. 내 목숨도 하나님께 마끼고 주님 뜻대로 하십시요. 할 것 뿐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선물을 내가 스스로 해치지는 맙시다. ......

전쟁에는 전진하는 때도 있고 후퇴하는 때도 있고 숨는 때도 있고 쉬는 때도 있읍니다. 유격전도 있고 부대전도 있읍니다. 장기전에서는 적이 진격하면 후퇴하고 적이 후퇴하면 진격하고 ...... 우리는 정신적 신앙적인 전쟁을 하고 있읍니다만 그 전술에는 위엣 얘기도 참고가 되는 줄 압니다.

문재린 목사님은 믿음이 반석 같은 분이라고 나는 감탄합니다. 두 아드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지실 것 입니다. 그러나 좀처럼 티를 내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소식 오는대로 알리십니다. 그분은 아드님들을, 나는 제자들을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지금 문 목사 형제 돌보시기 위해 귀국해 계신 "어머님"의 intelligence는 놀랍습니다. 83세의 고령이신데 그 기억과 판단과 사고방식과 생활 스타일이 젊은 세대를 앞서 가십니다. 어머니 말씀을 가볍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버님의 믿음과 어머님의 지성이 합쳐서 두 분 아드님과 그밖에 자녀들이 특출하시다고들 합니다. 하느님이 역사의 황혼기에 에레미야처럼 쓰시는게 아닌가 하고 나는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당분간 귀국의 길이 없읍니다. 하나님이 여기서 당신 뜻대로 쓰시려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내 후배들을 별같이 처다보며 자랑하면서 이제는 늙은 몸이지만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있읍니다. 건강해서 새날을 기대립시다. 결국 하나님이 이루어주실 것 입니다.

1977.9.20 장공



밖에서는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고종황제 따님께서 나를 위로하신다고 "그 안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고요.

11일에 내려간 것은 순전히 사과 잡수시게 되는지를 확인하러 갔었는데 보안과장님이 12일부터 들어온다 하시기에 안심하고 왔읍니다. 소장님 뵙고 감사드리고 의무과장님도 만나고 도라왔읍니다. 면회가 안 된다고 자주 가지 않는 것 보다는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이 생각되어서 시간 내서 가려고 합니다.

도와주던 아이가 없기 때문에 집안일 하다보면 하루가 가버립니다. 보이라는 꼭 우리집 냉장고 크기인데 아래 연탄구멍이 네 개가 옆으로 넣게 되어 있어서 뒷문으로 재를 빼고 앞문으로 새 탄을 넣습니다. 온도계가 달렸고 방으로 가는 파잎에도 온도계가 달려 조종이 됩니다.

창근 엄마는 한주일간 홍콩으로 아마 훈련을 받는지 갔읍니다. 좀 자기 없을 동안 오라고 하는데 집을 비울 수가 없고 어머님은 수원으로 60대 강습회에 가셨는데 주제가 "새삼스런 하루하루" 랍니다. 정웅섭 목사가 유학에서 도라와서 주제 강연을 맡았지요. N.C.C 위원으로 처음 여성이 등장하여 주재숙, 조아라 장로가 되였고 저는 연합사업위원회에 위원이 되었읍니다.

교회는 대심방이 시작되었고 강찬순 집사는 장기간 입원치료 중이고는 다들 잘 지냅니다. 성근이는 큰 회사에 나가게 될 것 같은데 24일 수속하라고 통지 왔어요. 지난번에도 썼지만 결혼하려면 확실한 직장이 있어야 할 것 같애 그 길을 먼저 택했나봅니다. 영금이 시댁에서 당신 문안 전화가 왔읍니다.

오늘 "기도의 대양" "모래알의 기도" 읽었어요. 지금 종로 5가 신탁은행에 앉아서 급히 썼읍니다. 안녕.

용길



멀리 먼지 나는 길이지만 코쓰모쓰가 예쁘게 핀 것이 보이는지요. 다리는 어떠신지 실내에서라도 운동 많이 하시겠죠. 다음 면회때는 건강하시길 빌겠어요. [일부 삭제] 당신께서 언젠가 말씀하신 기도가 피어올라가 은혜가 이슬같이 온 지구에 내릴 것 같은 신념이 솟아납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를 감명 깊게 읽고 저자에게 감사 편지 내렵니다. 오늘이 목요일 혹시 편지를 쓰시는지 저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군요. 그럼 또 쓰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