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1977. 11. 16
막 편지 보낸다고 풀을 칠했는데 기대리고 기대리던 11월 서신을 받았읍니다. 곧 복사해서 아버님께 보내야지요. "신비"라는 시도 "나의 주기도"도 참 좋군요. 붓글씨로 쓰도록 하겠읍니다.
궁금하신 것 많은데 고은 조태일 씨는 기소되지 않고 두 분이 다 나왔읍니다. 양 시인 공판에 갔다 왔는데 퍽 좋았어요. 시를 낭독하고 풀이하고 하는데 문학이나 시를 모르는 사람이 판단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 같았어요. 김추기경 님이 카도릭 세 분을 찾아다니시고 오셨는데 문 신부님 여전히 강경하시드라 하고 건강들은 누구나가 다- 같이 정신력으로 버티고 나가는 형편이겠죠. 오충일 목사도 구속정지로 나오셨는데 아직 군산에 계셔요. 좀 지나서 상경하란다는군요. 조용술 목사님은 댁에서 정양 중이시구요.
어머님은 요사이 눈이 텁텁하셔서 어제 모시고 안과에 갔더니 안경을 바꾸시라고 해서 마추고 왔고 안약도 2주일 동안 넣으시라고 합니다. 연세에 비해서는 시력이 좋으시대요. 성근이는 아빠께 책을 오래 보내드리지 못했다고 오늘 저녁 도라오는 길에 책을 산다고 돈을 가지고 나갔읍니다. 성수 영금이가 보낸 Thank You Card를 보시라고 한 장 보냅니다. 녹음이 잘 안 되고 잡음 투성이가 왔는데 후에 들으시도록 하세요.
애기들 먹는 분유가 몸에 좋다고 해서 가저갔더니 그릇에서 우유를 받도록 하시겠다고 안 받아 주셔서 그냥 가지고 왔는데 아직도 우유가 안 들어가는지요. 감사주일 지내고 내려가겠읍니다. 통조림이 떨어지지 않었는지도...... 사과가 요사이 맛이 있죠. 저도 사과는 잘 못 먹는데도 향긋하고 단 것은 먹고 있어요. 어서 많이 잡수시고 부기가 내려야죠.
작년 성탄에는 새벽송을 불렀는데 그 전으로 얼마나 풀리고 얼마나 얼킬 것인지. 기도 없이는 살 수 없는 때가 되었읍니다.
김관석 목사님 12월 17일에 맏며느리 보시지요. 박 목사님 두 분 다 2세들을 대신 보내고들 계시죠. 걱정하실가봐 알리고 싶지 않지만 아셔야 위해서 기도하시겠기에 알려드립니다. 최승국 씨 그동안 머리를 앓었는데 뇌종양이라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는데 수술을 받아야 된답니다. 악성은 아니라니 쾌유되기를 빌 뿐입니다. 16일 태근이 생일에 어머님 뫼시고 문병갔는데 자기를 위해 마음쓰시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참 좋은 사람인데 하느님께서 건져 주시겠죠.
호근이가 어느덧 31회 생일을 맞는군요. 오래만에 갔다 오겠어요. 창근네도 온다니까.
안녕 안녕 안녕.
용길 드림
[캐나다에 사는 딸 문영금의 편지]
아빠 엄마. 그리고 사랑하는 식구들께.
그간 너무 오래 소식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은 길고 자세한 소식 드리기 위해 자꾸 별르다 보니 이렇게 늦었군요. 이제 작은 이모, 창근, 태근이 만나보셔서 이곳 소식을 들으셨을 줄 압니다. 제 자세한 편지는 결혼식 녹음 뒤에 녹음해 보내겠읍니다.
그간 몇차례 전화로 할머님, 엄마, 성근이 목소리를 듣고 반가웠어요. 그리고 Mr. 박이 쓴 결혼일기를 읽으시면 자세한 경위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빠께 한 부 보내려고 하다가 제가 직접 보내는 것보다 거기서 보내주시는 게 확실할 것 같아 2부를 함께 보내니 아빠께 한 부 보내주시고 한 부는 그곳서 돌려 봐 주세요. 그간 보내주신 이불, 결혼축하연 순서, 편지 모두 잘 받았읍니다. 아직 병풍은 못 받았지만요.
뉴욕 이모를 통해 안 전도사님 보내신 수저와 이모들이 보내주신 패물도 잘 받았읍니다. 형편들도 넉넉치 않은데 좋은 것들을 보내주신 것 같아 미안합니다.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여기 복사해 보내는 책은 전에 아빠가 부탁하신 것인데 만들어 놓고 그간 보내지 못했다 이제야 보냅니다. 책을 구할 수 없어 도서관에서 빌려다 복사를 했읍니다. 같이 보내드리는 책은 같은 저자의 책이라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보냅니다. 전에 말씀드린대로 'TM 명상술'이란 무슨 말인지 몰라 구해보지 못했읍니다.
엄마가 몸이 불편하다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진주 가셨다니 좀 괜찮으신지요. 언제나 엄마는 건강하니까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너무 무리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빠도 몸을 좀 돌보시면 좋겠어요. 두 분 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군요. 모두 건강히 웃으며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신길동에서 축하식 녹음과 사진이 왔읍니다. 녹음이 잘 안 되어서 언니 노래가 엉망이 되었지만 분위기는 느낄 수 있어서 반가왔고 많은 사람이 모인 사진, 식구들 사진 반갑고 마음 든든했어요. 준비 위해 엄마가 수고하셨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지만요. 그럼 녹음에 자세한 편지와 사진 몇 장 더 보내드리겠읍니다. 그럼 오늘은 간단히 이만 줄입니다.
'77. 9. 13 멀리서
영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