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 제70신 1981. 4. 16(목)
4월 서신 반가웠어요. 아버님 어머님께 읽어드렸죠. 하얀 진달래가 나비같이 하늘거리고 맑은 지하수가 달콤하였읍니다. 역시 한국은 아름다운 강산이예요. 당신께서 결혼 50주년을 지내자고 하시니 그때나 되면 같이 다닐 수도 있겠군요. 어머니들은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만든다고 열심히들 뜯으셨어요. 반찬거리 사들고 뒷동산을 넘어 집에 도라오니 목련꽃이 하얗게 덮혀있었어요. 낙환들 꽃이 아니야 쓸어 무삼하리요.
할머님 생신을 잊지 않고 축하장들이 날아와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찼읍니다. 영금이는 아빠께 마음으로만 편지 하나봐요. 문칠이를 위해 그림 성경 동화책들을 보내달라는군요. 의근이는 아직도 주소를 알려오지 않고 있는 것 보니 퍽 바쁜 모양입니다. 둘이 기쁘게 만났다고만 왔어요. 당신은 "도사"라는 별명이 붙었다는데 적은 일은 대범하게 지나치시고 크게, 길게 내다보고 지나시기 바랍니다. 오랜 경험자께서 충고를 드리시는 말입니다. 어머님께서 현미밥을 해놓으셨는데 어찌 쫀득쫀득하고 맛이 있는지 모릅니다. 압력솟 밥맛이 역시 맛이 있군요. 당신께서 쌀 한 톨 피 한 톨 하며 잡수시는 콩밥만은 못하겠지만… 우리에게 고난을 이길 믿음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겠어요. 부활주일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우리에게는 어떠한 부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문금자 집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 가는 수속을 한다고 집에 와서 떠날 때까지 계신다고 했답니다. 일하는 아이가 왔다가 다시 가고 사람이 없는데 금자 아제가 오시면 된다고 사람을 못 구하게 하셔요. 바우가 "엄마 엄마"하며 할머님 시중만을 바라고 있으니 고되시겠지만 바우가 잠시만 없어도 힘이 빠지시는 것 같아요. 요사이 두 분이 많이 이야기하고 지나시니 나와도 안심이 됩니다. 여러가지 하실 일이 많은데 노쇄해지시는 것이 안스럽군요. 당신이 계시면 같이 뫼실 수 있어서 좋겠는데요. 지금 모두 헤여져 있지만 만날 날도 있겠지요. 4대가 나뉘었다가 이제 3대는 합한 셈이군요. 예쁜 타올이라 하셨는데 두 개를 보내드렸죠.
노란 개나리를 감상하셨다니 전주에서 지은신 시가 생각나는군요. 모두모두 건강하시기를 빌면서 여러곳에 계신 고난의 형제들 위에 하느님의 크신 위로를 빕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용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