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신 1981. 11. 22(일)
당신의 꿈 이야기가 시를 읽는 기분이여서 이렇게 써 보았읍니다. 당신의 꿈에 보신 것 같은 장관은 아니지만 이 그림으로 기분을 내봅니다. 더 적절한 그림이 있을 것도 같은데… 아버님은 김무용 목사님 아들이 성북교회에서 장로가 되신다고 그 교회에 나가시고 어머님 모시고 의근, 성심이와 같이 교회에 갔읍니다. 양 시인을 만나서 "에밀레 종"에 관한 책을 알아보았는데 너머 늦어 미안합니다. 오늘 교육관으로 산 집이 이사를 가서 대학생들이 소제를 하며 좋아했어요. 앞으로 활발히 교회생활들을 해 나가야겠읍니다. 오후에는 성도의 교제를 가지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제가 당신 편지 일부를 읽어드렸어요. 현대시에는 "네"자를 쓰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네"자를 두 개나 넣었군요. 시 아닌 시로 쓴 것이니가 우습지요. 당신께서 추워하시는 것 같아 어머님께서 많이 외우십니다. 그럼 한번 내려가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용길
[자료사진 - 늪지의 나무와 식물]
[시 필사 - <푸른 꿈> 늦봄·봄길]
푸른 꿈
늦봄·봄길
제자가 새로 부임하는 교회마당에
하늘을 덮는 큰 나무가 서 있었네
작으마안 숲마냥 아람드리 나무가
그렇게 큰 나무가 세상에 또 있을가
고목인데 마른가지 하나 없는
싱싱하게 젊은 나무 푸른 꿈나무
옆으로 뻗었던 가지들이 온 공간을 감싸고
불이 켜진 듯 속까지 환한 나무
아! 그 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구나
장관이구나 장관이구나
푸르스럼 (밝아오는) 새벽을 알려주는 비니루창
이제 완전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나부다.
마음에서 울어나는 감사를 드릴제
성일을 알리는 듯, 먼- 종소리 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