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0322 편지 읽는 데 도사


제411신 1982. 3. 22(월)

오늘 여신도회 몇몇 분들과 큰밭에를 갔어요. 푸릇푸릇 새싹이 터지는 봄길들을 지나 사람이 따르지 못하는 자연의 순리를 보면서 갔어요. 마당에 큰 버드나무와 흰 목련이 터져 나온 것을 보고 새싹의 아름다움에 다시 황홀해졌어요. 마감 예배를 드리고 도라왔더니 당신의 3월 서신이 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녁 먹고 읽으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권유도 뿌리치고 큰 목소리로 단숨에 읽어 드렸어요. 단숨이기에는 너머 긴- 사연이지만... 아버님 말씀이 어떻게 그렇게 잘 읽느냐?고 하시지만 편지 읽는데도 도사가 된 셈이지요.

대화의 광장이랄까? 저는 오래 살겠네요? 어디서나 저더러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은 너머도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인가 봐요. 일인 십 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짙어진 거죠. 어머님 치과에 가시는 것 딱 질색이시니 걱정이고. 참 어머님 옆에서 죽은 사람은 17세 된 "김병린"이라는 학생인데 명동학교 나팔수였고 그 뒤에 "이병민" 장로가 양고를 치며 따랐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그 자손들에게 대한 부담은 없어요. 당신의 편지 몇일 두고 쓰신 건데 저도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읽겠어요. 그럼 새봄과 함께 새살을 돋게 하는 꿈을 꾸세요.

용길



"낭만 또 낭만 부듸 우리 자손들은..."

[자료그림 - 댕기 머리의 세 소년이 나무 아래 있는 풍속화]

[시 <봄의 산향가> 김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