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제73신 1986. 9. 11(목)
독립문 지하철 63계단을 내려와 5가에 와서 은행에 들러 주일에 쓴 것을 준비하고 언니집에 들렀읍니다. 아저씨가 바깥 뜰에까지 내려오셔서 앉어 계시더군요. 아저씨, 언니, 혜강이와 같이 올라가 좀 쉬다가 목요기도회에 온다는것이 동국대 앞에서 길이 막히는통에 20분이나 늦어버렸읍니다. 고 목사님 속사포 같은 말씀으로 구구절절 박수를 받으셨지요. 유운필 목사님과 같이 13번을 타고오면서. 저더러 건강 주의하라고 하십니다. 집에 도라오니 8.9일 편지가 와있어서 반가히 읽었어요. 호경이 집에서... 우리가 조문을 해야하는데 꺼꾸로 되어버렸군요. 무어라고 위로해야할 지 당신께서 한 번 써보내주시면 어떨가요. 날씨가 무덥다가도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데 밤에 주무실때 춥지 않으신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내일 어머님 방 천정을 새로 해드리면, 하수도, 페인트 보이라에 이어 집수리가 거의 끝나게 되는군요. 바우가 아침에 사르르 문을 열고 들어와 화선지 한 장 가저가면서 “할머니 고마워요” 하며 “준비물이예요” 하고 갔읍니다 의젓하고 예의바른 것이 어른스럽군요. 당신께서 제의하신 격일 면회는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서예를 할 시간이 없고 부탁받은 것 못하고 있기때문에 안녕
용길
[시 필사]
1986년9월7일 오전 11시
언제 들어도 구수하기만한 송해의 휘어잡는 너스레에
정신이 번쩍들어 마음은 날개를 처 한빛교회로
날아가 당신 옆에 앉는다.
어느 여직공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을 들으며
김경영 장로의 목회기도에 아멘을 한다.
남자 친구 있으세요. 내달이면 결혼인걸요.
중매결혼인가요? 연애결혼인가요.
중매결혼은 아니예요. 그렇다고 연야결혼이랄것도 없어요.
어느날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외로운 네 눈이 부디치며
같이 살기로 했어요. 서로 위로하며 힘이 되는거죠 뭐
송해의 목소리가 갑작이 숙연해진다.
행복하게 사세요.
그러자 마당이 떠나가게 박수소리가 터저나온다
나는 눈이 확끈해진다
설교하는 유 목사의 얼굴을 쳐다본다
한풀 기가 꺽였던 송해의 너스레가 억지를 부리고
여기 저기 빈 웃음소리가 울려 나오는데 그 뒤 저-멀리서
푸른 바다, 깊은 바다 불붙는 바다 춤을 추며
밀어 부치는 넒은 바다 싯뻘건 가슴에서 희디하얀
눈부신 말씀, 하늘과 땅에 울려퍼진다.
내 큰 마음을 받아라, 내 뜨거운 마음을 받아라
내 자유를 받아라 우리는 다같이 일어서 밀려나가야한다
저 깊은 바다를 향해 하늘과 맞닿아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