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이후, 국내 영상 산업계의 화두는 ‘누가 IP를 소유하는가’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IP는 확보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라이선싱과 상품화,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수익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실제로 글로벌 IP 기업들은 라이선싱·MD를 통해 낮은 한계비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왔으나, 이런 관점에서는 한국은 아직 IP 비즈니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등 일부 기업이 IP 사업화를 강화하려고 하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개별 기업의 분투만으로 산업 전체의 체질이 바뀌기는 어렵다. 이에 이제는 정책적으로도 ‘IP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IP 비즈니스로의 체질 개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산업계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가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당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마블 영화가 시리즈로 계속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던 시기였고, 국내에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잇따라 나오며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기에 2010년대 중반부터 TV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구성, 노하우 등을 거래하는 포맷 비즈니스가 활발해진 것도 IP에 대한 관심을 키운 배경이었다.
IP에 대한 언급량은 2021년부터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는 〈오징어 게임〉의 여파로 추정된다. 당시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 기록을 세우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제작비 약 250억 원을 투자해 약 1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추산치도 발표됐다. 하지만, 제작사나 창작자에게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돌아가지 않는 매절(Buy-out) 계약이 이슈가 되며 ‘IP 주권’ 논란이 일었고 여론이 들끓었다. 이는 작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흥행 때도 반복됐다.

이후 IP 확보 여부는 줄곧 영상산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나 제작비 급등으로 인해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글로벌 OTT에 IP를 넘긴다는 비판과 한국이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됐고, 어떻게 하면 IP를 지킬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IP를 확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IP는 단순히 확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다양한 수익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여러 담론이 오가고 있는 “누가 IP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잠시 제쳐두고, “IP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눈길을 돌려 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콘텐츠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보고, 이에 대한 산업계의 변화를 살펴봤으며, 정책적으로는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 봤다.
콘텐츠 IP 비즈니스는 크게 장르 확장과 산업 확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고 일부 중복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업계에서 통용되는 관념상으로는 전자는 OSMU(One Source Multi Use), 후자는 라이선싱(Licensing)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IP 비즈니스라고 하면 OSMU 같은 장르 확장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웹툰의 영상화 같은 사례이기도 했고, 글로벌 흥행작도 많이 나왔으며, 영상이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영향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웹소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이어지는 장르 확장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웹툰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도 확장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IP 확장 사례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꼽을 수 있는데, 올해 7월에 방영을 시작한 〈도굴왕〉이나 하반기에 공개될 〈템빨〉 같은 작품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장르 확장도 IP 비즈니스에서 중요하지만, 부가가치 극대화 측면에서 라이선싱 같은 산업적 확장도 매우 중요하다.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주요 형태는 머천다이징, 즉 상품화인데, 슈퍼 IP라 불리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IP들은 대부분 상품화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워즈〉는 영화로 출시된 IP지만 상품화 수익이 60% 이상이고,* 만화가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2020년 전체 수익 1조 엔 중 상품화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 Titlemax (2019) ‘The 25 Highest-Grossing Media Franchises of all time’.
** 나카야마 쥰오 (2021). ‘나카야마 쥰오, 『推しエコノミー 「仮想一等地」が変えるエンタメの未来』.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라이선싱·MD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더 높다. 사업 유형별 마진율을 보면 IP 라이선싱 로열티 85%, MD 상품 유통 마진 40%로, 콘텐츠 제작·상영 마진(15%)을 크게 웃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디즈니(Disney), 유니버설(Universal),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파라마운트(Paramount), 소니 픽쳐스(Sony Pictures) 등이 컨슈머 프로덕트(Consumer Products) 또는 익스피리언스(Experiences) 같은 이름으로 운영 중이며, 이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라이선싱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김영재, 2026).

대표적인 글로벌 콘텐츠 IP 기업 디즈니의 경우 2025년 결산자료 기준 전체 영업이익률이 18.6%인데 라이선싱 부문은 52.8%나 되고, 라이선싱·MD 부문의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가 20%에 달한다. 즉 콘텐츠로 매출과 인지도를 확장하고 라이선싱·MD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구축돼 있다는 것인데, 이는 낮은 한계비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IP 비즈니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콘텐츠 단계'에서 다소 정체돼 있다. 2024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세계 8위 규모이지만, 라이선싱 시장에서는 17위에 불과하고 전년도에도 동일한 순위였기 때문이다. 전체 콘텐츠 시장에 대한 내용이므로 장르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케이팝이나 유아동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르에서 라이선싱·MD의 비중이 낮은 상황이라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을 IP 비즈니스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산업적 기반을 다져나가고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김영재 (2026. 6. 24). ‘콘텐츠 산업의 핵심자산: 캐릭터 IP’, 《캐릭터산업진흥법 제정 공청회(김승수 의원실)》.
** 손태영 (2026. 4. 18). ‘K-콘텐츠의 구조적 딜레마와 IP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 영상콘텐츠산업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서두에 언급했듯 IP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영상산업계다. 글로벌 OTT와의 관계에서 IP 비즈니스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당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에 대한 기업들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영상산업이 IP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출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K-포맷'이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활발히 수출됐기 때문이다. 포맷 비즈니스는 라이선스 거래를 비롯해 공동제작이나 부가사업 등을 통한 추가수익도 거둘 수 있는 영상업계에서의 IP 비즈니스 형태다. 미국판이 시즌 7까지 방영된 〈굿닥터〉와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리메이크된 〈복면가왕〉 등 K-포맷이 드라마와 비드라마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지만, 협상력과 노하우의 부재로 수익 극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포맷 비즈니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업계에 정착되지 못하고 적극적인 참여나 투자도 이뤄지지 않아 성장의 정체기가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 포맷 수출 상위 10개국에도 들지 못하게 됐다.*
* 황진우 (2026. 3. 16). ‘K-버라이어티의 글로벌 시장, 끊임없이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라’, 《한류NOW》, 71호.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이라도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업계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스튜디오드래곤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같은 사례는 넷플릭스가 아닌 아마존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와 거래하며 IP를 지켜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판을 공동제작하며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폭군의 셰프〉는 넷플릭스로부터 IP를 확보한 사례로 팝업스토어, 굿즈, 밀키트 등 다양한 부가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더불어 스튜디오드래곤은 2026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현재 3%에 불과한 IP 사업 매출 비중을 푸드, 뷰티, 굿즈 등으로 확장해 30%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올해 6월에는 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K-드라마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스튜디오드래곤 (20256 6. 19). ‘스튜디오드래곤, 한국관광공사와 ‘K드라마 기반 지역 관광 활성화’ MOU 체결‘, 《Studio Dragon Newsroom》.

이 외에도 스튜디오S는 〈스토브리그〉와 〈마이데몬〉에서 캐릭터 굿즈를 개발해 판매하거나, 일본 제작위원회에 참여해 일본판 〈스토브리그〉를 공동제작하는 등 IP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숏폼부터 미드폼, 롱폼의 다양한 라인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프랜차이즈화 시키거나 커머스나 FMV게임 같은 부가사업을 시도하며 IP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가고 있는 와이낫미디어 같은 중소제작사도 IP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JTBC》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이어진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인해 국내 영상산업계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IP 비즈니스에 대해 논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콘텐츠가 계속 제작될 수 있게, 그리고 IP 확보의 협상력을 가질 때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그것대로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이기에, 또 다른 축인 IP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주안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리했다.
IP 비즈니스는 하루아침에 잘할 수 없다. 장르 확장도 거기에 적합한 스토리텔링과 제작 노하우가 필요하고, 콘텐츠의 흥행 시점과 부가사업 런칭 시점을 맞춰 시너지를 내려면 기획 단계부터 BM을 설계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산업은 흥행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이에 따른 매몰비용 또한 감내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IP 선진국과의 라이선싱 거래를 통해 대가를 치르며 배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고의 시간 없이는 IP 비즈니스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대표적인 글로벌 IP 기업 디즈니는 100년이 넘었고, 일본의 반다이남코(Bandai Namco)나 산리오(Sanrio) 같은 최상위 IP 기업도 60년이 넘은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그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장르와 산업을 이어주는 네트워킹부터, IP 비즈니스 인재 양성, 장르 확장부터 라이선싱 사업화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게 해주는 보조금이나 투자 지원, 해외 라이선싱 마켓 참가 지원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업계가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정부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진 지금, IP 비즈니스로의 체질 전환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한데 힘을 모아 한국에서도 미국의 <마블(Marvel)>이나 일본의 <포켓몬스터(Pokémon)> 같은 슈퍼 IP가 나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
김영재 (2026. 6. 24.). 콘텐츠 산업의 핵심자산: 캐릭터 IP. 캐릭터산업진흥법 제정 공청회(김승수 의원실).
김일중 (2023). 100년 가는 K-콘텐츠 슈퍼IP 발굴·육성(콘텐츠IP마켓). 한국콘텐츠진흥원.
나카야마 쥰오 (2021). 『推しエコノミー 「仮想一等地」が変えるエンタメの未来』.
네이버웹툰 (2023. 10. 31.). 네이버웹툰 기반 IP 확장의 창작자 지원 효과. URL: https://webtoonscorp.com/ko/storiesDetail?seq=1057
빅카인즈. URL: https://www.bigkinds.or.kr/
손태영 (2026. 4. 18.). K-콘텐츠의 구조적 딜레마와 IP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 영상콘텐츠산업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스튜디오드래곤 (2025. 6. 19.). 스튜디오드래곤, 한국관광공사와 ‘K드라마 기반 지역 관광 활성화’ MOU 체결. Studio Dragon Newsroom.
스튜디오드래곤 (2025. 12. 9.). STUDIO DRAGON CEO ANALYST DAY. Studio Dragon IR.
전명훈 (2021. 10. 17.). 오징어게임 가치는 1조원…253억원 투자한 넷플릭스 ‘잭팟’. 《연합뉴스》. URL: https://www.yna.co.kr/view/AKR20211017030700009
조영신 (2026. 7. 3.). IP가 아니라 협상력이 먼저다. URL: https://brunch.co.kr/@troicacho/146#comments
황진우 (2026. 3. 16.). K-버라이어티의 글로벌 시장, 끊임없이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라. 《한류NOW》. 71호. URL: https://www.archivecenter.net/hallyuresearch/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4400
Titlemax (2019). The 25 Highest-Grossing Media Franchises of al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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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발행인 박창식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김정현 문화교류연구센터 연구원
디자인 디자인인트로
발행일 2026년 7월 22일
E-ISSN 2714-0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