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1110 기다리던 10월 서신을 받고 기뻐함


1979. 11. 10(토)

당신께서 기다려보라시던 10일이 되었읍니다. 오늘 기다리던 10월 서신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읍니다. 40일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깨알같이 쓰신 성의에 감사를 드립니다. 은희 고모가 아이들 데리고 넷이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데 별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별들아"를 두 쪽 평풍으로 기완 님이 써달라고 하셔서 쓰는 중인데 매일 못 쓰고 나면 또 서툴러지곤 하는군요.

아가 털바지를 다 짜서 입었는데 분홍 바지가 귀엽습니다. 요사이는 예쁜 목소리로 무슨 말인지 계속 지꺼립니다. 할아버님 오실 때면 말문이 열리겠지요. 마당의 감이 주인을 기다리다가 시가 되여서 떠러지면 죽이 되는 바람에 다 따고 말았읍니다. 감도 잎사귀도 다 떠러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어요. 오늘 밤도 주님의 나래 아래 편히 쉬시기를 바라면서 펜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