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37,752건으로 2015년(30,560건) 대비 23.5% 증가하였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는 더욱 극적입니다. 2023년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 발생 건수는 8,004건으로 2015년(1,130건)의 약 7.1배에 이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10,637명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였으며,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은 약 32만 건에 달했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의 '여성과 아동 폭력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지원사업'은 바로 그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단단하게 서 있기 위한 실천입니다.
2015년 이전까지 여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은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자유공모 안에서 개별 단체들의 제안 방식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여성재단은 이 분야를 별도의 기획공모 트랙으로 분리합니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은 긴급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재단이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집중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이 사업의 재원은 SOS 모금캠페인을 통해 별도로 조성됩니다. 재단이 일반 시민들에게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따뜻한 공감을 모아, 그 소중한 기부금으로 현장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2015년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여성인권증진' 주제로 지속되어 왔으며, 2021년 코로나 시기에는 '재난과 안전', 2025년부터는 '돌봄 분야'까지 지정주제 사업으로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공간의 폭력에 정확한 이름을 부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기술 범죄에 선제 대응하는 방향으로 사업은 심화되었습니다.
2017년 DSO(Digital Sexualcrime Out)는 '몰카'를 '성폭행'으로, '리벤지 포르노'를 '디지털 성범죄'로, '단순 시청'을 '시청 강간'으로 바꾸는 언어 전환 작업을 했습니다. 오락이나 관음으로 묵인되던 행위를 성폭력의 언어로 재정의함으로써 가해의 구조를 명백히 가시화한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제연대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2020~2021년 유니브페미는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n번방 관련 2차 가해 문제를 공론화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규제 강화 권고라는 행정적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2022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적극적 합의' 캠페인, 2024년 춘천여성민우회의 재판 모니터링 활동, 2025년 여성감독네트워크의 애니메이션 '재민이' 제작 및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베트남 현지 성착취 구조 실태 규명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에 맞선 다각도의 저항이 이어졌습니다.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 주역은 현장에서 직접 피해자와 마주하는 활동가들입니다. 2016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 당사자를 성폭력 상담 전문가로 양성하여 '당사자에 의한 인권 보호' 모델을 실현했습니다. 피해자가 단순히 지원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른 피해자를 돕는 주체적인 전문가로 성장하는 경로를 닦았습니다.
2024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주관한 '전국여성폭력대응현장활동가워크숍'에는 전국 204개 단체, 400여 명의 활동가가 결집하여 정부의 젠더폭력 정책 퇴행에 맞선 대응 전략을 정립했습니다. 외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활동 환경이 얼어붙을수록, 현장 활동가들이 서로 체온을 나누고 연결되는 자리는 더욱 소중해지고 있습니다.
폭력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고 똑바로 기록되어야만 비로소 반복을 멈춥니다. 2020~2021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참사 백서를 발간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불길 속에서 외롭게 사라진 여성들의 이름을 역사에 새겼습니다. 같은 시기 '소냐의 집'은 천호동 집결지의 사진 2,211장과 구술 자료를 모아 아카이브북을 출판했습니다. 이어 2025년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은 포항 대흥동 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피해 여성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구술기록집 '포항 대흥동 허(Her)스토리'를 발간했습니다.
“여성폭력 쪽은 기록이라는 개념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집결지를 그냥 다 없애고 싶어 하고 외면하고 싶어 하고 그냥 다 없었던 일로 묻어버리고 싶어 하는 장소인데, 저희는 그래서 오히려 기록을 남겨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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