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야기] ⑨
현장의 긴급한 수요에 응답하다 — 수시지원사업
한국여성재단
게시일 2026.06.08  | 최종수정일 2026.06.11

성평등사회조성사업 - 수시지원

현장의 긴급한 수요에 응답하다 — 수시지원사업

성평등사회조성사업에는 미리 정해진 공모 일정이 없는 특별한 지원이 있습니다. 여성계에 긴급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한국여성재단이 즉각적으로 자원을 공급하는 '수시지원사업'입니다. 정기공모가 한 해의 잘 짜인 계획된 흐름이라면, 수시지원은 예측할 수 없는 격동의 현실에 재단이 가장 발 빠르게 응답하는 리스크 관리 방식입니다.

사업 기간 2002년 ~ 2025년
총 지원 사업 수 64개 사업
누적 지원 금액 279,478,000원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이 시작된 2002년 첫해부터 함께 발맞춰 온 수시지원은 숫자 너머의 거대한 가치를 지닙니다. 지원이 집행되었던 결정적인 역사적 순간들을 들여다보면 현장의 절박함과 재단의 사명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기 (2002~2009년): 여성운동의 기반을 다지다

사업 초기 한국 여성운동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호주제 폐지,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이주 노동자 인권, 풀뿌리 시민운동 기반 조성 등 수시지원은 전방위적 현장에 전술 자금을 댔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꾸준히 수시지원을 받아 마침내 2005년 호주제 폐지라는 역사적 승리를 일구어냈습니다. 또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총선·지방선거 대비 여성 정치 참여 확대 활동과 2008년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발족 역시 수시지원이 뒷받침했습니다.

특히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풀뿌리 지역 시민운동 사례공모사업을 매년 꾸준히 지원한 점은 여성운동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선 지역 현장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재단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펼친 2007년 이랜드 불매운동 캠페인 연대 역시 시대의 요청에 응답한 결과였습니다.

2기 (2010~2018년): 시대의 변곡점마다

2010년대는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대형 사건들이 이어진 변곡점이었습니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대응 여성행동(Gender Justice Action)을 통해 글로벌 의제 속 여성의 목소리를 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절망범죄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을 전개했습니다.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재단은 즉각적인 긴급 수시지원을 단행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한민국 젠더폭력의 현주소 긴급 집담회>를 개최하며 대중적 분노를 사회적 담론으로 끌어올렸습니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는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성평등개헌 운동 등 세 개의 사업을 동시 지원해 정치적 기회를 젠더 의제와 연결했습니다. 나아가 2018년 미투운동 당시에는 4개 단체의 대규모 집회와 퍼포먼스(2018분 이어말하기, 끝장집회 등)에 총 18,243,350원을 신속 투입하며 광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켰습니다.

3기 (2019~2025년): 백래시의 시대, 멈추지 않는 연대

2019년 이후 한국 사회는 거센 페미니즘 백래시와 제도적 후퇴, 그리고 고도화된 디지털 성범죄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수시지원사업은 이 혹독한 겨울철에도 여성운동이 전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파제 역할을 했습니다.

2019년 강간죄 성립 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꾸기 위한 페미시국광장 '다시 쓰는 정의 — 이제는 강간죄다'를 시작으로, 2020년 N번방 사건 긴급 대응행동(울산여성회), 2024년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긴급 대응(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까지 신종 젠더폭력 현장에 기민하게 재원을 보탰습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이어말하기',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등 정책 퇴행 방어선에 서서 연대했으며, 정국의 거대한 격변기였던 2025년 윤석열 파면 정국의 '윤석열 파면한 페미니스트 대행진' 및 '21대 대선 정책 토론회'까지 전폭 지원하며 어떠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유실되지 않도록 견인했습니다.

호주제 폐지 · 이랜드 투쟁 · 강남역 사건 · 미투운동 · N번방 · 딥페이크 · 여가부 폐지 저지

수시지원사업의 목록은 지난 20여 년 한국 여성인권 잔혹사와 투쟁의 연대기 그 자체입니다.

수시지원이 담고 있는 것

정기공모가 한국 여성운동의 단단한 주춧돌과 큰 그림을 그려가는 사업이라면, 수시지원은 그 그림이 현실의 갑작스러운 충격과 외압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현장의 전선을 온몸으로 버텨온 보루입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 행정적 장벽 없이 도달하는 빠른 결정'이 핵심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한국여성재단이 '지금, 여기, 당신과 함께 서 있다'는 든든한 신호 자체가 현장 활동가들에게는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연대의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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