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 7+8월호 : 지금 중국 한류는?
웹진<한류NOW>
작성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문화교류연구센터 게시일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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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몽타주]
[Zoom 1] 상하이 vs 베이징: 한류 수용의 지역적 차이와 문화적 배경
[Zoom 2] 한류와 함께 깨어나는 도시, 상하이: 중국 무비자 정책이 바꾼 문화 소비의 지형도
[Zoom 3] 변화하는 중국 시장, 한류 재도약을 위한 전략적 접근

[한류포커스]
[Focus 1] 현상에서 제도로, 한류진흥법의 의의와 과제
[Focus 2] 작은 무대, 큰 반향: 검정치마와 중국 한류의 다른 가능성

[한류시장 트렌드]
[Trend 1] 2025년 5~6월 엔터산업 주가 분석
[Trend 2] 2025년 5~6월 미디어 산업 주가 분석
[Trend 3]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

 



 

상하이 vs 베이징: 한류 수용의 지역적 차이와 문화적 배경  
유수정 한중콘텐츠연구소 부장

8년간 지속된 한한령이 해제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내 한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류의 부활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의 도시 베이징에서는 여전히 통제와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경제의 도시 상하이에서는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며 한류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 두 도시의 극명한 차이는 한류의 새로운 생존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한한령의 경과와 2024년 중국 정책 변화의 의의
2016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은 한중간 문화교류에 큰 변곡점을 가져왔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자국 안보에 대한 거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K-콘텐츠 수입 금지, 한국 연예인 방송 출연 제한, 한국 게임 판호 발급 중단 등 이른바 '한한령'을 전방위적으로 시행했다. 이러한 조치는 곧이어 롯데,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과 규제 강화로 확산됐고, 중국 국민의 한국행 단체 관광도 대폭 축소되면서 한국의 관광 산업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 물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중국인들 (출처: 바이두)
 
그 결과 한때 800만 명에 달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반토막이 났고, 한국 화장품, 식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 또한 큰 타격을 받아 기업들은 동남아 등 대체시장 개척에 나서야만 했다. 당시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의 제재 조치는 냉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외교적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문화산업에 가져오는 불안정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단호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국 대중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내린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식적인 경로가 차단된 상황에서도 웨이보, 빌리빌리 등 SNS를 중심으로 K-콘텐츠에 대한 팬덤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고, 어둠의 경로를 통한 K-콘텐츠 불법 시청은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24년 11월, 중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대해 15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후 침체된 내수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그간 대외 개방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개방적 태도로 전환하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이번 무비자 혜택을 본 많은 국가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급증하면서 상하이, 광저우, 청두 등 대도시 중심으로 관광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국 무비자 정책 후 급증한 중국행 여행객들 (출처: 뉴스1)
 

이와 동시에 중국 중앙정부의 문화정책 기조에도 점진적인 변화들이 감지됐다. 2025년 4월 시진핑 주석은 "문화교류는 양국 관계에 있어 매력적인 부분"이라 언급하며 문화교류에 대해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최근에는 일부 케이팝 공연이 정식 허가를 받아 개최되고 있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이나 팬미팅 등과 같은 소규모 행사 허용 등 유연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흐름이 곧바로 한한령의 전면 해제를 의미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실상 한국 드라마의 중국 내 OTT 서비스 비중은 2016년 대비 여전히 70% 이상 대폭 줄어든 상태이고, 허가를 취득한 드라마들도 대부분 한한령 이전 작품들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언제쯤에나 허용될지 아직은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 정부는 '문화 안보'라는 프레임 아래 외래 콘텐츠를 매우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교류 확대 조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늘 상존하고 있다.
지역별 수용 태도의 문화적, 정책적 배경
중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은 한류 수용에 있어 각기 다른 문화정체성과 정책적 맥락을 갖는다. 상하이는 과거 외국 열강에 의해 강제로 개방된 조계지 시절부터 줄곧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으며, 외국 문화를 흡수하고 소비하는 데에도 매우 익숙한 도시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상하이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개방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외래 문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특성을 보이며, 이는 현재 한류 콘텐츠 수용 양상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베이징은 중화사상의 중심지이자 체제 이념의 본산으로서, 문화정책에서도 훨씬 더 신중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사상적·정치적 검토 대상으로 간주되며, 수용보다는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화 검열 기준 또한 두 곳이 다르게 적용된다. 상하이에서는 외국 기업 유치와 도시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한류 관련 이벤트나 매장이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되는 반면, 베이징은 사전심의와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필수 조건으로 작용한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온도 차 역시 두드러진다. 상하이시 등 일부 도시 정부는 한류를 지역 경제 발전의 기회로 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지만, 중앙정부는 사회 통합과 이념 유지 차원에서 보다 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 상하이: 개방적 도시의 한류 수용과 관광 문화
상하이는 2024년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중국 도시 중 하나로 부상했다. 2025년 1분기 상하이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는 누적 20만 명을 돌파하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말 상하이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다양한 먹거리와 쇼핑, 도심 문화를 체험하는 트렌드가 확산됐다. 실제로 부산-상하이 노선은 1년 전 대비 115% 이상, 서울발 항공편도 46.9% 증가해 하루 40편 이상의 직항이 운항되고 있다.

상하이 시정부는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국어 안내문과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부 식당과 상점의 한국인 방문 비율이 15%를 넘을 정도다. 치맥, 삼겹살, 부대찌개 등 한식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같은 한국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들은 중국의 대형 인플루언서의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며 현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를 뜻하는 ‘다카디엔(打卡点)’, 인기 맛집이라는 뜻의 ‘비츠방(必吃榜)’이 인기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상하이는 전통적으로 경제 활성화와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해 해외 기업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최근에는 중앙정부의 변화된 기조에 맞춰 한류를 도시 경쟁력 강화 자산의 일부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젠틀몬스터, 템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 (출처: 젠틀몬스터·탬버린즈 홈페이지)


 
2) 베이징: 제한 속 ‘틈새’ 한류의 생존과 전개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이자 정치·이념 중심지로,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도시이다. 한한령 시행 이후 K-콘텐츠 유통이 사실상 거의 중단된 상태를 유지해왔고, 최근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팬덤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소비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SNS와 온라인 스트리밍, 팬카페, 커버댄스 등의 형태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암암리에 K-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아왔다.

2024년 이후 무비자 조치로 인적 교류는 과거에 비해 소폭 확대됐으나, 베이징에서의 K-콘텐츠 관련 공식 활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일부 굿즈샵, 팬미팅, 케이팝 커버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한국과 무관한 현지 업체가 소규모로 개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일례로 2025년 1월 베이징 차오양구(朝阳区)에서 열린 '케이팝 라이브 순회 콘서트'는 한국 아이돌 대신 중국인 출연진이 뉴진스, 에스파, 블랙핑크, 엑소 등의 곡을 커버하는 무대로만 구성되었다. 입장권이 한화 10만 원을 넘었음에도 공연장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 공연이 중국인 주최라는 점을 이용해 정부 단속을 피했다는 사실은 현지 케이팝 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동시에 중앙정부의 강력한 검열 시스템을 보여준다.
 
2025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케이팝 라이브 순회 콘서트’ (출처: 活动网)
 
현재는 외국 가수의 대형 콘서트나 해외 드라마와 같이 중국 국민 정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중국의 사전 검열과 정치적 민감성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2023년 중국은 '문화 집행관'이라는 조직을 신설하여 공연, 전시, 방송 등 문화 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하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젊은 세대는 다양한 우회 경로를 통해 한류를 향유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역적 수용 차이와 한류 재도약의 조건
2024년 이후 중국 내 한류의 재부상은, 지역별로 차별화된 수용 태도와 문화적 조건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상하이처럼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도시는 이미 한류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며 문화적 접점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베이징과 같은 정치 중심지는 여전히 통제와 검열 속에 제한적인 수용만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문화산업의 중국 진출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전국 단일시장' 접근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각 도시의 문화정체성, 소비트렌드, 정책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지역 전략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나 광저우는 관광과 소비 중심의 K-브랜드 확산에 집중하고, 베이징은 정치 민감성이 낮은 분야, 예컨대 패션, 푸드, IP 협업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 분화된 수용 양상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향후 한류의 안정적 재진입과 지속 확산을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문화 개방 흐름은 아직 완전한 한한령 해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2024년 무비자 입국 조치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중 문화교류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중국 중앙정부는 여전히 콘텐츠 유통과 공연 활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케이팝 공연이나 드라마 방영 재개는 ‘예외적 허용’의 형태로만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록 2024년부터 계속 점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문화교류 강조 발언, 무비자 입국 허용, 일부 공연 및 한국계 굿즈샵의 공식 승인 등은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 완화와 제도 전환의 전조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여전히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실제로 2025년 5월 31일에 중국 푸저우시(福州)에서 개회 예정이었던 케이팝 아이돌 그룹 이펙스(EPEX)의 공연이 '현지 사정'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갑자기 취소된 사례만 봐도, 중국 당국의 문화정책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5년 5월 개최 예정이었던 ‘EPEX 콘서트’ 포스터 (출처: X(@EPEX Official))
 
따라서 향후 중국 시장에서 한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적 필요성과 문화적 경계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전략 수립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활용해 단계적 개방을 유도하는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 유통망 다각화, 현지 파트너십 강화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년간의 한한령 경험을 교훈 삼아 한류가 더 이상 정치·경제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다층적 문화교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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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심재훈 (2024. 11. 7).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는 깜짝 발표였다? 《연합뉴스》. URL: https://www.yna.co.kr/view/AKR20241107034000518
- 정재흥 (2024). “2024년 중국 양회(两会)를 통해 바라본 대내외 정책 변화”. 세종연구소. URL: https://www.sejong.org/web/boad/1/egoread.php?bd=1&seq=7682
- 주민욱 (2017). “중국 언론보도를 통해 살펴본 한한령(限韩令)과 우리의 대응 방안”. 제주평화연구원. URL: http://jpi.or.kr/?p=4265
- 지동현 (2024. 12. 30). 中, 여전히 뜨거운 K-팝 열기…'변종 공연' 문제도. 《스포츠월드》. URL: https://www.sportsworldi.com/view/20241230511260
- JIN MEIHUA (2025. 5. 16). Why young Koreans are swapping Seoul cafes for snacks in Shanghai. 《Korea JoongAng Daily》. URL: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05-16/culture/foodTravel/Why-young-Koreans-are-swapping-Seoul-cafes-for-snacks-in-Shanghai/2308844
- Lina Jang (2025. 1. 15). Surge in South Korean Tourism to Shanghai Captivates Chinese Public. The Korea Bizwire. URL: http://koreabizwire.com/surge-in-south-korean-tourism-to-shanghai-captivates-chinese-public/303674
- Maximilian Ernst (2021). Limits of Public Diplomacy and Soft Power: Lessons from the THAAD Dispute for South Korea's Foreign Policy. Vrije Universiteit Brussel. URL: https://keia.org/publication/limits-of-public-diplomacy-and-soft-power-lessons-from-the-thaad-dispute-for-south-koreas-foreign-policy/
- Michael D. Swaine (2017). “Chinese Views on South Korea's Deployment of THAAD”. Hoover Institution. URL: https://www.hoover.org/sites/default/files/research/docs/clm52ms.pdf
- PIME asianews (2023. 6. 10). “Beijing establishes a police force to 'control' culture”. URL: https://www.asianews.it/news-en/Beijing-establishes-a-police-force-to-control-culture-58564.html
- 安然一 (2025). “EPEX福州演唱会延期,韩籍艺人演出松动,但需有益且符合双边关系. 音乐财经”. URL: https://zhuanlan.zhihu.com/p/1904584211169510031

 



 


 

한류와 함께 깨어나는 도시, 상하이: 중국 무비자 정책이 바꾼 문화 소비의 지형도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중국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시절 3주간의 호텔 격리를 떠올리며, 이번처럼 '마음의 준비'만으로 중국행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 참 생경하게 느껴졌다. 상하이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류의 부활이었다. 난징루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한글로 된 안내판들, 그리고 한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한식당과 K-브랜드 매장들. 와이탄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진짜 변화는 한국 문화가 이 도시에 다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정을 마친 후 개인적으로 방문한 난징동루에서는 상하이가 왜 한류 재부상의 최적지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샵 '百联ZX(TAMASHI NATION STORE)'가 성업하고, 2024년 한 해에만 전국적으로 극장수입 1억위안 이상의 일본 애니메이션 7편이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 도시는 아시아 문화 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주인공이 다시 한류가 되고 있었다. 무비자 정책이라는 제도적 변화가 상하이라는 글로벌 도시의 개방성과 만나 어떻게 한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무비자가 부른 변화, 상하이에 스며든 한류 라이프스타일
상하이에 한국(韓)이 다시 흐르기(流) 시작한다. 한국인 여행객의 증가와 함께 도시 이곳저곳에서 한국어가 들려오고 유명 훠궈집 외부에는 한국어 안내문이 설치됐다. 이런 변화는 중국 정부가 한국 등 9개국 국민에 대해 '15일간 단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2024년 11월 8일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국을 포함한 38개국의 무비자 국가 체류 기간이 30일로 확대되자 체류 장벽은 더욱 낮아졌고(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2024), 급기야 12월 17일 중국 국가이민관리국(国家移民管理局)은 '240시간(10일) 환승 무비자' 제도를 발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도시는 바로 활기를 띠었다.



상하이 주광옥훠궈 인민광장점의 한국어 안내판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김자두))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단기 여행도 폭증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만에 넘어온 여행객은 비행기에 오를 땐 그저 관광객이었으나, 착륙과 동시에 잠재적인 문화 소비자로 탈바꿈한다. 단순히 입국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변화가 도시의 문화 생태계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2025년 1분기 상하이를 찾은 외래 관광객은 174만 명이며, 그중 외국인이 126만 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62% 급증했다. 이중 한국인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동안 불빛이 꺼졌던 홍취안루(虹泉路) 쇼핑몰이 다시 네온을 밝히고, 상하이 곳곳에 한글이 가미된 간판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샤오홍슈(小红书)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상하이 거리'라는 주제를 다루는 체험기 · 맛집 지도 · 브이로그 노트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현지 언론은 이를 재인용해 '한류문화의 새로운 랜드마크(韩流文化新地标)'로 부각하고 있다. 이처럼 상하이로 여행객이 몰려들고 한류 콘텐츠가 뒤따라오면서, 도시 전체가 새로운 활력을 되찾았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小红书), 도우인(抖音)에 올라온 한국브랜드 젠틀몬스터 상하이 팝업 매장 사진(출처: 중앙일보)
 
 
한편 중국에서의 이번 한류 재등장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하이에서의 한류 소비는 이제 음악에서 화장품으로 연결되던 과거의 단순한 흐름을 벗어났다. 미슐랭 별을 획득한 고급 한식 다이닝부터, 필라테스를 한국식 요가라 부르며 배우는 수업, 케이팝 커버 축제까지 한류는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닌 도시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이제 콘텐츠는 단순 관람의 대상이 아닌 생활 속의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소비가 웨이보(微博)나 아이치이(爱奇艺) 같은 기존 플랫폼에서 빌리빌리(哔哩哔哩), 샤오홍슈(小红书), 도우인(抖音) 등 숏폼 중심의 앱으로 이동하면서 한류 콘텐츠는 더욱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변모했다. 이제 한류는 단지 '보는 것'을 넘어 '생활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내 정책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주상하이총영사관과 상하이시상무위원회는 협의 보도자료를 통해 스마트시티 및 K-디자인 전시 포럼인 'Smart Life Week 2025' 개최를 공식 발했다. 또한 9월 26일 하이난 싼야 스포츠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대형 케이팝 공연 '드림콘서트'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실무 허가를 받아 확정됐다. 이는 중국 당국의 시선이 한류를 단순한 한국의 수출 콘텐츠가 아니라 실질적인 양국 문화 교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에서도 관련 단어나 문구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 한국을 즐긴다'는 개념의 '假装在韩国(한국에 있는 척)' '打卡首尔夜市(한국식 핫플장소 인증)'와 같은 해시태그가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小首尔(작은 서울)과 韩国街(한국거리) 등 단어는 행정·관광 홍보 자료에도 고정적으로 쓰이는 단계에 진입했다.

산업계 역시 이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우인(抖音)은 '城市生活节•上海(도시생활•상하이)' – '朋友侬好(친구야, 안녕)'와 같이 콘서트 실황과 도시 브이로그를 결합한 콘텐츠를 동시 송출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고, 여행사들은 '상하이-서울 왕복 크루즈와 케이팝 패키지'를 연계한 여행 상품을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결국 15일간의 무비자 시행으로부터 시작된 정책 변화가 국가 단위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 기능할 수 있도록 상황을 변화시킨 셈이다.


 도우인(抖音) ' 朋友侬好(친구야, 안녕)' 포스터(출처: 解放日报)
 
경유지에서 거점으로: 중국 무비자 정책과 한류의 지속 가능성 전략
정책과 함께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며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를 기점으로 하는 글로벌 한류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 본다. 주목해야 할 대상은 구미·아시아 등 제3국에서 중국을 경유하는 환승객이다. 푸둥공항 등 대도시 소재 공항 240시간 무비자 창구를 이용하는 장거리 여행객 가운데 일정상 한국을 경유하지 못하는, 한류 소비자가 구성원으로 있는 가족 및 소규모 단위의 인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다.

먼저, 중국 내 대형 케이팝 행사가 열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무비자 체류 외국인을 겨냥한 '중국 내 K-문화 투어' 상품 출시를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베이징·광저우의 대형 복합몰에 한류 체험존을 만들어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 전통 한복 스냅 촬영, 한국 스트리트 푸드 체험을 묶은 일일 패키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대도시를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닌 '글로벌 한류 소비의 3차 시장'으로 재맥락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 마련된 케이팝 아이돌 체험센터(출처: SCMP, 뉴시스)
 
이는 그동안 한국 엔터 기업들이 중국 내 한류 홍보를 해당 국가 위주로만 추진하던 구도를 벗어나 다국적 소비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 환승 무비자 정책과 연계하여 서울 · 도쿄 · 상하이 등 아시아 대도시를 연결하는 'K-컬처 벨트' 구축을 통한 한류 문화 확산 정책 청사진도 가능하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중국의 무비자 정책 확대에 대해 일시적인 관계 개선 신호나 자국의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라는 단순한 관점을 탈피하여, 아시아 소재 대도시 단위의 서비스 · 모빌리티 · 숙박 · 푸드테크 등 다양한 접점이 교차하는 국가 차원의 혁신 실험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류가 '한국에서만 소비되는 문화'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경험되는 세계의 공용 문화'로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지 도시의 지역 소비를 촉발하여 상호 국가 간 경제 이익 구조로도 기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시장 재부흥에는 몇 가지 예상 가능한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지금과 같은 변화는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상황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하얼빈의 빙등제에서는 K-패션이 단순 조명 역할에 그치고 있으며, 연변 카페 골목에서의 K-디저트는 그저 '맛집 스탬프'를 받는 수준에 머문다. 똑같은 무비자 정책이라도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토양에 따라 한류를 수용하는 양상이 다르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의 한류는 도시 정체성과 결합해 '내장형'으로 발전한 반면, 다른 지역은 아직 '축제형'이나 '재현형'에 머물러 있다.

정책의 예측불가능성 또한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사드(THAAD)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한중 문화 교류는 언제라도 지정학적 긴장감 속에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무비자 확대 조치 역시 중국 경제와 글로벌 정치 지정학 변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단기적 정책 전환일 수 있으며, 향후 정치적 갈등 상황이 재현된다면 '한한령(限韓令)'이라는 제재의 칼은 언제든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는 해법은 '위험관리형 공생'에서 찾아야 한다. 양국 정부와 기업, 서울 및 상하이와 같은 한류 주체 도시의 구성원들이 현재의 한류 재부흥이 가져올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확인하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간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간 무비자 정책과 저작권 보호 체계를 더욱 명확히 정비하고, 민간 기업들은 단기적인 흥행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동 제작·투자 모델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기존의 '수출에서 관광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 현지 문화와 공존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복합적 콘텐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순풍이 불고 있는 현재, 당장 중국 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순간 난징루를 걷는 한국인 여행자의 발걸음에는 '장벽'이 아닌 '소통'의 느낌이 흐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소통의 물결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한 박자씩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다시 찾아온 기회, 이제는 앞으로만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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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상하이시 정부 (2025.04.27.). Shanghai sees 62% surge in foreign tourists in Q1. URL:https://english.shanghai.gov.cn/en-Latest-WhatsNew/20250427/c85b248ef1a946cba37317664c66950c.html
- 조미경 (2024. 11. 04.). 中, 한국 등 9개국 대상 무비자 시행. 《인민망 한국어판》.  URL: https://kr.people.com.cn/n3/2024/1104/c414496-20237156.html
- 중국국가이민관리국(国家移民管理局) (2024. 12. 17.). 国家移民管理局关于进一步放宽优化外国人过境免签政策的公告. URL: https://www.nia.gov.cn/n741440/n741542/c1688980/content.html
-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2024. 11. 22.). 关于进一步扩大免签国家范围并优化入境政策的通知. URL: https://www.mfa.gov.cn/wjbzwfwpt/kzx/tzgg/202411/t20241122_11531285.html
- 深圳玩具展 (2024. 01. 05.)., 2024年动画电影票房能破百亿元吗?. URL: https://chinatoyfair.com/news/250.ht
 



 


 

변화하는 중국 시장, 한류 재도약을 위한 전략적 접근  
노수연 고려대학교 글로벌학부 교수

2025년 여름, 한류는 중국 시장 재진입의 기회를 맞고 있으나 ‘한한령’의 전면 해제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일부 도시의 콘텐츠 소비 회복과 정책 유화 흐름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정치·경제적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 특히 최근 10년간 변화한 중국의 소비자 성향과 플랫폼 환경, 로컬기업의 성장 등을 고려할 때 단순 규제 해제만으로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은 한한령 해제라는 외생변수에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소비 특성과 정책 여건에 맞춘 차별화된 진출 전략과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상하이·베이징은 전략적 요충지이며, 광둥·장쑤·산둥·저장은 균형 있는 산업 기반과 수요를 갖춘 유망 지역이다. 후베이·후난·쓰촨 등 중서부 지역도 정책 인센티브와 문화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닌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한령의 해제 여부가 아니라 그 이후를 대비하는 전략적 태도이다.
‘한한령’ 해제, 중국 시장을 여는 만능열쇠?
지난 10여 년간 한중 관계의 부침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에 중대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특히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시행된 '한한령(限韓令)'은 K-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과 소비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2023년 기준 3,281억 달러 규모로 세계 2위의 콘텐츠 시장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9.07%의 높은 성장을 보여 1위인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문화콘텐츠 수출에서 중화권(중국·홍콩·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3.5%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의존도가 매우 높기에 한한령 해제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2024년 말 미묘한 외교적 완화 국면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여름 현재, 한한령의 전면적 해제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실제로 한한령은 정치·외교적 변수뿐만 아니라, 중국 내 자국 문화 보호주의, 국수주의 정서, 대내 결속 강화라는 전략적 맥락에서 유지됐다. 특히 애국소비와 중화사상이 강조되는 현재, 외국 콘텐츠의 대대적인 유입은 내부 불안 요인으로 간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치적, 경제적 필요에 따라 게임, 애니메이션, 공연 등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이고 점진적인 해제가 진행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설사 한한령이 전면 해제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곧 한국 문화콘텐츠의 중국 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류 전성기였던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은 질적, 양적으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 소비자의 취향은 빠르게 변했으며, 로컬 플랫폼에서 자국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 로컬 콘텐츠 기업들은 기술력과 자본력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검은 신화: 오공(Black Myth: Wukong)>과 <너자 2(NeZha 2)>와 같은 시장성공 사례는 중국 기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력을 보여준다. AI 기반 콘텐츠 추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깃 마케팅 등은 한국기업에게 더 이상 중국을 '문화 소비시장'이 아닌, '경쟁이 치열한 전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좌)<검은 신화: 오공 (Black Myth: Wukong)>(출처: 네이버 게임), (우)<너자 2(NeZha 2)>(출처: CMP)
한한령을 넘어서는 틈새시장, 중국의 지역시장에 주목하라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콘텐츠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한한령 해제'라는 외생 변수에 대한 수동적 기대를 버리는 태도이다. 콘텐츠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 이는 고품질 영상이나 화려한 배우를 넘어서 중국인의 정서와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는 스토리텔링,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그리고 현지화된 유통 전략 등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방 도시를 주목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중국 시장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하나의 ‘통일된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제도, 태도, 소비 습관, 검열 기준을 가진 ‘수십 개, 수백 개의 지역시장의 집합체'에 가깝다. 한한령의 틈새 또한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중국의 어떤 지역이 진출에 적합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강한 통제 하에 있지만, 실제 콘텐츠 유통 및 소비는 지역 정부의 재량과 산업 환경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한한령 이후에도 일부 지역은 한국 콘텐츠와 제품의 유통을 사실상 허용해 왔으며, 최근 변화는 그러한 지역 편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 본토 소재의 31개 성(省)급 행정단위의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 수 및 앵커기업*의 존재 여부, 예술 공연 관객 수와 케이블 TV 이용자 비중, TV 드라마 및 애니메이션 방송 현황, 시청각 제품·음반·전자출판물의 출판 규모 등 데이터와 문화콘텐츠 산업육성 정책, K-콘텐츠에 대한 우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가 우선하여 주목할 만한 지역시장으로 다음 지역을 추천한다.
*앵커기업: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해당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표기업(Spencer, G.M., 2013)


중국의 주요 문화콘텐츠 타깃 지역(출처 : 저자 작성)
 
먼저 핵심 전략 거점인 상하이와 베이징에 주목해야 한다. 상하이는 국제금융 및 소비 중심지이자 외국 문화 수용에 있어 중국 내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 중 하나이다. 특히 2024년 11월 한국 여권 소지자의 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상하이의 유명 관광지는 한국 관광객으로 넘쳐나면서 한국 스타일에 관한 관심도 증가했다. 한편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은 콘텐츠 검열이 가장 엄격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말부터 비공식 채널을 통한 한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두 도시 모두 영화, 방송, 게임, 플랫폼, 공연예술 등을 망라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유명 대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협력의 기회가 많으며, 중국을 대표하는 정치·외교 또는 경제의 중심지라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존재하는 이상 중국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써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 텐센트 영상(출처: 텐센트)
 
 
두 번째로 주목할 지역은 광둥(广东)성, 장쑤(江苏)성, 산둥(山东)성, 저장(浙江)성으로 구성된 균형성장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된 특징은 2024년 경제 규모가 중국에서 1~4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며, 산업 기반과 소비수요가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다. 광둥성은 현재 첨단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중국 최대의 플랫폼인 텐센트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산업생태계가 조성돼 있고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콘텐츠 소비와 메타버스, 굿즈 소비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또한 홍콩과의 연계를 통해 외국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다변화하고 있다. 장쑤성은 우리에게 삼성, LG, 하이닉스 등 제조업체의 생산기지로만 알려져 있으나, 2023년 문화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수가 중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발달해 있다.

산둥성은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30년 넘게 우리 기업이 집중적으로 진출해 온 지역인 만큼 한중 교류 기반이 견고하며 지리적, 문화적 인접성으로 관광, 문화 유입에 강점이 있다. 저장성은 알리바바와 연계한 디지털 문화산업 벨트를 형성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 유통, IP 활용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 유입에 적극적이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 클러스터 연계 및 전자상거래 협업을 통해 높은 성공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각각이 인구와 경제 규모 면에서 일국(一國)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따라서 해당 지역과의 협력이나 진출을 고려할 때는 더 세부적인 타깃도시 탐색 또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지역은 쓰촨(四川)성, 후베이(湖北)성, 후난(湖南)성으로 구성된 중서부 내륙의 신흥 성장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균형 성장 지역보다는 경제 규모나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위상이 낮으나 전반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중서부권역에서 영향력이 크며 문화클러스터와 정책 인센티브가 결합되어 외국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편이다. 일례로 쓰촨성은 대형 공연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정비하고 있으며 전통문화와 현대적 콘텐츠의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테마형 콘텐츠 전략에 적합하다. 

이러한 지역적 접근은 단순한 틈새 공략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 리스크를 회피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실용적 판단에 기반해 외자 유치를 결정하며, 최근에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인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대규모 인프라보다 수익성 있는 콘텐츠 투자에 더욱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 기회이자 도전이다. 지방정부가 수익 가능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매력적이고 시장성 높은 콘텐츠를 제시해야 한다. 정책적 인센티브, 공동 프로젝트, 로컬 파트너십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중앙정부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지역 내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한류의 재도약, 성공은 ‘디테일’에 달렸다
2025년 여름, 한류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도래했다. 외교적 긴장 완화, 일부 도시의 콘텐츠 소비 회복, 그리고 지방정부의 문화정책 변화는 ‘한한령 이후’를 모색하는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다시 한번 중국 진출의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러나 이 문은 극히 제한된 이들에게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 오직 준비된 자만이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지금 한류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매력적인가?” 그 대답은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오늘의 전략과 내일의 콘텐츠로 증명되어야 한다. 한한령 해제 자체는 외생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의 ‘자생력’이다. ‘중국에서도 통할 만한 콘텐츠’가 아니라 ‘중국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다시 중국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

중국 시장의 재진입을 모색한다면, 그 출발점은 더 이상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심 도시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분산하고, 도시별 소비 성향과 문화 생태계를 반영한 ‘지역 기반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문화정책과 연계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공동 제작, 공연, IP 교류 등 지방정부의 문화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외자기업 대상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하이, 베이징에 머물러 있지 말고 광둥성의 선전(深圳)과 광저우(广州), 장쑤성의 난징(南京), 산둥성의 칭다오(青岛), 저장성의 항저우(杭州), 쓰촨성의 청두(成都), 후베이성의 우한(武汉)과 후난성의 창사(长沙) 등 각 지역에서 문화클러스터가 형성된 유망도시에 실질적 거점을 두고 체험형 콘텐츠로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더 정교하게 전략을 수립할 때 한류의 재도약이라는 기회의 창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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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노수연·정지현·강준구·오종혁·김홍원·이한나 (2014). 「중국의 문화콘텐츠 발전현황과 지역별 협력방안」.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URL: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1200000&bid=0001&list_no=1969&act=view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2023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결과보고서」. URL: https://www.mcst.go.kr/kor/s_policy/dept/deptView.jsp?pSeq=1984&pDataCD=0417000000&pType=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2024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URL: https://welcon.kocca.kr/ko/info/trend/1954671\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중국 Z세대가 주도하는 굿즈경제 집중분석」. URL: https://welcon.kocca.kr/ko/info/trend/1955227
- 国家统计局 (2024). “中国统计年鉴2024”. 中国统计出版社. URL: https://www.stats.gov.cn/sj/ndsj/2024/indexch.htm
- 南方+ (2024. 1. 18). 韩里韩气的街道成年轻人热门打卡地,“韩风”又刮起了?. 南周知道. URL: https://static.nfapp.southcn.com/content/202401/18/c8517258.html
- 四川省文化和旅游厅 (2025). “四川省文化和旅游厅关于印发《四川省  2025 年演艺活动激励奖补 实施细则》《四川省重大文旅消费促进活动奖补政策实施细则》的通知”.
- 羊城晚报 (2025. 4. 10).流量新战场 韩流借抖音小红书卷土重来?. 《羊城晚报》. URL: https://ep.ycwb.com/epaper/ycwb/h5/html5/2025-04/10/content_2981_700063.htm
- Spencer, G.M. (2013). “The economic impact of anchor firms and industrial clusters: an analysis of Canadian and American manufacturing firms and clusters”. Industry Canada.
 



 


 



 

현상에서 제도로, 한류진흥법의 의의와 과제
김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관 대담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문화교류연구센터장

“한류가 긴가민가한 용어로 괜히 우리끼리 들떠서 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2003년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의 회고다.1) 과거 믿기 힘든 ‘현상’으로 시작했던 한류는 이제 어엿한 ‘제도’가 됐다. 2020년 문체부 한류지원협력과 신설, 2024년 한류과의 국제실 편입, 같은 해 한류진흥법의 국회 통과가 그를 명징하게 증명한다. 2025년 한류 제도화의 정점에 선 ‘한류진흥법’과 우리에 부여된 과제는 무엇일까?



김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의 ‘일’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 국제문화정책관으로 부임하신 지 7개월째입니다. 직전에는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사업과장으로 계셨고, 10여 년 전 영상콘텐츠산업과에서 영화영상 관련 업무도 담당하셨는데요. 국제문화홍보정책실에서의 반년 간의 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018년에 해외문화홍보원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문화홍보원이 문체부의 소속기관*이었는데요. 해외문화홍보사업과장으로 재외한국문화원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문화원을 통해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일이었죠. 그로부터 6년 만에 다시 유사한 업무를 하는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이하 국제실)에 복귀했는데 여러 면에서 굉장히 많이 변화된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2024년 초 문체부 소속기관에서 문체부 내 조직으로 편입됐다. 국제업무 총괄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직제 개편이자 해외문화홍보원이 설립된 지 50년 만의 일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다고 보시는지요?
문화원을 통해서 여러 일을 해나가는 것도 여전히 중요한데요. 최근엔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이나 G20(주요 20개국, Grop of 20)2)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문화담론을 만드는 일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참고로 올해 10월 말 APEC 정상회의가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립니다. 개최지가 경주인만큼 ‘문화’가 주요 테마인데요. 이번 APEC에서는 8월 26일부터 3일간 14개 분야의 장관급 회의가 개최되며, 특히 '문화고위급 대화'가 최초로 신설되어 각국 문화장관들이 참석합니다. 이런 일이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가 ‘한류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APEC은 ‘경제협의체’이지만 여기에서 문화고위급 대화를 연다는 건 문화가 곧 경제이자 소프트파워임을 의미합니다. 이번 회의가 우리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류산업진흥기본법, ‘산업’과 ‘교류’ 사이의 질문
2024년 9월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단 소식을 접하고 나니 이 법에 대한 관심이 대내외적으로 꽤 커진 것 같습니다.
2020년에 신설된 한류지원협력과(이하 한류과) 역시 작년 초 국제실에 편입되면서 한류진흥법도 그해 말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이 법이 시행됐는데 한류의 범위가 법적으로 정리가 됐어요. 골자는 ‘대중문화에서 한류 연관산업으로의 확대’입니다. 게임, 음악, 영화, 웹툰과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뿐만 아니라 K-뷰티, 패션, 푸드와 같은 한류 연관산업, 여기에 전통문화까지 범위를 확대한 것이지요. 

결국 국제실이 단순한 문화교류를 넘어서 비즈니스까지 관장한다는 게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여러 부처가 관련된다는 점에서 부처 간 협업할 일도 많고요. 또 흩어져 있는 한류 관련 업무를 종합하는 계획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부임한 후 7개월 동안 국제실이 본부 내 조직으로서 안착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향후에는 한류를 중심으로 글로벌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일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올 것 같습니다.
 
 
‘한류를 중심으로 세팅’한다고 말씀하신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코피스)을 떠올려 본다면, 사실 진흥원은 영화나 시각/공연예술, 특정 콘텐츠 장르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포괄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실무를 하다 보면 굉장히 혼란스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코피스는 국제실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기관 중 하나에요. 가급적 저희가 하는 일들과 보조를 맞춰서 함께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류과에서는 한류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상황을 반영해 한류 연관산업 지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고정된 틀에 갇히기 보다는 변화의 흐름에 걸맞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제실 내 국제문화사업과에서도 순수예술 장르의 쌍방향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코피스가 이들을 모두 포괄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국제실의 희망사항은 코피스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입니다.


 
‘산업’이나 ‘비즈니스’는 콘텐츠진흥원(이하 코카)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요. 반면에 ‘문화예술 교류’는 비즈니스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기관 자체의 비전과 미션을 수립하기가 굉장히 난해합니다. 말씀을 종합해보면, 문화 간 소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류와 예술교류를 두루 잘 수행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지요?
맞습니다. 코카가 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비즈니스 특화 기관이라면, 코피스는 순수 문화예술 영역을 기반으로 하면서 이와 동시에 한류의 확장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기관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진행 현장
(왼쪽부터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문화교류연구센터장, 김정현 연구원, 김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관, 권용덕 사무관)
 
진흥법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정기 한류실태조사라든지 데이터 사업이라든지 코피스나 코카에서 하는 사업들이 눈에 띕니다. 기존에 각 기관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법에 명시된 실태조사는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로 규정돼 있습니다. 한류에 대한 인식 조사를 포함해서 한류산업의 시장 현황까지 포함하는 실태조사인데요. 국가별 한류 이용 조사는 현재 <해외한류실태조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니 그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한류산업과 연관산업의 범주가 법률 개정을 통해 새롭게 설정됐기 때문에 시장 현황 파악과 같은 조사는 향후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 법 시행 초기 단계이기에 새롭게 연구하거나 지원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고요. 
 
 
법에 따르면 ‘전담기관’을 지정하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진행이 될지요?
반드시 하나의 기관만 지정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기에 복수 지정도 가능합니다. 전담기관 지정 문제와는 별개로 현재 코피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또 확대되고 있습니다. 코피스가 업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고 조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저희 국제실과 함께 노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조직에 우수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현재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직 차원의 교육과 훈련도 중요할 거라 봅니다. 코피스가 서울에 위치한다는 장점, 다양하고 매력적인 사업 분야라는 이점, 여기에 근무 환경이 조금 더 개선된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코피스는 최근 3년간 경영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만약 코피스가 한류진흥법에 따른 전담기관으로 지정된다면, 법정법인화 관련 이슈의 향방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법정법인화를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행정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코피스의 의견과 부처 내부 의견 모두 중요합니다. 코피스 내부에서도 정리된 의견을 전달해 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미래의 한류, ‘방탄소년단’과 ‘중국’
 
최근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이 전역을 마쳤습니다. 코피스에서는 ‘AI 활용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구축해 운영 중인데요. BTS의 완전체 활동 이후 국내외 소셜미디어상의 바이럴이나 데이터 트래픽도 상당히 늘어날 것 같습니다. 한류에 있어서는 워낙 상징적인 그룹인데, 이들과 함께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실지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한류에 대한 긍정적 평가나 지속가능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는 정부 부처인 만큼 새로운 케이팝 아티스트가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세계적인 그룹과 의미 있는 협력을 할 기회가 있다면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AI 활용 한류 대시보드 관련해서는 현재 새 정부 국정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판단됩니다. AI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좋은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이 있으시면 협의를 통해 사업을 내실화·고도화하는 노력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이번 한류나우 7+8월호의 키워드가 ‘중국’입니다. 연초부터 한한령 해제 조짐을 다룬 기사들을 비롯해 세간에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과연 실체가 있는 건지, 희망고문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일본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요.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중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웃이지요. 이 때문에 우리에게도 변함없는 중요한 문화협력 파트너라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제2위 콘텐츠 시장이고, 일본 역시 세계 3위 콘텐츠 시장이어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문화산업을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한한령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2016년 이후 케이팝 공연이나 드라마 방영이 상당히 줄어들고 제약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현재의 어려움에는 정치·외교·안보 측면의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교류는 지속돼야 합니다. 

‘겨울에 강물이 얼더라도 얼음 밑으로는 물이 계속 흐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과 정치·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있더라도, 문화교류는 또 다른 영역에서 지속돼야 합니다. 저와 같은 문화 분야 종사자들이 그런 역할을 계속 시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동시에 미국-중국 패권 경쟁과 같은 거대 글로벌 이슈와는 별개로 지리적 인접국가와의 협력은 지속돼야 하고요.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한중일 문화교류 포럼‘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여러 국가와 대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의 문화교류 정책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있는 김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관


 
마지막으로 한류나우 구독자 분들이나 한류 정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해외 한국학 전공자 중에 한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나 영국이 그러한데요. 영국의 경우 최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올해 10월 글로벌지역학부(OSGA, Oxford School of Global and Area Studies)에 한류학 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한류학 프로그램 설립을 위해 한국의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가 약 25억원을 기부했고요. 이런 추세라면 여타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도 유사 과정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류와 관련된 코피스의 사업, 가령 AI 활용 빅데이터나 트렌드 파악도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각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사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환류 체계도 보다 탄탄하게 마련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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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김아영 (2018). ‘한류 직문직답 이창동’, 『한류와 문화정책』. 서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URL: https://www.archivecenter.net/hallyuresearch/archive/srch/ArchiveNewSrchView.do?i_id=126757
2) 회원국 21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독일, 러시아, 멕시코, 미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아프리카연합, 유럽연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이탈리아, 중화인민공화국, 캐나다, 튀르키예, 프랑스
 
 


 


 

작은 무대, 큰 반향: 검정치마와 중국 한류의 다른 가능성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중국 시안의 작은 라이브하우스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2024년 10월 18일, 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무대에 오른 한국 대중음악 공연이었다. 주인공은 수만 명을 동원하는 아이돌 그룹이 아닌, 홍대 출신 인디밴드 검정치마였다. 1,6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이었지만 객석은 가득 찼고, 이후 우한과 정저우에서도 추가 공연이 성사됐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으로 중국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금지된 땅’이 되었다. 한때 해외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최대 시장을 잃은 한국 문화산업은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8년 후, 오스카와 토니상을 석권하며 글로벌 문화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이제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아닌 인디밴드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4억 인구와 1억 명이 넘는 한류 팬덤을 보유한 중국에서, 한류는 어떤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한한령과 한류의 새 방향
한한령으로 해외 매출의 과반수를 차지하던 중국 시장을 잃는 것은 한국 문화산업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한류의 전환점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이 닫히면서 역으로 한국 문화산업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수의 슈퍼스타만 두드릴 수 있다고 여겼던 북미와 남아시아 시장에 한류를 불어넣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새로운 한류 시장 개척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창출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 8년 사이 한류 스타들이 북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음반사와 직접 계약을 맺거나, 빌보드를 위시한 주요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놀라움보다 자연스러움의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 OTT 서비스를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예능 콘텐츠가 더 많은 해외 팬들과 만나게 되었으며, 세계 각국 시청률 순위 상위에 자리하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지난 6월 8일에는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가장 권위 있는 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하며, 또 다른 한류의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다. 

한한령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대중문화 산업은 북미 시장에서 지속성과 보편성이 담보되는 수준의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 여기에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국이 상업성을 넘어 작품성과 완성도까지 소구하는 문화상품을 세계에 내놓는 위치에 올라섰음을 확인시켜 준다. 한국 문화산업이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북미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은, 한국 대중문화가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더 큰 인기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막강한 배경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8년 만에 치러진 중국 공연의 주인공
이렇게 한국 대중문화가 글로벌 문화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내내 중국은 한한령을 고수했다. 그러나 2024년 후반부터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곳곳에서 비치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도 한국과의 문화교류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2024년 10월 18일, 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한국 대중음악 공연이 조용히 펼쳐졌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벌어진 공연은 아니었다. 장소는 중국 북서부 산시성에 위치한 도시 시안에 자리한 약 1,600석 규모의 스타볼팩토리 라이브하우스였다. ‘Teen Troubles in China’라는 제목의 단독 공연을 연 밴드는 아이돌 그룹이 아닌 한국의 인디밴드 검정치마였다. 도시도 시안이고, 스타볼팩토리 라이브하우스도 중소형 공연장이다. 하지만 객석은 검정치마의 공연을 보러 온 중국 인디음악 팬들로 가득했다. 시안에서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12월 후베이성 우한, 2025년 1월 허난성 정저우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추가 공연이 진행되었다. 지난 8년간 계속해서 불발되었던 한국 대중음악 공연이 성황리에 성사되었다는 사실은 공연 규모와 상관없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검정치마의 중국 시안 공연 모습과 공연 포스터(출처: 웨이보, 뉴스1)


 
한류에 대한 중국의 제한에서 벗어난 첫 번째 가수가 검정치마라는 점은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남긴다. 검정치마는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한류 가수가 아닌, 서울 홍대 앞에서 성장한 인디밴드다. 음원 유통은 메이저 음반사에 맡기기도 하지만, 음반 제작 방식이나 과정은 여전히 인디음악의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 팀이다. 검정치마의 중국 공연은 수만 명 단위로 관객을 모으던 아이돌 그룹 공연과 달리 1,600명 규모였다. 중국 사회 일반이 느끼는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다. 사회적 파급력이 미미한 인디밴드였기에 중국 공연 허가가 내려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검정치마의 리더 조휴일의 국적이 미국인이라는 사실도 공연 허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바로 몇 달 전, 부산 출신 인디밴드 세이수미 베이징 공연이 추진되다가 멈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한국을 본거지로 하는 인디밴드가 8년만에 중국에서 공연을 열었고, 현장에는 관객이 가득했으며, 여기에 힘입어 다른 도시로까지 추가 공연을 개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인디밴드 중국 공연 성공 소식이 더 흥미로운 까닭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 팬의 호응이 단지 아이돌 음악과 주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로 확장되어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2024년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약 1억 82만 명의 한류 팬덤·동호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류 소비국이다. 몇 년간 멈췄던 한국 드라마 수입이 2022년 잠시 공식적으로 열렸던 시기,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즉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을 정도다. 물론 이듬해 중국 정부는 다시 한국 드라마 수입 제재를 재개했다. 하지만 현재도 중국에서 공식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중국 언론에 한국 아이돌이나 한류 관련 단신이 소개되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로 그 인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형식과 스타일의 개성이 더해진 
한류를 이해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형식(form)이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대중문화의 표준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서태지에서 HOT에 이르는 한국 아이돌 음악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드럼머신과 샘플링, 신시사이저 등 디지털 악기의 적극적 활용에 있었다. 한국에 막 도입된 디지털 악기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음악가들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과 동일한 소스와 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음악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사용과 함께 성장한 케이팝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의 작업 결과물을 모아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신곡을 만드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음악만 글로벌 형식을 내면화하게 된 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설명할 때도 할리우드가 만든 특정한 형식과 미장센 구성 같은 측면이 반드시 언급된다. 그만큼 한류로 일컬어지는 한국 대중문화는 한국 밖 세계와 상호교차 하는 흐름 위에서 형성되었으며, 외부에서 유입된 형식이 한국적 문화 요소와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혼종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류는 스토리텔링 방식, 영상 언어, 음악 악곡 구조, 샘플링 사용 방식, 음색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형식을 기본으로 삼고, 그 위에 한국 문화의 특수한 성격을 일정 수준 가미하면서 스타일을 창조한 대중문화다. 이를테면 재즈라는 음악 형식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유럽에는 각국의 음악 스타일을 더한 각자의 재즈가, 일본에는 일본 고유의 스타일을 더한 일본 재즈가, 한국에는 한국 스타일 재즈가 존재하는 식이다.

재즈라는 하나의 형식에 기반하고 있기에 재즈 팬은 각국에서 만들어진 재즈에서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각 문화의 독특한 성격이 반영된 스타일을 빠르게 이해하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미학적 독창성과 개성을 즉각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형식을 공유하는 음악이 형식에 대한 이해를 가진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이유다. 케이팝 역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보편화된 대중음악 형식을 공유하면서, 그 위에 한국적인 정서나 음악, 악기 등을 집어넣어 독특한 스타일을 창출하며 세계와 소통 중이다
 
다코우에서 시작된 중국 대중음악의 변화
중국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때 1990년 대에 겪은 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1980년대 중국 영화가 첸카이거, 장이모우로 대표되는 5세대 감독이 중국 근대 변혁기를 다룬 영화로 새로운 서사 구조를 만들었다면, 1990년대 활동을 시작한 지아장커, 장위엔 등은 천안문 사태 이후 현대 중국인의 감성과 도시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당국의 검열로 중국 내에서 정식 상영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을 만큼 6세대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정서를 날카로운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같은 시기 중국 대중음악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6세대 감독들이 현대 도시의 삶과 패배주의적 한계를 이야기했다면, 1990년대 중국 대중음악은 중국 밖 음악의 흐름에 깊이 경도된 세대가 주도했다. 이들은 6세대 감독만큼이나 중국의 폐쇄성에 한계를 느꼈고, 그러면 그럴수록 중국 밖 음악에 대한 갈구를 키워 갔다. 

1990년대 중국 대중음악 변화의 핵심에는 '다코우(打口)' 음반이 있었다. 미국에서 폐기 목적으로 구멍을 뚫어 중국에 수출한 CD였지만, 중국 청년들은 이를 통해 서구 록과 팝 음악을 접하며 중국 밖 세계를 상상했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가져온 펀칭 뚫린 씨디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록과 펑크 장르였을 정도로, 다코우는 폐쇄된 중국에서 서구 대중음악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당국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동시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소위 'D-세대'는 기존과 전혀 다른 질감의 새로운 중국 록 음악을 만들어냈다. 다커우 노점이 모여있던 베이징의 대학촌 우다오커우(五道口) 지역이 중국 펑크록의 발상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처럼 다양한 해외 음악을 받아들이며 독특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해 온 중국에서, 한국 인디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다코우(打口) 테이프와 CD(출처: 출처  Revista ChopSuey, Hip Hop in China)
인디음악을 통한 한류 다변화 가능성
최근 들어 유럽에서 국악기 연주자가 포함된 한국 재즈 퓨전-크로스오버 밴드의 공연 소식은 지난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ECM, ACT와 같은 세계적인 재즈 음반사들이 한국의 재즈-국악 퓨전 밴드와 계약을 체결하는 소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재즈 못지않게 강력한 하위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블루스나 록 음악을 추구하는 한국 밴드의 일본, 남아시아 공연, 나아가 미국, 유럽 공연 소식도 낯설지 않다. 수만 명의 관객 앞에서 화려한 레이저 쇼와 함께 진행되는 글로벌 스타-아이돌 그룹만 한국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인디밴드, 퓨전재즈 아티스트가 세계 여러 국가와 지역을 순회하는 공연을 진행하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독일음반사 ACT와 음반을 발표한 4인조 국악 그룹 블랙스트링(출처: 국악포털 아리랑)
 
 
같은 맥락에서 한한령 이후 중국 시장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검정치마는 1,600명 규모의 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해외에서 공연을 진행해 온 여러 인디밴드의 공연 규모와 비교할 때 절대로 작지 않은 크기다. 인디음악은 주로 주류문화보다는 비주류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록에서 힙합,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 비주류 문화는 전 세계에 작지만, 단단한 마니아 사이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문화적 실천에 가깝다. 따라서 비주류 문화를 통한 소통은 형식에 대한 공감과 스타일의 독창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마니아적 지식이 공존할 때 가능해진다. 일정 부분 케이팝이 세계적 성공을 거둔 요인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인디음악의 글로벌 소통에는 '장르'적 성격이 더욱 중시된다. 장르적 완성도를 감식할 수 있는 마니아의 취향 공동체가 형성된 곳에서 인디음악은 그 가치가 상업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중국은 다코우 음반을 경험했던 D-세대 이후로 다양한 해외 대중음악을 즐기는 취향 공동체를 다층적으로 형성해 왔다. 한국 대중음악이 다양화되며 발전해 온 한국 인디음악과 공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팬들이 독특한 전통을 쌓아온 곳이 중국이다. 케이팝 아이돌 산업과 같은 거대한 소비는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에 한국 인디음악이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소개되고, 교류가 일어난다면 양국 대중음악 저변에서 창발하는 아이디어가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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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박정희 (2005) 중국에의 "상상" - 5세대와 6세대의 영화를 통해서.《중국학》, 제25집, pp. 221-242.
- 외교부 (2024) 「2023 지구촌 한류현황」. (제주: 국제교류재단.)
- 정성조(2024. 12 19.). 한류 제한령' 후 8년만에 中서 韓가수 공연…인디밴드 검정치마. 《연합뉴스》. URL: https://www.yna.co.kr/view/AKR20241219067500083
- 조일동 (2020) 1990년대 한국대중음악 상상력의 변화: 전자악기와 샘플링, 그리고 PC통신. 《음악논단》, 제43집, pp. 165-195.
- Jeon, Joseph Jonghyun (2024) Bong Joon Ho. Champaign: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 de Kloet, Jeroen (2010)  China with a Cut: Globalisation, Urban Youth and Popular Music. Amsterdam: Amsterdam University Press.

 



 


 

Stock Inside
2025년 5~6월 엔터 산업 주가 분석
 
임수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25년 5~6월, K-엔터테인먼트 업종은 +16.1%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지수 대비 아웃퍼폼(outperform)*했다. YG(+41.9%)는 블랙핑크(BLACKPINK) 2차 월드투어 발표와 MD 전략 변화로 업종 내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고, 디어유(+29.3%)는 중국 QQ뮤직 버블 서비스 출시 기대감으로 급등했다. 하이브는 6월 들어 +16.2% 급등하며 하반기 메가 IP 활동 집중과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복귀 기대감이 반영됐다.
*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경우를 뜻하는 경제용어

글로벌 콘텐츠 측면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케이팝의 라이트 팬덤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OST가 1주일 만에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유럽·동남아에서 동시다발적 관심을 보였다. 이는 기존 코어 팬덤 중심에서 벗어나 신규 팬덤 유입을 통한 공연 수요 저변 확대의 실증적 사례로, 하반기 메가 IP 글로벌 투어와 맞물려 티켓 객단가 상승과 MD 소비 확장 효과가 기대된다.

정책적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문화가 곧 경제'라는 기조 하에 5만 석 케이팝 전용 공연장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현재 공급 포화 상태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고척돔의 '쪼개기 콘서트' 문제를 해소하고 수익성 확보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방 정부에 5천 석 미만 공연 승인 권한을 위임하며 9년 만의 공연 시장 개방 신호를 보냈다. 중국 공연 재개는 단순 실적 개선을 넘어 가치사슬 전반의 구조적 리레이팅(re-rating)**을 유도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의 기초여건 개선으로 인한 기업가치 재평가를 의미하는 투자용어
I. 2025년 5~6월 업종별 주가 분석
1. 엔터테인먼트
1) 엔터, 대형 IP 중심 차별화된 주가 흐름
2025년 5~6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0.1%, +9.0% 상승하며 전체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와 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국내 대선 이후 정책 기대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주와 소비재 중심의 중소형주에서 강한 반등이 나타났으며, 엔터테인먼트 업종 전반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코스닥 대비 +16.1%의 높은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아웃퍼폼했다. 5월과 6월 각각 +2.9%, +12.8%의 탄탄한 흐름을 보였으며, 6월 상승폭이 가팔랐던 점은 중국 관련 기대감과 콘서트 일정 발표에 따른 연간 실적 추정치 상향이 반영된 결과다.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41.9%)와 디어유(+29.3%)의 주가 상승이 돋보였고, 반면 큐브엔터테인먼트는 -13.3%로 유일하게 하락 마감했다.

가장 돋보였던 종목은 YG엔터테인먼트로, 5월 +20.7%, 6월 +17.5%를 기록하며 누적 +41.9%라는 업종 내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블랙핑크의 완전체 신곡 발표 소식과 2차 월드투어 일정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며 주가에 강한 상승 모멘텀이 작용했다. 특히 2024년 4분기부터 본격화한 MD 전략 변화가 이번 컴백과 맞물리며, 관련 매출 성장이 가파르게 나타나는 구간에 진입했다. 공연과 MD의 시너지 구조가 본격화되며 블랙핑크 IP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는 디어유가 눈에 띄는 흐름을 보였다. 5월 +14.8%, 6월 +12.6%를 기록하며 누적 +29.3%의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 QQ뮤직 내 버블 베타 서비스 출시 소식과 함께, SM·JYP·큐브 아티스트의 순차 입점 일정이 공개되며 기대감이 작용했다. 특히 중국 현지 아티스트의 입점이 빠르면 7월 말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주가 모멘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이브는 5월 -0.4% 하락했으나 6월 들어 +16.2% 급등하면서 누적 +15.7%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BTS) 전원의 군 전역을 앞두고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되며, 4분기 월드투어 일정 발표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특히 3분기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4분기에는 세븐틴(SEVENTEEN)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티스트 활동 집중이 예상되며, 하반기 실적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5월 +3.6%, 6월 +9.9%를 기록하며 누적 +13.8% 상승했다. 2분기 실적 호조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으며, 라이즈(RIIZE), 엔시티 위시(NCT WISH) 등 신인 IP의 음반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 재개 기대감 역시 지속 반영되는 분위기로, 자회사 디어유의 중국 버블 서비스 출시 소식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5월 +7.9% 상승했으나 6월에는 -0.5% 하락하며 누적 +7.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분석기간 신인 보이그룹 킥플립(KICKFLIP), 있지(ITZY)의 컴백은 기대 대비 음반 성과가 제한적이었고, 신인 성과에 대한 투자자 평가가 갈리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트와이스(TWICE)와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의 신보 발매 및 공연 일정이 예정된 만큼 실적 개선이 주가 회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2) <케이팝: 데몬 헌터스>, 라이트 팬덤까지 저변 확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글로벌 흥행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OST는 공개 1주일 만에 41개국에서 1위, 93개국에서 상위 10에 진입하는 등 음악 콘텐츠 소비에서도 강한 호응을 입증했다. 케이팝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해당 작품은 기존의 팬덤을 넘어선 신규 수요층을 창출해 낸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번 작품의 성공은 케이팝 콘텐츠가 단순 음악을 넘어 전 세계 대중에게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중심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미·유럽·동남아 등지에서 고르게 유입된 시청 시간은 글로벌 콘서트 수요의 저변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기존 '코어 팬덤' 기반의 수익 구조에서 '라이트 팬덤'까지 포섭하는 구도로 산업 구조가 확장되고 있다는 실증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콘텐츠 기반 팬덤 확장이 하반기 본격화할 메가 IP 중심의 글로벌 투어 시기에 정확히 맞물린다는 것이다. 하이브의 엔하이픈(ENHYPEN), SM의 엔시티 드림(NCT Dream), 에스파(aespa), YG의 블랙핑크, JYP의 트와이스 등은 이미 하반기 중 대규모 월드투어를 예고한 상태로, 전통적인 팬덤 외에 신규 유입된 라이트 팬층까지 공연 수요에 참여할 경우 티켓 판매량은 물론 ATP(Average Ticket Price, 평균 티켓 단가), MD 상품의 객단가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하반기 투어는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유럽 중심의 고소득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평균 구매력이 높은 팬층의 참여가 실적 성장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



3) 이재명 정부 정책 기대감, 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레이팅(re-rating) 신호탄
2025년 5월,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가 곧 경제"라는 발언과 함께 K-콘텐츠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공연 인프라 확대 측면에서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5만 석 규모의 전용 케이팝 공연장 설립은 단기 수혜보다 중장기적인 산업 체질 개선의 상징적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의 주요 대형 공연장은 체육시설을 개조한 형태가 대부분으로, 아티스트의 위상과 글로벌 수요에 비해 공연 인프라의 수용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5만 석)이나 고척돔(2.5만 석)조차 공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형 IP를 보유한 아티스트들조차 한 회당 5만 명 이상을 수용해야 하는 일정에서 여러 회차로 나눠 공연을 진행하는 '쪼개기 콘서트'를 택하고 있다. 이는 인력 비용, 리허설 일정, 아티스트 일정 등에서 비효율을 초래하며, 국내 팬 수요에도 전부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부 기획사는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 외 지역 공연장(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천문학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등)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공연 준비 인력과 운영 비용 증가로 인해 서울 시내 공연장 수요는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관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이며,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해외로 팬들이 유출되는 부작용도 동반되고 있다.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전용 공연장 설립이다. 5만 석 규모의 공연장이 서울 및 수도권에 마련될 경우, 해외와 유사한 수준의 단일 회차 흥행 구조가 가능해지고, 회당 60~100억 원 규모의 매출 창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공연 수요와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내 대규모 공연장은 공연·MD·관광 소비를 연결하는 복합 거점으로서 산업 전반의 외연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예정된 전용 공연장만 해도 하남 스피어(1.8만 석), 창동 아레나(1.8만 석) 등이 있으며, 빠르면 2028년 완공이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더불어 잠실 주경기장도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국내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공연장이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장기 공급 확장은 국내 아티스트의 수익 기반을 국내로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전용 공연장이 확보되면 아티스트의 국내 활동 회복, 팬덤과의 밀접한 소통 구조 형성, 공연 일정의 연속성 확보, 예측할 수 있는 수익 구조 등이 가능해진다. 기존 체육시설의 임시 대관 구조는 시즌, 날씨, 스포츠 일정 등에 따라 공연이 제한되고, 설치와 해체 비용이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되어왔다. 전용 공연장이 확보될 경우 이러한 비용 구조의 비효율성은 줄어들고, 복합문화공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져 전시·팝업스토어·MD 판매 등 수익 다변화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브, YG, JYP, SM 등 주요 상장사들은 이미 연간 수백 회의 글로벌 투어를 소화할 수 있는 IP 및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들이 국내에서도 지속적이고 대규모 공연을 전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될 경우, 실적의 안정성과 확장성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연계된 고부가 수익 창출도 가능해져, 콘텐츠 산업의 수출형 모델에서 내수 기반 성장 모델로의 전환도 기대된다.
 
4) 공연 인프라·수요 모두 최적화된 중국 시장
최근 중국 정부가 5천 석 미만 규모 공연의 지방 정부 승인 권한 위임을 발표하며, 케이팝 아티스트의 중국 내 공연 재개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약 9년 만의 규제 완화 조짐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 전반에 중장기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한한령 해제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공연 산업 개방' 기조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를 언급하며 해외 아티스트 공연 유치를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입 및 지역 소비 진작을 추진하고 있다. 공연장 규모와 외국인 관객 비중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도입으로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대형 공연이 빠르게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대형 상업 공연 시장은 약 5.6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67% 성장했으며, 1만 석 이상 아레나급 공연과 4만 석 이상 대형 공연 비중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회당 평균 티켓 가격과 관객 규모가 한국보다 높고, 대도시 밀집도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ATP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크다. 중국 공연 시장의 개방은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넘어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1~2년 내 인프라 확충이 이어질 경우, 공연 수익 구조는 더욱 개선될 수 있다. 또한 공연을 기점으로 한 신규 팬덤 유입은 음반 구매와 MD 소비로 이어지는 수익의 연쇄 반응을 유발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내 연간 5회 공연을 가정할 경우, 각사별 영업이익 상향 효과가 평균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 팬덤은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공연을 기점으로 한 신규 팬덤 유입이 음반 구매와 MD 소비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파급 효과는 공연 이후 전 사업부문으로 확장되는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재개 시점과 허가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 정책 방향성과 인센티브 제도 도입, 팝업스토어 해제 흐름 등을 종합할 때 2026년 중 본격적인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연 시장 오픈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레이팅(re-rating)을 이끌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중장기 업사이드(upside)* 관점에서 긍정적인 투자 신호로 해석된다.
*주식의 상승 잠재력이나 기대 수익률을 의미하는 투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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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아티스트 하이브(BTS, 세븐틴, TXT, 엔하이픈, 르세라핌, 보넥도, TWS, 아일릿), SM(동방신기, 샤이니, 레드벨벳, EXO, NCT 127, 드림 위시, 에스파, 라이즈), JYP(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DAY6, ITZY, 엔믹스), YG(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가정에 포함
주2: 공연 회차 동일 가정 적용하였으며 , MD, 구보 음반판매 등도 보수적으로 추정치에 반영



 


Stock Inside
2025년 5~6월 미디어 산업 주가 분석
1분기 성적표를 앞두고 숨고르기
 
김희재 대신증권 미디어 산업 연구위원

미디어 산업의 5~6월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형성했다. 주요 8개 종목의 주가는-0.4% ~ +26%로 7개 기업이 상승했으며, CJ ENM, 콘텐트리중앙, 에이스토리, NEW, SBS 등5개 기업이 지수 대비 아웃퍼폼(Outperform)*했다. 상반기 주가는 변동성이 컸다. 1~2월 TV 광고 회복과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상승했으나, 3~4월 1Q25 실적 우려로 하락 전환됐다가, 5~6월 주요 지표 개선으로 다시 반등했다. 2Q25 시청률과 글로벌 OTT 인지도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작품 수 부족과 TV 광고 회복 지연으로 실적 개선은 3Q25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반기 작품 수 증가와 리쿱률(제작비 대비 지급하는 판권료의 비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해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경우를 뜻하는 경제 용어
1. 2025년 5~6월 업종별 주가 분석
5~6월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은 -0.4% ~ +26% 수준이다. 주요 8개 종목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4.2조 원으로 +11.2% 상승했다. 기업별로는 SBS +26%, 에이스토리+25.3%, 콘텐트리중앙 +25.2%, CJ ENM +21.4%, NEW +9.2%, 팬엔터테인먼트 +4.6%, 스튜디오드래곤 +0.4%, 삼화네트웍스 -0.4% 순이다. 동기간 코스피는 +20.1% 상승, 코스닥은 +9% 상승했다. 콘텐츠 기업들 8개 중 지수를 아웃퍼폼한 기업은 CJ ENM, 콘텐트리중앙, 에이스토리, NEW, SBS 등 5개 기업이다. 6월 중순 이후 소폭 조정을 받기 전 기준으로는 에이스토리 +43.7%, 콘텐트리중앙 +42.1%, SBS +39.4% 등 주요 8개 종목들은 +2.8%~+43.7% 수준으로 상승했다.

5~6월의 상승에 힘입어, 25년 YTD(Year To Date, 연초 대비 누적 실적) 상승률은 CJ ENM +39.5%, 콘텐트리중앙 +36.6%, 에이스토리 +35.2%, 스튜디오드래곤 +19.4%, SBS +19.2%, 팬엔터테인먼트 +15.4%, NEW +4.9%, 삼화네트웍스 -2.7%를 달성 중이다. 2025년 상승폭은 매우 크지만, TV 광고 부진에 따라 23~24년 -73.7%~-35.9%의 부진을 겪었다. 2023년 이후 상승률은 여전히 -72.2%~-23.8%로 코스피 +34.7%와 코스닥 +12.9% 대비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5~6월 상승세를 통해 상반기+39.5%의 최고 상승률을 달성한 CJ ENM의 상승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주요 작품의 시청률 호조가 첫 번째 상승 요인이다. 지난 3~4월에도+1.6%로 업종 내에서 유일하게 상승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3~4월<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3.7%로 시작해서 8.1%로 종영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CJ ENM에서 방영한 주요 작품들의 2014년 이후 평균 시청률이 6.3%를 기록하며, 이 작품 방영 기간 중 주가는 최고+8.5%까지 상승했다.

후속작인<미지의 서울>은 3.6%로 시작해서 8.4%로 종영했으며, 방영 기간 중ENM의 주가는 최고+47.9%, 종영 기준+35.4% 상승했다. 이전 작품들인<별들에게 물어봐>(3.9%), <그 놈은 흑염룡>(5.1%), <감자연구소>(2%), <이혼보험>(3.2%) 등의 부진을 딛고, CJ ENM은 연이은 히트작을 통해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지의 서울>의 흥행은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쳤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 최고 +21.1%, 종영 기준 +11.1% 상승했다.



 
ENM 상승의 두 번째 요인은 미국 자회사 Fifth Season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다. Fifth Season은 인수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2022년 -390억원, 2023년 –660억원, 2024년 –520억원). 지난 4Q24에는 8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고,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약 330억원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개선되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1Q25에 -1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ENM 전체 실적도 7억원으로 감소했고, 실적 발표 당일 ENM 주가는-8% 급락했다. 그러나 Fifth Season이 2Q25에 많은 작품을 공급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었다. 실제로가 아마존에 공급된 후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Fifth Season을 포함한 ENM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었고, 이는 5~6월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되었다.

ENM 상승의 세 번째 요인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합병 시 MAU(Monthly Active Users)* 기준 가입자는 1,100만 명 수준으로 넷플릭스 1,400만 명에 이은 2위 사업자로 등극하게 된다. 티빙은 ENM과 종편 등의 실시간 및 VOD 콘텐츠 위주로, 웨이브는 지상파의 실시간 및 VOD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두 플랫폼의 콘텐츠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합병 시 가입자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법인은 1,000만 명이 넘는 규모를 유지하면서 경쟁 완화에 따른 콘텐츠 비용 및 마케팅 비용 등의 절감으로 손익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의 수

한편, 콘텐트리중앙은 5~6월+25.2% 상승했고, 최고+42.1%까지 상승했으며, YTD 기준+36.6% 상승으로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콘텐트리중앙의 상승 요인도 ENM과 유사하다. 콘텐트리중앙의 올해 작품 성과는 매우 좋다. 최고 시청률 기준으로 <옥씨부인전> 13.6%, <협상의 기술> 10.3%, <천국보다 아름다운> 8.3% 등을 기록했다. 5월에 공개한<굿보이>는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플레이에 동시 방영되고, 해외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에 동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여러 플랫폼에 방영되어 TV 시청률은 다소 낮을 수 있지만, 수익성이 매우 좋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방영 전부터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작품 공개 후 평균 5.8%, 최고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콘텐트리중앙 작품의 장기 평균 시청률 4.7%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공개 후 주가는 추가 상승세를 형성했다가 6월 말에 소폭 조정을 받은 상황이다.



 
ENM과 마찬가지로 미국 제작 자회사 Wiip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Wiip은 연간 -400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으나, 2025년에는 공급하는 작품의 규모가 크고 개수도 많아지면서 1Q25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2Q25에는 흑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2Q25에 제작·공급한는 공개 후 아마존 프라임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시즌제의 특성상 시즌이 거듭될수록 OTT로부터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며,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전 시즌들을 다른 OTT 플랫폼에 재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성과들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2. 2025년 5~6월 미디어 산업의 주가에 대한 의견
5~6월 미디어 산업의 주가는 오랜만에 큰 폭의 상승세를 형성했지만, 6월 중순 고점 대비 6월 말 주가는 약-10% 정도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지수는-2%~-1% 정도의 미미한 하락에 그쳤기 때문에, 미디어 업종의 조정은 업종별 요인인 2Q25 실적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주가 조정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산업의 핵심 전방산업인 광고시장의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고는 GDP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되, GDP보다는 다소 큰 폭의 상승과 하락세를 형성한다. 2020년 팬데믹에 따른 GDP -0.7% 하락기에 광고시장은-2.1% 하락했고, 2021년 GDP가+4.6% 반등했을 때 광고시장은+9.9% 상승했다. 2022년 GDP 상승폭이+2.7%로 감소하자 광고시장도+6.5%로 상승폭을 줄였고, 2023년 GDP가+1.4%로 상승폭을 다시 줄이자 광고시장은+0.1%로 위축되었다. 2024년 GDP가 +2%로 회복하자 광고시장은+2.8%의 상승으로 반응했다.

이처럼 광고시장은 GDP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광고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GDP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GDP는 분기 단위로 집계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에 광고시장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실적과 주가 동향을 예측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광고에 대한 선행지표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KAI(Korea Advertising Index, 광고경기 전망지수)가 사용된다. 이 지수는 560여 개 광고주를 대상으로 다음 달 광고지출 증감 여부를 조사하여 산출한다.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으면KAI가 100 이상으로 계산되고,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으면 100 미만으로 계산된다. 광고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광고시장의 방향성을 파악하기에는 유용한 지표다.

4월 말에 발표된 5월 KAI 지수는 100.2로 4월 대비 5월 광고시장의 보합이 예상됐고, 5월 말에 발표된 6월 KAI는 99.6으로 5월 대비 6월 광고시장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5~6월의 광고시장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KAI를 통해 유추해 보면 2Q25가 통상적인 광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3~4월 또는 1Q25 대비 광고시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5~6월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 성과에 힘입어 오랜만에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였지만, 전방산업인 광고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 및 이익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이 6월 중순 이후 미디어 업종 주가가 약-10% 정도 조정을 받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6월 말에 공개된 7월 KAI는 101.6으로, 6월 대비 7월 광고시장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5~6월 콘텐츠의 성과는 우수했지만 광고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2Q25 실적의 큰 폭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7월의 광고시장 전망은 양호하고, 콘텐츠의 경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전체 작품 수 및 대작들이 몰려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주가 조정의 폭은 크지 않고 조정 기간도 짧을 것으로 전망한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활용 한류 트렌드 브리핑1)  
임동현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1)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AI 기 빅데이터 대시보드’를 활용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ttps://www.kwavebigdata.kr
BTS의 복귀 초읽기와 케이팝 남성 그룹 트렌드
다가올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을 넘어, 케이팝 산업의 현재 위치와 향후 지속가능성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BTS의 군 복무로 인한 일시적 부재는 역설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케이팝, 특히 아이돌 그룹의 산업적 역량과 진화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시장의 공백을 메우며 성장한 주요 그룹들의 데이터는 BTS가 부재한 동안 케이팝의 작동 방식과 성공 전략이 어떻게 다변화되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최근 한류 빅데이터 대시보드 케이팝 분야에서 다수의 상위권 키워드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데이터를 통해 최근의 트렌드와 BTS 복귀의 의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입대로 인한 공백기에도 한류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키워드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렀던 BTS는, 멤버들의 연이은 전역 소식으로 최근의 케이팝 부문 탑 키워드 순위에서 1위에 올라와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역 후 비교적 활발한 솔로 활동을 진행해 온 제이홉은 탑 키워드에서 4위를 기록했다. 탑 키워드 순위에서 블랙핑크(Black Pink)와 리사(Lisa)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엔하이픈(Enhypen), 세븐틴(Seventeen),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By Together), 엔씨티(NCT) 등의 남성 그룹이다. 남성 그룹 팬덤이 상대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만큼, 이들의 키워드 데이터는 현재 케이팝 남성 그룹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을 파악하는 유용한 지표가 된다.


스트레이키즈 온톨로지

NCT 온톨로지

우선 스트레이 키즈와 NCT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룹이라는 단위만큼이나 멤버 '개인'의 역량이 핵심적인 자원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스트레이 키즈의 연관 키워드에서 '창빈(Changbin)', '필릭스(Felix)' 등 특정 멤버의 이름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현상은 단순히 특정한 멤버의 인기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그룹의 정체성이 개별 멤버들의 창작과 퍼포먼스 역량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멤버가 그룹을 구성하는 멤버로서의 단위가 아닌 그룹의 '브랜드'를 구성하는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기능하는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새로운 모델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지표다.

NCT 역시 '태용(Taeyong)', '도영(Doyoung)' 등 핵심 멤버와 함께 'sound', 'experimental'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나타난다. 이는 멤버들의 음악적 색채가 유닛의 퍼포먼스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원문 분석에서도 NCT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각 서브그룹의 멤버들 간의 상호작용이 팬들에게 중요한 화젯거리로 소비되고 있음이 나타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온톨로지 

둘째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By Together)의 데이터는 '콘셉트'의 서사적 확장이 팬덤 결집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들의 연관 키워드에서 멤버 이름과 함께 'concept’가 높은 연결 강도를 보이는 것은, 그룹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선다는 점을 시사한다. 팬덤이 몰입하고 해석하는 실천적 차원이 세계관과 콘셉트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케이팝에서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일이 그룹이 구축한 서사에 참여하는 '경험'을 포함하는 케이팝 팬덤 문화의 질적인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다.
 
세븐틴 온톨로지 분석 

마지막으로 세븐틴(Seventeen)의 데이터는 팬덤과의 관계 자체가 중요한 상징자본으로 기능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anniversary', 'challenge', 'concept'와 같은 키워드들은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이 아닌,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가치가 증대됨을 나타낸다. 이는 아티스트와 팬덤이 맺는 관계가 하나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팬덤과의 '감정적 유대' 및 '관계적 실천'을 통해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븐틴 키워드의 원문 분석에서도 세븐틴의 10주년을 언급하면서 아티스트와 팬덤이 공유하는 추억과 자부심을 언급하는 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흐름은 모두 BTS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요인을 후발 주자들이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분화는 BTS가 열어놓은 세계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 속에서, 후발 주자들이 각자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케이팝 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다각화하고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다변화된 세계 시장 환경에서 BTS의 복귀는 단순한 인기 그룹의 컴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BTS는 다른 그룹들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들을 이미 종합적으로 제시했으며, 앞으로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할 뿐만 아니라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입대 직전까지 각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통해 각자의 음악적 정체성과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BTS는 앞서 분석한 멤버 개인의 독자적 역량에 대한 상품화라는 트렌드의 가장 성공적인 선례이며, 이는 완전체 활동 시 발생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기반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토픽 기반 분석 

최근의 케이팝 분야 토픽 기반 분석은 '프로덕션 퀄리티'와 '라이브 퍼포먼스' 등 아티스트와 콘텐츠의 질적 수준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BTS가 세계 시장에 소구한 '진정성'이라는 테마의 한 축이 질 좋은 무대에 대한 열망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들의 복귀는 화려한 콘셉트나 마케팅 전략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음악적 완성도와 메시지라는 케이팝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점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BTS 시대는 여러 그룹이 각축을 벌이며 케이팝의 외연을 확장한 시기였다. 그러나 BTS의 귀환은 이 다원화된 시장에 강력한 구심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BTS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존 케이팝의 강점을 한층 더 높은 퀄리티로 제시할지, 아니면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다른 그룹들에 또 다른 과제를 제시하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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