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여성인권센터 10주년 기념 행사

십대여성인권센터, 함께 걸어온 10년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환영사
안녕하십니까?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조진경입니다.
 

잔치를 벌이면 많은 준비를 합니다. 국수도 삶고, 고기도 굽고, 과일도 깎아 내놓는 것처럼, 그렇게 설립 10주년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의미있는 10주년 행사를 보내고 싶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2년에 걸쳐, 의료지원단에서는 5년간의 의료지원과정의 질병코드를 분석해 성매매는 성착취임을 명확히 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하였고, 심리지원단 주관으로는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심리치료 작품전시회, 오늘 전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를 이대와 국회에서 각각 개최하였습니다. 다가올 1214일에는 법률지원단 주관으로 개정 아청법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나면서 성매매를 성착취로 용어변경하고 글자로만 존재하는 듯한 위장/함정수사 규정을 실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법개정안을 제안하는 성매매는 성착취다 법률지원 토론회를 개최하려 합니다. 그리고 오늘 10년 사업보고서, <십대여성인권센터, 함께 걸어온 10>과 도록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출판기념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잔치를 준비했는데, 정작 잔치에 오셔서 마음껏 축하해주시고, 함께 기뻐해주실 손님들이 없으면 그 잔치의 주인은 허탈감과 실망감, 부끄러움과 낭패감에 속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저도 오늘을 너무나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당장 오늘 기뻐해주고, 함께 축하해주실 손님들이 안오시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는데, 이렇게 먼데서, 가까운데서 우리들을 기억해주셔서 바쁘신 중에 와주신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에 대한 저의 감사한 마음을 제가 믿는 하나님께서 여러분들게 10배로 보답해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우연하게도 125일 오늘과 같은 날짜였던, 설립초기의 2012125일을 기억합니다. 이날은 우리 센터 비영리민간단체 설립 신고증이 나온 날이기도 합니다. 그날 아침,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센터 설립 초기의 사무실이 있었던 화곡동의 반지하 집을 계약하고 부동산을 나서는데, 조금씩 눈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오네”, 하면서 당시 성공회대 NGO 대학원 실천여성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렇게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후 5시가 되어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놀라운 날이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쌓일지 몰랐는데,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얗게, 두텁게 쌓인 눈이 얼마나 포근해 보이는지.
 
수업 후 동기들한테 뒷풀이를 제안하고 모두에게 맥주 한잔씩을 돌렸습니다. “오늘 나는 우리 센터 사무실 계약을 한 날인데, 온 세상이 하얗게 우리의 시작을 축복한다라고 하며, 모두에게 우리 센터의 시작을 축하받았습니다. 그날이 바로 오늘과 같은 125일이었습니다.
 

10년 사업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저는 온몸과 마음에 기록되어 있는, 아니 뼈속까지 각인돼 있던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면서 매일 매일 눈물이 났습니다. 10년이 누구에게는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너무나 무겁고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좋은 일, 보람찬 일, 기쁜 일도 너무 많았는데, 보고서를 준비하는 시간동안에는 힘든 일, 억울했던 일, 속상했던 일들만 우선 떠올랐습니다. 원래 사는게 다 그렇듯이 어떤 삶이 좋은 일만 있었겠습니까만, 지나보면 다 좋았던 기억만 남는데, 제게는 이 수많은 감정들이 좋은 기억들로만 남기에는 아직도 긴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습니다.
 
2014년 지금의 당산동 사무실로 이사를 하고, 텅빈 사무실에서 다음해 프로젝트를 혼자서 준비하고 있는데, 선망이 있었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우리 엄마가 발작을 하셔서 병원이 난리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11시가 훨씬 넘은 그 밤에 택시를 타고 상록수에 있는 병원으로 가면서 엄마, 꼭 이렇게 중요한 때 이러시면 어떻게요...” 하면서 가보니, 양팔이 침대에 묶여있는 엄마가 저를 보면서, “진경아, 도망가!” 하셨습니다. 한 밤을 꼬박 새우면서 저런 엄마를 원망했던 제가 미워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 만 132개월이 된 지적장애 아동 하은이사건을 지원하면서 6명의 성착취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는데, 가해자 6명이 모두 성매매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손배소송에서 하은이가 대상아동청소년이라서 가해자들에게 손해를 본 게 없다고 원고 패소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손배소송도 모두 원고 패소될 위기인데, 그렇게 되면 갚아줘야할 소송비용이 걱정이 되어 사무실을 빼고, 문을 닫아야 하나. 하며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성매매업소에서 발견된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그 아이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팔짝팔짝 뛰면서 당장 식칼을 들고 니네들을 찾아가서 찔러버리겠다는 위협을 듣고, 그 밤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경찰청에, 112에 신고하면서 신변보호요청을 했던 아찔한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사이버또래상담사업을 결국 제 손으로 정리해야 했던 상황 때문에 온 몸에 피부염증이 생기고, 분노와 억울함에 어떻게도 평안함을 유지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속상하고, 슬펐던 감정들 때문에 10년 보고서를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매일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을 거치면서 . 그 많은 일들이 이제 다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 그렇게 단호하게 맞섰습니다. 정말 처절하게 버텼습니다. 그렇게 눈 떠보니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10년을 보냈지만, 우리는 아청법을 바꿔내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일어나는 성착취 상황을 추적하여 수많은 변화들을 만들어 내었고, 정말 많은 성착취자들을 고소고발하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은 멈춰야만 했지만 30명이상의 사이버또래상담원을 배출하였고, 33,691명의 피해아동청소년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10년동안 우리가 정성을 다해 만났던 수많은 아동청소년들과의 시간은 우리 서로에게, 각자에게는 영원히 기억되는 도움의 시간이기도 하고, 긍지의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 시간을 함께 겪어냈던 우리 운영위원님들과 상담원들, 특별히 권주리 사무국장을 기억합니다. 벌써 9년째 센터를 함께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사건 사고들을 함께 겪었고, 함께 이겨내었습니다. 앞으로도 십대여성인권센터의 가장 중심에서 일할 우리 권주리 국장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센터를 지원하고 보호하시는 여러분들 앞에서 권주리 국장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박수를 함께 쳐주신 여러분들은 앞으로도 우리의 힘이 되어 주실 것을 약속하는 박수를 쳐주셨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순서를 허락해주신 김선옥 원장님, 차인순 교수님, 김선욱 대표님, 김기룡 대표님, 장민혜 운영위원장님, 김동심 심리치료단장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추천사를 해주실 장혜영 의원님은 어제 기후위기 국제회의를 참석하시느라 두바이에서 입국하자마자 이 자리에 바로 참석해주셨습니다. 피곤하실텐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지켜주셔서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신 모든 분들게 한마디씩 청해 듣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렇게 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10년을 바라보며 걷고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에 직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난 10년을 꿋꿋하고 당당하게 걸어왔던 것처럼, 그렇게 또 10년을 걸을 것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은 우리의 힘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