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기념 행사 김선옥 전 새날을여는청소년쉼터 대표 축하인사
안녕하세요 김선옥입니다.
5년 만에 오늘 여기서 지난 20년간 같이 동거동락했던 친구들을 만나뵈니까 너무 반갑고, 오는 길이 너무너무 흥분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감사합니다. 오늘 조진경 대표님이 저를 우리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설립을 도왔던 사람이라고 이 자리에 세웠으니 제가 지난 10년간의 라떼를 팔겠습니다. 괜찮으시겠죠? 라떼 팔라고 세웠다고 생각하고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사실 제가 그동안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여러분을 축하하고 우리 조진경 대표에게 감사의 말만 하려고 왔는데 지금 조진경 대표의 이 10년의 얘기를 듣는 순간 제가 너무너무 미안해요. 사실 제가 너무 2011년에 사이버또래상담실을 꼭 만들어야 되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만들어서 조 대표에게 이렇게 제가 부탁을 하면서 물려줬는데 '이렇게 10년 동안 힘들었구나! 어떡하지?', 내가 저기 앉아 있는데 이게 제가 '축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마음이 잠깐 들었습니다. 제가 먼저 우리 조진경 대표님을 좀 안아주고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까. 하여튼 죄송합니다, 조 대표님. 저 좋자고 이렇게 물려줬더니 이렇게 남을 고생시키다니.
2010년쯤이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사이버또래상담실을 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사실 그때 당시에 가출 청소년들의 인터넷 성매매가 너무너무 심각한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는 분들이 없었어요. 경찰도 그냥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함정수사 해서, 그 때 잠깐 하는 수준. 그리고 여성가족부에서도 무언가 대안을 내놓아야겠는데 그 방안을 찾지 못하시는 모습. 이런 것을 제가 보다가 그 때 제가 2010년에 위기청소년교육센터의 중앙위기청소년교육센터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 10개소의 위기청소년교육센터가 있었는데 그 청소년 캠프를 열려면 한 센터에 6명에서 10명 정도의 교육생을 보내야 되는데 그 수요가 없는 겁니다. 수급을 할 수가 없어서 이 방안을 모색하다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본인들이 인터넷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는 그들밖에 몰라, 우리가 들어가서 얘기하면 강퇴 당합니다. 그들의 신조어를 가지고 얘기하면 우리가 어리버리하다가 그냥 강퇴당하기 일쑤인데 '오히려 10대들의 성매매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언어로 구조를 하면 이거는 대박치겠다.' 그게 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저희 새날을여는청소년쉼터 상담원들과 의논을 해서 이 사업을 하기로 하고 무작정 그냥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 3월에 다시함께센터의 직원으로 있다가 그만두고 잠깐 쉬고 있던 전 다시함께센터 소장 김민영 선생님을 오시라고 해서 4명의 사또들, 사이버또래상담실 상담원 4명을 뽑아서 교육시키고, 여성학 강의를 해서, 2개월 동안 교육을 시킨 다음 5월 달에 저희가 딱 문을 여는 순간, 그 5월 한 달 동안에 100여 명의 피해 청소년들을 저희가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우리의 상상이 맞았구나.' 그래서 이 사업을 하기로 하고, 여성가족부에 문을 두드리고 ,서울시에 문을 두드려서 급조된 2천만 원을 가지고 1년을 사업을 하고 나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2012년에 정식으로 여성가족부의 지원 7,500만 원을 받으면서 사이버또래상담실을 설립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나서 2013년에 이제 제가 '내가 이것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제가 사정사정 우리 조진경 대표님에게 대신 이 사업을 이어받아서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 때 당시에 새날을여는청소년쉼터에 있던 모든 전 재산을 털어서 화곡동 전세방을 구하고 우리의 모든 집를 나눠주고 일을 시작했던 것이 오늘 10주년을 맞이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스스로 알고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에게 이 일을 일임했기 때문에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오늘의 모습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 어려운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비바람을 견뎌내주고 또 그 길을 함께 해줬던 우리 권주리 사무국장님, 상담원들 정말 너무너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들이 걸어온 길은 그냥 걸어온 게 아니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그들이 정말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 온몸으로 받아냈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10년 동안의 수고가 저는 절대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느끼든, 알든 모르든 간에 어디선가 여러분의 손길을 받았던 그 많은, 그 때는 청소년이었고 지금은 10대, 20대, 30대가 된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인가 하면서 당당히 한 여성으로 살아가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홍천에서 왔습니다. 홍천의 겨울은 지금 더 춥지만, 어쨌든 홍천이든 서울이든 서 있는 나무를 보면 지금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지금 맨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보면서 저희가 이쪽으로 왔는데요. 그 겨울 나무를 보면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오늘의 모습이 바로 10년 동안 비바람을 견뎌내고 눈보라를 견뎌온 이 겨울나무와 같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겨울나무와 같은 든든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아직도 더 걸어가야 될 길이 많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계속 많고 또 다시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형은 또 바뀔 것이고, 또 거기에 대응해야 될 것이고, 또 대응하다 보면 또 다시 여러분의 마음은 다치고, 여러분이 지칠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오신 여러분들은 오늘 10주년 이 행사를 마친 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응원과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와주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노고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요새 특히 MD 세대들, 현대인들 다 그렇잖아요. 나 살기 바쁜 세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모인 여러분들, 특히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지키고 있던 이 모든 분들은 나를 넘어서 남에게, 타인에게 온 열정과 헌신과 마음을 내줬던, 그런 10년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저부터도 굉장히 모험이었고 우리 조진경 대표와 권주리 사무국장을 비롯한 여기에 함께했던 사람들은 다 모험의 길이었고, 또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도 우리가 어떤 일이 내게 닥칠지 모르는 모험의 길을 떠나야 될 텐데, 그 함께 걸어갈 모험의 길이 우리가 지치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우리 다 같이 조금 더 으쌰으쌰하는 시간, 그리고 마음을 모으는 시간, 또 힘을 서로 모은다고 다짐하는 시간 그런 귀한 시간이 오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10주년을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고 여러분에게 또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