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길이 문익환에게 보낸 연애편지

박용길이 문익환에게 쓴 연애편지(1941.04.26)



문선생님께

금요일이면 저를 찾어주는 글월이 어제도 틀림없이 찾어왓슴니다.

게을너지기쉬운 나의 생활의 반성할 기회를 주심을 감사함니다.

더욱이 「눈」이란 글도 잘 읽엇스며 주보에 대해서도 말슴해주셔서 고맙슴니다.

아직도 함박눈이 온다니 춥겟슴니다. 경성과는 아조딴세상이군요.

아마 이곳서 "아이 더워 죽.겠.네."를 연발할때에나 용정에는 따듯한봄이 양반걸음으로 점잔히 찾아오려나 봅니다.



요사이는 할머니 전도부인이 손녀 약혼준비로 분주하시므로 저까지 집에서 쉬고잇슴니다. 아마 5월3일까지는 쉬게될것임니다. 한약에 양약까지 먹기싫어 야단이나 할머니 어머니가 너머 정성을 들이시니 미안천만임니다.

방에는 흰 백함이 몇송이 향긋한 냄새를 풍겨줌니다. 

"한글의 바른 길"도 흥미잇게 읽는중임니다. 

신경쇠약을 걱정하셧지요. 누구죄일지 아마 제 죄는 않일상싶음니다.



살찔 처방은 어찌 되엿슴니가?

선생님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잇슴니다.

피곤하도록 일하지 마시고 (일본어)"어른처럼"계십시오.

그곳에서는 쌀, 채소, 생선, 고기 등 잘 살수잇는지요.

어머니 젓먹으니 커지지않고 더 어려지는듯함니다.

동환씨는 새출발로 "애쓰고 계시고요(일본어)"

은희 양은 희년대회때 나셔서 ""恩禧""라고 지으셧나 추측임니다. 

경성일우

1941.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