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제33신 1991. 7. 8(달님)
안녕하세요? 9시까지 충신동 사무실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섰읍니다. 은숙이가 계란 삶은 것을 하나 가지고 뛰어나와 따뜻한 것을 차에서 먹었지요. 많은 젊은 기자분들에게 둘러쌓여 회견을 하였읍니다.
여러 어머님들 원로분들 오셔서 같이 지냈읍니다. 저는 돌벼개가 몇 장 안 남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읽어 버렸지요. 내 주위에는 모두 젊은 외기러기들이 모여 앉았어요. 과부 설움은 과부가 안다고 무슨 사연들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군요. 권택 씨 부인이 아주 일을 잘하고 말도 잘 하고 바지런히 밥도 짓고 하는군요. 저는 편지 쓰는 일도 있고 해서 저녁에 도라오는데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가느냐고들 합니다. 내일은 이 장로와 재근이가 당신께 간다고 하니까 결과를 기다려 보기로 하겠읍니다.
집에 도라오니 당신의 10, 11, 12신이 한꺼번에 들어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하루 종일 흘린 땀을 따뜻한 물로 활활 씻고 앉아서 잘 읽었읍니다. 잡수시지도 않으면서 무슨 기운에 깨알 같은 글씨를 많이 쓰시는지 모르겠군요.
성근이가 아빠께 간다니 내일은 반가운 얼굴들 잘 만나시도록 좋은 꿈 꾸십시요. 관복 님, 쾌상 님 모두 모두 들어만 가고 있으니 나올 때는 언젤런지. 너머 너머 요사이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내일은 창신동 “한울삶”에 아침에 나가야겠읍니다. 부탁하신 책들 찾아 놓았으니 가지고 가겠읍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용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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