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SM) 인수전’ 집중분석
2023년 1~2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8%, 17% 상승했다. 경기 둔화와 이익 추정치 하향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외국인 매수세 덕이다. 대형주 중심으로 올랐는데, 지수 상승을 견인한 섹터로 엔터 업종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브 7%, 에스엠 66%, JYP Ent. 16%, 그리고 신규 걸그룹을 공개한 와이지엔터까지 32%로 각각 급등했다.
엔터주 급등의 배경에는 ‘에스엠(SM) 인수전’이 있다. 이른바 에스엠 인수전은 라이크기획, 기타사업 적자뿐만 아니라, 순현금 대비 배당·주주환원 정책이 없어 경영방침에 대한 시장의 챌린지를 받아 온 에스엠의 1대 주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가 20년 만에 지분 매각 의사를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로 만 2년간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에스엠은 자체적으로 기타사업 손실을 줄여왔고, 2021년에는 첫 배당을 실시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2022년 초부터 공격적으로 에스엠의 거버넌스(Governance) 이슈를 제기했고, 2022년 말에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ESG의 단추를 끼워나가고 있던 셈이다.
지난 2월 3일, 에스엠은 ‘SM 3.0’이라는 멀티 프로듀싱 전략 발표를 통해 사실상 이수만이 없는 에스엠의 미래를 공개했고, 2월 7일 카카오를 에스엠 지분의 약 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렸다. 그러자 이수만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9% 지분 취득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2월 10일 하이브에 본인 지분 중 14.8%를 넘겼다. 그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수만과 에스엠의 오래된 논란을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경영진 간의 분쟁이 서로 다른 카드(동맹)를 갖고 본격화된 것이다. 말하자면, ‘하이브-이수만 vs. 에스엠 경영진-카카오-얼라인’의 대결이다. 현재 이수만-하이브는 가처분 신청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에스엠 경영진-카카오-얼라인은 하이브와 에스엠이 합병하면 발생하게 되는 독과점 문제와 적대적 M&A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양사 모두 서로가 보유한 지분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에스엠을, “왜 이렇게 사고들 싶어 하는 걸까?”
하이브에게는 BTS 공백 상쇄 효과뿐만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미국 네트워크와 에스엠의 아시아 네트워크를 합쳐 글로벌 음악시장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는 엔터 산하에 유일하게 부족했던 케이팝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 글로벌 IP와 트레이닝 시스템을 보유한 에스엠을 갖게 된다면 카카오엔터의 성공적인 IPO가 담보되고, 네이버에 뒤처져 있었던 플랫폼 사업도 에스엠의 디어유를 활용해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가처분 판결, 수면 아래에 있는 지분, 의결권 주식 수 등을 고려하면 이 싸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도 뚜렷한 점은 두 가지다. 에스엠을 갖게 되는 누군가는 1,2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과 아티스트 IP 보강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고, 에스엠 또한 사업 확장의 기회가 많아 보인다. 이를테면 하이브 산하에서는 미국 내 인지도 강화, 카카오 산하에서는 IP 기반의 플랫폼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하다. 확실한 장기 방향성은 케이팝과 이를 토대로 한 IP의 ‘글로벌향’ 성장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I. 2023년 1~2월 업종별 주가분석
1. 엔터테인먼트: 지수 상승을 견인
2023년 1~2월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8%, 17% 급등했다. 금리 인상 효과, 경기 둔화, 기업 이익추정치 하향 등으로 올해의 증시 자체를 보수적으로 전망했던 증권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 완전히 빗나갔다. 예상보다 매우 가팔랐던 외국인 수급 때문이다. 현대차, 삼성전자 등 대형주 중심으로 대폭 상승했다.
그 외 지수를 견인한 섹터로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빼놓을 수 없다. 동기간 유일한 코스피 엔터주인 하이브는 7% 상승에 그쳐 시장과 같이 움직였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인수전’의 주인공 에스엠은 무려 66%나 올랐다. 새로운 걸그룹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를 공개한 와이지엔터 또한 32%, 펀더멘털은 가장 탄탄하지만 에스엠 인수전과는 연관이 없는 JYP Ent.조차도 16%나 올랐다. 덩달아 에스엠의 자회사 중 상장돼있는 팬덤 플랫폼 디어유와 드라마 제작 및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영위하는 키이스트도 각각 66%, 7% 뛰었다.








2. 미디어/드라마: 성장에 대한 의구심
지수가 오르는 동안에도 미디어/드라마 관련주는 하락했다. 대형주인 CJ ENM은 11%, 스튜디오드래곤은 11%, 콘텐트리중앙은 15% 하락했고, 중소형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11%, NEW는 4%, 삼화네트웍스는 9% 하락했다. 유일하게 초록뱀미디어와 키이스트, 팬엔터테인먼트가 각각 8%, 7%, 1%씩 상승했다. 그래도 지수 대비로는 크게 하회한 퍼포먼스다.
지난해 11~12월 중국향 구작 판매가 여러 번 언론보도를 타며 크게 급등했지만, 그 후의 차익실현, 그리고 지속되고 있는 올해 성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비캡티브)향 판매는 매우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형 제작사의 최대 바이어인 캡티브향 실적이 녹록지 않을 듯하다. 대형 제작사의 캡티브라면, 스튜디오드래곤에는 CJ ENM(tvn, OCN 등), 콘텐트리중앙에는 JTBC 방송사가 있는데, 이 국내 방송사들은 올해 ‘경기 둔화 → 광고시장 침체 → 광고 수익이 메인인 국내 방송사들의 실적 악화 → 콘텐츠 투자 재원 및 편성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편성 축소가 없는 것으로 공식화됐지만, 시장은 다소 느리게 반응해 분기 실적을 검증하며 움직이겠다.






Ⅱ. 뜨거운 이슈: 에스엠(SM) 인수전
1. 사건의 발단, ‘라이크기획’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의 1대 주주인 이수만의 보유 지분 18.5% 중 14.8%를 획득하면서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케이팝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스엠의 주인이 바뀌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파격적인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에스엠은 1995년 설립됐다. 1996년 H.O.T 데뷔 이후 SES, 신화, Fly to the Sky, BoA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EXO 등 2세대, 현재의 NCT127, 에스파 등의 3세대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케이팝 글로벌 열풍을 주도한 대표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지금의 ‘팬덤’ 문화를 창조한 역사적인 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인이라면 다 알 얘기다.
에스엠은 1995년 설립됐다. 1996년 H.O.T 데뷔 이후 SES, 신화, Fly to the Sky, BoA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EXO 등 2세대, 현재의 NCT127, 에스파 등의 3세대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케이팝 글로벌 열풍을 주도한 대표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지금의 ‘팬덤’ 문화를 창조한 역사적인 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인이라면 다 알 얘기다.
길고 긴 인수전 스토리의 발단은 ‘라이크기획’이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빈번히 다뤄진 문제의 라이크기획은 1997년에 만들어졌다. 이는 음반 매출액의 5~15%와, 매니지먼트 매출의 최대 2%를 이수만에게 로열티 명분으로 지급하는 이수만 개인 지분 100%로 구성된 페이퍼 컴퍼니다. 이렇게 1대 개인 주주에게 로열티가 지급된 사례는 흔치 않다.
이수만은 이미 2010년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경영보다는 프로듀싱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미등기임원은 유지했다. 라이크기획으로 수익구조를 이미 확보한 상황에서 표면적인 이유로는 프로듀싱에 매진한다며 경영권에서 물러났지만, 미등기임원은 유지함으로써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최종결정권자 역할을 계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발생하는 법적 책임 및 보수 공개 의무는 회피해 온 상황이었다.
2015년에는 라이크기획의 수익구조가 변경됐다. 기존 앨범 매출의 최대 15%에서 별도 전체 매출의 6%로 조정됐다. 언뜻 보면 지급 비율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나, 앨범(CD) 수익이 줄어드는 대신, 음원·공연·매니지먼트 등의 수익이 늘어나는 데에 따른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한 변경이었다. 2000~2022년 3Q까지 이수만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총 1,665억 원을 챙겼다.



2. 2010년 이후, 케이팝의 글로벌 흥행
그 사이 케이팝은 호황을 맞이했다. 한국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더 큰 해외 시장을 조준했다. 2000년대 이미 BoA를 필두로 에스엠은 일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AVEX라는 현지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일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고, 그 후 동방신기, 소녀시대가 연이어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단일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등 침체된 앨범 시장에서도 돈을 벌었다. 일본 콘서트 공연 규모도 홀(1만 명 이하)에서 → 아레나(1만 명 이상) → 돔(4~5만 명 이상) → 스테디움(7만 명 이상) 급으로 규모를 키워갔다.
안정적인 일본 캐시카우가 기반이 된 후, 2010년 들어서는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중국 전략의 중심에는 2012년 데뷔한 EXO가 있었다. 데뷔 때부터 그룹은 EXO-K(orea), EXO-M(andarin)으로 구분됐다. 데뷔 이후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큰 인기를 얻었으나, 한중 정치적 교류 악화(사드), EXO 중국인 멤버의 연이은 탈퇴 등으로 지금의 EXO-M의 기여도는 무색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EXO(-K)는 높은 이익 기여도를 자랑한다.
그 이후 케이팝은 더욱 진화했다. 특별히 회사가 마케팅비를 쓰지 않아도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가 전 세계로 자유롭게 유통됐다. 그 과정에서 2013년 데뷔한 하이브의 BTS가 2017년부터 슬슬 아시아를 넘어 북미, 즉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앨범은 물론, 지상파 방송 출연, 라디오 출연, 콘서트,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 메인스트림에서의 제안이 빗발쳤다. 이후 블랙핑크의 활약 등 케이팝의 지역 커버리지는 넓어졌다. 2016년 데뷔한 에스엠의 다국적 보이그룹 NCT127이 현재 북미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 결과 글로벌 음반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앨범 판매량은 2014년 738만 장에서 2022년 7,420만 장으로 급증했고, 글로벌 음향/영상 무역수지는 작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에스엠에 국한해서 보면 매출액은 2000년 140억에서 2010년 864억 원으로 연평균 20% 성장했고, 글로벌 흥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2010~2022년 연평균성장률은 21%에 달하며, 꾸준히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3. KB자산운용, 거버넌스 이슈 제기
그러나 매출액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의 증가는 훨씬 더뎠다. 분기별로는 흑자, 적자를 퐁당퐁당하기도 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익성 훼손 때문이다. 2010년 초반에만 해도 두 자릿수 수익성을 보였던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해 2016년 6% 미만으로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라이크기획의 수익배분율이 변경된 직후다. 경쟁사인 JYP Ent.와 대조해봐도 훨씬 저조한 숫자다.




산업은 고성장했지만, 실망스러운 영업이익을 계속 기록한 탓에 오랫동안 엔터주에 투자해 온 KB자산운용이 2019년 6월 에스엠에게 주주 서한을 전달했다. KB자산운용은 당시 에스엠 지분율 6.6%를 보유한 우호적 투자자였고, 2017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큰 틀에서 현재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행동주의 맥락과 동일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얼라인의 행동주의 펀드는 2019년 6월 KB자산운용 주주 서한의 연장선인 셈이다.
주주 서한은 공식적으로 총 3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에 있으므로 라이크기획–에스엠을 합병해 이익을 내재화하라는 요구였다. 라이크기획은 별도 매출액의 6%를 수취했지만, 이익 비중으로는 40%를 넘게 차지해 영업이익이 축소되고, 그에 따라 주주 가치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주장이었다. 둘째, 순현금을 활용한 30% 배당 성향, 즉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셋째, 지속해서 손실을 일으키고 있는 본업 외 기타사업의 정리를 요구했다. 심지어 그중에는 이수만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듯 보이는 ‘와인’ 사업도 있었기에 더 큰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었다.



에스엠의 음악/엔터테인먼트 본업과 관계가 깊은 사업부는 크게 SME(본사), SMJ(일본 관련), SM C&C(광고, 예능 매니지먼트), 드림메이커(공연 관련)로 구분되는 반면, 기타사업은 F&B, USA 등이 포함된다. 본업 관련 자회사는 산업 성장, 아티스트의 국내외 활동 확대에 따라 증익하는 반면, 기타사업의 영업손실이 전체의 이익을 갉아먹은 것이 사실이다.
KB 주주 서한을 받은 에스엠의 답변은 시장에 더욱 실망감을 안겼다. 결과적으로 에스엠은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아진 것은 있다. 그 후 2021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고, 점차 자회사를 정리해왔기 때문이다.



4. ‘이수만 vs. 에스엠 경영진’의 분쟁 본격화
라이크기획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꼬집은 KB 주주 서한 이후에도, 에스엠의 ‘경영방침’에 대한 시장의 챌린지가 지속되며 2020년 이수만은 개인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케이팝의 원조, 다양한 스타 IP를 보유한 에스엠을 인수하고 싶은 다양한 사업자는 넘쳐났지만, 막상 이수만 지분의 인수는 2022년 상반기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또 그렇게, 라이크기획에 비용만 지급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2022년 상반기, 행동주의 펀드 선두 업체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에 거버넌스 문제를 제기했다. 즉, ESG 중 ‘거버넌스’를 크게 반하는 내용을 지적했다. 기존 KB 주주 서한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액션이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9월 15일, 에스엠은 “당사는 프로듀싱 계약 상대방인 라이크기획으로부터 프로듀싱 계약의 조기 종료 의사를 수령한바, 이와 관련하여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이수만 본인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단연 환호했고, 이로써 1) 본업 외 대규모 기타사업 손실 축소, 2) 2021년 이후 첫 배당 실시, 3) 라이크기획 종료로 에스엠 ESG의 마지막 단추가 끼워졌다. 기대효과는 집 나간 라이크기획의 비용이 연결 영업이익으로 돌아오는 것, 즉 거버넌스 이슈로 경쟁사 대비 크게 할인받았던 밸류에이션 멀티플의 확대였다.
2023년 초에 접어들며 에스엠의 매각 이슈가 화두가 됐다. 네이버, 카카오, CJ 그룹, 하이브 등 다양한 대상자들이 수면 위에 올랐다. 그리고 에스엠은 2023년 2월 3일 유튜브를 통해 ‘SM 3.0’ 전략을 공개했다. SM 3.0의 4대 핵심전략 중 IP 전략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계에 대해 다뤘다. 내재화된 프로듀싱 역량을 기반으로 5개의 독립된 제작센터와 가상아티스트/IP 제작센터를 두어 IP를 생산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한 기대효과는 총 3가지다. 1) IP 데뷔 주기 감소: 과거 3.5년에 1팀이었던 데뷔 기간을 향후 1.0년에 2팀 이상 생산하고, 2) 음반 발매 수 증가: 과거 연 31개 발매를 연 40개 이상 발표, 3) 적시성 개선: IP 출시 지연율을 25%에서 5% 이하로 감소시키는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IP 생산 Capa와 적시성, 1인 총괄 프로듀서 없이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사실상 ‘SM 3.0’은 에스엠 경영진이 ‘이수만 없는’ 에스엠의 미래를 공론화한 것과 마찬가지다. 에스엠 경영진은 주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에스엠의 경영방침을 확고히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이수만과 논란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현재 에스엠 경영진의 분쟁이 극에 달하는 시발점이었다.





5. 카카오, 에스엠의 2대 주주 등극
‘SM 3.0’ 전략이 발표된 직후인 2월 6일, 카카오가 제삼자 배정(4.9%), CB 매입(4.1%)을 통해 에스엠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공시가 발표됐다. 목적은 ‘급변하는 음악 및 콘텐츠 환경 속 다각적 사업 협력’이다. “카카오엔터(이하 카엔)에게 본 계약상의 지위 및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고 덧붙여 실질적인 주주는 카엔이 될 전망이었다. 카엔은 연예매니지먼트(가수/배우/예능), 웹툰, 드라마/영화 제작, 플랫폼/음악 유통(멜론) 등 엔터/콘텐츠 전반에 대한 다양한 장르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케이팝의 체계적인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과 글로벌 IP를 보유한 에스엠을 인수하면 밸류체인 측면에서 완벽한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또한, “네이버·카카오, SM엔터 지분 인수 경쟁 풍문에 대한 해명과 관련한 확정공시로 갈음한다”고 했기에 오랫동안 기다려 온 에스엠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 예상했던 1대 주주인 이수만의 지분 인수가 아닌 데다, 3월 에스엠의 주주총회 직전 프리미엄 거의 없이 약 2%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으로 직결됐다.
이에 따라 이수만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수만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반격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 에스엠은 현금이 충분해 자금조달이 필요 없고, 2) 상법이 정한 대로 기존 주주들에게 사전 설명, 의사 확인 절차가 없었음을 근거로 강조했다. 가처분 결과로 카엔이 9%에 해당하는 에스엠의 지분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3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6. 하이브, 에스엠 1대 주주 등극
카카오-얼라인-에스엠 경영진의 동맹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2월 10일 이수만은 바로 본인의 개인 지분 18.5% 중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에스엠 경영진과의 분쟁을 넘어선 ‘전쟁’을 예고한 것과 같다. 하이브의 에스엠 1대 주주 지분 인수가 이런 역사와 이슈를 거쳐 진행됐다.
하이브의 이수만 지분의 매입 목적은 ‘케이팝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고, 하이브는 추가로 아예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 공개하며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소액주주로부터 12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핵심 자회사 중 드림메이커(공연 기획)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까지 인수할 예정이라 공시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하이브는 처음으로 3,200억 원 단기차입을 일으켰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에스엠의 인수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단 결과적으로 공개매수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에스엠 시가가 12만 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고 12만 원 단가에 하이브에 주식을 넘길 소액주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7. 반격 개시
표면적으로는 하이브가 1대 주주의 많은 지분율을 챙겨가면서 하이브의 승리가 예감되지만, 아직도 하이브-이수만 vs. 에스엠 경영진-카엔-얼라인의 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하이브-이수만은 카카오의 9% 지분 취득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고, 에스엠 경영진-카엔-얼라인은 하이브가 에스엠이랑 합쳐질 시 독과점 문제, 적대적 M&A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두 대형 엔터사가 합쳐지면 전체 앨범 시장의 50~75%를 장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 저해된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얽히고설킨 엔터주의 지분 구조를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하이브는 일찌감치 네이버와 합작해 위버스를 운영 중이고, 위버스 산하에 와이지엔터와 YG PLUS의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네이버-하이브-와이지엔터, 이렇게 ‘플랫폼-콘텐츠’의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에스엠은 지분 100%를 보유한 SM스튜디오스를 통해 JYP Ent.와 팬덤 플랫폼 상장사인 디어유를 소유하고 있다.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되면, 하이브는 네이버-와이지엔터-YG PLUS-위버스, 그리고 에스엠-JYP Ent.-디어유까지 모든 엔터 관련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고리를 맺게 된다. 다시 말해, 하이브가 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다 먹는 게임이다. 독과점 논란이 나올 만하다. 또한 에스엠 경영진은 하이브가 에스엠이 아닌, 이수만과 손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라이크기획 등 문제가 많았던 과거의 에스엠 문제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에스엠 경영진은 연이은 유튜브 영상 공개를 통해 ‘SM 3.0’을 더욱 구체화했다. 라이크기획 이슈를 즉각 해결해 이익으로 붙이고, 멀티 제작센터를 통한 IP 확대, 고수익 2차 IP 확대까지 더해 2025년 별도 매출액 1.2조 원, 영업이익률 35%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수치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8. 왜 이렇게까지 원할까?
즉 현재 양사는, 서로가 취득한 에스엠의 지분율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듯하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에스엠이 이렇게 대단한 회사일까?” 하는 지점이다.
하이브가 에스엠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BTS, 세븐틴을 비롯해 뉴진스, 르세라핌 등 글로벌 IP를 보유한 상황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 구축 및 글로벌화의 시초인 에스엠을 확보하면 더욱 강력한 IP 홀더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하이브가 그간 쌓아 온 미국 네트워크를 접목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음악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이브는 미국시장에, 에스엠은 상대적으로 아시아 권역에 강한 케이팝 회사다. 전 지역 커버리지 강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하이브의 유일한 2023~2024년 실적 역성장 리스크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익기여도 높은 BTS의 그룹 매출 감소, 향후 세븐틴 군입대가 있더라도 최소 연간 영업이익 1,200억 원인 에스엠을 반영하게 된다면 실적 하락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카엔이 에스엠을 사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앞서 서술했듯 카엔은 연예매니지먼트(가수/배우/예능), 웹툰, 드라마/영화 제작, 플랫폼/음악 유통(멜론) 등 엔터/콘텐츠 전반에 대한 장르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글로벌 영향력이 큰 케이팝이다. 체계적인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과 글로벌 IP를 보유한 에스엠을 인수하면 밸류체인 측면에서 마지막으로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셈이자, 만족스러운 기업가치에 성공적인 IPO를 담보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더 큰 틀에서 하이브 vs. 카엔의 경쟁이 아닌, 네이버 vs. 카카오의 경쟁일지도 모른다.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는 하이브와 와이지엔터와 동맹을 맺었다. 네이버가 오랫동안 영위해온 팬덤 플랫폼 V LIVE를 하이브에 넘기면서부터다. V LIVE는 MAU 3천만 명을 보유했던 팬덤 플랫폼이다. 예전에 BTS가 입점해있을 때는 트래픽과 수익이 양호했으나, 하이브가 자체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를 만들면서 BTS가 V LIVE에서 위버스로 이동했고, 그 결과 트래픽 및 수익 급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결국 네이버는 그들이 직접 개발한 플랫폼을 엔터회사인 하이브에 양도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다른 이에게 플랫폼 사업을 포기한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즉, 팬덤 플랫폼은 IT 기술력, UI 편의성 등보다는 이 플랫폼 안에서 어떤 스타 IP가 활동하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표 2대 팬덤 플랫폼은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 그리고 에스엠-JYP Ent.가 운영하는 디어유 ‘버블’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던 ‘유니버스’까지 3강 구도였지만, 유니버스가 디어유에 양도되며 2강 대전으로 굳혀졌다. 따라서 카엔은 에스엠과의 시너지 전략 발표에서도 강조했듯 아티스트 IP 기반의 팬덤 ‘플랫폼’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디어유 버블에는 에스엠, JYP Ent.의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2022년 연말 기준 총 72개 엔터사, 129개 팀, 372명 아티스트가 활동 중이다. 디어유까지 하이브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글로벌 트래픽을 휩쓸고 있는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는 ‘제로’ 위치에 수렴하고, 네이버는 더 강력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성장을 굳히는 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버스와 버블 모두 70% 이상의 트래픽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너무나도 원하는 이유는 바로, 이 플랫폼에 있다.

9. 끝날 때까지 끝날 게 아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이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은 없지만, 최근 에스엠의 기타 법인 수급 매수세가 매우 강하다.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수급, 의결권 주식을 가진 주식 수 등을 고려했을 때 3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온전한 결판이 날지 모르겠다. 엎치락뒤치락 반복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겠다.
그래도 뚜렷한 점은 두 가지다. 1) 에스엠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그 회사는 1,2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과 글로벌 IP 보강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2) 반대로 에스엠도 하이브 혹은 카엔 중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겠다. 하이브는 상대적으로 미국 네트워크에 시간과 자금, 노력을 투입해왔다. 반면, 에스엠은 2000년대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석권한 케이팝 제조업체다. 이 둘이 만나면, 음악 본업 쪽에서는 글로벌 영향력 및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 카엔으로 가도 플랫폼–콘텐츠 및 음악 IP 제작업체의 합으로 발현될 시너지는 무궁무진하고, 두 대형 구도(네이버-하이브-와이지엔터 vs. 카카오-에스엠-JYP Ent.)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도 가속할 수 있다. 뭐가 됐든, 확실한 장기 방향성은 케이팝 및 이를 토대로 한 IP의 ‘글로벌향’ 성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