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정원
나무 하나하나에 담긴 나름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무와 대화를 나누면 좋은 공간이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나무는 인생, 분재는 철학이다’의 뜻을 음미하며 이 길에서 나무와 찬찬히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명상과 사색에 빠져들며 누구나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나무의 모습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푸른 잎, 가을에는 열매와 단풍, 겨울에는 나목의 형태로 변화하며 계절마다 품격을 더하는 나무들을 관찰하면서 사람은 나무에 대해 아는 만큼 나무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분재는 키우는 사람이 책임을 다했을 때 깊은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분재를 모르는 사람도 철학자의 정원에서 나무로 시작하여 사람으로 끝나는 설명서의 도움을 받으면 ‘분재 철학’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패턴의 생을 산다. 수많은 잎으로 흥(興)하고, 나비, 새, 벌레 등과 교감하며, 열매를 맺고, 추위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발전하기 위해서도 분재와 사람은 비슷하다.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은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라고 말한다. 제 때 뿌리를 잘라낸 분재가 본래 가진 수명대로 오래 사는 동안, 사람은 2가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움(美)과 오래도록 함께 함(長)이다. 이는 개인과 기업, 국가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분재는 생명예술이다. 모든 예술은 자연에 인공이 가미되는 것인데, 다른 예술작품들은 한 가지의 모습으로만 감상자들에게 보이지만, 분재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분재는 나무를 못살게 구는 가혹행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생명을 재료로 해서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분재예술의 진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철학자의 정원을 거닐며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예술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인간과 함께 수십, 수백 년을 사는 분재가 말하는 철학에 귀 기울여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