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익환_<현장탐방>
도쿄의 윤동주, 그의 자취 따라가기(2) (2025년 3월호)
[→(1)에서 이어짐] 「쉽게 씌어진 시」 등 일본에서 5편의 시 남겨 동주는 이 두 곳 중 한 곳 아니면 두 곳에서 한글로 쓴 다섯 편의 시가 남아있다. 「흰 그림자」(1942.4.14), 「흐르는 거리」(1942.5.12.), 「사랑스런 추억」(1942.5.13.), 「쉽게 씌어진 시」(1942.6.3), 5편 중 「봄」은 날짜는 없다. 이 시는 릿쿄대학교의 상징인 백합 문장이 찍혀있는 편지지에 씌어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동주는 도쿄에 있으면서 친지들에게 시가 담긴 편지를 보냈는데 남아있는 것은 강처중에게 보낸 시 5편이 전부다. 강처중은 송몽규, 윤동주와 함께 연희전문에서 『문우』잡지를 만들었던 친구다. 강처중은 윤동주의 시를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경향신문 기자로 있으면서 당시 무명 시인인 윤동주의 유작인 「쉽게 씌어진 시」를 정지용의 서문과 함께 발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처중은 동주의 시 12편을 해방될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 씨에게 유품인 책들, 연전 졸업앨범, 앉은뱅이 작은 책상 등과 함께 넘겨줬다. 강처중이 보관한 5편이 없었다면 윤동주가 일본에서 쓴 시는 한 편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릿쿄대 윤동주 80주기 기념식 ◇2월 23일, 윤동주 사망 80주기를 맞아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 주최로 열린 릿쿄대 채플에서 기념식이 개최됐다. 1부는 예배의식과 시낭송으로 이어졌다. 시는 「쉽게 씌어진 시」, 「봄」, 「공상」, 「동주야」, 「곡간」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송하고, 마지막 「서시」는 참석자 모두가 낭송했다. 마지막은 참석자 모두가 아리랑을 불렀다,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윤동주가 고국으로 가게 되자 도시샤대 친구들이 송별회로 교토에 있는 우지강으로 야유회를 갔다. 여기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윤동주는 망설이지 않고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아마도 아리랑은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날 윤동주를 추모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예배실에 다 들어갈 수 없어 8호관 8101호에서 영상으로 추모식에 참석했다. 2부는 모든 참석자들이 8101호로 자리를 옮겨 니시하라 렌타 총장의 ‘나는 왜 윤동주를 소중히 여기는가?’의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유쾌하게 진행하는 총장의 말솜씨 덕에 강연장은 감동과 웃음으로 채워졌다. 총장은 올가을 릿쿄대학교에 윤동주 시비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강연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윤동주 후배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 시인 기념 릿쿄회 만들어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는 1968년 릿쿄대 사학과를 졸업한 윤동주의 후배다. 야나기하라 씨는‘윤동주의 아름다운 시와 짧은 생애를 처음 접했던 순간의 고통을 잊을 수 없었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연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유시경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릿쿄회’를 조직하였다. ◇윤동주가 입학한 릿쿄대에서. 동주는 영문과에 입학해서 6개월 정도 다녔다. ⓒ유시경 5년 전 윤동주 추모식에서 만날 것을 기대했는데 코로나로 도쿄행이 무산되면서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쁨이었다, 총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두 8101호에 모였다. 이 많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찾나 걱정했는데 우연하게도 내 옆에 한 사람 건너에 앉아 계셨다. 선생님이 한국말을 조금 할 수 있어 만남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윤동주 80주기 강연에서 만난 필자와 야스코 씨(오른쪽) 2월 16일 윤동주의 기일을 맞아 윤동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개인적으로 아니면 동료들과 연세대 교정에 있는 시비 앞에 헌화하고, 묵념하고, 글을 써서 붙여놓기도 하고,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쓸쓸하다. 굳이 거창한 의식을 치러야만 추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조용한 북적임을 기대해 본다. 릿쿄대에서 진행하는 추모식을 보니 더욱 그렇다. 다고 기치로(2018). 『생명의 시인 윤동주』, 이은정 옮김, 한울. 미즈노 나오키(2018). 「일본유학시절의 윤동주와 송몽규」, 『윤동주와 그의 시대』, 연세학풍 연구총서8, 혜안. 송우혜(2016). 『윤동주 평전』, 서정시학. 야나기하라 야스코(2013). 「시인 윤동주, 동경시대의 하숙과 남겨진 시」, 『다시올 문학』, 가을호 황석영(1993). 『사람이 살고 있었네-황석영 북한방문기』, 시와사회사. 월간 문익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