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제57신 1991. 8. 1(나무)
안녕하십니까? 밤새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는데 새벽 6시에나 아이들이 도라왔어요. 비가 오고 차가 많고 경주에서 14시간이 걸렸다는군요.
아침에 잔디를 깎아주고 마루에 화분을 보니까 방 선생이 주신 밤톨 같은 문주란이 싹이 텃지 뭐예요? 네 개 가운데 둘만 나왔는데 하나는 뿌리가 7cm 정도로 하나하나는 7cm 정도 뿌리가 두 개에 잎사귀가 5cm 정도 파릇하게 돋아나 있었어요. 너머 반가워서 큰 화분에 옮겨 심었지요. 오늘 21, 22신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읍니다. 복사해서 보내도록 하지요. 이상구 박사 책을 논 장에 가보았더니 없어서 다른 책방에서 만났기에 반가워서 산 건데 이론도 좀 들어있지 않아요. 종로서적에 들르겠읍니다.
영금이네 네 식구는 따로 가고… 은숙이 운전하는 차에 소은 엄마를 태우고 바우, 호근과 같이 예술의 전당에 갔읍니다. 연습 시간도 길지 않았는데 각 대학에서 모인 교항약단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어요. 앵콜을 두 번 받은 후에는 애국가를 연주해 모두 일어서서 환호를 했지요. 비가 내리는 밤길을 달려서 도라왔읍니다. 문칠, 바우, 풀무원에 갔는데 당신의 휘호 "늘 푸르거라"와 땅의 양심이 걸려 있어서 퍽들 반가워하였답니다. 특별히 원장께서 꼭 문안을 드려달라고 하셨답니다.
벌써 오늘이 8월인데 남북이 서로 만나는 좋은 일들이 다- 성사되면 좋겠어요. 날씨가 축축한데 습기는 어떠신지?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오늘은 이만.
용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