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운동 불붙는다.’ 2005년 10월 10일 경인일보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에요. 그날 아침, 인천의 94개 기관·단체가 송도 갯벌타워에 모이기로 돼 있었습니다. 범시민운동이 무엇이길래 신문 1면에 올랐을까요? 우리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남긴 기록으로 그때와 지금의 운동을 살펴봅니다.
(출처: 「[2005] 인천경제청 특별지자체 전환 반대 '범시민운동 불붙는다'」)
‘범(汎)’은 ‘넓다, 두루 아우른다’는 뜻이에요. 범시민운동은 몇몇 단체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운동이라는 말입니다. 2003년 1월 협의회 창립준비단은 인천사랑운동을 “명실상부한 범시민운동으로” 펼치겠다고 계획서에 적고, 이 운동이 지켜야 할 것을 세 가지로 정리했어요.
(출처: 「인천사랑 시민운동 종합추진계획안」 3·19쪽)
창립 첫해 겨울, 우리는 ‘인천사랑 우수실천사례’ 상을 만들었어요. 받을 사람은 이름난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곳에서 인천사랑 및 발전을 위해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개인, 단체”였습니다. 일반 시민도 추천할 수 있게 했고, 현장을 찾아가 사실인지 확인했어요.
12월 23일 첫 시상식의 수상자는 다섯. 홀로 사는 어르신 150여 가구에 다달이 후원 물품을 전한 후원회, 일요일마다 거리를 청소한 봉사단, 인천 역사 연표를 처음 만든 고등학교 교사가 그 안에 있었어요. 이 상은 2004년과 2005년에도 이어졌습니다.
(출처: 「인천사랑 우수실천사례 계획안」 2~4쪽, 「인천사랑 우수사례 팜플렛 (시상식 일정)」 3·5·6쪽)
2004년 12월 14일, 우리는 ‘깨끗한 생활문화 운동의 실천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어요. 대기 환경, 화장실, 간판, 쓰레기 같은 생활 속 문제를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토론으로 끝내지 않고, 2006년에는 회원 동호회들이 직접 거리로 나갔어요.
2011년 11월에는 회원 17명이 점검표와 카메라를 들고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77곳을 13일 동안 찾아다녔습니다. 청결 상태는 ‘상’ 38%, ‘중’ 45.2%, ‘하’ 17%였다고 있는 그대로 적었어요.
생활문화 실천 토론회 현장사진 (2004. 12. 14.)
(출처: 「생활문화 실천 토론회 현장사진」, 「생활문화 토론회자료집」 17·19·33·36쪽, 「2011 공중화장실 관리보고서」 3~5쪽)
2005년 가을, 재정경제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인천시에서 떼어 ‘특별지방자치단체’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어요. 10월 25일 우리 협의회를 첫머리로 10개 단체가 성명서를 내고 전환 시도를 멈추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경제자유구역청 앞에도 섰어요.
함께 낸 결의문은 이곳을 “넓디넓은 갯벌을 메워 땅을 일구고 그 위에 마련한 인천시민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곳이라고 불렀어요. 그 뒤에도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0년 같은 논의가 다시 나왔다가 중단됐을 때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시 산하 기관이었습니다.
(출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특별지차체 반대 성명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반대기자회견 사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반대집회 사진」, 「서울신문」 2010. 3. 12.)
2012년 6월, 인천시 재정이 위기에 놓이자 우리 협의회를 비롯한 6개 단체가 중심이 되어 범시민협의회를 꾸렸어요. 여성·종교·경제·노동 단체로 참여가 넓어졌고, 6월 28일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가 발족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200만 서명운동이 시작됐습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비 지원을 평창동계올림픽 수준으로 늘려 달라는 것이 핵심 요구였어요.
서명은 거리에서만 받지 않았어요. 집집마다 찾아가고, 공장과 교회, 성당, 사찰도 찾아갔습니다. 10월 결산 때 모인 서명은 183만여 명. 목표였던 200만에는 못 미쳤지만, 범시민협의회는 이를 “시민들 스스로 인천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의식을 세우는 커다란 전기”라고 평가했어요.
(출처: 「[2012] 인천 재정위기 극복 범시민협의회 결성」, 「[2012] 인천 재정위기 극복 서명운동에 183만명 동참」 1~2쪽, 「인천시 재정위기극복 서명운동」)
그 뒤로도 범시민운동은 여러 모습이었어요. 2017년 11월에는 1,100여 명이 문학경기장에 모여 김장 38,630kg을 담갔고, 2019년에는 지역화폐 인천e음을 쓰자는 ‘1인 1카드 운동’을 계획했어요.
(출처: 「[2017] 제1회 애인(愛仁) 김장 대축제」, 「인천e음 사용 홍보계획」 2~3쪽)
(출처: 인천사랑운동 연혁, 「법률신문」 2024. 11. 30., 「헤럴드경제」 2026. 2. 11., 「뉴스서울」 2024. 6. 27.·2025. 9. 3., 「경향신문」 2026. 4. 2., 「경기일보」 2026. 5. 10.)
달라진 것은 모이는 크기와 주제예요. 2005년에는 94개 기관·단체가 한 가지 현안을 놓고 모였고, 2025년에는 127개 기관·단체가 "인천사랑 범시민네트워크"로 모였어요. 주제도 인사와 화장실 같은 생활 습관에서 법원과 공항 같은 도시의 현안으로 넓어졌습니다.
그대로인 것은 ‘주인의식’이라는 낱말이에요. 2003년 우리는 이 운동을 ‘시민의 주인의식 갖기 운동’이라고 불렀고, 9년 뒤 183만 명의 서명을 마주한 범시민협의회도 같은 낱말을 골랐습니다.
(출처: 「인천사랑 시민운동 종합추진계획안」 19쪽, 「[2012] 인천 재정위기 극복 서명운동에 183만명 동참」 2쪽)
오늘 인천을 위해 한 일이 하나 있다면 무엇인가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2003년의 계획서도 작은 일부터 찾아서 하는 실천이면 된다고 했으니까요. 집에 그때의 서명 용지나 전단, 사진이 남아 있다면 아카이브의 ‘기록 기증’으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