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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명승팔경(平壌名勝八景) - 을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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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정사진공예소(大正寫眞工藝所)에서 발행한 평양명승팔경 사진그림엽서 8매 중 을밀대 모습이 담긴 자료이다. 높은 석축 위에 자리한 을밀대 누정이 화면 왼쪽과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 누정에는 乙密臺 현판이 걸려 있으며, 기와지붕과 개방된 누정의 기둥, 석축의 구조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난다. 누정과 성벽 주변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올라가 주변 경관을 바라보고 있으며, 화면 왼쪽 아래에는 석주와 쇠사슬로 구성된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 성벽 부근에는 안내판으로 보이는 시설도 확인되어, 당시 을밀대가 평양의 역사유적이면서 방문객이 경관을 감상하는 관광명소로 정비·이용되고 있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을밀대는 평양성 내성의 북쪽 끝자락인 금수산 을밀봉에 자리한 누정으로, 현대 연구에서는 고구려가 평양성을 축성하던 6세기 중엽 북장대로 처음 조성된 것으로 본다. 현재 알려진 누정은 1714년 축대를 보수하면서 다시 세운 것으로, 사방이 탁 트여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뜻에서 사허정(四虛亭)이라고도 불렸다. 을밀대 일대의 경관은 ‘을밀상춘’이라는 이름으로 평양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 오래전부터 평양의 대표적인 명승으로 인식되었다. 한편 본 사진그림엽서는 을밀대를 六百年前建造, 즉 ‘600년 전에 건조된 누정’으로 소개한다. 이는 현대에 확인되는 을밀대의 건축연혁과 일치하지 않는다. 고구려시대의 최초 조영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현재 형태의 누정은 1714년 재건된 것으로 파악되므로, 해당 문구는 정확한 건축연대를 전달한 설명이라기보다 을밀대의 고색창연함과 역사성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관광출판물에서 사용한 역사서사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 자료는 을밀대의 건축적 모습을 정면에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성벽 위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방문객과 관람시설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을밀대를 ‘오래된 평양의 고적’이자 ‘전망을 즐기는 명승지’로 재구성하고 있다. 대정사진공예소는 동일한 을밀대 도판을 여러 종류의 평양 명승 세트에 반복 편성하였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서도 동일 영문표제 계열의 을밀대가 6매 및 16매 구성 자료에서 각각 확인된다. 따라서 현재 「평양명승팔경」의 을밀대 역시 기존 평양명승 사진제판을 새롭게 선별·재편성하여 판매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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