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탐색
평양명승팔경(平壌名勝八景) - 대동강변 연광정과 종각
  • 0


1930년대 대정사진공예소(大正寫眞工藝所)에서 발행한 평양명승팔경 사진그림엽서 8매 중 대동강변 연광정과 종각 모습이 담긴 자료이다. 왼쪽에는 대동강 쪽으로 돌출한 높은 석축과 성벽 위의 연광정 일대가 크게 배치되어 있으며, 성벽 아래로는 바위가 드러난 강변이 이어진다. 화면 왼쪽 아래 물가에서는 여러 인물이 빨래를 하고 있고, 오른쪽 대동강 위에는 돛 또는 깃발을 단 작은 배가 떠 있다. 강 건너편으로는 낮은 구릉과 평야가 길게 펼쳐져 있어, 역사적 누정과 성곽뿐 아니라 대동강변 주민들의 생활 모습과 수상교통까지 한 화면에 담고 있다. 연광정은 평양 대동강변 덕암 일대에 자리한 누정으로, 고려시대인 1111년 산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누정을 다시 세운 뒤 여러 차례 중수되었으며, 대동강을 내려다보는 뛰어난 경관으로 관서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인근의 종각에는 1726년 주조된 평양종이 걸려 있었으며, 현재의 종각은 1827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전면의 별도 설명문은 이곳을 文禄の役に小西行長と明の使節沈惟敬と和を媾せし所, 즉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와 명나라 사절 심유경이 화의를 논한 장소로 소개하고 있다. 연광정이 임진왜란기의 강화담판과 관련된 장소로 전승되어 온 것은 확인되지만, 현대 연구에서는 심유경과 고니시의 1592년 초기 강화회담이 평양 북쪽 강복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당 내용은 본 사진그림엽서가 연광정에 부여한 역사적 설명과 관광서사로 기록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 자료는 연광정과 종각이라는 역사유적만을 고립시켜 보여주지 않고, 성벽·대동강·강가에서 빨래하는 인물·배·원경의 산지를 함께 구성하여 평양의 역사성과 일상생활, 자연경관을 하나의 ‘명승’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기의 강화담판이라는 역사적 일화를 일본어와 영어로 병기함으로써, 대동강변의 경관을 여행자가 감상할 수 있는 역사적 관광명소로 의미화하여 유통한 사진그림엽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동일 도판은 대정사진공예소의 14매 평양명승 계열과 교토대학 소장 「最も新しき平壌名勝絵葉書」에도 확인된다. 따라서 본 자료는 특정 8매 세트를 위해 새로 제작된 단독 도판이라기보다, 대정사진공예소가 보유한 평양 명승 도판을 여러 종류의 세트에 선택·재편성하여 판매한 사례로 파악할 수 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