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발견
아키비스트의 시선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03.22  | 최종수정일 2022.05.23

각자의 데이터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여러 아카이브에서 공개하는 기록과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발견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코너입니다.

 
/
아카이브 기록물은 기록관리 전문가의 손과 눈을 거쳐 수집되고 정리됩니다. 아키비스트라고 불리는 그들은 기록물에 대해 지속적 가치가 있는지 수집하고 평가, 선별하여 목록을 만들고 검색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리고 일반인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 다양한 의미망을 찾아 소개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록물 속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아키비스트는 좀더 적극적인 큐레이터 활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2022년 5월 현재 아카이브센터 [활용사례]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아카이브에서도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는 아키비스트의 활동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20년을 보여주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 특집 촛불과 함께한 연대회의

▶ https://www.archivecenter.net/civilnet/archive/CollectionGroupView.do?con_group_id=14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에서는 [연대회의 20년]이라는 제목 아래 [촛불과 함께한 연대회의: 촛불과 함께해온 연대회의의 발자취]라는 특집 기획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특집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창립 20주년 특별 연보: 공존을 위한 전환』에 담긴 내용이었는데 아카이브 담당자가 매의 눈으로 포착해 아카이브 ‘특집’ 코너로 게시한 것입니다. 단체가 창립된 2001년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추진한 기념비적인 10대 촛불집회를 소개한 것으로, 각 촛불집회에 대한 사진과 설명 그리고 성명서‧기자회견‧보도자료가 붙임 자료로 올라 있습니다. 이 아카이브를 처음 찾은 이들에게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활동 흐름을 훑어볼 수 있는 동시에 최근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걸어온 발자취를 헤아려볼 수 있게 하는 공간입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선정한 10대 촛불집회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조형물 아카이브에서 보기
 
1. 2002 미선 효순 추모 촛불집회: [성명서] 여중생 가해 미군은 한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미군 당국은 형사재판권을 한국 정부에게 이양하라
2. 2004 김선일 죽음 애도,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성명서]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즉각 중단하고 서희-제마부대를 철군하라
3. 2004 노무현 탄핵 무효 촛불: [성명서]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서
4. 2008 한미FTA 반대: [성명서] 정부는 국민의사를 무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당장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하라.
5. 2013 국정원 시국회의 서울 광장 집회(대선 댓글공작): [성명서] 국정원은 불법사찰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
6. 2014 세월호 참사 애도, 진상규명 촉구: [보도자료] 세월호 특별법 갈등해결을 위한 종교시민사회 기자회견 개최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한 종교·시민사회 제안문
7. 2015 백남기 농민 국가 포격 규탄: [기자회견] 생명평화 일꾼 고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주간 기자회견 : 백남기농민 1주기, 문재인정부는 백남기농민 국가폭력살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8. 2016 박근혜 퇴진  
9. 2018 미투 운동: [성명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METOO운동 지지 및 연대 결의문
10. 2019 일본 아베 정권 퇴진: [기자회견] 과거사 부정, 경제보복, 한일 갈등 조장 아베정권 규탄 공동기자회견 : 과거사 부정, 경제 보복, 한일 갈등 조장 아베 정권 규탄한다. 진실과 정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한일시민사회 공동행동을 제안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하는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는 웹사이트의 구성만 봐도 아키비스트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늦봄 연보]와 [검색], [옥중편지], [추천 콘텐츠], [사료 설명서], [사전]이 모두 아키비스트가 관할하는 공간이며 여러 명의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각 항목의 세부 분류를 보면 다음과 같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1. 옥중편지: 개인에게 보낸 편지/ 가족에게 보낸 편지/ 편지 모두 보기
2. 추천 콘텐츠: 2021 온라인 아카이브 특별전/ 1976년 늦봄의 명동스토리/ 『월간 문익환』 / 사료 이야기/ 훼손된 기록물/ 프로젝트
3. 사료 설명서: 옥중편지/ 공동번역 성서
4. 사전: 인물/ 조직/ 사건/ 개념

이 가운데 가장 다양한 구성을 갖춘 [추천 콘텐츠]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늦봄 문익환이 지방강연을 갔을 때 선물로 받은 장구 아카이브에서 보기

-2021 온라인 아카이브 특별전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Webpage.do?page_id=256
이 공간은 그동안 문익환 목사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최근에야 공개된, 또는 전문 사진가의 손길을 거치지 못한 이미지로 게시되어 있던 박물류 사료들입니다. 스캐너를 사용할 수 없는 대형 사이즈의 종이류를 비롯하여 병풍, 액자, 책꽂이, 장구 등의 소장품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에 아카이브 ‘특별전’을 벌인 것이지요. 사료 형태가 다양해지니 그간 문 목사님과 박용길 장로의 옥중서신 및 엽서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아카이브가 훨씬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 『월간 문익환』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GroupView.do?con_group_id=197
『월간 문익환』은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와 기록콘텐츠 전문제작단 <콘텐츠플러스>의 1년 기획 파일럿 프로젝트입니다. 아카이브에 담겨 있는 기록물을 활용해 매월 아홉 편의 포스트를 내고, 이를 아카이브 사이트에 서비스합니다. 50+ 아카이브 지원단을 모태로 한 커뮤니티가 발전, 프로젝트화 된 사례로, 전문인력인 아키비스트와 커뮤니티 회원들의 소통과 연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1976년 늦봄의 명동스토리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Webpage.do?page_id=272
이 공간은 기록관리학 대학원생이 프로젝트로 작업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옥중 서신을 통해 본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문 목사님이 57세의 나이에 성서 번역가의 삶에서 민주화 운동가의 삶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사건으로서 1976년의 명동 민주구국선언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에필로그에는 아키비스트로서 다음과 같은 소감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기록 콘텐츠를 준비하며 끊임없이 드는 물음은 "기록이란 무엇인가?"였다. 기록은 인간을 향해 있다. 기록화의 대상은 껍데기뿐인 문서가 아니라 그 문서를 작성했던 인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록이란, 아키비스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인식의 틀이란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하고, 기록 속에 담겨진 사회, 정치적 권력이 형성해 놓은 경계를 해체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의미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키비스트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976년 늦봄의 명동 스토리를 준비하며 나는 희망을 보았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삶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암담한 침묵의 시대에도 희망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키비스트는 희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게 끊임없이 기록을 발굴하고, 그 기록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회복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응원 메시지를 담아 늦봄에게 보낸 엽서 아카이브에서 보기


- 사료 이야기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GroupView.do?con_group_id=149
이 공간은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구성에 깊이 관여한 담당자가 아키비스트로서 기록물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1985년 신영복체가 완성되기 전 신영복 선생이 문 목사님에게 선물한 글씨 한 점에 얽힌 사연, 먼 외국에서 감옥에 계신 문 목사에게 “힘을 내십시요”라는 한글을 적어 보낸 엽서 이야기, 성서 번역가로서 번역어투를 버리고 우리 문화에 맞는 우리말로 옮기려 고심했던 자료 이야기를 포함하여 총 12개의 발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체 기록물의 맥락을 짚은 채 각각의 기록을 깊이 관찰해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훼손된 기록물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GroupView.do?con_group_id=150
이 공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보관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기록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곳입니다. 낡아서 찢겨지거나 곰팡이에 오염된 앨범, 누렇게 변색되거나 곧 바스라질 위기에 처한 육필 원고, 문 목사님의 손때 묻은 해진 성경책 등 훼손 상황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둠으로써 앞으로 해결해야 할 아카이빙 보존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늦봄의 손때 묻은 지류 자료를 정리하는 디지털기록지원단 아카이브에서 보기

- 프로젝트
▶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GroupView.do
이 공간은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에서 진행한 아키비스트 양성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지털기록지원단’에는 아키비스트 교육을 거친 일반인들이 문 목사님의 사료가 보관되어 있는 통일의집 수장고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과정이 담겨 있고, ‘인턴 이야기’에는 문익환 아카이브에서 인턴 아키비스트로 활동한 기록학 전공자가 보고 느낀 점이 담겨 있습니다. 아키비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검색’으로는 접할 수 없는 공간을 제공하는 노회찬 아카이브


노회찬 아카이브 역시 아키비스트의 노련하고도 치밀한 활동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기록 콘텐츠] 항목 아래 [노회찬의 오늘], [기록과 이야기], [기억 속의 노회찬], [노회찬을 잇다]라는 제목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기억 속의 노회찬]과 [노회찬을 잇다]는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노회찬재단의 후원회원들이 이야기하는 고 노회찬 의원에 관한 회고담으로, 특히 앞의 두 가지에 아키비스트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2017년 수감시설의 인권 침해 상황을 꼬집기 위해 국정감사 도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노회찬 의원 아카이브에서 보기

- 10월 19일 오늘, 신문지 2장 반

▶ https://archives.hcroh.org/hcroh/archive/ArchiveBoardPostView.do?board_id=68&board_seq=101
[노회찬의 오늘]은 노회찬재단의 기록관리자가 일자별로 노회찬 의원의 활동 기록을 소개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예컨대 1990년 10월 19일 고 노회찬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2016년의 10월 19일에는 국회 국정감사장 안에서 신문지 2장 반을 바닥에 깔고 신문지 위에 드러눕습니다. 서울구치소 내 과밀 수용에 관한 인권 침해를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기록 밑에 [10월 19일 <노회찬의 오늘> 보러가기]를 클릭하면 ‘노회찬 상세연보’로 연결됩니다. 연보에 들어가면 이날 노 의원이 국정감사 외에도 강연, 간담회, 팟캐스트 등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보 활동 뒤에 붙은 [관련기록보기]를 클릭하면 아카이브 바깥의 언론기사로 링크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씨줄 날줄로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검색 콘텐츠입니다. 아키비스트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날 문득 고 노회찬 의원이 그리워질 때 ‘오늘 그는 뭘 하고 있었을까?’ 하고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 중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 노회찬 의원 아카이브에서 보기


- 기록과 이야기

▶ https://archives.hcroh.org/hcroh/archive/ArchiveBoard.do?board_id=72
[기록과 이야기]는 2019년 1월 15일부터 2021년 12월 24일까지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총 143편의 글을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노회찬에 관한 글이지만 주제를 5가지로 나누어 각각 부제를 달아놓았습니다. 첫째, ‘노회찬 OOO을 만나다’에서는 노회찬이 만난 사람, 노회찬의 생각, 노회찬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둘째 ‘노회찬의 꿈과 길’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이 걸어왔던 길과 그 길 위에서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꿈을 살피고 있습니다. 셋째,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에서는 항상 약자들의 대변자였던 그의 6411 정신을 살펴보고 있으며, 넷째, ‘노회찬과 한국 정치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에서는 진보 정치인으로서 맞이했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기록으로 찾아가는,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은 칼 마르크스부터 브라질의 룰라에 이르기까지 나라 밖 인물 20여 명과의 직·간접적인 만남과 인연을 주제로 노회찬의 여정과 활동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무려 2년간 일주일에 1편씩 쉬지 않고 글을 연재한 이는 노회찬재단의 조현연 특임이사로, 노회찬 의원의 삶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과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고 노회찬의 인생과 철학과 신념을 이보다 더 촘촘히 분석한 글을 찾아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글까지도 아카이브에 담아 기록으로 서비스하는 걸 보면, 꾸준한 현재진행형의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한 아키비스트의 부단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이와 같이 세 아카이브를 검토해보니 새삼 아키비스트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아키비스트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느낌입니다. 이런 낭만적인 비유가 아니더라도 기록들 속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채취’하는 일은 기록관리 전문가로서 소중한 임무일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는 이제 막 20년 역사의 기록을 시작했고,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는 아직도 수장고에서 꺼내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기록물이 있고, 노회찬 아카이브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찾아내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기록이 쌓이면 쌓일수록 아키비스트의 시선은 더욱 깊고 다양해지겠지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카이브 바로가기
https://www.archivecenter.net/civilnet/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 바로가기
https://www.archivecenter.net/tongilhouse
 
노회찬 아카이브 바로가기
https://archives.hcroh.org/hc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