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엠 사회공헌사무국 차선주 국장 인터뷰
도약의 기록⑬
작성자 조진경 게시일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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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엠 사회공헌사무국 차선주 국장 인터뷰
 
인터뷰어 권주리

 
차선주 국장은 아산나재단에서 ‘파트너십 온’을 런칭, 총괄책임을 맡았으며 현재는 (주)플랜엠 사회공헌사무국에서 재단설립 등 기부컨설팅, 소셜 임팩트 측정, 비영리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주체인 비영리조직들이 더 많은 지지를 받기를 원하고, 소셜 임팩트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과 그 안에서 일하는 활동가들 또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어떠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가 2015년 벤처기부 방식으로 진행된 아산나눔재단의 비영리기관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파트너십 온’ 지원사업을 신청, 2016년 파트너십 온 혁신리더 2기로 선정되었는데요, 그 때 담당자였던 차선주 국장님이 긴밀한 파트너로서 2016~2018년 3년간 함께 많이 고민해주셨던 것 같아요. 심사 과정이 1, 2차 서류 심사, 현장 실사, 프레젠테이션으로 4차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그때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참여했던 과정을 기억하시나요? 어떤 점을 인정받아 선정될 수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차선주 ‘파트너십 온’ 지원사업은 벤처기부(Venture Philanthropy)의 방식을 차용해서 설계, 진행했고 ’혁신성’을 중요한 요소로 봤었어요. 그 당시 성매매가 유입되는 통로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었는데 또래상담원을 통해서 온라인상의 성매매 유입 자체를 차단하려는 사회문제 해결의 솔루션 방식 자체도 혁신적이었고요,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그 자체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누구보다 이슈 주도성을 가지고 공론화하고 있었죠.

저희가 꽤 지난한 선정 과정이 있었어요. 우선 간략한 사업계획서(1차 심사서류)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해당기관에 더 구체화된 사업계획서(2차 심사서류)를 요청드렸어요. 거기에 더해 2차 사업계획서 또한 심사를 거쳐 선정이 되면, 3차 심사과정인 현장 인터뷰와 4차 프레젠테이션 심사가 있었죠.

사실 심사위원들이 아동·청소년 성매매 이슈에 대해 ’실체성‘에 대한 언급을 해서 그 당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많이 당황해 하셨을텐데, 그만큼 실제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인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현장 인터뷰를 통해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저희에겐 매우 충격적이었죠. 저와 담당 직원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상담원분이 채팅앱을 실행해서 보여주셨는데 그때 실제 성매수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온갖 은어를 쓰면서 쉬지 않고 얼마나 많이 접근하는지를 목격하면서 그 ’실체‘라는 것에 대한 답을 바로 얻었어요. 또 마지막 심사과정인 4차 프레젠테이션 심사 때 조진경 대표님의 개인 에세이도 받았었어요. 비영리조직에서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하고, 조직적으로 사업적으로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계시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조 대표님이 그동안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을 위해 많은 애를 써오셨고, 단순 열정을 넘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착취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조 대표님이 “성매매 여성들을 그동안 많이 만나왔고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녀들이 겪은 일들이 존엄을 해치는 폭력과 착취임을 인지하지만, 이들을 후원하겠다는 사람들도 없고,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아직 지원이 없는 상태여서 고군분투하며 힘들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사업에 대해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희들이 가는 길에 동참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이 외롭고 공감받지 못하고, 매사 적대자들과 논쟁과 심지어 싸움에 직면합니다. 이럴 때 ’파트너십 온‘이 저희와 함께 해 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의지가 되고 힘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시면서 눈물을 비추셨는데, 저는 그 말씀과 눈물이 강하게 와닿았고 꼭 파트너로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저 개인적인 생각뿐 아니라 1차부터 심사를 참여해 왔던 심사위원분들도 크게 동의하셨고 지원하기로 결정했죠.

십대여성인권센터, 그리고 조진경 대표님도 지원사업이 이제 2년차인지라 그간의 지원과정과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우리(아산나눔재단)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의문도 있으셨을 거지만, 4차에 걸친 심사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하게 된 것 같아요. ‘파트너십 온’ 지원사업이 지향하는 혁신성에 부합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끊어내는데 큰 임팩트를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센터 그 당시 실체성에 대해 아산나눔재단도 고민이었고, 저희 또한 이것들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그만큼 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차선주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통계도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그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특히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성매매 유입이 디지털로 전환되었다는 것, 특히 채팅앱이 있다는 것조차 잘 몰랐는데 그러한 앱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유인될 수 있고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아요.


센터 파트너십 온 파트너기관으로서 지원 최대기간인 3년을, 혹은 처음 1년을 바라보셨을 때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나요?

차선주 그 당시 ’성매매피해청소년에 대한 통합적 지원 프로젝트 SNS(Stop N Start) - 성매매피해청소년 대상 전문상담소 모형’을 보여주셨고, 그 약속들이 이행되기를 바랐었죠. 그 당시 저희가 ’고도의 관여(High Engagement)‘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매월 1회 이상의 회의를 함께 하고 마일스톤을 설정하면서 그 과정들을 깊숙하게 들여다봤었는데요. 실제 통합지원모델이 체계를 갖추고, 지원금을 통해 채용할 수 있었던 상담원 4명이 전문상담원으로 제 역할을 해나가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특히 ‘아청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직접 지켜보았고 지원 기간 이후에 실제 개정이 되었잖아요. 초기에 말씀하셨던 부분들이 실현되는 것들을 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과 역할이 필요한지에 대해 저를 포함해서 실무를 담당했던 아산나눔재단 직원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계획서상에 적혀 있던 부분이 실제 실현이 되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구나, 지난 3년간의 역할과 기대가 매우 부합되었다고 생각해요.


센터 3년간 계획과 실천해가는 모습과 변화의 과정도 실제로 보셨고 응원해 주셨는데요,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차선주 우선, 2018년 닷페이스와 함께 한 프로젝트가 생각나요. 가해자의 실체와 민낯을 볼 수 있었잖아요. 사실, 이런 이슈가 드러났을 때 이 현실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면 공감받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익명의 댓글로 공격하기도 해서 처음에 센터에서 우려하는 바도 있으셨는데, 이 프로젝트의 콘텐츠를 통해서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악플은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이고 오히려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시 텀블벅에서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적이었잖아요, 저도 참여해서 받은 양말이 있는데 아직도 신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고군분투하며 힘들었던 상황 속에서 애쓰셨던 조 대표님과 권 국장님, 그리고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분들에게도 큰 지지와 힘이 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2년 차에 벤치마킹 해외연수를 진행하면서 북유럽, 영국으로 유사한 목적과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을 방문했었는데, 오히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그들보다 더 잘하고 있고 일반적인 여성 인권이나 성매수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인권에 대해 더 면밀하게 고민하고 있고,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이후 국제연대에 대한 발판을 만들었잖아요,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국제적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 외에 파트너기관의 리더분들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면서 리더십회의를 정기적으로 했었는데요,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Peer Supervision이 충분히 가능하고 한 조직의 리더로서 함께 고민을 나누며 지지체계를 만들길 바랐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속 깊은 마음 속 대화를 나누시면서 남들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리더로서의 상처도 드러내시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그 안에서 리더로서의 무거운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다짐하시더라고요.  너무 존경스러웠고,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제게는 큰 깨달음을 얻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조진경 대표님뿐 아니라 그분들이 다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셨던 그 장면이 가끔 생각이 나요. 



센터 3년간의 지원을 통해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어떤 성장과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차선주 초기에 약속했던 것들이 통합지원체계, ‘아청법’ 개정, 국제연대 등이 순차적으로 실현되는 것들을 보았죠. 3년을 함축적으로 바라봤을 때, 기부자도 투자자라 볼 수 있는데요, 투자자 측면에서 보면 투자 대비 큰 효용성이 있었다는 거죠. 대표님과 국장님, 다른 상담원들과의 노력으로 많은 성장과 변화가 가시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가 10년을 지나면서 계획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청법’을 통해 피해아동을 범죄자 취급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성매매라는 용어 자체를 아예 쓰지 않고 성착취로 정의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가 국제연대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하는데요, 국제연대를 통해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십대여성인권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차선주 십대여성인권센터의 미래의 일이기도 할 텐데요, 아시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른 양상으로 더 심각하게 성착취가 발생하고 있잖아요, 이러한 인식 개선이나 논의들은 글로벌적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전략과 체계가 아시아 지역에도 복제, 확산된다고 해야 할까요? 아시아지역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더 이슈화/공론화되고, 성매수자 처벌 및 피해여성의 지원체계를 만드는 활동에 십대여성인권센터의 방식들이 이식되면 그러한 문제가 해결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센터 국내외적인 센터의 역할을 말씀해주셨는데요, 11년 차부터의 미래에 대해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선주 계속해서 심각한 현실을 알리는 것, 이러한 현실을 사람들이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법적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유입되지 않을 수 있는 산업 분야의 반성을 만들게 해 주었으면 해요. 미래에서의 십대여성인권센터 역할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법적 지원체계 내의 통합지원센터의 모델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 집대성 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국제연대를 확장해서 이 이슈를 리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요. 지난 10년과 향후의 10년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계속 확장되고 더 체계화되고 글로벌적으로도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이름도 바꿔야 할까요? 아산나눔재단과의 파트너십 기간을 ’도약‘기간이라 하셨는데요, ’제 2, 3의 도약‘이 일어날 거라 생각해요.


센터 마지막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전할 말씀이 있으실까요? 

차선주 이 영역의 일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귀한 일이고 사람들이 그 일을 하는데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이슈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힘내라는 말뿐이어서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앞으로도 고단하고 힘든 과정일 수 있으시겠지만 물론 함께해 주시는 심리/법률/의료지원단들과 후원회원 등을 통해 인식하고 계실 수 있겠지만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2015년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벽면에 써 있는 ’꿈꾸는대로, 말하는대로, 행동하는대로‘ 문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메시지 그대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이룰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성착취피해 아동들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더 확보되면 좋겠어요. ’꿈꾸는대로, 말하는대로, 행동하는대로‘를 기대해 봅니다.



센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주신대로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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