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기록⑩

전환(2021년~2022년)

전환(2021년~2022년)
 
2021년~2022년을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전환시기로 보았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사건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공분으로 들끓던 2020년, 제20대 국회 해산 전 ‘아청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목표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공동대표단체와 사무국을 맡은 ‘아청법’ 개정 공대위는 토론회, 기자회견, 항의 집회, 언론 대응, 서명운동, 성명서 발표, 영상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법개정 운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2020년 4월 ‘아청법’ 개정안은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였다. 드디어 ‘아청법’이 개정된 것이다. 

8년여 간의 긴 법개정 운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사회가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개정된 법률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는 없었고, 젠더갈등을 부추겨 혐오와 차별을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은 더욱 강화되면서 이뤄낸 법개정의 기쁨은 잠깐, 모든 상황에서 흐지부지되거나 오히려 후퇴하였다.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범죄 피의자로 수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함정수사로 아동·청소년을 붙잡고 성매매 처벌법의 광고혐의로 아동·청소년을 기소하는 등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다양한 방식들이 고안되어 과거 법처럼 아동·청소년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이 비일비재 발생했다. 법은 바뀌었지만, 지원체계는 부실하고, 법이 바뀌었으니만치 현실은 저절로 바뀌어 오히려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처럼 말하며, 힘든 과정을 겪으며 겨우 이뤄낸 각종 피해자 지원 법률들에 관해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더욱이 십대여성인권센터의 핵심사업으로 10년 동안 지속되어 오던 ‘사이버또래상담사업’에 대해서도 사이버상에서 찾아가는 상담이나 삭제지원을 하는 뒤따라 시작된 사이버상담기관이나 디지털 삭제기관 등과 ‘예산이 중복된다’, ‘비효율적이다’, 라는 등 문제사업으로 지목되어 기관이 왜 이 사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소명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불려다니거나, 감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국회 예산평가에서 사업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결국 ‘사이버또래상담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개정된 ‘아청법’이 제대로 집행되면 뚜렷하게 변화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기대했던 센터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설립 시기부터 꾸준히 법개정을 목표로 활동해왔지만, 그 목표가 달성된 시점에서 현실은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핵심사업마저 포기해야 할 만큼 후퇴했다.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고 모든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던 여성가족부는 해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 범죄는 더욱 저연령인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더욱 교묘해지고 더욱 악랄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적 대응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전환의 시기를 맞으며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전환의 시기에 한편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범죄에 단호한 대응을 지속하기 위한 지원체계구축, 전문성의 강화, 현실에 대한 감시활동, 인식개선활동, 교육활동, 성매매가 성착취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법개정을 더욱 가열차게 추진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 ‘아청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인식과 지원체계를 구축해 낸 성공적인 경험을 전세계의 활동가들과 나누기 위한 아카이브 구축을 통한 ‘아시아 정보센터’ 운영, 국제연대를 통한 IT 기술기반의 성착취 범죄에 대한 공동대응을 다음 시대의 활동방향으로 잡고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