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제육볶음] 학골, 손맛에 사로잡히다.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학골에 발돋움한 인생 여정 34년, 정감 어린 가게를 다시 열어 이어간다.

김기수(1960년생)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평택에 머무리다 인천으로 와서, 34년 반평생 식당 운영을 해오고 있는 여사장님이다.

안녕하세요. 성함과 고향이 어떻게 되세요?
안녕하세요. 김기수이고 충남 당진이요.

언제부터 식당을 하셨는지요?
여기 학익동에 들어온 지 34년 됐어요.

장사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세요?
내가 처녀 때부터 음식 하는 게 취미였었어. 그리고 술장사보다도 식당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자신이 있으셨네요?
네. 그러니까 지금도 계속하고 싶은 욕망은 많아요.

학익동에서 오래 살면서 많이 와봤지만 정말 언제나 한결같으신 분인데 손님이 많고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이 맛있어서일 텐데, 메뉴가 어떻게 되나요?
메뉴는 뭐 그냥 주로 한식인데, 하다 보니까 이제는 손님들이 다 단골손님이라 이게 저거를 다 해줘요. 그냥 오늘 같은 경우에도 꽃게 같은 게 요즘 많이 나오고 그러니까는 손님들께 권장을 하죠. 꽃게탕 드셔라. 이렇게 하면 손님들이 반응이 좋으세요. 그냥 식구들한테 하는 그런 마음으로 해요.

대호식당이라는 상호를 짓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옛날에 지인분이 계셨는데 ‘대’자는 큰 ‘대’자에다가 ‘호’자는 우리 딸 이름 끝에 자가 하늘 ‘호’자예요. 그래서 호를 넣고 그냥 대호식당으로 하게 됐어요.

 


메뉴가 다양한데요. 이 식당이 청국장, 된장찌개, 비지 이런 거로 유명한 데요. 근데 재료 구입은 어디서 하세요?
요즘은 뭐 수입을 안 쓴다고는 할 수가 없고 수입은 될 수 있는 대로 안 쓰고요. 참깨를 수입 참깨를 사야 되거든요. 고춧가루 이런 거는 제가 말려서 써요. 친정 동네가 시골이다 보니까는 콩 같은 거나 뭐 그런 거를 사고 농사짓는 데가 있어요. 태안에 그런데 가서 구입해요.

지난번에 제가 와서 먹을 때는 12개 반찬이었나 봐요. 이것저것 많이 주셨는지 싶어요.
그때는 잘 아시는 분이니까 더 줬는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제가 이제는 사실 손님들을 돈 버는 생각보다 오시는 분들이니까 가족 같은 그런 생각 해서, 오시면 우리가 뭐 맛깔스럽고 그러면 다 권장해서 드려요. 손님들 드시라고 고구마를 이렇게 갖다 구워놓잖아요. 단골손님은 솥단지부터 열어봐요.

여름에는 콩국도 하시는데 콩국 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하셨어요?
옛날에는 직접 갈아서 했는데 지금은 거기까지 손이 미치지 않고, 또 갈아놔도 손님들이 없으면 또 버려야 되고, 그러니까 옆집에 있는 두붓집에서 콩물을 사서 해요. 국산 콩으로 갈아서 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보다 더 맛있어요.

그러면 미원은 쓰시나요?
예. 써요. 지금은 손님들 자체가 인스턴트에 젖어 있어요. 예전엔 제가 다시다도 통 안 썼거든요. 근데 그거 쓴 지가 한 2~3년밖에 안 돼요. 왜 그러냐면은 그전에는 그걸 안 썼는데 그렇게 안 쓰다 보니까 손님들이 “아, 이거는 미원이 안 들어가서 쓴맛이 나요” 자꾸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써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우리 아들이 부평에 자전거 모임에 동호회를 갔는데 자기네들끼리 얘기를 하다 보니까는, 어디서 왔다고 그러니까 학익동에 유명한 집이 있다고 그러더래요. 그랬더니 “어딘데요?” 그러니까 대호식당이라고 그래서 "우리 엄마가 대호 식당인데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많이 와요.

전국구가 되셨네요.
오래도록 정성 들여서 한 음식을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거죠.

착한 가격으로 하고 계신 거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이 가격을 받으실 건지요?
지금 시기에 올리자니 그래서 올가을까지만 해보고 내년 봄쯤 올릴까 생각해요.

그렇다면 장사하시면서 자부심이나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시는 면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기서 내가 식당을 하면서 인생을 다 걸은 거잖아요. 이제는 인생에서 애들 다 잘 돼서 이젠 내 몸만 저기하면 되는데, 예전에 절에 계신 스님이 제가 공덕을 많이 쌓아서 잘 될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난 장사하느라고 “그거 공덕이 아니 잖아요” 그랬는데, 배고픈 사람 밥 주는 것도 다 공덕이래요. 그 스님 말씀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하고.

 

아까도 코로나 얘기를 잠깐 하면서 좀 힘들다는 말씀 앞서 하셨는데, 지금 우리가 2020년부터 힘들다고는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힘듦과 또 좋은 점 이런 것 들이 있는지요?
힘들죠. 그냥 뭐 나뿐이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들은 다 힘들죠. 그래도 내 집이니까 다행인데, 저기하는 사람들은 진짜 집세 내면서 이렇게 장사한다는 사람들은 너무 힘이 들 거예요. 좋은 점은 없어요. 한참 장사 못 하게 됐을 때는 우울감도 있었고 그냥 다 접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랬어요. 음식을 아침에 다 해놓고서는 손님이 없으면 좌절감이 너무 많아요. 이제 조금 풀려서 그런지 요즘은 손님들이 찾아오셔요.

학익동에서 34년 가까이 되셨다고 했는데 주변이 어떻게 변화되고 달라졌는지 말씀해주세요.
그전에는 한 30년 전에 처음에 와서는 그때만 해도 시장을 여기 학익시장을 다녔잖아요. 학익시장이 거의 없어지고 그러니까 신기시장으로 간지 한 20 몇 년된 것 같아요.

현재는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시 문을 닫았다 열었는데 자부심도 있지만 장사하면서 만족도 나는 무엇이 좋다. 뭐 이렇게 장사하면서 느끼는 점. 친목회도 여기서 많이 하는 거로 제가 들었습니다.
네. 많이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 오고 나서 아직은 모임들이 없어요.

코로나가 많은 걸 변화 시켜 준 것 같아요.
진짜 뭐 아줌마들 점심시간이면 모임들은 그냥 11시부터 와서 상 두 개 세 개 이렇게 차지하고 나면은 자리가 없어 가지고 밖에서 기다렸는데 지금은 없어요.

얼마나 장사를 더 하실 계획이신지요?
글쎄요. 하고 싶은 마음은 이제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장사를 오래 해 주셔야 저희가 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 손을 놓기가 힘들었는데.

장사하시는 분들은 진짜 그게 있더라고요. 손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맛있다고 해주시고 하니까 그렇죠?
그러면 진짜 기분이 좋아요.

김치를 직접 만드신다고 쓰여있잖아요. 요즘은 작은 가게 외에는 김치 잘 안 담그는데…….
우리는 이거 30 몇 년 동안 했는데 누가 한 번 권장해서 수입 김치 한 번 샀었어요. 사서 했는데 처음에 먹어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이 김치는 익지도 않아요. 발효시키는데 잘 익지도 않아요.

그렇게 모든 거를 욕심부리지 않고 하다 보니까 손님이 인정을 하고 먹으면 딱 다르긴 하더라고요. 산 김치하고 직접 담근 김치하고 확실히 달라요.
그러니까 저는 수입 고춧가루 쓰지 않는다. 그거 수입 김치를 쓰지 않는다고 그게 구청에서 나와서 써서 붙이면 손님들이 이걸 뭐 하러 붙이냐. 손님들이 먼저 알아보고 이 집은 김치 담가 먹는 집이다! 그냥 쓰지 말라고 해요.

건강하시고 이렇게 응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손님들 맛있게 음식 해 주시면서 건강이 지금보다 좋아져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저도 옆에서 지켜보겠습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김순옥 (면담지원 : 이혜숙)
· 면담일시 : 2021. 10. 22.
· 면담장소 : 대호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