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백령도식 냉면] 먹다 보면 인이 배긴다고 하지
양지원
게시일 2022.02.09  | 최종수정일 2022.03.29


우연히 생긴 반냉

김필주(1963년생)

백령도가 고향인 사장님은 황해도 출신 아버지와 백령도 출신의 어머니를 두고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장님은 백령도 냉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안녕하세요? 미추홀시민기록단입니다. 백령도 냉면에 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요. 백령도 냉면을 제가 어디서 본 거 같아요.
옛날에 2019년 김종국이가 먹방에서 냉면을 먹었지요. 그리고 원주민이 추천하는 집이 저희 집이에요.

사장님은 혹시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이 백령도세요?
네.

그러면 부모님께서 다 백령도 분이신가요? 이 백령도 냉면이 황해도식인 것 같더라고요.
아버지는 황해도이고 어머니는 백령도시고,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가시게 된 거지. 6.25때 황해도 분들이 피난을 많이 나와서 백령도에서 거주하게 됐죠. 백령도 냉면이 황해도식인데 약간 변형이 됐지요. 저희 어릴 때는 백령도에 메밀을 많이 심었어요. 그걸 가지고 개인들이 동네마다 손수 방아를 찧어서 먹었어요. 그 이후로 상업화되면서 일반식이 된 거지.

황해도하고 연관이 있네요. 그럼 언제부터 여기 백령도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2013년도에요. 우리 인천은 오래됐죠. 지금 한 30~40년 됐지.

저는 냉면의 종류를 화평동 냉면, 함흥냉면 이런 정도밖에 모르는데 찾아보니까 냉면의 종류가 꽤 많더라고요. 화평동 냉면은 동네에서 생긴 거고. 예를 들어서 북한 같으면 함흥냉면, 큰 카테고리로 보면 평양냉면과 황해 냉면, 옹진 이게 백령도 냉면도 하나 들어가요. 그다음에 전주 냉면도 들어가고. 백령도 냉면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돼지 뼈로 국물을 우려내더라고요.
백령도에 가면 냉면집이 몇 곳이 있어요. 돼지 뼈로 하는 데가 있고 소뼈로 하는 데가 있어요. 집마다 달라요. 어떤 데는 또 동치미로 하는 데도 있고. 사람들이 연구해서 이게 변형이 된 거지. 우리 어릴 땐 동치미에다가 먹거나 아니면 굴을 쪼아다가 먹었어요.

백령도 토박이분들하고 황해도에서 오신 분들하고 그 맛의 차이 때문에 이렇게 섞이게 된 걸까요.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된 걸까요?
자연스럽게요. 그 당시에는 먹을 게 없잖아요. 섬이라는 지역에서 별미로 그게 시작이 된 거지. 백령도에 메밀을 많이 심다 보니까 수확이 되면은 그걸 사용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지.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백령도 냉면은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백령도 음식은 간장 소금도 쓰지만, 까나리액젓을 하려면 소금 간장이 들어가야 돼요. 까나리를 잡으면 소금을 거기다가 쳐서 이게 숙성을 시켜서 그걸 끓여서 이렇게 내리는 거라고. 

백령도에 천일염전인 화동염전 있잖아요. 메밀도 백령도에서 자체 생산을 하시고, 천일염도 화동 염전 것을 사용하시고, 어떻게 보면 섬 내에서 자체적으로 다 해결을 하신 거잖아요. 지금은 로컬푸드라고 부르긴 하는데 섬이라는 특징이 백령도 냉면을 만들게 한 이유도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전문가가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지역에서 나오는 거 가지고 누가해보니까 맛있었어요. 그럼 그게 업그레이드라고 봐야죠. 누가 연구하고 개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집에서 있는 거 가지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볼 거 아니에요. 근데 먹다 보니까 “이게 맛있네. 야, 그거 괜찮다.” 이런 식이 되어 가지고 그게 활성화가 된 거지.

까나리도 백령도 주변에서 많이 잡혀서 까나리액젓을 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까나리액젓 하면 백령도밖에 없어. 다른 데도 나오지만, 백령도 게 최고지.

저는 소금도 화동염전에서 나온 게 좋다고 들었거든요.
백령도 물이 염도도 알맞고 뻘에 있는 물보다는 깨끗해요. 영양소도 많고. 백령도가 청정 지역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입자가 좀 다를 수 있겠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이렇게 말하면 될까 싶으네요.

까나리액젓을 양념으로 쓰신다는 게 신기했어요.
까나리 액젓으로 무김치, 겉절이 할 때나 김장할 때나 백령도에서는 그걸 가지고 했고, 옛날 분들은 조선간장, 국간장 쓰듯이 백령도는 까나리액젓을 가지고 했어요.

까나리액젓이었기 때문에 이 맛에 좀 익숙하시고 이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백령도 냉면을 찾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인이 배겨요 이게. 까나리 액젓을 넣고 먹으면 국물이 좀 뒷맛이 달아. 전문가들은 먹다 보면 다 느낌을 알아요. 처음 먹는 사람들은 비린내 약간 나는데 모르는 사람은 또 몰라. 그런 게 예민하고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다 호불호가 생기는 거야.

백령도 냉면은 백령도에 나는 주재료를 가지고 활용을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네요.
백령도 재료로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고 상업화되다 보니까 약간씩 변형이 되는 거죠. 그리고 비법이 그대로 오니까 그 맛이 그리워서 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물맛만 틀릴 뿐이고 같은 재료 뭐 이런 거 똑같이 돌아가는 거예요. 근데 또 이 냉면 육수도 물맛에 따라서 좌우가 많이 돼요. 여기는 지하수가 아니라 상수도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따라 맛이 다운됐다고 봐요. 백령도는 청정 지하수를 퍼서 하니까.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한다니까 진짜 맛이 궁금하거든요.
먹어봐야 알지요. 우리 메뉴 중에 물냉면하고 비빔냉면하고 이렇게 두 가지에 반냉면이라는 게 있는데 비빔냉면에 육수가 들어가면 반냉면이 되는 거예요. 백령도 젊은 해병대 친구들이 비빔냉면을 먹다 보니까 뻑뻑하잖아요. 거기에 물냉면 육수를 넣어 봤어요. 그러니까 이게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반냉면이 생긴 거예요. 반냉면이 생긴 비하인드죠. 우리 집 같은 경우도 반냉면이 50% 정도로 나가요.

자료를 찾았을 때 냉면 먹고 나면 백령도 냉면은 치러야 되는 의식이 있다고 봤거든요.
겨울철에 물냉면을 먹잖아? 겨울은 추운데 냉면이 차갑잖아요. 이게 들어가면 몸이 떨려요. 그러면 냉면 먹고 거기에 계란 노른자를 냉면에 놓고 거기다가 면수, 냉면을 삶은 물 그거를 붓는 거예요. 그리고 계란을 풀어요. 그다음에 까나리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춰서 그걸 마시는 거죠. 그러면 뜨거운 게 들어가서 속을 좀 편안하게 해줘요. 그게 의식인 거예요.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그 개념으로 치러지는 거죠. 추우니까.

백령도 냉면의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시나요? 백령도 분들도 많으시겠네요?
백령도 사람들이 많이 오죠. 그리고 옹진군청 분들. 먹어본 사람들이 먹는 거예요. 이거는 인이 배겨요. 한 번 먹을 때 맛있다 그러면 딴 집 안 가요. 일산에서 오시는 분이 있는데 이거 한 그릇 먹으려고 와요. 약사인데 점심때 여기까지 와요. 원래 주안에 살던 분인데 주안에 살다가 일산으로 이사 가신 거예요. 엄마 네 집에 왔다가 냉면집이 있어 와서 먹고서 필이 꽂힌 거지. 그러니까 문 닫고 내려오고 그러세요.

저는 백령도 하면 심청이만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백령도에 얽힌 것도 굉장히 많은데 음식을 기록하다 보니까 메밀도 자체 생산하고, 소금도 그렇고, 까나리도 그렇고, 자체 생산을 하면서 이렇게 냉면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그 배경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거에서 까나리는 정말 생각도 못했었는데 그 맛이 궁금하기는 해요. 이게 그거예요?
항상 이렇게 비치되어 있어서 물냉면이 나오면 따라서 먹고 그렇죠. 이게 염도예요. 소금처럼 아주 짜지는 않지만 국, 미역국, 뭇국, 매운탕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국물 염도를 하는데는 거의 99% 들어가게 된다고봐야지.

활용하기 나름이로군요. 냄비 소재나 두께에 따라서 맛이 조금 달라지잖아요. 혹시 냉면 그릇도 냉면 맛에 영향을 주나요? 
맛에는 영향을 안 주고 여름에 더우니까 이 찬 음식에 따뜻하게 되잖아요. 내가 시원하게 먹고 싶은데 그릇이 빨리 덥게 될 수 있으니까. 공기 그릇이 표피가 하나인 게 있고 두 개 공기가 들어가 있는 이중구조가 되지. 저게 다 이중 구조죠.
 

냉기를 유지할 수 있게끔 이게 그렇다고 해도 되게 맛을 신경 쓰시는 게 식당을 운영하시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분야에 대해서 모르면은 다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내가 스스로 독학을 하면 힘들어요. 그걸 알 때까지는 시간이 엄청 걸려요. 그런데 내가 사부가 있어서 그런 지식을 얻잖아요. 그래서 대를 이어서 간다는 게 일본식 방식이긴 하지만 빨리 전수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가게가 조그마해도 1대, 2대까지 막가는 이유가 있는 거고 저는 그거를 찬성해요. 나 혼자 그거를 연구하다 보면 대가 끊어지면 그걸로 사장이 되지만, 내가 연구한 거를 다음 대에서 그걸 기반으로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하다 보면 그 노하우를 계속 전수 받을 수 있는거 그게 최고죠. 그 테크닉이 한 마디로 음식이야. 저 같은 경우도, 저는 음식을 잘 몰랐어요. 저는 방송국 출신이에요. 내가 홍보부장 한 사람인데.

방송국에서 일하셨어요?
방송 그만두고 나와서 사업하다가 나이 먹으니까 좀 그래요. 그래서 이모님한테 얘기해서 내가 배운 거예요. 음식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렇게 다 전수 받은 거예요. 그러면서 이거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가 10년 정도하다 보니까 전수 받은 거에다가 나 나름대로 또 계속 변형도 해 보고 또 디스플레이도 해 보고 이렇게 되는 거예요.

유명한 이유가 있었네요.
자부심이 저는 있죠. 내가 좋은 베이스를 배웠고, 이게 하루아침에 안 되거든요. 이게 손맛이라는 게 불맛 뭐 이게 들어가야 돼요. 그리고 내가 먹는 음식처럼 손님들한테 정갈하게 다 해가야지. 저부터도 식당 가서 딱 봐서 별로다, 그러면 두 번 다시 안 가죠. 내가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야 돼.
 
사장님 경영 철학이신 거죠?
내가 딴 집 가서는 그걸 요구하고 내가 경영하면서 내가 안 했다? 손님은 다 알아요. 그런데 10년 정도 되면 봤던 사람이 또 오고, 맛있네 괜찮네 그러면 사람들이 다른 사람 데리고 오는 거죠. 인테리어도 제가 작년에 바꿨어요. 앉는 거 싫다고. 이 좌석을 해달라고 그래서.


손님들 요구 때문에요?
해줘야죠. 그래서 이것만 있었어요. 의자가 반이었고. 옛날 가게도 사진 찍어놓은 게 있어요.

자체적으로 기록을 다 하고 계시네요.
옛날에 여기 생겼던 이 빨간 집에서 스타트했어요. 2012년도에.

빨간 집. 표현이 멋있네요.
제가 좋아가지고 안 바꿨었죠. 여기서 10년째 운영하고 계시는데 10년이면 그렇게 식당으로는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으신 것 같아요. 아까 한 번 옮기고 여기서 지금 계속하는 거니까.

 

그 위치를 기억하고 그리로 가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다 알죠. 이렇게 간판이 있으니까 먹으러 왔다가. 어, 이거 옮겼네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세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일산에서 오시는 분. 그런 분들이 저한테는 최고고. 어제 오신 거제도 고객은 인터넷에서 냉면 보고 찾아와서 둘이서 냉면 먹었어요. 궁금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물냉면 한 그릇에 빈대떡 하나 먹고서 너무 잘 먹 었다고 그러고. 요새 젊은 사람들은 맛있으면 얼마든지 다니니까. 

오늘 사장님 말씀 중에 ‘인이 배긴다’라는 말이 가장 강렬하게 와닿는데 그렇게 인이 배긴 고객들이 입소문으로 계속 오시는 거잖아요. 지금 코로나인데 지장은 없으세요?
지장이 있죠. 코로나 아니었으면 올여름에 하루에 300명 이상 받죠. 2019년도에는 200, 300명씩 왔어요. 

그럼 그 손실을 어떻게 하고 계세요?
우리는 가족끼리 하니까 좀 나아요. 가족끼리 하고 알바 쓰고 하는데.

사장님 경영 철학이 아까 말씀하신 거 말고 있으실까요? 내가 싫어하는 건 손님도 싫어한다. 이 말씀 해 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청결, 음식 할 때도 청결하고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죠. 서비스업이니까.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한 거죠. 손님들에게 저는 항상 감사하고 있고 그 대신 좋은 음식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 거고. 손님도 감사하게 맛있게 먹었으면 주인한테 감사하다고 해야 하고 그게 서로 윈윈이죠. 저 같은 경우도 어디 음식점 가서 맛이 없으면 그냥 아무 얘기 안 해요. 그리고 진짜 맛있다 그러면 “감사합니다!” 하고 나와요. 그게 매너지.

그렇죠. 그럼 사장님 메밀, 소금, 까나리액젓은 백령도에서 가져와서 쓰시는 거예요?
맞아요. 내가 여기 백령도 물건을 진열대를 만들어서 판매할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사장님의 앞으로 계획 중에는 백령도 특산물을 전시해서 판매하는 것도 있으신 거네요.
네. 그것도 있고. 2호점 멋있게 하나 차려야죠. 고깃집까지 해서. 그럼 비수기가 없이 냉면하고 판매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저는 컨트롤만 하고 아들이 해야죠. 이제 저도 이모님께 전수 받았고. 아들한테 줘야죠. 3대로…….

가업으로 이어 가실 계획도 있으시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백령도 냉면은 여름철에는 한 번 정도는 괜찮게 우리가 접할 수 있죠. 왜냐하면 맛도 있으니까. 메밀이 효능이 있잖아요. 몸에 그래도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거죠. 여름철에 더위도 좀 물러나게 해주고.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기록일지
· 면담자 : 정은주 (면담지원 : 김순옥)
· 면담일시 : 2021. 9. 1.
· 면담장소 : 백령도 냉면